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진과 미야모토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있을 때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내던졌다. 그러자 변백범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도련님, 왜 그 장생약을 그들에게 주셨어요?”“만약 그 물건이 도련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신기한 거라면 우리가 충분히 남길만 하잖아요.”하현은 변백범을 힐끗 쳐다보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 정말 장생약이라는 걸 믿어?”변백범은 어리둥절해 반응이 없었다. 하현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세상에 정말 장생약이 있다면 서복은 세계 최초 불멸의 존재가 됐을 거야.”“그 물건은 말하자면 신비롭긴 하지. 근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수은이야. 온도계 안에나 있는 그런 물건이야. 다만 고대에는 기술이 안 좋아서 색이 검은색이었을 뿐이야.”변백범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현이 이렇게 입을 연 이상 그럼 이것은 정말 확실한 것이었다. 만약 방현진이 자신이 18조를 주고 산 물건이 수은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 지 모르겠다. 하현과 변백범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경매는 계속 되었다. 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물건이 없었다. 곧 맨 마지막 순서의 물건이 나왔다. 아름다운 경매사는 동영상을 재생하며 소개하기 시작했다. “대구 나가주 중심부에 있는 H지대는 20만평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에서 유일하게 비어있는 구역입니다.”“이 땅은 20년 전에 항성의 부유한 상인들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몇 년 동안 개발이 되지 않아 이 땅은 관청에서 회수해 오늘 다시 경매에 부쳐지게 됐습니다.” 영상이 재생되자 많은 사람들은 이 지대가 나가주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가치는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단순하게 오피스텔로 개발해도 상업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국내외 얼마나 많은 재벌, 대기업이 이 땅을 얻으려고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다 실패했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하현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하나같이 눈가에 미친 듯이 경련이 일었고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은 기괴함으로 가득 찼다. 네 놈 집에 있는 금고라도 열었니? 아니면 지폐를 인쇄한 거야?입만 열면 18조라니!?너 18만 원 인 줄 아는 거야?이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서 하현의 뺨을 때리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게 어디 있는가?슬기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원래 하현이 최전선으로 자신을 보낼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하현이 바로 K.O 시킬 줄은 몰랐다. 이 순간 거의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방현진처럼 차분하게, 미야모토처럼 차갑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두 사람은 하현의 눈빛을 쳐다보면서 하현을 직접 칼로 베어버리고 싶었다. 하현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18조라니!“하현!!!”가까스로 냉정을 되찾은 미야모토는 이때 이를 악물었다. 만약 시기와 장소만 허락됐다면 그녀는 분명 지금 고기 뜯어 먹듯 하현을 물어 뜯었을 것이다! 여경매사는 약간 기절할 뻔 했다. 자신의 1% 공제금이 생각나 이때 조용하게 말했다. “하 도련님, 지금 18조를 말씀하신 거 정말이에요?”지금 그녀는 자신의 청력을 의심했다. 어디서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긴 거지?하룻밤 사이에 모든 일을 해결했다. “18조! 이 땅은 내가 살게요.”하현은 손에 든 패를 흔들었다. 그리고 난 후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음침한 기색의 방현진을 실눈으로 쳐다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방 도령, 너 어쨌든 연경의 네 도련님 중 한 사람이잖아. 재력이 대단할 텐데 나랑 놀아야 하지 않겠어?”“물론, 규칙은 방금과 같이 2천억을 더할 필요는 없어. 너무 재미없잖아!”“네가 35조를 부르면 내가 55조를 부르겠다고 약속할게. 어때?”“너……”방현진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누군가가 그의 얼굴을 때리는 것을 처음 보았다.이때 그는
