”개자식!”용천오는 화가 나서 테이블을 탁 쳤다.“하현, 당신 꿈도 꾸지 마!”“무성 신시가지는 썩어 문드러져도 나 용천오가 가져갈 거야. 내가 가난해서 굶을지언정 당신한테는 안 팔아!”“자, 그럼 무성 신시가지 건은 관둘게!”“무성 상맹에서 운영하는 무학당 체인점이 몇 개더라....”하현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다른 우회로를 제안했다.“어쨌든 당신들 무학당은 지금 매일 사람들이 찾아와 물건을 때려 부수는 통에 장사도 할 수 없잖아. 평판도 나빠져서 거의 폐업 상태나 마찬가지고.”“내가 천억에 인수할 테니 차라리 나한테 넘겨. 교관과 직원, 심지어 청소부까지 다 내가 그대로 떠안을게, 어때?”“이봐, 이거 내가 당신 많이 생각해 줘서 가격을 쳐 준 거야. 당신은 이 기회에 골치 아픈 무학당을 처분하고 현금을 손에 쥐는 거라고!”“역시 난 좋은 친구야, 안 그래?”“꺼져! 당장!”용천오의 낯빛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내 무학당이 이렇게 된 건 모두 당신의 그 파렴치한 수법 때문인데 이제 와서 뭐? 인수하겠다고?”마영아 일행은 하현의 말을 듣고 감정이 격앙되어 죽일 듯이 하현을 쏘아보았다.하현 이놈은 정말 악랄하기 그지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감히 이런 말로 용천오를 면전에서 업신여기다니!“이 무학당을 창고로 쓸지언정 절대 팔지 않을 거야!”“꿈도 꾸지 마!”용천오는 당장이라도 하현의 얼굴을 때려눕히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하지만 그는 감히 하현을 건드릴 수 없어 끓어오르는 화를 억눌렀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용천오를 느긋하게 바라보았다.“이 두 가지 물건을 팔지 않겠다니 그럼 시내에 있는 백화점은 어때? 그건 팔 의향 있어?”“어쨌든 이런 큰일을 당했고 무성 상맹도 반쯤 폐업 상태인데 앞으로 몇 년 동안 백화점도 장사가 안 될 텐데 말이야.”“만약 이 부동산들을 나한테 잘 넘긴다면 내가 섭섭지 않게 쳐 줄게.”“내가 당신을 친구로 생각해서 흥정 같은 건 하지 않을게. 게
하현은 웃으며 일어섰지만 바로 떠나지 않고 용천오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뺨을 툭툭 건드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용천오, 천리 밖에서 온 귀인을 이렇게 거절할 필요있어?”“지금 이 상황에서 당신 혼자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해?”“물건도 팔지 않고 돈을 빌려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아?”“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당신한테 돈을 빌려줄까?”“조한철? 김준걸?”“눈앞의 이런 어려운 상황도 함께 견딜 만큼 그들이 당신과 가깝다고 생각해?”“순진한 생각 하지 마...”“조만간 부동산을 팔아야 할 거야. 누구한테 파느냐가 문제지.”“나한테 직접 파는 게 꺼려진다면 중개업자를 불러서 얘기해도 돼.”“결국 내 손에 넘어오게 될 테니까.”“게다가 당신이 이렇게 시간만 끌면 가격만 점점 더 낮아져. 하루에 10% 정도?”“그러니까 누가 먼저 굴복하나 보자고!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두고 보지 뭐!”“내 생각엔 결국 당신이 얼마 못 버틸 것 같긴 하지만.”말을 마치며 하현은 테이블 위에 놓인 반찬을 손으로 슬쩍 집어서 오물오물 씹으며 돌아섰다.하현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용천오의 도도한 눈꺼풀이 자꾸 떨렸다.만약 자신이 여기서 정말 무너진다면 그건 여러 가지 일이 어쩌다가 겹쳐져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하현 저놈이 파놓은 구덩이에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6년 만에 무성의 중심인물로 부상했고 무성 상업 질서를 재창조했다는 명성을 들었던 용천오가 지금 이런 꼴이 되다니 억울하고 분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잠시 이를 악물고 험악한 얼굴로 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마영아, 플랜 B를 실행해. 하현 저놈이 강한지 내가 강한지 두고 보자구!”...바깥으로 나온 하현은 태연하게 용 씨 가문 별채를 떠났다.국술당으로 돌아온 하현은 몇 명 학생들에게 지도를 한 후 업무용 차로 들어가 잠깐 휴식을 취했다.현장의 질서를 담당하던 진주희도 지금 현장을
