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하현은 손뼉을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 “부숴버려!”“퍽!”다른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 전에 변백범은 손에 든 구룡주를 번쩍 들더니 바닥에 내려쳤다. ‘털컥’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2조에 낙찰된 구룡주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구룡주 안에는 알약과 같은 시커먼 것들이 굴러 나왔다. 방현진은 안색이 급변했다. 검은 알약을 보고 있자니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사실 방현진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한 채로 이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구룡주 안에 어떻게 이런 검은 알약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 변백범은 조심스럽게 그 알약을 줍더니 깍듯이 하현 앞으로 건네 주었다. 하현은 손으로 받아 던지더니 갑자기 장내를 향해 말했다. “누가 애완견을 데리고 경매장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는데 빌려 주실 수 있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의 얼굴엔 보통 사람은 생각하기 어려운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방현진은 순간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하씨, 너무 뭐 하려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 말은 이 물건을 개에게 먹일 준비가 됐다는 뜻이야!”“내가 알기로 소위 구룡주는 사람이 만든 거야.”“당시 시황제가 서복을 해외로 보내 장생약을 구해오라고 했는데 서복이 성공하자 이 장생약을 구룡주안에 봉했어.”“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돌아왔을 때는 진 왕조가 무너지고 천하가 혼란스러울 때였지.”“이 구룡주도 서복과 함께 행방불명 됐어!”“지금 수천 년 동안 행방불명 되었던 구룡주 안에는 전설의 장생약이 들어있어.”“나는 이 장생약이라는 게 실제로 그렇게 신비로운지 시험해 보고 싶어.”“개한테 먹여보면 개도 불멸의 존재가 되지 않겠어!?”하현의 말을 듣고 장내는 잠시 조용해지더니 잠시 후 다들 멍해졌다. 미친놈! 미친놈이 틀림없다!이건 2조원 현금으로 낙찰 받은 물건이다! 이 안에는 사람을 불로장생시킬 수 있는 장생약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하현이
하현의 말을 듣고 방현진은 안색이 변하고 또 변했다. 원래 담담했던 눈동자는 더없이 음침해졌고 하현을 노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씨, 네가 감히 그 장생약을 개에게 먹이면 묻힐 곳이 없도록 죽여주겠다고 맹세하지!”“그리고 너뿐만 아니라 너의 18대 조상들의 무덤까지 모두 도려낼 거라고 약속해!”이때 방현진은 벌써 조금 조급한 기운이 맴돌았다.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 도령 어르신 말씀은 마치 내가 물건을 당신에게 양보하면 나를 봐줄 것 같이 말하네요?” “너 벌써 몇 번이나 사람을 보내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어?”“기왕 우리 둘 다 죽을 때까지 싸울 운명인데 내가 왜 네 체면을 세워줘야 돼?”“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방현진은 눈꺼풀이 껑충 뛰었다. 자기도 모르게 미야모토를 쳐다보았다. 어떤 일들은 그가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단 한 번의 제스처만 취하면 아랫사람들은 자연스레 명령을 수행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미야모토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에게 누가 손을 댔는지 눈치채게 했다. “퍽!”다음 순간 방현진은 손등으로 미야모토의 뺨을 후려쳤다. 조금도 아낄 마음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내가 진작에 말했지. 한번에 성공하라고.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될 일들이 있다고!”“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거야?”미야모토는 아리따운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하나 더 생겼지만 그녀는 지금 감히 원망하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 도련님, 제 잘못입니다.”“이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제가 반드시 만족스럽게 해명하겠습니다.”미야모토가 용서를 비는 모습을 보고 방현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지 않았다. 이때 미야모토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가 하현을 노려 보았다. 눈동자에는 경멸하고 도발하는 눈빛이 담겨 있었다. “하씨, 너 능력이 있으면 정말 장생약을 개에게 먹여봐!”그녀는 이 대하인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보잘것없는 남원에서 온 촌놈일 뿐인데
미야모토는 그림 같은 얼굴에서 경멸하는 빛을 보였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하씨, 바깥 물건 하나 가지고 방 도련님을 위협하려고?”“네가 뭔데? “너 누가 너를 상대할 거 같아!?”“맞아! 능력이 있으면 개에게 직접 먹여 봐!”“우리도 2조짜리 장생약으로 개가 불멸의 존재가 되는지 한번 보고 싶네!”“나는 네가 개에게 먹이는 게 전혀 아깝지 않아!”“웃겨! 정말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소리야!”“방 도련님은 여태껏 아무에게도 위협을 받은 적이 없어!”방현진과 친분이 있던 많은 유명 인사들은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고 하나같이 경멸하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슬기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 광경을 쳐다보았다. 하현이 도대체 뭘 하려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방현진은 비록 입을 열지 않았지만 얼굴은 불안정해 보였다. 