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준은 두 손을 뒷짐진 채 하현에게 향했고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목소리로 말했다.“어이, 젊은이.”“야스다 히로시를 꺾은 것만으로도 아주 대단해.”“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여기는 항성이야. 내륙이 아니라구.”“당신이 어느 가문에서 왔는지 어떤 세력에서 보냈는지 순순히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정말 궁금하군. 도대체 당신이 어떤 능력을 가졌길래 감히 항성에서 위세를 떨치는 거야!”“그리고 말이야. 당신 뒤에 누가 있든지 간에 오늘 당신은 여기서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야!”“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어. 우리 항성 사람들은 항상 체면을 중시하지. 본토 사람들이 우리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꼴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항성의 체면을 구길 순 없지!”“당신 뒤에 있는 세력이나 가문을 물었던 건 우리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릴까 봐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 물었을 뿐이라구! 알겠어!?”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술잔을 비우고는 말했다.“곽영준, 패기 한번 넘치는군. 정말 멋져!”“그렇지만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덮어놓고 화소붕 편을 드는 건 제 발로 네 상판대기를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러고도 두렵지 않을 자신 있어?”곽영준은 왠지 하현의 목소리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술집의 어둑어둑한 불빛으로는 하현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도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곽영준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곳에선 누구도 내 상판을 때릴 순 없어!”“제아무리 단단한 발길질도 내가 부숴버릴 수 있거든!”“이쯤에서 굴복할 텐가? 만약 당신이 불복한다면 나한테 덤벼 봐. 난 더 많은 사람들을 부를 수 있어.”곽영준의 말투에는 항성 S4 특유의 오만함과 본토인에 대한 뼛속 깊은 혐오감이 묻어났다.“그리고 우리 화소붕이 당신한테 몇 번을 말했을 텐데 아직도 그런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거야?”“당신이 그럴 깜냥이나 되
”곽영준, 살다 보면 어딘가에서 만나게 되는 게 인생 아니겠어?”“당신과 이렇게 만나다니, 참 인연이 깊은가 봐. 그 기념으로 한 잔 어때?”하현은 남아 있는 루이 13세 병을 들어 곽영준 앞에 놓으며 빙긋이 웃었다.“당신이 마신다면 나도 기꺼이 상대해 드리지.”말을 끝내며 하현은 술잔을 번쩍 들어 바닥에 술을 그대로 쏟아버렸다.그런 다음 곽영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알 듯 말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주위에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영문을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은 곽영준이 누구 앞에서 손도 못 쓰고 얼어붙는 장면을 처음 본 것이었다.당신이 마신다면 나도 기꺼이 상대해 드린다니?곽영준이 방금 한 짓이 허세였다면 지금까지 보인 하현의 행동은 그보다 더한 허세였다.하 세자라는 세 글자를 처음 접한 홍성 샛별이 무리들은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곽영준 앞에서 겁도 없이 저런 말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이 사람은 다름 아닌 곽영준이었다!항성 S4 중 한 사람이자 항성 곽 씨 집안의 후계자!항성에서는 좀 잘 나간다는 일인자들도 곽영준에게 굽신거리는 형국이었다.그가 항성에서 후계자 명함을 꺼내기만 하면 누구라도 그에게 제대로 대접을 해야 할 정도였다!그런데 이런 높은 사람을 대하는 하현의 태도가 저따위라니!곽영준의 손바닥에 뺨이 날아갈 것이 무섭지도 않은 걸까?화소붕은 하현의 오만함과 허세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하현이란 놈은 자신의 처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화소붕은 결국 침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이 하 씨. 당신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야?”“곽영준에게 지금 한 잔 어떠냐고 물은 거야?”“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무릎을 꿇고 바닥에 쏟은 술을 핥을 생각이라면 그건 나쁘지 않아.”“퍽!”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곽영준은 손을 들어 화소붕의 뺨을 날렸다.