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장세경이 면회실로 나타났다.그는 하수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감옥에 가기 전에 하현에게 이렇게 큰 비밀을 알리다니, 하현과 하구천이 죽기 살기로 싸우길 바라는 거야?”“아니면 또 다른 속셈이 있는 건가?”“속셈 같은 거 아무것도 없어요.”하수진의 말투는 담담했다.“하지만 전 모든 것을 인정했고 하구천은 날 버렸어요. 제가 그를 위해 비밀을 지킬 이유가 뭐 있겠어요?”“하현이 하구천을 죽이든 살리든 간에 그가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장세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항성 태평산 쪽을 올려다보았다.하구천이 하현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하구천이 하현을 건드리는 바람에 하현은 또 다른 진실을 알게 되었다.아마도 항도 하 씨 가문에 큰 폭풍이 몰아칠 것 같다!“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하구천이 9대 병부 최고 책임자가 될 거라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어. 그런데 어떻게 하현이 그의 적수가 될 수 있단 말이지?”...하현은 용옥의 유람선 감옥을 떠나 도성 송산 빌리지로 돌아왔다.누군가가 보낸 방문 보고가 대문을 지키는 경호원들에게 전달되었다.하현은 잠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 보고장을 받아들고는 손을 흔들며 경호원에게 문을 열어주라고 손짓했다.그는 마당으로 나갔고 선두에 롤스로이스 한 대가 눈앞에 유유히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도박왕께서 여기까지 오시다니요. 제가 멀리 마중을 나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차 문이 열리며 사방에서 양복을 입은 경호원 수십 명이 빠르게 흩어졌다.그 뒤쪽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하현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아직 예순까지는 되어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나이보다 원기가 왕성해 보였다.역시나 도박왕답게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기개가 주변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도박왕, 화풍성.“하 지회장, 안녕하신가?”화풍성
두 사람은 소나무가 우뚝 솟아 있는 작은 정원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이곳은 인적이 드물어 밀회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그들과 함께 정원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화풍성은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분명 하현과 긴히 이야기할 중요한 일이 있는 것 같았다.“하 지회장, 오늘 몇 가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찾아왔네.”“첫째, 못난 내 아들놈들이 자네를 모함하고 해치려 한 것에 사과하겠네.”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손사래를 쳤다.“어르신, 이러지 마십시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긴 했지만 화해할 수 없는 정도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화 씨 형제들이 저를 건드리지 않는 한 다시는 그들과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걱정하지 말게. 우리 화 씨 가문은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잘 아는 집안이라네.”화풍성이 편안하게 웃으며 말했다.“아침에 여기 오기 전에 난 이미 몇 놈들을 족쳐서 얘기를 들었네. 잘못은 온전히 우리 집 자식들이 한 거야.”“우리 화 씨 집안이 사과하는 의미로 넷째가 가지고 있던 카지노를 내놓으려고 하네.”“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구 엔터테인먼트 지분도 하 지회장 명의로 이전할 걸세.”“우리 집안에서 보이는 작은 성의이니 하 지회장, 거절하지 말고 받아주게.”“자네가 거절한다면 우리 화 씨 집안의 체면이 너무 말이 안 되지 않는가?”“두 번째 일은 자네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왔네.”“자네가 최영하를 항도 용전 최고 책임자 자리에 앉힌 건 항도 하 씨 가문을 견제할 기회를 마련한 걸세. 이것은 우리 같은 사람 입장에선 좋은 일이야.”“최 씨 가문은 공정하기로 소문이 나 있으니 만약 최영하가 정말로 항도 하 씨 가문을 잘 견제하고 제압한다면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니겠나?”“결국 머리 위에 호랑이가 두 마리 있는 격인데, 한 마리보다는 두 마리가 더 낫지 않겠나, 그 말일세.”화풍성의 말에 하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어르
”하인이 실종되었다구요?”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관청에 신고는 하셨습니까?”화풍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 하 지회장, 우리 화 씨 가문은 대업을 이루었네. 그만큼 저택 안에는 은밀한 곳도 많은 법이지. 그런데 어떻게 함부로 관청에 보고할 수 있겠는가?”“다만 관청에 보고는 하지 않았지만 항도 3대 사설 탐정을 초청해 해결해 보려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네. 마치 하인들이 증발한 것 같다니까!”“그들의 거처가 남아 있지 않았다면 애초에 없던 사람들처럼 조그마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네. 정말 이상한 일이야.”“지금 이 일로 인해 우리 집안은 인심이 흉흉하고 불안해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네.”“그러니 하 지회장, 제발 부탁하네.”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르신이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서 맥을 좀 짚어보고 싶습니다.”화풍성은 다소 의아했지만 이내 함박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얼마든지! 자네 뜻대로 하게.”“쾅!”갑자기 사방을 울리는 큰소리에 하현의 깜짝 놀라 화풍성을 안고 그 자리에서 굴렀다.그리고 나서 검은 지팡이 하나가 방금 두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땅 위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하현은 정신을 가다듬고 화풍성을 자신의 등 뒤로 물러세웠다.“하핫!”이윽고 주변에서 이상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고 갑자기 어디선가 승복을 입은 세 명의 태국 남자가 나타났다.화풍성이 놀란 얼굴을 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태국 3대 마승?”“누굽니까?”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이 정도의 습격을 두려워할 그가 아니었지만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 했다.“태국 대불사의 승려일세.”화풍성이 하현에게 설명했다.“용전 조직과 비슷하지만 성격은 다르지.”“우리 대하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이 태국 마승들은 권세를 위해 볼썽사나운 짓도 마다않지.”“전에 카지노의 주식을 사겠다는 태국왕의 제안을 내가 거절했었어.
