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은 하현이 여전히 허세를 부리며 뻐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주시현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시현아, 우리가 그 동안 불쾌한 일들이 있긴 했지만 친구 사이로는 지낼 수 있지 않겠어?”“너도 나랑 확실히 관계를 끊을 거야? 절교할 거야!?”주시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나랑 너는 원래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야. 전에는 우리 아버지가 너랑 사귀라고 강요를 하셨던 거고!”“그러니 어릴 적 일은 지나갔으니 우리 그만 얘기 하자!”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좋아요. 가족 모두가 이렇게 결정을 했으니 그럼 앞으로 소위 혼약이라는 건 하지 않도록 해요.” “그래. 보아하니 너도 눈치가 있네……”이소연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고, 완전히 매듭을 지었다. “세 번째 일은 오늘부터 너는 왕 도련님에게 해고를 당했으니 대성그룹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대구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싶으면 스스로 네 진짜 실력으로 해!”“나랑 시현이는 더 이상 도와주지 않을 거야!”“우리 집에도, 대성그룹에도 안 왔으면 좋겠어!”“전에는 시현이와 관계로 왕 도련님이 네 체면을 세워주셨지만.”“지금은 너와 시현이가 관계가 없으니 왕 도련님도 자연히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없어.”하현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왕동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왕 도령, 너 정말 나를 해고할 거야? 확실해?”왕동석은 담담하게 말했다. “해고하는 게 뭐 어때서?”“내가 너에게 뒷문을 열어서 대성그룹에 들어오게 할 수 있었다면 내 한 마디로 너를 대성그룹에서 쫓아낼 수도 있어!”“하현, 네가 운이 좋아서 계약 몇 건을 따냈다고 대성그룹에 발 붙일 생각은 하지마!”“솔직히 말해서 이건 다 내가 시현씨의 체면을 봐서 너에게 기회를 줬던 것뿐이야!”“감사할 줄도 모르고 내가 널 도와줬던 걸 가지고 자기가 스스로 이룬 것처럼 여기고 내 얼굴을 때리려고 하는 거야?”“너
“너 우리 주씨 집안이 너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이소연은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방금 말했잖아. 사직서에 서명하면 우리 두 집안은 한 푼도 관계가 없다고!”“2천만 원은 네 위자료라고 생각해!”“너 모르지? 네 장모가 소유주 그룹에 소식을 올린 이후에 나는 네가 우리 주씨 집안에 매달릴까 무서워 악몽까지 꿨어!”“그리고 루 카페 같은 곳은 네가 들어오려면 내가 종업원들과 먼저 인사를 해야 돼. 안 그러면 넌 들어올 수도 없어!”“우리 가족은 오늘 밤 대구 최고의 연회에 갈 거야!”“이렇게 차이가 천지차이로 크게 나는 데 우리가 너랑 무슨 관계를 가지고 싶겠어?”“네가 말하는 거 보니까 마치 네가 우리 보다 돈도 많고 권력도 가지고 있어서 우리 주씨 집을 도와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네?”“우리 주씨 집안과 관계를 가지려고 하다니,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주씨가 전에 개똥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너 같은 쓰레기는 건드리지 않았을 거야. 너는 네가 우리 집안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이 말은 이소연의 속마음에서 나온 말이 분명했다. 이전에 주건국과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하현을 상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있던 주시현의 눈동자에는 안타까워하는 빛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이내 또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곧 크게 성공할 것이다. 그녀는 미래에 1위 인터넷 스타가 되어 고급 차와 저택을 가지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최고의 부자가 될 것이다. 하현과는 완전 다른 세계의 사람이다. 이렇게 된 이상 독하게 하는 게 나을 것이다. 하현과의 관계를 단호히 끊어야만 하현에게도 정말 좋을 것이다. 하현은 주건국에게로 시선을 향했고, 주건국은 비록 조금 안 좋은 기색이긴 했지만 눈을 돌렸고 그도 인정했다. 이 장면을 보고 하현은 마지막으로 마음을 단념했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자, 이렇게 된 이상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