화소붕은 그대로 몸을 휘청거리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화소붕은 순간 거대한 빙하를 삼킨 사람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어 한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홍성 샛별이 무리들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깜짝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한 눈빛으로 그저 바라보았다.야스다는 무릎을 꿇은 채 일어서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곽영준이 억지로 술을 마셨다고?”루이 13세 술병에는 술이 반이나 남아 있었다.그런데 그걸 곽영준이 다 마셨다고?이것은 결국 하현이 곽영준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는 걸 말해 주었다.사람들은 도무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다들 바보처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그들은 비록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곽영준이 이 본토 사람 앞에서 한 수 접을 수밖에 없는 위치라는 건 분명히 알아차렸다.“으윽!”루이 13세 반 병을 단숨에 마신 곽영준은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다.그의 주량은 꽤나 세었지만 이렇게 한 번에 많이 마신 적은 없어서 머리가 핑 돌만도 했다.하지만 곽영준도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그는 심호흡을 깊이 하고는 바로 본모습을 되찾았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곽영준, 역시 항상 S4답군. 주량이 녹슬지 않았어!”곽영준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개를 떨구었다.“하 세자가 칭찬해 주시다니 고맙습니다.”이 모습을 보고 모두들 아연실색하였다.줄곧 제멋대로 날뛰던, 세상 거칠 것이 없던 곽영준이 어떻게 한순간에 서리 맞은 나뭇가지처럼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었는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죄송합니다. 오늘 밤은 실례가 많았습니다.”곽영준이 사과를 하자 많은 사람들은 급기야 제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곽영준이 지금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고?그것도 본토 사람에게?하현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무심한 듯 내뱉었다.“곽영준,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하면 끝이야?”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호통치듯 위엄 있는 목소리로 하현이 말했다.그러나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자격으로 저런 불손한 자세를 보이는지 이해가
”퍽!”화소붕이 계속 떠드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지 갑자기 곽영준이 눈을 부라리며 화소붕의 뺨을 내리쳤고 둘은 한꺼번에 바닥에 쓰러졌다.그런 다음 곽영준은 화소붕이 데리고 온 사람들에게 앞뒤 가리지 않고 손찌검을 해 대었다.“퍽!”“화소붕, 보고도 모르겠어! 눈이 멀었냐구! 당신 강남 하 세자 몰라?”“퍽!”“맨날 남녀가 패거리를 이루어 온갖 말썽만 피우더니 당신이 무슨 왕이라도 된 줄 알아?”“퍽!”“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하 세자를 건드리다니. 하 세자는 당신을 내버려둘 수는 있어도 난 당신 이대로 내버려둘 수가 없어!”곽영준은 미친 듯이 화소붕의 뺨을 때렸다.어느새 화소붕의 뺨이 붉게 부풀어 올랐고 이도 몇 개 빠졌다.하지만 지금 화소붕은 몸이 아픈 것보다 눈앞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어 제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강남 하 세자?!”항성, 도성, 강남은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세 곳의 정보는 항상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었다.얼마 전 곽영준과 하민석이 강남으로 가서 큰 봉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화소붕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하현이라는 인물이 곽영준과 하민석을 한 방에 날려버린 바로 그 강남 하 세자란 말인가?!그 말인즉슨 자신이 지금 건드린 사람이 그냥 단순한 싸움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신분, 지위, 권세를 막론하고 항성 4대 최고 가문과 도성 화 씨 가문을 능가하는 그 거물급 인사?!순간 화소붕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마치 허리케인과 폭풍우가 항성과 도성을 휩쓸고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이를 지켜보던 홍성 샛별이 무리들도 충격을 받긴 마찬가지였다.그들은 눈앞에서 하현을 보고도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이 사람이 바로 곽영준과 하민석을 한 방에 제압한 그 전설적인 인물 강남 하 세자란 말인가?!그들은 순순히 믿을 수도,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하지만 그 콧대 높던 곽영준이 지금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것을 보니 사실은
