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사진을 한 장 찍어 어디론가 보낸 뒤 액셀을 밟고 다시 차를 움직였다.“하현, 도대체 그들이 뭘 하려는 걸까?”“단순히 우리를 죽이기 위해서 저러는 거라면 우리 엄마는 이미 가망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얘길까?”설은아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너무 걱정하지 마.”하현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죽지 않는 한 장모님은 머리카락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실 거야.”“그들은 나를 상대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장모님을 이용하는 거야.” “하지만 내가 죽으면 장모님도 무사하시지 못할 거야.”“그러니 이제 아무 생각하지 말고 눈앞의 골칫거리부터 해결하자구.”말하는 동안에도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계속 백미러를 주시했다.앞서가던 도요타 자동차 선루프가 열리며 금발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그는 RPG 발사기를 메고 하현이 타고 있는 자동차를 겨냥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건 네 할아버지 몫이야!”하현은 순식간에 얼굴빛이 검붉어졌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차는 한쪽으로 쏠리며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일격을 피했다.“펑!”거대한 굉음이 대지를 들썩이며 울렸고 전방의 도로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움푹 패었다.마치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사방이 불길에 휩싸였다.설은아는 거의 정신을 놓을 지경이 되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녀는 요 며칠 동안 많은 정쟁과 암투를 보아왔지만 이렇게 살벌한 장면은 처음 목격했다.상대가 이렇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흉악한 방법을 써서 사람을 죽이려고 할 줄은 몰랐다!혹시라도 방금 그 폭격에 그들의 차가 당하기라도 했다면 하현과 설은아는 시신의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하현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도성은 다른 곳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은 순간이었다.이런 폭격기까지 동원해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이 지방의 세력은 도대체 어디까지 포악무도할 수 있단 말인가!하현은 원
도성 송산 빌리지.이곳은 산을 등지고 바다를 끼고 있었고 멀리 항성을 바라보는 빅토리아 항이 있어 진정한 부자동네라 일컫는 곳이었다.부자동네의 이름에 걸맞게 호화로운 별장들이 즐비하였다.어떤 별장도 수백억 이상의 가치가 있어 일반인들에게는 방문할 엄두도 나지 않는 곳이었다.카지노의 도시 도성 안에서도 가장 치안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었고 출입도 무척 엄격한 곳이었기 때문이다.하현은 베란다에 서서 빅토리아 항을 바라보며 깊이를 알 수 없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설은아는 담요를 꺼내 베란다로 나와 하현의 몸에 살포시 걸쳐 주었다.“하현, 밤바람이 차. 이제 안으로 들어가는 게 어때?”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담요를 들어 설은아의 몸에 걸쳐 주었다.“난 춥지 않아. 오히려 당신이 조심해야지. 절대 감기 걸리면 안 돼.”“당신 이번에 도성에 온 거 말이야. 장모님 일로만 온 거 아니지, 그렇지?”설은아는 순간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일을 솔직하게 말했다.“맞아. 내가 이번에 도성에 온 또 다른 목적은 장부를 조사하기 위해서야.”“정용이 자리에 있을 때 항성에 합법적인 카지노를 열었어.”“외부인이 도성에서 단독으로 카지노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정용은 도박왕의 넷째 아들과 합작했지.”“그런데 정용이 죽은 후 정 씨 집안의 아홉 번째 지부에 매달 입금된 돈은 그전에 비해 1%에도 못 미쳤어.”“이전에 사람을 보내 장부를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보낸 사람마다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그래서 내가 이번에 직접 도박왕의 넷째 아들을 만나보려고 해.”하현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지금까지 이 여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설마 이것이 성장의 대가란 말인가?설은아도 그제야 자신이 실언한 것을 알아차렸다.차가운 밤바람 속에 설은아와 하현은 침묵 속에 서로의 눈을 피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잠시 후
