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쏴?”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두 다리를 흔들었다. 이 형사는 얼굴색이 창백해지더니 결국 ‘퍽’하는 소리와 함께 주저 앉았다. 또 다른 스포츠 머리 형사는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들이마신 후 하현의 얼굴에 연기를 내뿜으며 차갑게 말했다. “하현이라고 했지?”“우리는 벌써 확실하게 조사를 했어!”“네가 주씨네 연회에서 그녀에게 봉쇄하겠다고 피해자를 협박했잖아!”“현장에 있던 최소 20명의 사람들이 네가 이런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는 건 네가 어떻게 해도 잡아뗄 수 없어.” 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하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 팀원들이 나를 돌봐주면 그가 당신을 돌봐줄 거라고 생각해?”“만약 한 마디 말로 증거가 될 수 있다면 이 세상 사건들은 아주 간단하지 않겠어?”“그럼 네 말은 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야!?”스포츠 머리 형사가 차갑게 말했다. 하현은 웃으며 온화하고 점잖게 말했다.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고 해치지 않았어. 하늘과 땅에 떳떳하게 행동했는데 내가 왜 죄를 인정해야 돼?”“하늘에 떳떳해? 땅에 떳떳하다고?”“18대 조상에게도 떳떳하다고 말하지 그래!?”스포츠 머리 형사는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녹취록 몇 개를 꺼내 하현 앞에 내던졌다. “다들 증언이 똑같아. 너와 관계가 좋은 주씨 가족과 변승욱 같은 유명인사를 포함해 누가 없는 사실을 꾸며서 너를 모함하겠어?” “너 궤변을 늘어 놓는 게 재미있어?”“이거 말고도 네가 모르는 게 있는 거 같은데? 너 네 방 욕실에서 피해자와 강제로 관계를 가지려고 했지? 우리는 욕실 하수구에서 피해자와 네 머리카락을 찾았어!” “그 외에도 침대 위에서 피해자의 옷을 찾았어!”“하현, 이것들이 다 확실한 증거야!”“넌 부인할 여지가 없어!” 하현은 ‘피식’ 소리를 내며 웃었다. “부인? 자, 자, 당신이 추리한 게 뭔지 나한테 말해 줄래? 내가 피해자에게 관계까지 강요했다고?” “당신은 내가 가
“하지만 피해자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어. 너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피해자를 데리고 네 대저택 별장을 보여주러 갔지.”“2천억짜리 별장을 이용해 너는 피해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가했고!”“그리고 난 후 주씨네 별장으로 돌아와 피해자를 협박해 네 방으로 들어갔고 욕실에서 그녀를 덮쳤어!”“네가 덮치자 피해자는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을 매 죽기로 선택한 거야!”“이게 전체 사건의 과정이야!” “거기다 인적 물적 증거가 모두 갖춰져 있어!”“하현,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자백하지 않을 거야!?”변광섭은 정의롭고 늠름한 표정을 지으며 일의 과정이 이렇게 된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현은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손뼉을 몇 번 치더니 탄복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멋지네, 정말 멋져!”“나는 원래 텔레비전 드라마가 스펙터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변 대장의 추리에 비교하면 드라마는 한 참 모자라는 거 같네.”“근데 변 팀장의 추측에 내가 의문을 하나 제기해도 괜찮을까요?”변광섭은 눈꼬리를 치켜 세우더니 냉랭한 기색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하현은 웃으며 아무 망설임 없이 말했다. “첫째, 나는 향산 1호 별장에 들어갈 자격이 있고, 더불어 도음 플랫폼과 루나 시네마그룹을 장악했어. 나 같은 갑부가 만약 여자에게 관심이 있었으면 아무렇게나 손짓만 해도 여자들이 한 무더기로 오지 않았겠어?”“둘째, 피해자가 내 방에 들어온 일은 내 생각엔 이슬기 아가씨와 얘기해볼 수 있을 거 같아. 그녀의 진술을 한 번 들어 봐.”“당시 피해자 욕실의 샤워기가 고장 나서 내 방에 들어와 욕실을 빌렸을 뿐이야!”“그 욕실은 나도 쓴 적이 있으니 안에서 우리 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나오는 건 정상 아닌가?”“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불충분한 증거 사슬을 가지고 내가 범인이라고 증명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해?”변광섭은 차갑게 말했다. “하현, 안타깝지만 한 마디만 하지