하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곽영준의 눈동자는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하현의 말은 그저 간단하게 들리지만 사람을 죽이려는 생각을 마음에 품은 곽영준의 속을 완전히 꿰뚫어 놓은 것이었다.지금 땅바닥에 엎어져 울부짖고 있는 화소붕은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하지만 이 일이 도박왕 화풍성에게 전해지기라도 한다면 전설의 도박왕은 분명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아마도 도박왕은 사람을 시켜 곽영준을 단칼에 처단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아마...곽영준의 눈가가 격렬하게 떨렸다.넋을 놓고 있다가 하현에게 일격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곽영준, 알아서 해.”“도박왕이 곧 당신을 찾으러 올 거야.”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 곽영준은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침울한 얼굴로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오늘은 체면이 한없이 깎이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자,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홍성 샛별이는 남아. 내가 묻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어.”하현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곽영준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네!”곽영준이 손을 흔들자 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물러가고 바닥에 누워 신음을 하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어기적거리며 자리를 떠났다.룸에는 하현 사람들 몇 명 말고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홍성 샛별이만 남았다.방금 전까지 콧방귀를 뀌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던 여자는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잠자코 서 있었다.“퍽!”공해원은 몇 명의 남자에게 보복의 손찌검을 몇 차례 한 후 한걸음에 다가와 동영상을 켠 뒤 홍성 샛별이에게 건넸다.동영상을 본 홍성 샛별이는 순식간에 낯빛이 변했다.눈동자를 어디에 둘지 몰라 허둥지둥거리며 본능적으로 도망치려는 몸짓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변백범의 단호한 얼굴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퇴로는 없었다.“말해 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당신한테 잡혀온 이 여자 지금 어디 있어?”“당신이
하현은 침착하게 말했다.“이번 도성과 항성의 일은 뭔가 보일 듯 말 듯 희미하지만 이제 단서들이 드러나고 있어.”“그들은 나를 죽이기 위해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서슴지 않고 손을 대고 있어.”“설은아는 가장 좋은 먹잇감인 거야.”“이제 그들에게 내가 겁에 질린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해야 해.”“두려움 때문에 설은아와 이혼까지 강요당했고 항성과 도성 일 때문에 우리 둘 사이에 간극이 너무 커졌다고 한다면 날 공격하려는 사람들이 기뻐할 거야.”“그래야 도성과 항성 일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게 될 거야.”변백범은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 하지만 대구 그쪽은...”“당천도에게 전화해서 설 씨 가문의 안전을 맡아달라고 해.”“어쨌든 전쟁의 신이니까 이런 사소한 일을 해결 못하진 않을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리고 수소문해서 최양주에게 연락해 줘.”“내일 도성 고수인 최양주를 만나러 가야겠어...”...깊은 밤 자정, 항성 남복 창고.이곳은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리적 위치 때문에 이미 십여 년 전에 문을 닫은 곳이었다.몇 달 전 이곳을 관리하던 장 씨가 죽은 후 이젠 아무도 오지 않았고 한때 귀신이 돌아다닌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어두컴컴한 어둠 속에서 항성과 도성, 내륙 세 곳의 번호판을 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창고 입구에 들어섰다.검은 양복을 입은 십여 명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이들은 분명 특훈을 받은 듯 하나같이 차가운 표정에 무언가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그들은 각자 맡은 임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흩어지며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에 선 얼굴이 네모난 남자가 손을 흔들며 창고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퍽.”창고 안에서는 어둑어둑한 불빛이 서늘한 기운을 풍기고 새어 나왔다.뒤이어 겁에 질린 듯한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렸다.사람들은 눈가리개를 한 최희정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그녀는 버려진 침대 위에
