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방망이가 나오자 집법당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흥분한 표정이었다. 육원미는 더욱 기분 나쁘게 웃으며 말했다. “하현, 넌 끝이야. 끝장이야!”“개 방망이는 우리 스승님을 대표해. 집법당 당주님의 절대적인 의지야!”“네가 감히 반항한다면 용문의 백만 자제들은 모두 널 벌할 수 있어!”육원미가 보기에 하현은 대단했지만 육성수는 이미 전신급이었다. 게다가 개 방망이는 법 집법당의 절대적인 의지를 대표했다. 지금 이 순간 하현이 감히 반항할 수 있겠는가?그가 감히 반항한다면 죽어도 묻힐 곳이 없을 것이다. 왕화천도 더없이 안 좋은 기색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회장님, 이 개 방망이는 진짜일 거예요. 우리 용문 규정에 따르면 지회장님이라도 이 개 방망이를 보면 무릎을 꿇고 절을 해야 해요.”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용인서도 나를 무릎 꿇게 할 수 없는데 이 개 방망이가 그런 자격을 가졌다고?”“너 농담하는 거야?”왕화천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그는 하현과 맞붙은 적이 있었기에 이 젊은 지회장이 여태껏 과장해서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설마 용문주조차 그를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인가!?육성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하고 이때 그는 개 방망이를 들고 앞으로 나가 차갑게 말했다. “하씨, 개 방망이를 만난 건 당주님을 만난 것과 같아. 너 무릎 꿇지 않으면 죽어!”“그렇지 않으면 넌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을 거야!”“그리고 너희 용문 자제들도 여태 무릎을 안 꿇은 거야? 너희들 죽고 싶어!?”이 말이 나오자 장내의 용문 자제들은 하나같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다리에 힘이 풀려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하현은 용문 집법당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평범한 용문 자제들의 눈에 집법당은 너무 높아 무릎을 꿇지 않을 수가 없었다!“모두 똑바로 서. 하나라도 무릎 꿇지 마!”하현은 냉담한 기색이었다. “개 방망이가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야.”“오늘 밤 그들은 나를 겨냥해서 왔어.”“너희들은 연극을 보고 있으면 돼!”“하현, 이 지경이 됐는데도 거드름을 피우다니, 너 정말 세 발 고양이 솜씨로 네가 대 고수라고 생각하는 거야!?”“오늘 전신의 손에 죽을 수 있는 것도 너에겐 영광이야!”육성수는 말을 마치고 앞을 향해 돌진해 나갔다. 손에 있던 개 방망이를 들고 휘두르자 순간 하늘 높이 날아올라 비할 데 없이 무서웠다. 동시에 개 방망이에서 이따금씩 처량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이 개 방망이에 맞아 죽었던 원혼들이 우는 소리 같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해괴해 놀라는 모습이었다. 특별히 용문 자제들은 개 방망이의 갖가지 소문이 떠올랐고 이때 모두 공포가 극에 달했다. 곧 그들은 하현이 꼼짝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 모습은 마치 개 방망이로 정신과 기력이 눌린 것처럼 보였다. 진주희와 조남헌은 순간 안색이 변해 앞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자신들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용문 자제들도 늪에 빠진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들 자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히 하현의 상황도 이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육원미는 얼굴에 온통 비아냥거리는 기색이었다. 하현은 완전히 망했다. 정말 망했다. 그들과 맞서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을 부르는 것이다! 육성수도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하현, 기억해. 오늘 개 방망이에 죽을 수 있다니, 너에게 영광이네.”“시끄러워.”바로 이때 시큰둥하고 차가운 냉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육성수는 잠시 멍해지더니 마음 속에 일종의 믿을 수 없는 느낌이 떠올랐다. 그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하현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 순간, 육성수는 눈꺼풀이 뛰고 안색이 굳어졌다. 하현이 개 방망이에 눌린 거 아니었나?뜻밖에도 자기 앞으로 오다니!?자기가 너무 약한가? 아니면 상대가 너무 강한