“당신들이 내가 그럴 권한이 없다고 말하면, 내 생각엔 당신들은 곧 내 변호사 편지를 받게 될 거 같아!”“당신들은 공정한 시민의 합법적 권리를 제한했으니까.”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일회용 종이컵을 들고 말할 수 없이 가뿐하고 편안하게 한 모금을 마셨다. 변광섭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지능 높은 범죄자답게 법에 대한 기본 지식을 상당히 알고 있네!”“근데 법을 알고 있으면서 왜 법을 어기려고 그래?”“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이번에는 증거가 확실해. 네가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빠져나갈 길은 없어!”“너 내 사촌 동생 때문에 내가 너를 보호한다고 생각하지 마!”“나는 너를 보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엄하게 처벌할 거야!”“이렇게 해야만 법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이때 변광섭이 정의롭고 늠름한 모습을 보인 것은 하현이 그에게 의지하려는 생각을 끊으려는 것이었다. 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변 팀장, 내가 당신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당신은 나를 절대 지켜줄 수 없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하는 데 나는 전화를 할 거야.”“허허허, 내가 너를 지켜주지 못 한다고? 네가 아주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말하네!” 변광섭은 격분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전화 해봐! 네가 너를 지켜줄 사람을 찾을 수 있는지 보자!” 말이 끝나자 변광섭은 자신의 손에 있던 핸드폰을 하현 앞에 내던졌다. 그는 여전히 이 타지인이 더러운 돈을 몇 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하늘을 뒤집을 수 있다고는 정말 믿지 못했다. 정말 웃기는 소리다!하현도 군말 없이 그냥 핸드폰을 들고 더없이 예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세 번 울린 뒤 전화 맞은 편에서 목소리가 전해졌다. “누구세요?”“나야.”하현은 웃었다.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맞은편의 임복원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반응을 했다. “자네, 왜 자기 핸드폰을 안 쓰는
“내가 알기론 대구 관청에 임 씨라고는는 1인자 임복원 한 사람뿐인데, 방금 네가 연락한 사람이 임 공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변광섭은 싸늘한 기색으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마치 그의 허점을 찾아내려는 듯 했다. “네 전화를 받은 사람이 정말 임복원 임 공이었다면 내 핸드폰을 먹겠다!”변광섭의 말을 듣고 두 형사는 비웃는 얼굴이었다. 살인 용의자가 정말 자신을 거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전화 거는 척 한다고 무슨 문제가 해결 될 줄 아나?웃기고 있네!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확실히 임복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어.”“임 선생님이 곧 그의 측근을 보내 이 일을 해결하겠다고 했어.”“바보! 너 우리 앞에서 아직도 이렇게 뻐기는 거야?”변광섭은 비웃는 얼굴이었다. “임 선생님이 대구 1인자인긴 하지만 여태껏 경찰서 일에 개입한 적은 없어!”“경찰서에서 빽을 찾으려면 대구 경찰서 1인자, 경찰서장 유홍민을 찾아야 해!”“정말 무슨 낯짝으로 임복원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고 그러는 거야!”“진짜 웃기고 있네!”현장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그들 앞에서 속임수를 쓰려면 공부를 좀 더 해야 하지 않겠는가?말끝마다 임복원이라니. 임복원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정말 대구 1인자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아나? 할 일 없이 이런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작은 일을 처리해 주게?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들이 믿든 안 믿든 사실이야.”“변광섭 당신이 핸드폰을 먹고 싶다고 했으니 이따가 어떻게 먹는 지 한 번 봐야겠네.” 변광섭은 코웃음을 쳤다. “됐어. 네가 죄를 인정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우리는 너랑 놀 시간이 많으니까!”“지금 우리 밥 먹으러 갈 거야. 밥 먹고 나서 다시 얘기 하자.”“우리 밥 먹는 동안 자백을 할지 말지 잘 생각해 봐.”“어쨌든 솔직히 죄를 인정하는 게 맞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물론 임 선생님이 너를