아직 저녁 식사 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물들은 아직 입장하지 않았다. 일반 손님들은 지금 기본적으로 바깥 마당에서 교제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이 막 나타나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일찍부터 와 있던 주건국 일가와 왕동석의 눈에 띄었다. “이 놈의 자식!”“개자식!”“하현 이 놈이 여기는 또 어떻게 온 거야!”이소연은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며 안 좋아졌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가 있지!?”“설마 우리 주씨 집안의 연줄로 연회장에 들어가려는 건가?”주건국은 원래 하현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때는 그의 눈동자에 분노가 떠올랐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하현은 정말 날 너무 실망시켰어!”주건국과 사람들은 하현 이 폐물이 이 답례 만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오후 루 카페에서 나눈 대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와서 먹고 마시려고 한 것이라 생각했다! 주시현은 옆에서 눈썹을 찡그렸다. 그녀는 마음 속에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주시현은 하현이 그들을 무시하고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가 하현의 길을 가로막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너 어떻게 왔어?”그녀의 눈동자에는 의심이 아니라 의문스러운 빛이 더 많았다. 오늘 밤 주시현은 벌써 지방시의 블랙 미니스커트로 갈아입었다. 옥 같은 두 팔엔 검정 장갑을 끼고, 늘씬한 허벅지에는 발렌시아가의 검정 스타킹을 신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게다가 화장을 하지 않은 것처럼 이른 바 누드 룩으로 아주 세련되게 화장을 해서 아주 예쁘게 보였다. 지금 주시현은 사방의 네온 조명 아래 마치 어린 천사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마치 장내의 이목을 끌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시현이 먼저 자신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하현은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난 그냥 구경하러 온 것뿐이야.”“하씨, 여기가 네가 와서 즐길 수
이소연은 지금 비꼬는 표정을 지으며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서야 차갑게 말했다. “아이고, 우리 하 도련님도 용문 대구 지회 만찬에 참석하러 온 거구나?”“너 같은 기둥서방, 데릴사위, 일자리도 없는 사람이 뭘 가지고 참석을 해? 무슨 자격으로?”“너, 우리가 네 주제를 모를 거 같아?”“너 여기서까지 꼭 그렇게 진짜인 것처럼 뻐겨야 되겠어? “네가 우리랑 같이 서 있어서 손님처럼 보였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쫓겨났을 거야. 설마 이걸 모르겠어?”“네가 못 믿겠어도 우리가 간단히 한 마디만 하면 넌 여기서 쫓겨날 거야!”이소연은 하현이 무턱대고 거만하게 구는 행동에 대한 반감이 컸다. 아무런 능력도 없이 매일 기둥서방 노릇만 할 뿐인데 자기를 대단한 거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그가 그럴 자격이 있나!?주건국은 벌써 하현을 무시했다. 이런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은 사회 경험을 하게 해서 사회 교육을 시켜줘야 한다. 주건국이 볼 때는 자신이 이미 하현을 데리고 왔으니 하현에게 사회 교육을 시켜주는 것이야 말로 그에 대해 진정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자기 아버지의 태도가 변한 것과 어머니가 경멸하는 모습을 보고 주시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현, 너 정말 우리 가족 앞에서는 시치미 뗄 필요 없어……”“내가 너한테 제안 하나 할게. 빨리 꺼져!”“그렇지 않으면 경비원이 알게 되든 아니면 왕 도련님과 사이가 틀어지든 너는 아주 비참해질 거야!”주시현은 하현이 상류 사회 테두리 안에 억지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요즘 사람들은 높은 곳을 향하고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없이 매일 뻔뻔하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부탁을 하는데, 설마 망신이라는 두 글자를 어떻게 쓰는 지도 모르는 건가? 하지
멀지 않은 곳에서 주건국은 이 장면을 지켜보며 못마땅해 했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이소연은 옆에서 재미있어 하는 표정으로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왕동석이 하현을 짓밟기로 결정 한 이상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주건국과 이서연이 보기에 왕동석은 자신의 귀한 사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누구의 편에 서야 할지는 아주 분명했다. 왕동석 자신은 손을 쓰지 않았지만 노광석은 용문 대구 지회에서 조남헌 다음으로 부잣집 도련님이었으니 하현을 죽이려고 하면 너무 간단하지 않겠는가? 주시현은 이때 한숨 섞인 얼굴로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 하현아, 하현아, 너 같이 작은 인물이 무리하게 너에게 속하지 않은 세계로 들어가려고 하는 구나.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네가 만찬에 참석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는데 정말 네 주제를 정말 조금도 모르는 거야? 하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왕동석과 사람들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비켜.”