하현은 현지 택시를 불러 운전기사에게 특정 위치를 말한 뒤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불과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최희정의 납치 과정을 파악하게 되었다.최희정은 평소 출입할 때 여러 명의 보안 요원들을 대동하거나 눈에 띄지 않게 수행원을 동원했었다.하지만 3일 전 대형마트 화장실이었다.그곳은 보안 요원이 따라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최희정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사라졌고 보안 요원은 한참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설은아에게 상황을 보고한 것이었다.설은아는 많은 인력을 보내 그 쇼핑몰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하지만 하현은 화장실 출입구에 설치되어 있던 CCTV를 보고 바로 짐작이 가는 데가 있었다.최희정이 화장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소부가 청소차를 끌고 화장실로 들어갔다.하현은 최희정이 청소부에게 둔기로 맞은 뒤 기절을 했고 그 후 청소차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의심을 하고 있었다.그 청소부를 확인해 보니 사고가 나기 보름 전에 입사한 신입이었고 최희정의 사건이 일어난 후 청소부도 종적을 감추었다고 했다.청소부의 신원을 추적해 보았지만 조그마한 단서조차 찾지 못했다. 이 일을 꾸민 사람은 분명 최희정의 평소 행동 스타일과 동선에 대해 이미 오랫동안 파악해 온 것이 분명했다.오랫동안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티끌만 한 단서조차 남기지 않은 채 감쪽같이 최희정을 납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이렇게 치밀하게 계획하였으니 꼬리를 잡힐 만한 단서가 있을 리 만무했다.심지어 유일한 단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최희정이 납치된 후 상대가 보낸 사진이었다.요 며칠 하현은 사람들을 시켜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한 결과 확실한 것은 최희정이 갇힌 곳이 도성에 새로 생긴 천계 조이팰리스라는 것이다.천계 조이팰리스는 도성에서 새로 개발된 구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전체 오락시설의 건설 비용은 수 조원에 달하며 조이펠리스 내에는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오락시설이 들어 있을 정
순간 하현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최희정이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연경 방 씨 집안 방재인을 만날 줄이야!우연인가? 아니면 누군가 교묘하게 계획한 것인가?하현의 마음속에 의문의 회오리가 휘몰아쳤지만 그는 겉으로 태연한 척하며 짐짓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아, 너였구나.”“어쩜 이런 우연이 있어? 이런 데서 다 만나다니. 아, 그런데 오늘 내가 일이 좀 있어서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하도록 해.”하현이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하자 방재인은 하현의 손을 잡고 놓지 않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생명의 은인 오빠, 나 아직 오빠 이름도 모른단 말이에요!”“난 방재인이에요!”방재인은 애교 섞인 웃음을 띠며 하현의 얼굴에 바짝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대었다.하현은 싱그러운 젊음의 기운이 코끝으로 물씬 풍겨와 견딜 수가 없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놓으며 뒷걸음질쳤다.“방재인,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니 날 그냥 하현이라고 부르면 돼. 그리고 자꾸 생명의 은인, 생명의 은인 그러지 마. 누가 보면 우리 둘 사이에 엄청난 사연이라도 있는 줄 알겠어.”하현의 말을 듣고서 방재인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오빠가 부르라는 대로 부를게요.”“하지만 참 이상하죠. 그때 오빠가 날 구해준 이후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오빠를 찾으려고 수소문해 봐도 찾을 수가 없었는데 오늘 여기서 딱 만날 줄은 몰랐어요!”“여기 사세요?”“난 카지노 사업에 대해 얘기 좀 하려고 연경에서 넘어왔어요. 바로 천계 조이팰리스 위에 있는 로열 스위트룸에 묵고 있어요.”“나랑 같이 올라가서 얘기도 나누고 밥도 먹어요. 제가 살게요.”방재인은 아주 열정적이었다.보아하니 하현을 만나 아주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하현은 원래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방재인이 로열 스위트룸에 머문다는 말을 듣고 눈을 번쩍이며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정중하게 청하니 뭐,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가서 한잔해.”“한 잔? 아니면