심문실. 하현은 평온한 기색으로 앞에 있던 최고급 용정차를 마시고 있었다. 별다른 기색은 없었다. 대구 총경찰서의 경찰서장 유홍민은 그의 앞에 서서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 “하 도련님, 임 선생님께서 저를 보내셨습니다.”“임 선생님께서 마침 연경에 회의가 있으셔서 제때에 오실 수가 없으세요.”“어르신께서 저에게 이미 분부를 내리셨어요. 도련님의 일은 선생님의 일이니 제가 반드시 도련님께 해명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홍민은 이때 아주 올곧은 태도를 보였다. 임복원의 측근으로서 그는 일찍이 하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게다가 임복원 부부가 하현에게 큰 신세를 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구 관청에서 지위가 높은 유홍민 경찰서장은 지금 전혀 거드름을 피우지 않았다. 멀리 서서 지켜보던 변광섭과 사람들은 거의 쓰러질 뻔 했다. 하현에게 이렇게 큰 빽이 있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하현 앞에서 감히 거들먹거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현은 웃으며 유홍민에게 방에 있는 녹음기를 끄라고 지시한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유 경찰서장님, 우리 다 가족 같은 사이니 두리뭉실하게 얘기하지 말고 진솔하게 얘기 하죠.” “지금 이 사건이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제 상황이 어떤가요?”유홍민은 고개를 약간 끄덕인 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 도련님, 이번에 문제가 커졌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인증이든 물증이든 확실히 불리하거든요.”“특히 피해자에게 협박하는 말을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최소 20명은 들었어요.”“판사의 판결 기준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지만 당신의 이 말은 다소 악의가 있어요!”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유 경찰서장님, 서장님이 이 자리에 앉으신 걸 보니 분명 사건 해결의 달인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범인을 잡을 때는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아셔야 해요!”“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자리에
하현은 미간을 문지르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이 두 가지 증거 중 어느 것도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가지 증거가 함께 모이면 완벽한 증거 사실이 형성 될 것이다. 방현진이 확실히 재미있게 배치해 두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홍민은 마치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계속해서 말했다. “참, 도련님, 어제 경찰서 쪽에서 이상한 일이 하나 생겼었어요.”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하라고 손짓을 했다. 유홍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제 연경 네 도련님 중 한 명인 방현진이 일찍 나타났었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도련님을 꺼내기 위해 힘 쓸 거라고 공표했어요.”“심지어 도련님을 위해 사람들의 증언도 바꿀 수 있다고 했고요.”“이슬기 아가씨가 그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도록 하는 조건으로요.”유홍민의 말을 듣고 하현은 살짝 멍해지더니 잠시 후에야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방 도련님은 나를 조금도 실망시키지 않네요.” “그는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죽일 준비를 하고 있네요.”유홍민은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 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슬기가 정말 그의 거래를 받아들였다면 내가 경찰서 밖을 나가는 순간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포위당했을 거예요.”“그쯤 되면 내 명성만 무너지는 게 아니라 내 뒤에 있는 임복원 선생님까지 연루돼서 책임지고 물러나야 했을 거예요.” “일석이조의 계략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네요!”하현의 이 말을 듣고 이 일이 어떻게 될 지가 떠오르자 유홍민은 순간 갑자기 겁이 났다. 하현의 말이 맞았다. 일단 이런 일이 생기면 대구 관청의 명성과 공신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임복원 뒤에 있는 소남 임씨 집안의 힘이 얼마나 크든 간에 임복원은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유홍민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이것을 깨달은 후 그는 천천히 말했다. “하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의 증거 사슬로는 확실히 내 누명을 벗기기는 어려워요.”