“좋은 개는 길을 막지 않아.”“인마, 역시 너 왕 도령의 말처럼 시건방지구나!”노광석은 헛웃음을 지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왕 도령의 여자를 빼앗은 것만이 아니라 함부로 나타나 쥐 똥으로 밥 한 솥을 망치려고 하네!”“이렇게 하자. 오늘은 우리 용문 대구 지회의 경삿날이라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 여기 서서 왕 도령이 네 얼굴을 때리게 할게!”“그가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지면 네가 여기에 나타난 일은 없었던 일로 해 줄게. 어때?”“거절하지 마. 나란 사람은 다른 사람이 네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걸 가장 싫어해!”“만약 네가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면 일은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내가 직접 나서서 네 손발을 다 부러뜨릴 거야!”지금 하현을 쳐다보는 노광석의 눈동자에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가득 찼다. 그는 그가 원하기만 하면 여기서 하현을 죽이는 일은 몇 분
오만방자한 노광석과 악랄한 왕동석을 마주한 하현은 냉담한 기색이었다. “너희들 지금 꺼지지 않으면 이따가는 가지 못하게 될까 걱정되는데?”이 말이 나오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주시현과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놀라 숨을 헐떡이며, 설명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여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는 노광석이었다!전설의 석 형님이었다!용문 대구 지회에서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 밟는 건 개 밟듯이 밟을 수 있었다! 그는 진정한 부잣집 자제, 진정한 도련님이었다. 가장 관건은 노광석은 유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상류층 사람들조차 밟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전력이 비상했기 때문에 왕화천이 나서서 그를 뒷받침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노광석은 너무 충동적이라 이런 큰 자리에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단점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를 화나게 하면 그도 강하게 나서서 짓밟을 것이다. “안 가?”아니나 다를 까 이때 노광석은 하현의 말투에 화가 났다. 그는 비웃으며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인마, 너 정말 대단하구나. 어르신이 이렇게 크는 동안 나를 위협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너 다시 한번 말해봐!?”하현은 냉담한 표정과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꺼져!”노광석은 하하 큰 소리로 웃었다.“나 보고 꺼지라고!?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퍽______”바로 이때 뒤에 있던 군중들 사이에서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노광석의 뺨을 후려쳐 그를 날려 버렸다. 땅에 떨어졌을 때 노광석은 똥 먹은 개처럼 되었고, 얼굴은 온통 흙투성이가 되었다. 그는 허둥지둥 일어나 벌겋게 부어 오른 얼굴을 감싸며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여기는 용문 대구 지회의 홈그라운드였다! 이런 곳에서 누가 감히 그를 건드릴 수 있는가?작은 산과 같은 한 사람을 보았을 때 노광석의 얼굴은 미친 듯이 변했다. 왕화천 휘하의 제1전장인 성준영이 지금 냉
“너______”노광석은 얼굴을 감싸며 얼굴빛이 극도로 흉악해졌다. 그는 왕화천이 중요시하는 사람이었지만 성준영에 비하면 여전히 차이가 컸다. 게다가 그는 평소에는 경계를 잘 지켜 건드리지 않던 성준영이 어떻게 오늘 이렇게까지 무자비하게 구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왕동석은 원래 악랄한 기색을 띠고 있었는데 이때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왕화천 휘하의 두 전장이 하현 때문에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성준영이 말끝마다 하현을 하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그가 그럴 자격이 있나?지금 이 순간, 왕동석은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는 하현을 밟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감히 쓸데없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함부로 말참견을 했다간 성준영이 자신의 뺨을 후려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광석의 안색이 갈수록 어두워지더니 이때 호통을 치며 말했다. “성준영, 너무 깔보지마!”“너 내가 정말 너를 무서워하는 줄 알아?”지금 노광석은 직접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했다. 우선 하현을 처리하고 나서 다시 얘기 하자. 