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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6장

설은아의 곱상한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마냥 밝고 곱기만한 숙녀가 아니라 대구 정 씨 집안 아홉 번째 분가의 안주인이었다.

인질범들이 최희정을 납치한 배경에 대해 하현이 설명한 것을 듣고 그녀는 자신이 너무 충동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하현에게 이 일을 먼저 맡긴 다음 자신이 나섰다면 최희정을 구할 확률이 더 커졌을 것이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설은아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현, 내가 너무 성급하게 행동해서 미안해...”

하현은 손을 들어 설은아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

“당신과 난 부부야, 미안하다는 말은 해서 뭐해, 안 그래?”

“게다가 장모님이 아무리 나한테 나쁘게 하셨어도 내 장모님이셔.”

“비록 장모님이 날 SL 문밖으로 내쫓으려고 하셨지만 내가 이번에 장모님을 구해드리면 SL에 날 남겨둔 것에 조금은 감사하지 않으실까?”

하현의 자조적인 말을 듣고 설은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설은아는 최희정의 사람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하현이 최희정을 구한다고 해도 최희정은 아마 조금도 감사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을 이런 곤경에 빠뜨리게 한 탓을 하현에게 퍼부을 가능성이 매우 짙다.

설은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최희정을 구출하지 못한 지금 상황에서 이런 생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설은아는 초조한 듯 눈썹을 찡그리며 하현에게 말했다.

“하현,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하현은 손가락으로 백미러를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누군가가 우릴 미행하고 있어.”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뭔가 손을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내심이 대단하군.”

하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붙잡고 있던 핸들을 갑자기 돌려 작은 길로 꺾어 들어갔다.

하현의 움직임을 감지한 듯 도성의 카지노 사진이 부착된 두 대의 벤츠 차량이 갑자기 쌩하고 무서운 기세로 쫓아왔다.

흑백의 조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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