육성수는 단지 자신이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하현의 얼굴을 가격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라 생각했다.어쨌든 자신도 용문의 당당한 집법당 수제자이니만큼 그 정도의 자신감과 실력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퍽퍽!”하현은 쓸데없는 말을 섞는 대신 육성수를 향해 사정없이 두 손을 휘갈겼다.“그래, 내가 때렸어. 그래서 어쩔 거야?”육성수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울상이 되어 펄쩍펄쩍 뛰며 말했다.“당신, 정말...”“왜? 덤벼들기라도 할 거야? 당신이 대들면 난 가만히 있을 것 같아?”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담담하게 오른손 검지를 들어 까딱였다.“자, 덤벼, 당신한테 기회를 주지.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봐.”하현이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육성수는 눈썹을 일그러뜨렸다.그리고 순간 그는 갑자기 땅에서 펄쩍 뛰어올라 있는 힘을 다해 분노를 폭발했다!“하현, 당신한테 이 몸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려줘야겠군!”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육성수의 손에 있던 개 방망이가 온통 푸른빛을 뿜어내며 바로 앞을 향해 휙휙 날아왔다.푸른빛이 음영을 이루며 마치 먹물처럼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어 혼을 빼놓았다.진주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지회장님, 조심하세요.”“펑.”육성수가 휘두르는 개 방망이가 자신의 몸에 닿기도 전에 하현은 육성수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육성수는 전쟁의 신이라 불릴 만한 실력이니만큼 지금 이대로 전력을 다해 싸운다면 힘으로 보나 속도로 보나 충분히 하현을 제압할 수 있어야 했다!하지만 하현의 발길질 한 방에 육성수는 그대로 나가떨어져 죽은 개처럼 날아가 버렸다.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었고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었다.하현의 이 한 방은 너무도 강력했다.육성수는 마치 자신이 장갑차와 부딪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반격이어서 그대로 날아가 버릴 수밖에 없었다.“풀썩.”공중에 붕 떴다가 땅에 철퍼덕 떨어지는 순간 육성수의 입에서는 분수처럼 피가 뿜어
“차라리 날 죽여! 하현, 당신은 날 죽일 능력이 있잖아!”자신을 쓰레기라고 부르는 말에 육성수는 험상궂은 얼굴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육성수 같은 사람에게는 쓰레기 취급을 당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더 처참한 일이었다.하현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 난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니까.”“오늘 이렇게 좋은 날 내 근거지에서 사람이 죽어서야 되겠어? 그 얼마나 불길한 일이야, 안 그래?”“다만 죽을죄는 면할 수 있지만 편안하게 살아 있을 수는 없지!”하현은 손을 털며 담담하게 돌아섰다.“그래서 당신은 이제 사지가 다 망가진 거야.”하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조남헌이 음흉하게 웃으며 사람들 속을 헤치고 나와 집법당의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물에 빠진 개를 호되게 두들겨 패는 데는 누가 보더라도 조남헌이 제일이었다.그는 천성적으로 이런 일에 타고났다.“안 돼, 안 돼!”육원미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하현, 하 지회장님. 제 스승님을 대신해 제가 오늘 명령을 전하러 왔어요!”“제 스승님은 용문 집법당의 당주이십니다. 스승님의 명령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하현은 돌아서며 무덤덤하게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뜸들이지 말고 어서 해.”육원미는 재빨리 편지 한 장을 꺼내 펼치며 큰소리로 말했다.“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용문의 대구 지회장 자리에서 자진해 내려오라고 하셨어요. 당신 같은 외부인은 이 자리를 이을 자격이 없다고 하시며 당신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조만간 용문의 대구 지회장을 이어갈 사람을 보낼 것이라고 하셨구요.”“당신이 이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용문을 거스르는 것이며 용문의 백만 자제들을 거스르는 일이 됩니다!”“퍽!”“우리 지회장님을 협박해?”조남헌은 앞으로 나와 육원미가 들고 있던 편지를 가로채 갈기갈기 찢고는 육원미를 향해 뺨을 한 대 갈겼다.하현은 조남헌의 행동을 묵묵히 지켜보다