성준영 제1전장의 칭호와 포악한 전력을 생각하면 그는 여전히 조금 두려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밤은 용문 대구 지회의 답례 만찬으로 신임 지회장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첫 번째 자리라는 것이다. 일단 여기서 이렇게 소란을 피운 것이 지회장에게 알려지면 노광성의 앞날은 없어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노광석은 안색이 변하더니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내가 손을 대지 않는 건 나 노광석이 너 성준영을 무서워하기 때문이 아니야!”“난 그저 이 외부인 한 사람 때문에 우리 형제들끼리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성준영, 머리에 구멍이라도 났어? 나를 건드리려고 하다니?”“퍽퍽퍽______”성준영은 손바
“너……”노광석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성준영이 하현 때문에 왕화천까지 들고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마 이 하현이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건가?설마 자기가 오늘 실수로 일을 만든 것인가?이 생각에 미치자 노광석은 자기도 모르게 옆에 있던 왕동석을 쳐다보았다. 왕동석은 안색이 변했지만 황급히 말했다. “석 형님, 이 놈은 정말 데릴사위일 뿐이에요. 전에 일 자리를 찾으러 저희 부서에서 영업 사원으로 일한 적이 있어요!”“그가 만약 어떤 신분이나 배경이 있다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있겠어요?”멀지 않은 곳에서 이소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석 형님, 걱정 마세요. 하현 이 녀석의 신분은 저도 증명할 수 있어요. 게다가 그는 이미 처가에서 쫓겨났어요. 지금은 데릴사위도 아니고 그냥 쓰레기일 뿐이에요!”쓰레기!?성준영이 쓰레기를 하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인가!?노광석은 안색이 변했다.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성준영같이 고지식한 사람이 일부러 자기 얼굴을 때리기 위해서 함부로 쓰레기를 도울 리는 없었다. 분명 자기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노광석은 자신이 확실히 조사를 하고 나서 다시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문제를 일으켰다간 그때 가서는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노광석은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감싼 채 악랄하게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씨, 오늘은 어르신이 졌다고 인정할게. 하지만 너 두고 봐!”말을 마치고 노광석은 왕동석을 데리고 먼저 떠나려고 했다. “네가 진 걸 인정했다고 누가 끝났다고 그랬어?”“내가 너한테 가도 된다고 말한 적 있어?”줄곧 냉담한 기색으로 있던 하현이 이때 한 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었다. 그가 걸어 나오자 키가 크고 건장한 성준영은 어느새 작아진 것 같았다. 일종의 무서운 분위기가 순식간에 퍼져나가 장내의 온도를 몇 도 떨어뜨렸다. 주위의 구경꾼들은 모두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도 조 행장의 표정을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상황이 곤란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미안해.”“미안하다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조롱하고 모욕했으며 내 아내를 불러서 내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했지.”“지금 와서 마지못해 사과하면 모든 것이 다 없던 일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정말로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것 같냐고?”김나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차갑게 내뱉었다.“하현! 설령 이 돈이 당신 계좌에 있다고 해도 결국 빌린 돈일 뿐이잖아!”“돈을 빌린 것뿐이야! 결국 갚아야 되는 돈이라고! 알기나 해!”“자기가 정말로 뭐 거물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적당히 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뛰는 꼴이라니!”설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됐어. 이건 오해였어.”“나나는 김 씨 가문 사람이니까 화해한 걸로 치고 좋게 생각해.”“김 씨 가문 사람?”하현은 헛웃음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든, 간 씨 가문이든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자격은 없어!”그는 말을 하면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조 행장님. 제가 기회를 드렸는데도 당신들은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군요.”“그렇다면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드리죠.”“지금 이 자리 당신이 꺼지든지, 아니면 저 여자가 꺼지든지.”“결정하시죠!”김나나는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 뭐 잘못 먹었어?”“정말 당신이 뭐 대단한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아?”“내가 꺼지든지, 아니면 행장님이 꺼지든지 하라고?!”“허! 드라마는 아주 많이 본 모양이지! 어디서 갑질 회장님 흉내를 내려고 해?!”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천일그룹을 이용해 이들을 밀어붙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조 행장은 천일그룹을 경외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운 대상은 아니었다.어쨌든 천일그