하현은 웃을 듯 말 듯한 얼굴로 방현진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 담담하게 고개를 돌리고는 경매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방 도령 말고는 여기서 나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없어.”“어서 낙찰하지 않고 뭐해?”경매사는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에야 반응을 했다. 그녀는 격양된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망치를 흔들었다. “하나!”“둘!”“셋!”“지금 선언합니다. 나가주 H지대는 하 도련님이 획득하셨습니다!”다음 순간 전장의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하현이 이렇게 방현진을 도발했으니 앞으로 어떤 결말을 맺게 되든 그는 분명 유명해 질 것이다. 몇몇 이름난 규수집 따님들은 더욱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하현에게 말을 걸어 그가 죽기 전에 그의 돈을 뜯어내려고 했다. 한 가운데 앉아 있던 방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흡족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젊은이, 아주 훌륭하네. 감히 이렇게 나를 가지고 노는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 봐!”“하지만 이 대문을 나서면서부터 너는 후회라는 두 글자를 어떻게 쓰는 지 알게 될 거야.”말을 마친 후 방현진은 미야모토와 사람들을 데리고 발길을 돌려 떠났다. 다만 그가 막 대문을 나서려고 하는 순간, 하현은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방 도령, 내가 후회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는데.”“근데 너는 일단 후회라는 두 글자를 어떻게 쓰는 지 제대로 배우게 될 거야.”“18조로 수은 덩어리를 샀으니 너희 방가 족보에 기록 될만한 거래가 될 거 같은데?”방금 문을 나서려던 방현진은 살짝 멍해지더니 급히 고개를 돌렸다.“하씨, 너 무슨 뜻이야?”“문자 그대로야.”하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장생약이라고 했던 건 바로 수은이었어. 방 도령이 이런 기본 상식도 없는 건 아니겠지!?”“털컥______”이때 방현진 손에 있던 검은색 알약이 세게 부스러졌다. 곧이어 손바닥에 떨어진 저질의 수은을 보며 방현진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차는 고가도로에 올라 빠르게 시내의 향산 별장으로 돌아갔다. 다만 별장 차고에 들어서려고 할 때 운전자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졌다. 앞줄에 앉은 공해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 도련님, 상황을 보니 경찰서 사람들이 향산 별장을 포위했습니다.”“잠시 멈출까요? 아니면……”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창 너머로 반짝이는 경찰차들과 끊임없이 드나드는 형사들을 바라보았다. 엄지 손가락으로 생각해도 향산 별장에 일이 생겼다는 것은 큰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방 도령은 정말이지 분수를 모르는 거 같아.” “그래도 솜씨가 대단하네!”“얼마나 지났지? 30분도 안됐는데 벌써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네.”“이게 그가 미리 준비해 둔 수법인지 아니면 경매장을 빠져 나온 뒤에 준비하기 시작한 건 지 모르겠네.” “만약 방금 준비한 거라면 그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겠어!”말을 마치고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슬기는 멍하니 하현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것이 농담이 아님을 알아차렸다.눈 앞의 이 장면은 분명 방현진의 솜씨일 것이다. 다만 그가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뿐이다. 슬기는 잠시 생각한 뒤에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요즘은 법을 중시하는 때에요.”“방현진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아요?”“섣불리 죄를 뒤집어 씌웠다가는 큰 코 다칠 거예요.”“게다가 대구는 국제 대도시잖아요. 이곳 일을 처리할 때는 반드시 국제적 영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일단 어느 누군가의 선을 밟으면 관청이 직접 개입을 할 거에요.”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떨 때는 마음속에 벼르고 있는 일이 있을 땐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하게 마련이야.” “어쨌든 오늘 우리의 방 도령은 18조의 손해를 보고 결국 아무 것도 손에 넣지
