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컥______”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옥 같아 보이지만 옥은 아닌 이 영패를 밟아 가루로 만든 후 웃으며 말했다. “너도 나에게 손 댈 자격이 있어?”“세 발 고양이 솜씨로!?”하현이 자신의 영패를 밟아 부수는 것을 보고 육원미는 벌컥 화를 내며 예쁜 얼굴이 싸늘해졌다. “하현, 너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구나. 죽으려고 작정을 했네!”육원미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빼 들고 몸을 움직이며 앞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속도는 매우 빨랐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왕화천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지회장님, 조심하세요!”하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앞쪽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퍽______”쟁쟁한 소리와 함께 육원미는 하현에게 뺨을 맞자 예쁜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떠올랐고, 몸은 날아가 술상을 내리쳤다. 순간 술상이 부서지자 술과 음식들이 난잡하게 어질러졌고 육원미의 하얀 옷은 전부 술과 음식으로 뒤덮여 상당히 난처한 상태가 되었다. 육원미는 움찔했고 입가에는 피가 흘렀다. 그곳은 온통 깜짝 놀라 숨을 헐떡이는 소리로 가득 찼다. 특히 하현을 쳐다보는 용문 자제들은 흠모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용문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만이 용문 집법당에 가입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심지어 용문 집법당에서 아무나 한 제자를 보내면 36 지회장을 진압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그런데 지금 딱 봐도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해 보이는 육원미가 하현을 건드리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에게 뺨을 맞고 날아가다니!?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하현이 그렇게 센가?육원미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집법당 하늘의 미녀라고 불리며 줄곧 용문 자제들에게 아주 포악하고 잔학하게 굴었다. 지회장들도 그녀와 겨룰 때 서너 수도 못 가서 지고 말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금 아주 쉽게 한 대 얻어맞고 죽은 개처럼 된 것인가!?답답하다!괴롭다!지금 그녀는
육원미 아주 극도로 난처해졌다. 그녀는 기세등등하게 와서 하현에게 문제를 일으키려고 했었다. 거기다 하현 스스로 사지를 자르고 그녀와 같이 돌아가 해명을 하게 하려고 했었다. 결국 그녀는 하현의 옷자락 하나 건들지 못하고 하현에게 걷어차여 이를 찾아 헤맸다. 그녀 자신도 눈앞의 이 광경을 믿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육성수도 경악을 금치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육원미의 실력은 육성수보다 못했지만 고수였다. 그런데 하현을 상대할 때 이렇게까지 약하다니?“그는 병왕급 중에서도 최고의 고수인데!?”이때 육성수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직접 앞으로 나가 음침한 기색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 그가 방현진에게서 얻은 자료에 따르면 하현은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이 일을 함부로 맡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하현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그는 병왕급 중에서도 최고의 고수일 것으로 의심이 된다. 같이 따라왔던 몇 명의 집법당 자제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이렇게 젊은 나이의 병왕급 중에서도 최고 고수, 전신급과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건가?이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운 천부적인 재능인가!특히 육원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지만 육성수가 이렇게 말한 이상 절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어쩐지 상대가 아무렇게나 손을 써서 자신을 날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라니, 너무 무섭다!자부심이 강해 지려고 하지 않는 육원미의 얼굴엔 비할 데 없이 쓸쓸한 기색이었다. 원래 하현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상대의 눈에 자신이 어릿광대로 비쳐지게 될 줄은 몰랐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병왕급? 허……”소위 병왕, 소위 전신이라 불리는 것은 전부 하현의 가르침에서 나온 것일 뿐이었다. 그래서 육성수의 평가에 그는 응하기도 귀찮았다. “보아하니 우리가 너를 우습게 본 것 같네. 어쩐지 용 도련님과 방 아가씨가 너에게 손해를 봤더라니, 근데 그래서 뭐 어쩌겠어?”육성수는 심호흡을