”여러분,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건의할 말이 있거든 얼마든지 하세요. 여러분들의 의견을 착실하게 이행할 생각이니까.”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조남헌과 진주희는 서로 마주 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용문에서 젊은 세대에 속한다.장로회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오늘 처음 듣는 얘기였다.이런 마당에 그들이 어떤 의견을 말할 수 있으랴.그러나 왕화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회장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첫 번째는 지회장님이 친히 무성에 가서 장로회를 만나 석고대죄를 하는 것입니다. 4대 장로가 체면을 중시하는 성격이라는 전언이 있으니 지회장님이 굴복하기만 하면 이 일은 그냥 지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왕화천에게 계속하라고 눈짓했다.왕화천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두 번째, 용문주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용문주 사람들과 4대 장로 사람들이 몇년 전부터 서로 적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잖습니까? 많은 일들이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칼을 들이대고 있었죠.”“용문주의 지지가 있는 한 4대 장로도 당분간 지회장님을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하현은 왕화천의 말에 솔깃해하며 말했다.“용문 내부가 두 파로 나뉘었다는 말입니까?”“용문주파와 4대 장로파?”“4대 장로가 권력과 이권을 놓고 용문 주인과 다툴 능력이 됩니까?”왕화천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지회장님은 모르시겠지만 4대 장로는 수완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역량이나 인맥, 배경은 모두 용문주와 견줄 만합니다.”“특히 4대 장로는 그 당시에 고생한 공로가 높고 대하 고위층 거물들을 구하기도 했습니다.”“이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용문 내부에 세력을 만들었고 용문주와 맞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그리고 그들은 집법당 작은 당주를 도와 그를 용문의 2인자로
이튿날 아침 하현의 말이 용문에 퍼졌다.선언과도 같은 하현의 말이 전해지자 사방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용문 대구 지회 사람들을 제외한 용문의 다른 서른다섯 개 지회들은 하현이 미쳤다고 생각했다.이제 막 부임한 지회장이 저런 큰소리를 치고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 만도 했다.하현의 선언은 다름 아닌 장로회와 집법당을 건드린 것이었다.이 일은 배짱을 부릴 만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하마터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얼마 되지 않아 무성에 있는 4대 장로 중 한 명이 화가 나서 값나가는 귀중한 찻잔을 그 자리에서 부숴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집법당에서는 군대를 파견하여 이 하극상의 주인공인 지회장을 끌어내리려고 준비를 했다.밖이 떠들썩한 와중에 하현은 초조한 마음을 안고 급히 향산 1호 별장으로 돌아갔다.별장에 들어서자마자 설은아와 설유아 두 사람이 초조한 표정으로 거실을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설재석도 창백한 얼굴로 손에 든 편지 한 통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야?”하현은 물 한 잔도 마실 겨를 없이 얼른 물었다.“하현,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겼대. 방금 그놈들이 당신 이름을 대며 이 편지를 당신한테 전해주라고 했어. 만약 당신이 이 편지 내용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 엄마를 죽일 거라고 했어.”설은아는 다급하게 말하며 설재석이 들고 있던 편지를 가져와 하현에게 건넸다.편지 봉투에는 최희정이 두 손이 묶인 채 의자에 포박되어 있는 사진도 함께 들어 있었다.사진 속 배경은 불빛이 환하게 밝혀진 도시였다.하현은 사진 속에 보이는 몇 개의 상징적인 건물들을 바라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도성!?”“맞아, 도성이야!”설은아가 사진 속의 글자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놈이 말했어. 3일 안에 당신이 혼자 도성으로 가지 않으면 엄마는 바로 죽은 목숨이 될 거라고.”“하현, 이