처음 연경 네 도련님의 음침했던 기색은 진작에 사라졌다. “좋아, 그럼 모두에게 보여줄게. 너희들 이리 와봐. 이따가 영상 잘 찍어!”하현은 알약을 집어 들고 주위를 한 바퀴 둘러 보더니 공해원에게 토종개를 안으라고 했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손을 뻗어 토종개의 입에 알약을 넣으려고 했다. 토종개는 이때도 혀를 내밀며 한껏 협조를 했고 작은 얼굴에는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방현진은 순간 얼굴빛이 더 없이 안 좋아졌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의 뒤에 화려한 옷 차림의 남자들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하현의 이 수법은 그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그들은 하현이 정말 이것을 개에게 먹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방현진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이제 대구, 나가주 지대는 단지 덤에 불과했다. 그의 진짜 목적은 방가 고대 무술의 혈통을 대신해 이 전설의 장생약을 찾는 것이었다. 비록 천 년이 지나 이 장생약의 약효는 없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알고 이 물건을 손을 넣을 수만 있다면 방가의 숨겨진 고대 무술 혈통이 어떤
“안돼!”방현진은 거의 본능적으로 뛰쳐나왔고 자기도 모르게 하현의 손을 잡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하현은 반 발자국 뒤로 물러섰고 오른손을 흔들자 장생약이 그의 손바닥에 나타났다. 전장은 충격에 휩싸였다!하현이 방현진을 속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이 외에도 방현진은 상상을 초월하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하현은 잃어버린 장생약을 움켜쥐고 웃으며 웃을 듯 말 듯 하며 말했다. “방 도령,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내 물건으로 개에게 먹이겠다는 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네가 이런 일까지 관여하려고?”슬기는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가 곧 깨달았다. 하현은 어젯밤 어떤 통로를 통해 방현진이 지금 대구에 온 진짜 목적을 조사하고 확인했을 것이다.그렇지 않았으면 방현진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변백범과 공해원은 모두 하현을 보며 우러러 보는 기색이었다. 대장은 역시 대장이다. 마음대로 몇 가지 동작을 했을 뿐인데 연경 네 도련님 중 하나인 방 도령이 한계를 넘어섰다.지금 방현진은 안색이 광변했다. 그는 자신이 이미 기회를 잃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하현을 응시하며 차갑게 말했다. “하씨, 너무 극단적으로 굴지마!”“오늘 여지를 남겨둬야 나중에 좋게 만날 수 있는 거야!”“너 쓸데없는 말이 많구나.”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가격은 2조 7천억이야. 돈 입금하고 가져가!”2조 7천억!?하현 사자가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을 듣고 장내는 어수선해졌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건 돈을 뺏는 것이라고 느꼈다. “방 도련님, 됐어요. 이 물건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미야모토는 방현진을 말렸다. “어차피 전설의 장생약 아니에요? 이 물건이 마음에 드시면 우리 섬나라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어요!”미야모토는 방현진의 진짜 목적을 모르고 하현에 대한 미움이 가득했다.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3조 6천억.”“하씨, 너 머리에 물 찼지?”미야
“너______”방현진은 하현의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앞으로 나와 뺨을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약간의 이성이 그에게 만약 그가 지금 지나치게 충동적으로 굴면 하현이 계속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이 장생약을 반드시 얻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다음 순간 방현진은 거의 이를 악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게 18조를 주고 거렁뱅이를 내쫓아!”이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라 숨이 멎는 소리를 냈다. 방금 5조 5천억이었을 때 방현진은 이미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지금 18조가 되었는데 뜻밖에도 방현진이 격분해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도 승낙을 했다고? 이 순간 얼마나 많은 이름난 귀부인들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는지 모른다. 눈앞의 이 장면은 그들의 생각을 벌써 훨씬 뛰어넘었다. 기껏해야 550억짜리 물건이 2조에 낙찰이 됐는데 그걸 다시 18조에 판다고?이 가격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듣기만 했는데도 어지러웠다!이 순간 상류층 거물의 세자, 도련님, 귀부인을 자처하던 사람들은 거의 비틀거리며 쓰러질 지경이었다. “방 도련님의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방현진의 수행원이 이를 갈며 자신에게 계좌이체 하는 것을 보고 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수행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 맞다. 맞다. 바로 너구나!”“방금 너 나한테 너희 방 도령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려고 했었지?”“너 지금 무릎 꿇고 물건 가지고 돌아가.”이 수행원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방현진은 이 중요한 순간에 계속 하현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저 담담한 눈으로 수행원을 쳐다보았다. 수행원은 불편한 얼굴로 하현 앞으로 걸어가 ‘탁’하고 무릎을 꿇었다. 하현은 오른손으로 그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봤지?