전화를 끊은 후 방재인은 미안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하현 오빠, 오늘은 한잔할 수 없게 되었어요. 제가 직접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생겼거든요.”하현은 방재인이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 이미 그녀에게 긴급한 일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무슨 일이야? 말해 봐.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하현은 방재인에 대한 인상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비록 방재인은 방현진의 여동생이지만 잠시 거드는 것이라면 도와주고 싶었다.방재인은 잠시 멈칫하다가 결국 하현을 데리고 로열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하현에게 물을 한 잔 따라준 후에야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렇게 큰일은 아니에요.”“제가 회사를 차렸어요. 수출입 업무를 하는 회사예요.”“이번에 고급 홍차를 도성에 팔기 시작했어요.”“오빠도 알겠지만 도성은 역사적인 요인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홍차를 유달리 좋아해요. 그래서 도성에서 홍차가 잘 팔리죠.”“이번에 우리와 계약한 회사는 도성 카지노와 그 산하 작은 상인들이에요.”“계약하고 나서 초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들도 선지급으로 대금의 30%를 잘 지불했구요.”“그런데 지금 잔금을 결제할 때가 되자 그들은 우리가 도성에 가져온 홍차가 불량이었다며 시비를 걸고 있어요. 그들은 잔금을 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계약금의 10배를 배상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요.”“그 일로 제가 도성에 온 거였어요. 하지만 제가 여기 오기 전 파견한 우리 직원 둘을 그쪽에서 억류했대요.”“제가 오늘 세 번째 직원을 파견했어요. 대금을 요구할 생각도 없었어요. 단지 그들이 이전에 억류했던 직원을 풀어주길 바랄 뿐이었어요. 그런데 직원이 또 억류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여기까지 말하고 나자 방재인은 비로소 지친 기색을 보였다.하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방재인이 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이해했음을 표시했다.그는 방재인이 사기를 당했음을 직감했다.이런 사기는 수출입 사업, 특히
누군가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자 수십 명의 선글라스 사나이들이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로 쳐다보며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방재인은 선글라스 사나이들을 무시하고 하현을 데리고 그대로 창고 안으로 직진했다.창고에는 대하인 스타일의 옷을 입은 십여 명의 남녀가 자유를 억압당한 채 삼엄한 경계에 둘러싸여 있었다.꽃무늬 셔츠에 건들건들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가 시가를 피우며 뒤에 있는 진열대를 가리키더니 껄렁한 말투로 말했다.“이봐, 당신이 우리한테 준 물건이 이게 뭐야?!”“전부 썩은 내가 진동하는 찻잎이잖아! 이런 걸 우리더러 어떻게 팔라는 거야?”“우리가 이걸 발견하기 전에 이미 고객들한테 인계했는데 그 고객들이 지금 우리한테 와서 배상하라고 난리야!”“당신 회사 정말 못돼먹었어! 처음으로 우리와 거래를 하면서 이런 조잡한 물건을 취급하고 우릴 속일 생각을 하다니, 누굴 바보로 아는 거야?”“다들 죽고 싶어 환장한 거야, 어?”“당신네 방 사장인지 뭔지 얼른 달려오라고 해. 오늘 우리한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당신들 손발을 모조리 잘라서 저 바다로 던져 물고기밥이 되게 할 테니까!”남자가 말을 하는 동안에도 십여 명의 남자들은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뽑아들고 숫돌에 다듬기 시작했다.말 그대로 눈앞에서 무시무시한 협박을 퍼붓고 있는 셈이었다.“화 사장님, 이렇게 하시면 재미없죠, 안 그래요?”“사업상 무슨 문제가 있으면 나랑 다 얘기하시죠.”“내 직원을 붙잡고 손발을 자르겠다, 물고기밥이 되게 만들겠다 협박하면서 일을 크게 만들지 마시죠. 제가 신고하길 바라기라도 하시는 거예요?”방재인은 성큼성큼 앞으로 나와 직원들 앞을 가로막고 서서 서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녀는 오는 차 안에서 이미 하현에게 찻잎에 대해 다 말해 주었다.그녀가 수출하는 찻잎은 모두 외할아버지의 차밭에서 재배한 찻잎으로 품질이 아주 좋을 뿐만 아니라 색감도 선명했다.공정 과정을 다 처리한 찻잎은 최소 10년 이상도 보관