”뭐라구요?”김나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행장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우리가 알고 있는 그 천일그룹이 하현한테 이천억을 보냈다구요?”“그럴 리가요?”“말도 안 돼요!”조 행장은 싸늘해진 얼굴빛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 사람은 당당한 풍채에 실력까지 갖춘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천일그룹 회장님도 믿고 돈을 보낸 거겠죠!”“하 세자가 하현에게 이천억을 빌려준 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말도 안 돼요!”김나나가 버럭 화를 냈다.“데릴사위이자 여자한테 빌붙어 벌어먹는 놈이 어떻게 천일그룹 하 세자와 인연이 있겠어요?”“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김나나는 하현이 블랙골드 카드의 소유자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조 행장님, 다시 한번 전화해서 분명하게 물어보세요.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신분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여전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하현이 이천억을 준비했다니!설은아는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김나나, 하현과 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어.”“게다가 하 세자를 도와주었으니 그가 이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됐어! 설은아, 이 쓰레기 같은 남자 두둔하려고 애쓰지 마. 하현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김나나는 아예 믿으려 하지 않았다.“하 세자가 누구야? 강남에서 손꼽히는 거물인데 그가 못할 일이 뭐 있겠어?”“하현같이 쓸데없는 인물이 하 세자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말을 마치자마자 김나나는 진지하고 엄정한 얼굴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행장님, 다시 한번만 더 확인해 보세요.”“정말 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천억을 받은 게 맞다면 우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게요!”
김나나는 하현이 가지고 있던 블랙골드 카드의 발행연도가 몇 년 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데릴사위가 신분을 숨긴 거물인 건가?그러자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다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대단한 거물이 뭐 하러 남의 집 데릴사위를 해?말도 안 되지!김나나는 실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알겠어. 분명 몇 년 전에 어디서 돈을 훔친 거야. 틀림없어!”“사건이 탄로 날까 봐 몇 년 동안 쓰지도 못하고 감춰둔 거고.”“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움직일 준비를 한 거지!”“정말 음흉하고 간교한 놈이야!”김나나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까?”“블랙골드 카드에서 돈을 출금하게 되면 은행은 그 돈의 출처를 조회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지?”“당신이 그 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아주 끝장나는 거야!”“이 정도면 감옥에 처넣기 충분해!”설은아는 무심결에 하현에게 시선을 휙 돌렸다.“하현, 이게 도대체...”하현은 설은아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 밥을 먹다가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돈을 좀 준비해 두라고 했어. 오늘 그 돈이 잘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이 안에 이천억이 들어 있으니 당신이 겪고 있는 자금난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이 일을 설은아에게 선뜻 말하기 어려워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게 되었다.“은아의 자금난을 해결해?”“이천억을 단번에 준비했다고?”김나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이천억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어? 지금 드라마 찍는 줄 알아?”“당신 바보야? 아님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야?”이때 조 행장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어제 이천억이 우리 은행에서 발행된 블랙골드 카드에 입금된 건