어두컴컴한 차 안, 하현에게는 꽤 낯이 익은 인물이 앉아 있었다.만약 하현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아마도 바로 누군지 알아봤을 것이다.차장 안의 남자는 군용 망원경을 들어 하현 일행을 바라보다 아무 감정도 담지 않은 건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성에 온다는 소식이 과연 틀리지 않았군.”“정해진 대로 하면 되겠어.”“이번에 하현은 섬나라 사람들의 미움을 산 것도 모자라 용문 내부의 사람들한테도 미움을 샀어.”“연경 사람들에게도 미움을 샀고 말이야.”“여기저기서 모두 그가 죽기를 바라고 있는데, 그가 살 수 있을지 어떨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구.”말이 끝나자 어두컴컴한 차창 속 남자는 손짓을 했다.벤츠는 천천히 시동을 걸어 도성의 꽉 막힌 거리로 빠르게 사라졌다....30분 후 하현은 직접 도요타 엘파를 몰고 도성 공항을 빠져나갔다.대구 쪽에는 그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용문의 일뿐만 아니라 천일 그룹 일, 그리고 신당류의 일 모두 그의 소관이었다.설은아가 초조한 마음으로 제일 먼저 도성에 왔으니 하현은 굳이 오지 않아도 될 법도 했다.하지만 그는 최희정이 생포되어 인질이 된 일은 그 무엇보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다행히 대구 정 씨 집안에는 도성에 지사와 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게 준비될 수 있었다.그 덕분에 그들이 쓸 차량과 머물 숙소는 이미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하현은 대구 정 씨 집안에서 도성에 사람을 파견해 그들을 수행하겠다는 제안을 안전상의 이유로 완곡히 거절했다.“하현, 그놈들이 왜 우리 엄마를 납치했을까? 게다가 3일 안에 왜 이 도성으로 우릴 오라고 했을까?”설은아는 상대의 의중을 알 수 없어 답답한지 연신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그녀는 하현이 세자 신분임을 잘 알고 있었고 천일 그룹이 상장하는 일도 겪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하현을 목표물로 했다면 그건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왜 최희정을 노렸는지 그녀로서
설은아의 곱상한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그녀는 이제 더 이상 마냥 밝고 곱기만한 숙녀가 아니라 대구 정 씨 집안 아홉 번째 분가의 안주인이었다.인질범들이 최희정을 납치한 배경에 대해 하현이 설명한 것을 듣고 그녀는 자신이 너무 충동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우선 하현에게 이 일을 먼저 맡긴 다음 자신이 나섰다면 최희정을 구할 확률이 더 커졌을 것이다.생각이 이에 미치자 설은아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내가 너무 성급하게 행동해서 미안해...”하현은 손을 들어 설은아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당신과 난 부부야, 미안하다는 말은 해서 뭐해, 안 그래?”“게다가 장모님이 아무리 나한테 나쁘게 하셨어도 내 장모님이셔.”“비록 장모님이 날 SL 문밖으로 내쫓으려고 하셨지만 내가 이번에 장모님을 구해드리면 SL에 날 남겨둔 것에 조금은 감사하지 않으실까?”하현의 자조적인 말을 듣고 설은아는 쓴웃음을 지었다.설은아는 최희정의 사람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번에 하현이 최희정을 구한다고 해도 최희정은 아마 조금도 감사하지 않을 것이다.오히려 자신을 이런 곤경에 빠뜨리게 한 탓을 하현에게 퍼부을 가능성이 매우 짙다.설은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최희정을 구출하지 못한 지금 상황에서 이런 생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설은아는 초조한 듯 눈썹을 찡그리며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하현은 손가락으로 백미러를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누군가가 우릴 미행하고 있어.”“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뭔가 손을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내심이 대단하군.”하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붙잡고 있던 핸들을 갑자기 돌려 작은 길로 꺾어 들어갔다.하현의 움직임을 감지한 듯 도성의 카지노 사진이 부착된 두 대의 벤츠 차량이 갑자기 쌩하고 무서운 기세로 쫓아왔다.흑백의 조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