”배짱 한번 두둑하군.”세 명의 마승들은 모두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갑자기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화풍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이 날 상대하겠다면 내 얼마든지 받아주지. 당신들이 죽든지 살든지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내 옆에 있는 하현 이 사람은 아무 죄가 없어. 당신들과도 아무런 원한이 없으니 이 사람은 떠나라고 하는 게 어때?”“그가 떠난 후 우리끼리 재미나게 겨뤄보자구!”“어쨌든 이 사람은 강남 하 세자에 용문 대구 지회장이니 그가 죽는다면 당신들도 번거로울 것 아닌가?”“당신들을 위해서야!”화풍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당하게 말했다.자신의 생사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 같았다.그는 오늘 하현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일부러 찾아왔는데 하현이 자기 때문에 다치게 할 순 없었다.그래서 그는 어쨌든 하현을 보내려고 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르신은 저를 부끄럽게 만들고 싶으십니까?”“제가 힘이 있든 없든 절대로 어르신 혼자 두고 갈 수 없습니다.”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세 명의 마승에게 다가가 당차게 입을 열었다.“감히 태국 땅에서 온 놈들이 우리 대하 사람을 건드리다니,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세 명의 마승들은 모두 히죽히죽 웃으며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화풍성, 당신 말을 듣고 보니 이 사람의 신분이 보통이 아닌 것 같군, 맞아?”“그렇다면 이 사람은 매우 가치가 있는 사람이겠군, 그렇지?”“그를 생포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엄청난 몸값을 챙길 수 있겠는데!”“당신 같은 늙은이만 죽이면 되었는데 뜻밖의 요긴한 물건을 찾은 셈이군.”“우리 태국 왕이 가장 좋아하는 건 값어치가 있는 놈이야! 아무리 얼굴이 일그러지고 뒤룩뒤룩 살이 찐 놈이라도 값이 나가는 놈이면 돼!”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태국도 어쨌든 동남아에서는 강대국 중 하나인데 어떻게 그런 상스러운 말을 해?”“설마 당신들
대마승이 정신을 추스르기도 전에 하현의 날렵한 몸이 한 번 더 뛰어올라 대마승을 후려쳤다.대마승은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그는 손에 쥔 지팡이를 들어 내려칠 겨를도 없이 되는대로 오른손을 휘둘러 앞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퍽!”주먹과 주먹이 부딪히자 장내는 눈부신 스파크가 튀어 올랐고 두 개의 망치가 마주친 듯 묵직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빠지직!”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자 대마승의 안색이 마구 일그러졌고 그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순식간에 버리고 하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윽!”있는 힘껏 애를 써 보았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하현은 그의 손을 놓지 않고 힘을 계속 주었다.순간 대마승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구겨졌다.“으윽!”대마승은 온몸에 식은땀을 계속 흘렸다.그는 하현에게 손을 잡힌 채 뒤로 물러서지 않으려고 두 발에 안간힘을 썼다.그러나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몸은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하현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빨랐고 강했다.하현에게 뺨을 한 대 더 맞고서야 대마승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퍽!”무겁고 찰진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이번에는 대마승의 몸이 허공에 휙 날아올랐다.대마승의 발이 땅에 닿으려는 순간 그의 머리가 한쪽으로 쏠렸다.순간 고요한 적막이 내려앉았다.지금까지의 보여주었던 하현의 공격이 기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는 공격이었다.“재미있군. 몇몇 태국 마승들은 절정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더니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었어.”“하지만 아쉽게도 당신은 전쟁의 신을 만났어.”하현은 휴지를 꺼내 자신의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고양이 같은 네놈들을 스스로 마승이라 불러? 누가 당신들한테 허락했어?”“우물 안 개구리가 오래되었다고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알았던 거야?”“네놈...”대마승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듯 하현을 무섭게 노려보았다.순간 대마승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지난 몇
”태국 왕을 위해 천추의 위업을 달성할 것이다! 위대한 태국 왕을 위하여!”“오늘 너와 화풍성은 함께 황천길을 가는 것이야!”대마승은 입가의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고는 위풍당당하게 입을 열었다.하현은 손에 쥐고 있던 휴지를 아무렇게나 던지고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하나씩 덤빌 거야? 아니면 같이 덤빌 거야?”화풍성은 이 장면을 보면서도 조금도 긴장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하현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현이 용문 대구 지회장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설명해 주었다.화풍성은 담담한 눈빛으로 대마승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하현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어? 무고한 사람 괴롭히지 말고 어서 썩 꺼져!”“당신들의 목적은 어차피 날 죽이는 거잖아? 