“근데 그렇다고 아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나는 당신들의 수사가 해결하기 어려운 난국에 빠졌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다 나를 조사하고 유죄라고 추정하고 있으니까요.” “근데 아무도 후지와라 미우는 조사하지 않았죠? 근데 혹시 소위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에게서도 다른 증거나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아요?”“어떨 때는 죽은 사람도 입을 열 수 있을 때가 있어요.” 하현은 진작에 돌파구를 마련해 놓은 것이 분명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유홍민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일깨워 준 것이다. “죽은 사람에게 입을 열게 한 다고요?”유홍민은 살짝 어리둥절해졌고, 조금 이해가 안됐다. 하현은 찻잔에 있던 찻물을 조금 묻힌 후 탁자 위에 천천히 글자를 썼다. 유홍민은 조금 당황한 듯 했으나 곧 깨달았다.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 도련님, 역시 속셈이 있으셨군요!”“어쩐지 임 선생님께서 저를 보내시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도련님이 지시하시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고 분부하셨거든요.” “일은 제가 사람들 시켜서 알맞게 처리 할 테니 좋은 소식 기다리고 계세요!”말을 마치고 그는 짐을 챙겨 빨리 떠나려고 했다. “퍽!”유홍민이 막 떠나려고 할 때 심문실 대문이 갑자기 발길에 차이며 열렸다. 곧이어 정장 차림의 남자들 십여 명이 인상을 쓰며 들어왔다. 변광섭도 그들 중에 있었고, 이때 그의 얼굴은 경외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현은 고개를 들고 실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좀 낯이 익었지만 도대체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상대방은 50세 전후쯤 돼 보였고, 덩치가 크고 매끈한 몸매에 눈동자에는 조금의 분노도 없이 위세를 부리는 듯한 빛으로 상위자 특유의 풍모가 담겨 있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그곳의 분위기는 굳어졌고, 압박이 가해져 숨을
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구 2인자를 알게 되다니 하 아무개의 영광입니다.”심재철은 차갑게 말하며 말했다. “히죽거리지 마!”“너랑 이슬기의 일은 알고 있어.”“너 때문에 내 조카딸은 심씨 집안과 관계가 틀어졌고, 방현진과의 소개팅도 거부했어.” “이전 같았으면 너희 젊은이들의 일에는 참견하지 않았을 거야.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겠지.”“근데 지금은 달라. 너는 용의자야. 나는 네가 지금부터 슬기와 거리를 두기를 바라.”“남에게 피해주지 마!”심재철은 냉담한 기색이었다. 남원에서 운 좋게 작은 돈을 번 촌놈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고는 해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뒤꽁무니를 빼려고 하다니?심재철은 이런 사람을 뼛속까지 미워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심재철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에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심 선생님,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든 간에 두 가지 일을 설명해 드리고 싶네요.” “첫째, 살인 사건은 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둘째, 저와 이슬기씨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너……” “입은 살아있구나!”이때 입을 연 하현을 보며 심재철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부잣집 도련님답네. 사람을 죽이고도 인정하지 않다니?이런 인간은 정말 극악무도하다! 하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믿든 안 믿는 간에 저는 이번에 유 경찰서장님을 찾아왔고, 서장님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기를 바랄 뿐입니다.”“아무도 마음대로 저를 위해 혐의를 벗기지 않도록 해 주세요.”“아무도 이 일에 함부로 손 대지 못하게 해주시고요.”“저는 어떤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법을 어기길 바라지 않아요. 단지 공정하게 판단해 주시기 만을 바랍니다!” “헛소리하고 있네!”심재철은 바보를 쳐다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하현의 말을 황당무계한 소리라고 생각했다. “너의 그 사악한 속임수에 속은 임 선생님 말고 또 누가 네 헛소리를 믿겠어?”“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