정상적으로 데릴사위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는가?블랙골드 카드까지?백억이 무슨 장난인가?몇몇 아리따운 여직원들도 하나같이 입꼬리를 치켜들고 경멸의 빛을 쏘아보냈다.남자가 되어서 여자한테 빌붙어 얻어먹고 사는 것도 모자라 여자의 돈을 몰래 빼내서 블랙골드 카드까지 만들다니!이런 남자는 그 자체로 망신이고 도덕적으로도 완전히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는 존재였다.돼지우리에 가둬야 딱 맞을 정도였다.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안에 있는 돈, 내 돈이야.”“뭐? 당신 돈이라고?”김나나는 냉소를 흘렸다.“밥벌이도 못해서 은아한테 빌붙어 사는 주제에 어떻게 이 많은 돈이 났다는 거야?”“설 씨 집안의 돈을 훔친 게 틀림없어!”“당신, 이거 불법인 거 알아? 하늘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김나나는 핸드폰을 꺼내 설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분명 이 일을 빌미로 하현을 설은아에게서 떼어 놓으려는 속셈인 것이다.그런 다음 정정당당하게 그녀의 오빠를 설은아에게 소개해서 둘을 연결할 생각이었던 것이다.“당신이 이러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야.”하현은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행장님을 만나야겠어.”“뭐라고? 당신이 만나고 싶다고 하면 행장님이 어서 오세요 하고 만나 준대? 허!”김나나는 혐오와 경멸이 가득 뒤섞인 얼굴로 계속 퍼부었다.“은아가 와서 당신이 설 씨 집안 돈을 훔친 걸 알면 당신은 완전히 끝장이야!”하현과 설은아가 재혼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생각을 떠올리자 그녀의 가슴이 벅차올랐다.“나나, 무슨 일이야?”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에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멈추었고 설은아는 쏜살같이 차에서 내렸다.하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설은아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감돌았다.“하현, 당신 여기서 뭐 해?”이때 2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띵’소리를 내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우아한 분위기의 중년 남자가 몇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걸어왔다.
”당신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설 씨 집안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는데도 그걸로 모자라?”“그래서 이젠 은아의 돈까지 훔쳐 쓰려고 하는 거야?”“그 돈으로 뭘 할 생각이야? 설마 내연녀 명품백이나 사 주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김나나는 싫은 티를 팍팍 내며 하현을 도둑만도 못한 남자 보듯 헐뜯었다.은행 직원들과 고객들도 모두 하나둘씩 고개를 갸웃거리며 데릴사위 주제에 주제를 모른다는 둥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얘기 다 끝났어?”하현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할 말 다 했으면 저리 가. 업무 방해하지 말고!”만약 상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하현은 벌써 뺨을 후려갈겼을 것이다.“경고하는데! 잘 들어!”“3일 주겠어!”“3일 안에 은아 곁에서 사라져!”“재결합이라니! 흥 재결합이라니?!”“꿈도 꾸지 마!”“내 말 똑똑히 들어. 은아는 당신이 그렇게 갖고 놀 여자가 아니야!”김나나는 세상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치켜세웠다.눈을 아래로 한껏 내리깔고 하현을 바라보던 그녀는 매서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무엇보다 우리 오빠가 이제 곧 퇴원해.”“우리 오빠가 보는 앞에서 감히 당신이 은아한테 찝쩍거린다면 우리 오빠한테 혼쭐날 거야! 알아?!”하현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김나나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곧장 VIP 창구로 가서 블랙골드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안에 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해 주세요.”“솩!”하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나나는 얼른 돌진해 그의 카드를 중간에서 가로챘다.“내가 부행장이야. 어디 당신 카드나 좀 보자고!”“뭐? 블랙골드?”고혹적인 빛을 띠는 블랙골드 카드를 보며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신분이 아주 높거나 재산이 많다.금정 같은 곳에서도 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상류층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잠깐만! 블랙골드에 당신 이름이 여기