왜 이런 시기에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거야?”“어서 꺼져!”화풍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자 대마승들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다.“화풍성, 당신 같은 늙은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만약 당신이 우리 태국 왕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어!”“그랬으면 우리가 이렇게 나설 일도 없었고 우리 태국이 강대국으로 클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을 거야!”“안타깝게도 당신이 우리 태국 왕에게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은 오늘 죽어야 해!”대마승의 말이 떨어지자 다른 두 마승들도 성난 표정으로 화풍성을 노려보았다.태국이라는 나라는 동남쪽 해역의 강대국이긴 했지만 기껏해 봐야 좁은 그 일대만 주름 잡을 정도였다.이 나라는 인재 양성을 위해 투자나 지원조차 하지 않으니 경제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전적으로 도박왕 화풍성에게 기대고 있었다.결국 도박왕 화풍성 집안은 한 나라의 부와 맞먹을 정도의 강력한 부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태국인들은 뻔뻔스럽게도 도박왕 같은 인물은 그들을 도와야 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도성도 자신들과 같은 동남쪽 해역
”죽이지 못한다고?”대마승은 화풍성의 말을 듣고 세상 가장 우스운 소리라고 생각했다.“우리 셋이 당신을 보름 넘게 지켜봤어. 기회를 찾아 드디어 당신을 죽이러 온 거야!”“이미 당신을 점찍어 두고 벼르고 별러서 온 거라고. 이번엔 반드시 당신을 죽이고 말 거야!”다른 마승도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화풍성, 걱정하지 마. 당신을 죽인 후 당신 아들도 죽일 거야. 그리고 살아남은 당신 딸을 화 씨 집안 후계자 자리에 올릴 거라고!”“그리고 나서 당신 딸을 우리 태국 왕과 결혼시키는 거야. 그럼 그때는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화 씨 가문 재산은 모두 우리 태국의 것이 되는 거야!”“이건 전적으로 당신들 대하 법에 따른 것이어서 그 누구도 우릴 어떻게 할 수 없지! 조금도 법을 어기지 않았으니까!”또 다른 마승이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그러니 오늘 당신이 여기서 죽더라도 걱정하지 마. 우리가 당신 딸을 잘 돌본 다음에 값을 잘 매겨서 태국으로 데리고 갈 테니까.”“그리고 하현, 당신은 여기서 살아나갈 생각은 하지도 마. 우리 셋을 당신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꿈도 꾸지 마!”“당신이 우리 태국의 은밀한 비밀을 안 이상 우린 반드시 당신을 죽여야 해!”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왜 대하 주변의 황금 삼각지에 이렇게 흉악한 도적떼가 많은지 이해가 갔다.소위 동남해 제 1 강국이라고 하는 태국조차도 이런 도둑 심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다른 나라들이야 오죽하겠는가.하현은 이내 침착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들 셋, 상대하기 싫으니까 그냥 가. 시간 낭비하지 말고.”“당신들을 얼른 처리하고 난 어르신을 모시고 풍수를 보러 가야 하니까.”“이 건방진 놈!”“내 네놈의 목부터 따 줄 테다!”“그리고 화풍성!”대마승은 흉악한 표정으로 화풍성에게 말했다.“이렇게 시간을 지체하고 있으면 혹시나 경비원들이 당신을 발견하고 구하러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절대 그
”철퍼덕!”두 마승 모두 온몸에 충격을 받고 그대로 튕겨져 나와 입에서 검붉은 피를 토했다.하현은 여세를 몰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그들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재빠른 발놀림으로 그들을 걷어차 버렸다.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대마승을 향해 숨 돌린 틈 없이 발길질을 했다.대마승은 한번 제대로 힘도 써 보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퍽!”하현은 대마승의 얼굴에 발을 갖다 대고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대마승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화풍성은 바람처럼 이리저리 몸을 놀리는 하현의 모습을 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이윽고 화풍성은 하현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하 지회장, 괜찮으신가?”“괜찮습니다. 보시다시피 아무 이상 없습니다.”하현이 전장에 있을 때는 백 명의 적도 상대한 적이 있었다.수백 명의 군왕을 손쉽게 무찌른 하현에게 지금 세 명의 마승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화풍성 앞에서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고자 하현이 마음먹었다면 고작 뺨 몇 대로도 세 마승을 때려눕힐 수 있었다.대마승은 괴로운 표정으로 얼굴을 가리며 두 마승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모두 괜찮아?”두 마승도 얼굴을 가린 채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입가에서는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들은 분한 듯 흐르는 피를 거칠게 훔쳤다.그들이 비록 타격을 입긴 했지만 아직 손쓸 힘은 남아 있었다.지금 세 마승의 얼굴에는 하현을 향한 분노로 들끓었다.하현의 힘이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런 괴력의 사나이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었다.지금껏 이런 존재가 있었다면 대하가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태국 입장에서는 대하에 이런 총교관급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대마승, 당신들이 고작 이 정도라면 정말 실망인데!”하현은 뒷짐을 지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다 같이 덤벼 봐!”“시간 낭비하지 말고.”“어서 덤벼 보라니까!”대마승은 마뜩잖은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