30분 후, 무성 상맹의 주가는 원래 가격에서 10%이상 하락했다.주가가 약간 올랐을 때 큰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었다.이 자금은 바로 무성 상맹을 향해 돌진했고 팔자마자 바로 공매도로 들어갔다.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공매도를 던졌다.그러자 시장의 개미들이 모두 화들짝 놀라 넋이 나갔다.모두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거의 같은 시간에 모든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버렸다.전후 불과 십여 분 사이에 무성 상맹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6만 원에서 4만 원까지 떨어졌다.오천억의 시가총액에서 순식간에 3분의 1이 증발한 것이다.무성 상맹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무성 사람들을 제외한 외지 투자자들은 어리둥절했다.그러나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단 손실을 막는 것이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개인투자자들은 더욱 매도에 집중했고 무성 상맹의 주가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한 시간 후, 무성 상맹은 처참하게 무너졌다.이를 악물고 버티던 용천오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개인 금고를 모두 내놓았고 무성 상맹 장부의 모든 유동 자금을 빼내 주식시장에 퍼부었다.이렇게 방어를 한 결과 무성 상맹의 주식은 그나마 20% 정도 끌어올렸다.다만 이러는 사이 용천오의 손에 있던 유동 자금은 완전히 고갈되었다.그가 조한철과 김준걸에게 전화를 걸고 있을 때 이슬기가 지휘하는 대성그룹 자금도 때맞춰 시장에 들어왔다.이슬기는 우윤식보다 더 악랄하고 치밀하게 움직였다.그녀는 오전 최저점을 뚫고 주가를 원래의 40%까지 끌어내렸다.원래 6만 원이던 주가가 오전을 지나면서 2만원이 되었다.돈을 빌리려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리던 용천오는 이를 보고 피를 토할 뻔했다.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가 돈을 빌릴 수 있겠는가?조한철과 김준걸이 아무리 바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오전장이 끝나고 잠시 한숨 돌릴 시간을 갖
오후 1시, 다시 주식시장이 열렸다.하현은 용 씨 가문 별채 대문을 떠나다가 주식 거래창을 열고 무성 상맹의 주식을 던져버렸다.하현의 행동은 사람을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완전히 송두리째 사람을 멸망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였다.이 모습을 보고 용천오에게 불만을 품은 용 씨 가문 사람들도 함께 뛰어들었다.다들 무성 상맹에서 탈출하려 하고 있으니 이럴 때 따라가지 않으면 나중에 혼자만 손해를 보게 되는 거 아닌가?주식시장에서 피 튀기는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무성 황금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설은아의 핸드폰이 다급하게 울렸다.전화를 받으려고 핸드폰에 눈길을 돌리던 설은아는 화면에 뜬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한숨을 크게 내쉬며 설은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엄마, 내가 말했잖아! 주식 투자하지 말라고. 주식에 함부로 투자하지 말랬잖아!”“”왜 내 말 안 들어?”“모든 재산을 다 무성 상맹에 퍼부었을 뿐만 아니라 뭐? 융자까지 받았다고?”“예전의 3분의 1 가격도 안 되지만 앞으로 계속 주가가 더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그때가 되면 본전도 못 찾고 은행에 빚만 지게 될 거야!”“알았어. 지금 엄마한테 돈 보낼 테니까 손실만 메워지면 바로 주식 팔아야 해!”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으려던 설은아는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아냐, 엄마. 주소 좀 줘. 내가 지금 갈게. 내가 직접 주식 처리할게!”“걱정하지 마. 내가 최대한 물 타기를 해서 손해를 줄여 볼 테니까!”“어, 알았어. 기다려. 곧 갈게.”전화를 끊은 뒤 설은아는 벌떡 일어서서 하현이 자신의 곁에 배치해 준 경호원 몇 명을 동원해 얼른 사무실을 떠났다.최희정이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설은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직접 자신이 주식을 처리하지 않으면 최희정이 더 깊이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고 결국 막심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설은아의 마이바흐 차령이 시내 고가도로에 진입한 지