개 방망이가 나오자 집법당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흥분한 표정이었다. 육원미는 더욱 기분 나쁘게 웃으며 말했다. “하현, 넌 끝이야. 끝장이야!”“개 방망이는 우리 스승님을 대표해. 집법당 당주님의 절대적인 의지야!”“네가 감히 반항한다면 용문의 백만 자제들은 모두 널 벌할 수 있어!”육원미가 보기에 하현은 대단했지만 육성수는 이미 전신급이었다. 게다가 개 방망이는 법 집법당의 절대적인 의지를 대표했다. 지금 이 순간 하현이 감히 반항할 수 있겠는가?그가 감히 반항한다면 죽어도 묻힐 곳이 없을 것이다. 왕화천도 더없이 안 좋은 기색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회장님, 이 개 방망이는 진짜일 거예요. 우리 용문 규정에 따르면 지회장님이라도 이 개 방망이를 보면 무릎을 꿇고 절을 해야 해요.”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용인서도 나를 무릎 꿇게 할 수 없는데 이 개 방망이가 그런 자격을 가졌다고?”“너 농담하는 거야?”왕화천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그는 하현과 맞붙은 적이 있었기에 이 젊은 지회장이 여태껏 과장해서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설마 용문주조차 그를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인가!?육성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하고 이때 그는 개 방망이를 들고 앞으로 나가 차갑게 말했다. “하씨, 개 방망이를 만난 건 당주님을 만난 것과 같아. 너 무릎 꿇지 않으면 죽어!”“그렇지 않으면 넌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을 거야!”“그리고 너희 용문 자제들도 여태 무릎을 안 꿇은 거야? 너희들 죽고 싶어!?”이 말이 나오자 장내의 용문 자제들은 하나같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다리에 힘이 풀려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하현은 용문 집법당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평범한 용문 자제들의 눈에 집법당은 너무 높아 무릎을 꿇지 않을 수가 없었다!“모두 똑바로 서. 하나라도 무릎 꿇지 마!”하현은 냉담한 기색이었다. “개 방망이가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야.”“오늘 밤 그들은 나를 겨냥해서 왔어.”“너희들은 연극을 보고 있으면 돼!”“하현, 이 지경이 됐는데도 거드름을 피우다니, 너 정말 세 발 고양이 솜씨로 네가 대 고수라고 생각하는 거야!?”“오늘 전신의 손에 죽을 수 있는 것도 너에겐 영광이야!”육성수는 말을 마치고 앞을 향해 돌진해 나갔다. 손에 있던 개 방망이를 들고 휘두르자 순간 하늘 높이 날아올라 비할 데 없이 무서웠다. 동시에 개 방망이에서 이따금씩 처량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이 개 방망이에 맞아 죽었던 원혼들이 우는 소리 같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해괴해 놀라는 모습이었다. 특별히 용문 자제들은 개 방망이의 갖가지 소문이 떠올랐고 이때 모두 공포가 극에 달했다. 곧 그들은 하현이 꼼짝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 모습은 마치 개 방망이로 정신과 기력이 눌린 것처럼 보였다. 진주희와 조남헌은 순간 안색이 변해 앞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자신들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용문 자제들도 늪에 빠진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들 자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히 하현의 상황도 이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육원미는 얼굴에 온통 비아냥거리는 기색이었다. 하현은 완전히 망했다. 정말 망했다. 그들과 맞서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을 부르는 것이다! 육성수도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하현, 기억해. 오늘 개 방망이에 죽을 수 있다니, 너에게 영광이네.”“시끄러워.”바로 이때 시큰둥하고 차가운 냉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육성수는 잠시 멍해지더니 마음 속에 일종의 믿을 수 없는 느낌이 떠올랐다. 그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하현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 순간, 육성수는 눈꺼풀이 뛰고 안색이 굳어졌다. 하현이 개 방망이에 눌린 거 아니었나?뜻밖에도 자기 앞으로 오다니!?자기가 너무 약한가? 아니면 상대가 너무 강한