꽃무늬 셔츠의 남자가 말을 마치자 주위에 있던 수십 명의 남자들이 모두 몰려와 사나운 얼굴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방재인을 쳐다보았다.여차하면 사람을 잡아먹을 기세였다.방재인은 안색이 변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화 사장님, 그 말 진심이세요?”“허, 진심이냐니! 이것보다 더 진심일 수는 없을 만큼 진지하게 한 말이에요. 내가 사장님을 속인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어요!”꽃무늬 셔츠의 남자가 맹세하듯 말했다.“하지만, 사장님이 한 모금이라도 내뱉는다면 아마도 사장님 직원들조차도 나한테 배상해야 할 겁니다!”그 말에 주위에 병풍처럼 늘어서 있던 남자들도 의미심장한 냉소를 터뜨렸고 하나같이 모두 방재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시건방진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방재인은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고 구역질을 참아가며 찻잔을 움켜쥐고 마시려 했다.바로 그 순간 하현이 찻잔을 바닥에 엎어버렸다.“덩치고 크고 말만 한 남자들이 나이 어린 아가씨를 괴롭히다니 이 무슨 볼썽사나운 짓입니까?”“게다가 20년이나 된 묵은 찻잎을 가지고 와서 사람을 이런 함정에 빠뜨리다니 당신들 낯짝이 부끄럽지도 않아요?”하현은 마스크를 쓴 채 큰 소리로 말하며 방재인의 앞을 가로막고는 차갑고 냉철한 표정으로 남자들을 쳐다보았다.순간 딱딱하게 굳어 있던 방재인의 얼굴에 긴장이 풀렸다.그녀는 구역질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가만히 찻잔을 살펴본 후에야 일어서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맞아요. 이 차는 적어도 20년도 더 된 거예요. 내가 당신들에게 팔았던 새 차는 이게 아니에요.”“화 사장님, 저는 사장님과 거래를 하며 진심으로 대했는데 사장님은 물건을 받은 후에 차를 바꿔치기해 날 속이려 들고 있어요. 정말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하현과 방재인의 말을 듣고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방 사장님, 사장님이 보낸 차가 새것이라고 했어요? 정말 새 차 맞아요?”“그럼 우리가 받은 이 찻잎은 뭐예
”퍽!”하현의 몸은 번개처럼 날쌔고 빠르게 날아와 손바닥으로 남자를 한 대 후려쳤다.“제대로 얘기 좀 해 볼까?”“퍽ㅡ”“이 찻잎이 어떻게 된 일인지 당신 정말 몰라?”“퍽ㅡ"“아직도 변상하라는 말을 할 용의가 있는 거야? 당신 정말 이 도성에서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정신을 못 차리도록 몇 대를 얻어맞게 되자 꽃무늬 셔츠의 남자는 정신이 멍한 모양이었다.하현은 그의 멱살을 움켜쥐고 그를 들어올렸다.꽃무늬 셔츠의 남자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다.“당신, 감히 날 때리다니, 내가 누군지 알아?”“난 도성 화 씨 가문 사람이야!”“날 이렇게 건드린 건 우리 화 씨 집안을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야.”“그건 도성 전체를 건드린 꼴이 되는 거야.”“이 자식, 당신 이제 죽었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가족도 이미 죽은 목숨이야!”“당신은 우리가 저 바다에 던져 물고기밥이 되게 할 것이고 당신 뒤에 있는 저 여자는 환락가에 버려져 손님이나 받을 처지가 될 거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비참한 삶을 살 거라구. 하, 하하하.”하현에게 그렇게 두들겨 맞았어도 꽃무늬 셔츠의 남자는 여전히 오만불손한 표정을 지으며 도발했다.어쨌든 도성에서 화 씨 집안은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집안이라는 의미였다.“도성 화 씨 집안, 좋아.”하현은 잡고 있던 남자의 멱살을 뿌리치며 담담하게 손을 털었다.“당신이 이렇게 허풍을 떠니 나도 기회를 안 줄 수 없지. 나중에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하지 마.”“지금 당장 당신 사람들을 부를 기회를 주지.”“당신이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하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꽃무늬 셔츠의 남자를 발로 걷어차 바닥에 넘어뜨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다.그때 비로소 정신을 차린 방재인이 초조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다가왔다.“하현 오빠, 도성에서 화 씨 집안을 건드리면 아주 심각한 후환을 당할 수도 있어요. 하현...”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