”청혼이요?”마영아는 어리둥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희정을 바라보았다.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마영아는 최희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가 정신을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부인, 용천오가 당연히 따님에게 청혼을 하겠죠. 그런데 오늘, 지금은 아니에요.”“오늘 설은아 사장님을 오시라고 한 건 작은 부탁이 있어서예요.”“부탁?”최희정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당신의 그 잘난 사위 하현과 용천오가 요즘 좀 사이가 그래요.”“그래서 용천오가 좀 불쾌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따님에게 부탁 좀 드리고 싶어요. 하현한테 잘 말해서 우리 용천오 사장님과 좀 사이좋게 지내라고 한마디 해 줬으면 좋겠어요.”“계속 이렇게 가는 건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 되거든요!”마영아는 설은아가 아무리 뭐라고 하현에게 말한들 하현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할 거라는 걸 잘 안다.그럼에도 마영아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설은아를 이용해 하현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위함이었다.오후 주식 시장이 끝나기 전에 이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영영 때를 놓치고 만다.“하현 그놈이 감히 용천오를 건드렸어? 사이가 나쁘다고?”최희정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커졌다.“우리 은아가 편히 사는 꼴을 못 보겠다는 거지? 그놈은?”“걱정하지 마. 이따가 은아가 오면 내가 그놈을 단단히 혼내라고 이를 테니까!”“하 씨 그놈은 내 딸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놈이니까. 내 딸이 한마디 하면 바로 알아들을 거야.”최희정의 말에 마영아는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15분 후 설은아의 마이바흐가 별채로 들어섰다.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설은아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하현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당신들 몇 명은 나와 함께 들어가고 나머지 두 명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차는 시동 끄지 말고 언
”헛소리하지 마!”“당신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설은아는 잔뜩 경계하는 시선으로 마영아 일행을 바라보았다.“최 여사님이 설은아 사장에게 잘 말씀하세요.”“외부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해서 불편하겠지만.”“설 사장님이 간단한 요구만 들어준다면 우리가 약속한 건 모두 지켜질 거예요.”마영아의 말을 들은 최희정은 아주 흥분한 표정으로 설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은아야, 지금 저분이 다 말했잖아!”“하현 그 자식이 감히 용천오에게 대들다니! 하현 그놈은 지금 누가 나쁜 사람인지도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주식으로 용천오와 대적하려 있어!”“어서 지금 전화해!”“전화해서 지금이라도 용천오에 대한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일러!”“그렇지 않으면 아마 조만간 그놈은 꼴좋게 될 거야!”설은아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약간의 노기를 띤 얼굴로 마영아를 노려보았다.“염치도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마영아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 사장.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지?”“지금 당신한테 명령한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 어머니야.”“순순히 전화를 걸어. 그리고 하현에게 말해. 지금 용천오를 겨냥한 모든 칼끝을 내려놓으라고. 그러면 돼.”“그렇게만 된다면 당신 어머니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어.”“주가가 급락하는 일도 없을 테고!”“설 사장 당신한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안 그래?”“어쨌든 당신과 하현은 이미 이혼했으니 하현한테 손해가 나더라도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 아냐?”“내가 그와 이혼한 걸 알고 있는 모양인데, 이혼한 마당에 내가 무슨 이유로 그에게 이런 일을 요구할 수 있겠어?”설은아는 자신을 위해 하현이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는 사실을 분명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지금 무엇을 하려든 간에 자신이 나서서 말릴 수는 없었다.“설 사장, 당신이 그를 생각하는 것만큼 그가 당신과 최 여사님을 생각해 줄까?”“우린 무성상업연맹 주식을 최 여사님께 많이 줬는데