육성수는 단지 자신이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하현의 얼굴을 가격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라 생각했다.어쨌든 자신도 용문의 당당한 집법당 수제자이니만큼 그 정도의 자신감과 실력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퍽퍽!”하현은 쓸데없는 말을 섞는 대신 육성수를 향해 사정없이 두 손을 휘갈겼다.“그래, 내가 때렸어. 그래서 어쩔 거야?”육성수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울상이 되어 펄쩍펄쩍 뛰며 말했다.“당신, 정말...”“왜? 덤벼들기라도 할 거야? 당신이 대들면 난 가만히 있을 것 같아?”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담담하게 오른손 검지를 들어 까딱였다.“자, 덤벼, 당신한테 기회를 주지.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봐.”하현이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육성수는 눈썹을 일그러뜨렸다.그리고 순간 그는 갑자기 땅에서 펄쩍 뛰어올라 있는 힘을 다해 분노를 폭발했다!“하현, 당신한테 이 몸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려줘야겠군!”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육성수의 손에 있던 개 방망이가 온통 푸른빛을 뿜어내며 바로 앞을 향해 휙휙 날아왔다.푸른빛이 음영을 이루며 마치 먹물처럼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어 혼을 빼놓았다.진주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지회장님, 조심하세요.”“펑.”육성수가 휘두르는 개 방망이가 자신의 몸에 닿기도 전에 하현은 육성수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육성수는 전쟁의 신이라 불릴 만한 실력이니만큼 지금 이대로 전력을 다해 싸운다면 힘으로 보나 속도로 보나 충분히 하현을 제압할 수 있어야 했다!하지만 하현의 발길질 한 방에 육성수는 그대로 나가떨어져 죽은 개처럼 날아가 버렸다.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었고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었다.하현의 이 한 방은 너무도 강력했다.육성수는 마치 자신이 장갑차와 부딪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반격이어서 그대로 날아가 버릴 수밖에 없었다.“풀썩.”공중에 붕 떴다가 땅에 철퍼덕 떨어지는 순간 육성수의 입에서는 분수처럼 피가 뿜어
“차라리 날 죽여! 하현, 당신은 날 죽일 능력이 있잖아!”자신을 쓰레기라고 부르는 말에 육성수는 험상궂은 얼굴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육성수 같은 사람에게는 쓰레기 취급을 당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더 처참한 일이었다.하현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 난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니까.”“오늘 이렇게 좋은 날 내 근거지에서 사람이 죽어서야 되겠어? 그 얼마나 불길한 일이야, 안 그래?”“다만 죽을죄는 면할 수 있지만 편안하게 살아 있을 수는 없지!”하현은 손을 털며 담담하게 돌아섰다.“그래서 당신은 이제 사지가 다 망가진 거야.”하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조남헌이 음흉하게 웃으며 사람들 속을 헤치고 나와 집법당의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물에 빠진 개를 호되게 두들겨 패는 데는 누가 보더라도 조남헌이 제일이었다.그는 천성적으로 이런 일에 타고났다.“안 돼, 안 돼!”육원미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하현, 하 지회장님. 제 스승님을 대신해 제가 오늘 명령을 전하러 왔어요!”“제 스승님은 용문 집법당의 당주이십니다. 스승님의 명령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하현은 돌아서며 무덤덤하게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뜸들이지 말고 어서 해.”육원미는 재빨리 편지 한 장을 꺼내 펼치며 큰소리로 말했다.“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용문의 대구 지회장 자리에서 자진해 내려오라고 하셨어요. 당신 같은 외부인은 이 자리를 이을 자격이 없다고 하시며 당신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조만간 용문의 대구 지회장을 이어갈 사람을 보낼 것이라고 하셨구요.”“당신이 이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용문을 거스르는 것이며 용문의 백만 자제들을 거스르는 일이 됩니다!”“퍽!”“우리 지회장님을 협박해?”조남헌은 앞으로 나와 육원미가 들고 있던 편지를 가로채 갈기갈기 찢고는 육원미를 향해 뺨을 한 대 갈겼다.하현은 조남헌의 행동을 묵묵히 지켜보다