얼굴이 네모난 남자는 앞으로 나와 최희정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한껏 거만하게 웃었다.“참 재미있군. 당신은 배포만 크고 머리는 텅텅 빈 여자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영 머리가 없는 여자는 아닌 모양이군. 당신이 한 말에 적어도 내 마음이 움직였으니까 말이야.”“그런데 아쉽지만 당신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사람은 나나 당신이 아니야...”최희정은 온몸을 움찔움찔했다.“제발요, 제발. 날 살려 주세요. 날 풀어 달라구요!”“이렇게 해요. 내가 몇백억 정도 비상금이 있거든요. 그거 절반 나눠 드릴게요. 어때요?”얼굴이 네모난 남자는 대답 대신 비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형님, 최희정 찾았어요. 여기 살아 있어요.”“보아하니 홍성 쪽 사람들이 몸값을 위해 인질을 해치진 않은 것 같습니다.”“이제 어떻게 할까요? 내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그분은 이미 밤새 홍성 샛별이를 심문했으니 아마 곧 올 거예요.”“아니면 이쪽에서 좀 잘 꾸며서 그 분한테 큰 선물을 드릴까요?”전화기 맞은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여자를 죽여.”“죽여요? 형님, 아직 쓸모가 있을 것 같은데요...”얼굴이 네모난 남자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방금 최희정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게 분명했다.“죽여.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어.”“네!”얼굴이 네모난 남자는 돌아서서 잠시 동안 최희정을 말없이 바라본 후에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여자 처리해.”말이 끝나자마자 양복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앞으로 나와 손에 든 비수를 들었다.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최희정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죽이지 마세요, 죽이지 마! 나 돈 많아요. 내가 가진 모든 돈 다 드릴게요. 목숨만 제발 살려 주세요!”얼굴이 네모난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아!”바로 그때 밖에서 몇 차례 비명 소리가 들렸다.밖에서 지키고 있던 사람들에게 뭔가 일이 벌어진 것이
이게 사람인가?젊은 사람이 이런 솜씨를 가질 수 있다니 정말 무섭기 짝이 없다.얼굴이 네모난 남자는 완전히 겁에 질린 기색이었다.어쩐지 형님이 이 남자를 상대할 때 그렇게 조심조심하더라니.이렇게 한 방에 사람들을 날려 버릴 수 있는 실력자였던 것이다.무서웠다.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웠다!이것이 지금 하현을 대면한 얼굴이 네모난 남자의 인상이었다.얼굴이 네모난 남자가 얼어붙어 입도 뻥긋 못하고 있었을 때 하현은 이미 그의 앞길을 막으려는 자들을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이제 그곳에는 최희정을 제외한 네 사람만이 네모난 얼굴의 남자 뒤에 서 있었다.“하현! 정말 대단하군!”얼굴이 네모난 남자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내가 당신 상대가 안 된다는 거 인정해.”“하지만 당신 오늘 이미 끝났어!”말을 하면서 얼굴이 네모난 남자는 세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최희정의 안대를 잡아당겨 하현을 바라보게 얼굴을 고쳐 잡았다.“하현, 스스로 네 손 잘라. 안 그러면 이 여자 죽여 버릴 테니까.”안대가 벗겨지고 목에 칼이 꽂히자 최희정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눈앞에 선 하현을 보자마자 그녀는 울부짖으며 말했다.“하 서방, 어서 이 사람 시키는 대로 해! 어서!”“어서 시키는 대로 하고 무릎 꿇어! 이 사람 화나게 하지 말고!”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다.심지어 최희정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땅바닥에서 칼을 집어 들었다.칼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하현의 행동에 최희정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그래, 그래. 그렇게 칼로 자네 두 손을 그어 버려!”“자네 두 손만 잘리면 내가 사는 거야. 그래야 자네가 좋은 사위지.”하현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얼굴이 네모난 남자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내가 이 여자를 위해 내 손을 자를 것 같아?”얼굴이 네모난 남자는 하현의 모습에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하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지금부터 열을 셀 거야. 스스로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