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무슨 충고?”“옛날부터 불로장생하는 것과 풍수는 깊은 연관이 있어.”“당신이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야. 뱀을 동굴에서 나오게 유인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증거가 될 만한 뭔가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은 유명한 풍수지리사가 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그래서 말인데, 풍수관을 차리는 건 어때?”“한편으론 조심스럽게 그들의 동태를 살필 수도 있고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지.”“더욱 중요한 것은 금정이 오래된 고도로서 기괴한 일이 적지 않다는 거야.”“소문난 풍수지리사로 이름을 날리며 금정에 많은 인맥을 쌓는다면 당신한테 나쁠 것도 없잖아?”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리가 있어. 역시 금정 간 씨 가문 아가씨다워!”“풍수지리사라, 흥미로운 직업이지.”“하지만 난 풍수를 전문적으로 보는 풍수지리사가 아니야.”간민효는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당신이 관심만 있다면 내가 나머지는 모두 처리할게!”“가게든, 직원들이든, 자격증이든 모든 것들 다!”“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다른 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게 내가 다 준비할게!”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그렇게 해! 아무 문제없어!”말을 하는 사이 차는 어느덧 금정은행 입구에 도착했다.하현은 전에 이슬기에게 현금 이천억을 마련하라고 한 일이 있어서 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설은아는 돈 쓸 곳이 별로 없다고 했지만 불시의 상황에 미리 대비해 놓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금정은행 로비에 들어서자 하현은 로비 매니저를 향해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VIP실이 어디죠?”어쨌든 이런 고액의 업무는 귀빈실에서 처리해야 한다.“어머? 당신 그 데릴사위 아냐?”바로 그때 주변에 향기로운 꽃향기를 풍기며 높은 하이힐만큼이나 콧대를 치켜세운 아름다운 여자가 하현 앞에 나타났다.하현은 눈앞의 여자를 희미한 눈길로 바라보
형나운은 결국 하현을 주인이라 불렀다.그때 간민효가 하현을 데리러 왔고 형 씨 가문 집사가 공손하게 백억짜리 수표를 건네는 것을 보았다.형 씨 가문은 골동품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홍익이라는 거대한 수장이 없다면 형 씨 가문의 사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진정한 후계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형 씨 가문에게 형홍익의 생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하현이 형홍익을 구한 것은 형 씨 가문 전체를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래서 형 씨 가문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에게 사례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비록 돈을 받을 뜻은 없었지만 그래도 성의를 생각해서 받았다.그러고 나서 간민효의 페라리에 올라타 형 씨 가문을 떠났다.차 안에서 하현은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간민효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민효, 당신은 내가 어르신을 구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액셀을 밟던 간민효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엄도훈의 팔괘경과 삼촌의 구안천주가 같은 곳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당신이 엄도훈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삼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어.”하현은 어안이 벙벙한 채 눈을 크게 치켜떴다.“같은 곳에서?”간민효는 담담하게 어조로 말했다.“같은 조직이라고 해야 하나?”“역사의 그늘 속에서 신비롭게 존재하는 조직.”“이번에 그들이 엄도훈과 삼촌한테 이런 짓을 한 것은 아마 십중팔구 금정의 몇 개 은둔가를 직접 겨냥하고 저지른 게 틀림없어.”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장생전?”하현이 이 세 글자를 꺼내자 간민효는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며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다.차는 굉음을 내며 멈춰 섰고 간민효는 놀란 눈을 한 채 가쁘게 숨을 들이마셨다.“하현, 당신이 어떻게 장생전을 알아?”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남양의 페낭에서 이 조직과 한 번 맞붙어 당한 적이 있어.”“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번에 내가 금정에 온 이유가 아내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