얼굴에 손바닥 도장이 찍힌 미야모토는 온몸이 한기로 가득 찬 방현진을 보고는 자리로 돌아가 앉아 방현진의 손을 잡고 속삭이며 말했다. “방 도련님, 죄송해요. 제가 충동적이었어요!”“이 물건의 중요성을 몰랐어요.”“제가 사과의 표시로 이 18조의 비용은 저희 미야그룹이 낼 게요.”이 말을 꺼낼 때 미야모토의 눈가가 떨렸다. 어쨌든 이것은 18만원이 아니라 18조였다. 미야그룹은 비록 섬나라에서 아주 잘 살고 있었지만 갑자기 18조의 현금을 내놓으면 틀림없이 대대적인 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 돈이 방현진과 그녀의 합작에 영향을 미쳤기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미야모토는 차라리 돈을 부수기를 원했다. “일은 여기서 끝내요.” 미야모토의 말을 듣고 방현진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리에 기댄 채 다소 누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두 번째 일에 집중하자.” 미야모토는 심호흡을 했다. 나가주 땅은 방 도련님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땅이었다.하지만 그 땅은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하는 신당류와 미야그룹에겐 아주 중요했다. 다만 섬나라 사람들은 대구 중심 도시 지역 경매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다. 미아모토가 방현진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원인 중 하나는 나가주 땅을 얻고 싶어서였다. 방현진의 손을 통해서만 그 땅을 싼 값에 얻을 수 있었다. 그래야만 신당류와 미야그룹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었다. “너희들 돈은 충분히 준비했지?”방현진은 양손에 깍지를 낀 채 허벅지에 올려 놓았다. 미야모토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2조의 보증금 말고도 18조의 자금이 준비되어 있어 땅을 따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요.”“제가 듣기로 이슬기도 우리와 경매를 하려고 한다고 들었는데 제가 조사해보니 쓸 수 있는 현금이 기껏해야 10조라고 들었어요.”“다른 사람들은 우리와 경쟁할 자격이 없어요.” “그러니 오늘 이 경매는 십중팔구
방현진과 미야모토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있을 때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내던졌다. 그러자 변백범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도련님, 왜 그 장생약을 그들에게 주셨어요?”“만약 그 물건이 도련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신기한 거라면 우리가 충분히 남길만 하잖아요.”하현은 변백범을 힐끗 쳐다보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 정말 장생약이라는 걸 믿어?”변백범은 어리둥절해 반응이 없었다. 하현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세상에 정말 장생약이 있다면 서복은 세계 최초 불멸의 존재가 됐을 거야.”“그 물건은 말하자면 신비롭긴 하지. 근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수은이야. 온도계 안에나 있는 그런 물건이야. 다만 고대에는 기술이 안 좋아서 색이 검은색이었을 뿐이야.”변백범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현이 이렇게 입을 연 이상 그럼 이것은 정말 확실한 것이었다. 만약 방현진이 자신이 18조를 주고 산 물건이 수은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 지 모르겠다. 하현과 변백범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경매는 계속 되었다. 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물건이 없었다. 곧 맨 마지막 순서의 물건이 나왔다. 아름다운 경매사는 동영상을 재생하며 소개하기 시작했다. “대구 나가주 중심부에 있는 H지대는 20만평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에서 유일하게 비어있는 구역입니다.”“이 땅은 20년 전에 항성의 부유한 상인들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몇 년 동안 개발이 되지 않아 이 땅은 관청에서 회수해 오늘 다시 경매에 부쳐지게 됐습니다.” 영상이 재생되자 많은 사람들은 이 지대가 나가주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가치는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단순하게 오피스텔로 개발해도 상업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국내외 얼마나 많은 재벌, 대기업이 이 땅을 얻으려고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다 실패했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하현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하나같이 눈가에 미친 듯이 경련이 일었고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은 기괴함으로 가득 찼다. 네 놈 집에 있는 금고라도 열었니? 아니면 지폐를 인쇄한 거야?입만 열면 18조라니!?너 18만 원 인 줄 아는 거야?이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서 하현의 뺨을 때리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게 어디 있는가?슬기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원래 하현이 최전선으로 자신을 보낼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하현이 바로 K.O 시킬 줄은 몰랐다. 이 순간 거의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방현진처럼 차분하게, 미야모토처럼 차갑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두 사람은 하현의 눈빛을 쳐다보면서 하현을 직접 칼로 베어버리고 싶었다. 하현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18조라니!“하현!!!”가까스로 냉정을 되찾은 미야모토는 이때 이를 악물었다. 만약 시기와 장소만 허락됐다면 그녀는 분명 지금 고기 뜯어 먹듯 하현을 물어 뜯었을 것이다! 여경매사는 약간 기절할 뻔 했다. 자신의 1% 공제금이 생각나 이때 조용하게 말했다. “하 도련님, 지금 18조를 말씀하신 거 정말이에요?”지금 그녀는 자신의 청력을 의심했다. 어디서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긴 거지?하룻밤 사이에 모든 일을 해결했다. “18조! 이 땅은 내가 살게요.”하현은 손에 든 패를 흔들었다. 그리고 난 후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음침한 기색의 방현진을 실눈으로 쳐다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방 도령, 너 어쨌든 연경의 네 도련님 중 한 사람이잖아. 재력이 대단할 텐데 나랑 놀아야 하지 않겠어?”“물론, 규칙은 방금과 같이 2천억을 더할 필요는 없어. 너무 재미없잖아!”“네가 35조를 부르면 내가 55조를 부르겠다고 약속할게. 어때?”“너……”방현진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누군가가 그의 얼굴을 때리는 것을 처음 보았다.이때 그는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