설은아의 경호원 네 명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맞섰다.설은아는 행동에는 일체의 머뭇거림도 없었다.자신이 떠나야 할 때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그렇지 않고 마영아의 손아귀에 조금이라도 놀아난다면 상대는 반드시 자신을 이용해 하현을 위협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최희정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았다.최희정은 이미 상대방과 같은 배를 탔다는 것을 설은아는 이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설은아가 당장 떠나려는 것을 본 최희정은 얼른 목소리를 높였다.“은아야, 넌 절대 여기서 나갈 수 없어!”설은아가 떠난다면 그녀의 주식은 완전히 바닥을 뚫을 것이 뻔했다.자그마치 이천억이었다!그러나 설은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얼른 걸어나갔다.“탕탕탕!”설은아가 차 옆으로 오기도 전에 뒤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네 명의 경호원이 날아갔다.그리고 하나둘 피를 뿜으며 쓰러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의식을 잃고 말았다.마영아는 수십 명의 경호원들을 이끌고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설은아를 향해 돌진해 왔다.분명 그들은 이미 플랜 B까지 준비해 둔 모양이었고 주저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마영아는 어떤 식으로든 설은아를 절대 도망치게 놔둘 수 없었다.“사장님, 얼른 들어가십시오!”보안을 책임지고 있던 경호원이 총을 꺼내 장전하면서 설은아의 몸을 보호하며 차량 안으로 들여보냈다.그러나 마영아의 눈에는 그도 일개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고 그의 동작은 그렇게 재빠르지 못했다.그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마영아의 몸이 이미 그의 앞에 들어섰고 늘씬한 다리를 휘둘러 남자를 바로 쓸어버렸다.순간 경호원은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사장님, 얼른 가세요!”운전석에 앉아 있던 경호원이 큰소리로 소리치며 달려나와 마영아와 맞섰고 설은아가 직접 운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었다.하지만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마영아가 또 한 번 몸을 휘둘러 남자를 쓰러뜨리고 발로 걷어찼다.“뻥!”
”하현!?”“그 자식이 왜 여길 왔지?”마영아의 시선이 일순 움츠러들었고 차에 탄 사람의 실루엣을 보는 순간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미소를 지으며 설은아의 머리채를 힘껏 잡아당기고는 앞으로 나왔다.“아! 아!”머리채를 잡아당긴 설은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마영아는 설은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손바닥을 내리치며 소리쳤다.“더 크게 소리쳐야지! 더 크게 불러보라고!”“당신의 그 잘난 남편이 들을 수 있게 더 크게! 우리 용천오에게 덤빈 대가가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 줘야지!”설은아는 밀려오는 통증에 끙끙 앓았다.그러다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고 하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하현!”마영아의 무자비한 폭력에 피를 흘리고 있는 설은아를 본 하현은 눈에서 살기가 돋아 올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내뱉었다.“은아, 괜찮아?”“난 괜찮아...”설은아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하현의 모습을 보자 설은아는 불안도 두려움도 모두 사라졌다.하현은 용천오가 이렇게 무자비하고 뻔뻔스러울 줄은 몰랐다.설은아에게 직접 손쓸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는 최희정을 이용해 그녀를 유인한 것이다.“괜찮으면 됐어.”하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설은아는 빙긋이 웃으며 하현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선명했지만 하현을 향한 굳건한 믿음에 마음이 어느 때보다 든든했다.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 여기 오지 말아야 했어...”“허, 헛. 정말 부부의 뜨거운 정, 못 봐주겠군!”“아무리 막장 드라마라도 이런 막장은 없을 거야, 안 그래?”“그래, 이렇게라도 애틋한 척하지 않으면 한때 부부라는 이름에 어떻게 떳떳할 수 있겠어?”하현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마영아는 손바닥을 휘둘러 설은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생채기를 내었다.그녀는 그동안 하현에게서 받은 억울함을 설은아에게 모두 털어놓을 심산인 듯했다.설은아의 얼굴에 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