”여러분,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건의할 말이 있거든 얼마든지 하세요. 여러분들의 의견을 착실하게 이행할 생각이니까.”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조남헌과 진주희는 서로 마주 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용문에서 젊은 세대에 속한다.장로회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오늘 처음 듣는 얘기였다.이런 마당에 그들이 어떤 의견을 말할 수 있으랴.그러나 왕화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회장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첫 번째는 지회장님이 친히 무성에 가서 장로회를 만나 석고대죄를 하는 것입니다. 4대 장로가 체면을 중시하는 성격이라는 전언이 있으니 지회장님이 굴복하기만 하면 이 일은 그냥 지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왕화천에게 계속하라고 눈짓했다.왕화천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두 번째, 용문주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용문주 사람들과 4대 장로 사람들이 몇년 전부터 서로 적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잖습니까? 많은 일들이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칼을 들이대고 있었죠.”“용문주의 지지가 있는 한 4대 장로도 당분간 지회장님을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하현은 왕화천의 말에 솔깃해하며 말했다.“용문 내부가 두 파로 나뉘었다는 말입니까?”“용문주파와 4대 장로파?”“4대 장로가 권력과 이권을 놓고 용문 주인과 다툴 능력이 됩니까?”왕화천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지회장님은 모르시겠지만 4대 장로는 수완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역량이나 인맥, 배경은 모두 용문주와 견줄 만합니다.”“특히 4대 장로는 그 당시에 고생한 공로가 높고 대하 고위층 거물들을 구하기도 했습니다.”“이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용문 내부에 세력을 만들었고 용문주와 맞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그리고 그들은 집법당 작은 당주를 도와 그를 용문의 2인자로
이튿날 아침 하현의 말이 용문에 퍼졌다.선언과도 같은 하현의 말이 전해지자 사방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용문 대구 지회 사람들을 제외한 용문의 다른 서른다섯 개 지회들은 하현이 미쳤다고 생각했다.이제 막 부임한 지회장이 저런 큰소리를 치고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 만도 했다.하현의 선언은 다름 아닌 장로회와 집법당을 건드린 것이었다.이 일은 배짱을 부릴 만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하마터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얼마 되지 않아 무성에 있는 4대 장로 중 한 명이 화가 나서 값나가는 귀중한 찻잔을 그 자리에서 부숴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집법당에서는 군대를 파견하여 이 하극상의 주인공인 지회장을 끌어내리려고 준비를 했다.밖이 떠들썩한 와중에 하현은 초조한 마음을 안고 급히 향산 1호 별장으로 돌아갔다.별장에 들어서자마자 설은아와 설유아 두 사람이 초조한 표정으로 거실을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설재석도 창백한 얼굴로 손에 든 편지 한 통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야?”하현은 물 한 잔도 마실 겨를 없이 얼른 물었다.“하현,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겼대. 방금 그놈들이 당신 이름을 대며 이 편지를 당신한테 전해주라고 했어. 만약 당신이 이 편지 내용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 엄마를 죽일 거라고 했어.”설은아는 다급하게 말하며 설재석이 들고 있던 편지를 가져와 하현에게 건넸다.편지 봉투에는 최희정이 두 손이 묶인 채 의자에 포박되어 있는 사진도 함께 들어 있었다.사진 속 배경은 불빛이 환하게 밝혀진 도시였다.하현은 사진 속에 보이는 몇 개의 상징적인 건물들을 바라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도성!?”“맞아, 도성이야!”설은아가 사진 속의 글자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놈이 말했어. 3일 안에 당신이 혼자 도성으로 가지 않으면 엄마는 바로 죽은 목숨이 될 거라고.”“하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