선두에 선 형사는 손을 뻗어 뒷좌석의 차창을 두드리며 하현과 사람들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하현은 차에서 내리며 일부러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사님, 우리는 법을 준수하는 시민인데 왜 우리를 막아 섰는지 모르겠네요?”선두의 선 형사는 사진 한 장을 꺼내 몇 번 자세히 살펴본 후 하현을 아래위로 훑어 보고 나서야 차갑게 말했다. “잡아 가!”슬기는 자기도 모르게 차에서 내렸다. 하현은 그녀를 향해 눈빛을 보낸 후 궁금해 하는 얼굴로 말했다. “형사님,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람을 잡아가려면 이유를 대야 하는 거 아닌가요?”“이렇게 엄숙한 얼굴로 저를 데려 가려고 하시는 데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보죠?”“사리사욕을 채우느라 법을 어기고 함부로 행동하는 모습이 언론에 폭로될까 두렵지 않으세요?”하현의 태도가 너무 차분했는지 이 선두에 선 형사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잠시 후 차갑게 말했다. “하현 맞죠? 설마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겁니까?”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하며 말했다.“저는 항상 법을 준수하는 시민이에요. 경찰서에서 이렇게 큰 전투를 벌이며 저를 잡으러 올만 큼 뭘 잘못했는지 정말 모르겠네요.”“보여?”선두의 선 형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하현은 사진을 보고 처음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살짝 멍해졌다. 그의 눈동자에는 아주 놀라는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사진 속엔 목을 맨 시신이 있었다. 살아있을 때 그녀의 이름은 후지와라 미우였다. “사망자를 알아 보시겠어요?”선두의 선 형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후지와라 미우 아가가씨는 섬나라 국적의 유명 인터넷 스타인데 오늘 아침 향산 11호 별장에서 목을 맨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하며 말했다. “저는 후지와라 미우 아가씨를 확실히 알아요. 어젯밤 주씨 가족 연회에 같이 참석했거든요. 근데 이 아가씨의 죽음이 저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선두의 형사는 차갑게 말했다. “우리가
선두에 선 형사는 이런 상황에서 하현이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곧 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잠시 후에야 손을 흔들며 말했다. “길을 비켜 주세요. 지나갈게요!”하현은 변백범을 향해 눈짓을 했고 곧 차 안으로 들어갔다. 하현은 웃으며 어떤 과격한 행동도 하지 않고 아무 망설임 없이 경찰차에 들어가 앉았다. “붕_____”곧 몇 대의 차가 하현을 호송하고 빠르게 떠났다. 향산 별장 쪽에는 아직도 많은 형사들이 현장에 남아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다. ……오후 3시. 대구 경찰서 제1지국. 진주희와 조남헌 등 사람들은 대문으로 들어갔고 막 차를 세웠을 때 슬기와 사람들이 홀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외에도 주건국, 주시현, 이소연 등 어젯밤 주씨 가족 연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을 보고 진주희와 조남헌은 살짝 멈칫했다. 하현이 이렇게 힘이 있는데, 어떻게 이 나락까지 떨어질 수가 있는가?“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슬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소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하현이 어젯밤 우리 집 연회에서 사람들에게 대구 인터넷과 연예계에서 후지와라 미우 아가씨를 봉쇄하겠다고 말했어요!”“결국 오늘 아침 후지와라 미우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했어요!”“그가 살인범은 아니지만 후지와라 미우 아가씨는 그 사람 때문에 죽었어요!”“그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해요!”이 말을 마치고 이소연은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어렵사리 별장 하나 장만했는데 결국 후지와라 미우의 죽음으로 흉가가 되었다!지금 경찰서 사람들이 현장을 봉쇄했을 뿐 아니라 이 집의 가치도 순식간에 얼마나 떨어졌는지 모른다. 이때 이소연은 치가 떨렸다. 후지와라는 이미 죽었기에 그녀는 상대방에게 계산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하현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가 경찰서 사람들에게 불려 갔으니 상황이 해결되고 나면 이소연은 하현을 목 졸라 죽일 것이다.그녀가 볼 때 이 모든
주건국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하현 이 녀석은 큰 소리 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본심은 좋아!”“하현이 후지와라 아가씨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했을 리 없어!”옆에서 슬기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이건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어젯밤 후지와라 미우가 하현의 방에 자진해서 왔어요. 그녀 욕실에 샤워기가 고장 나서 하현의 방에 가서 목욕을 한 거예요.”“제가 이미 경찰서 사람들에게 가서 설명을 했으니 그들이 하현을 올바르게 판단하리라고 믿어요.”“욕실 샤워기가 고장 났다고요? 이런 핑계를 댔다니?” 이소연은 비꼬는 얼굴이었다. “이 아가씨, 당신은 신분이 높고 지위도 높지만 사회 경력이 너무 얕아요!”“우리 집 새로운 별장에 가구도 아직 안 써봤는데 입주 첫날 욕실 샤워기가 고장 나다니요?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어요?”“내가 당신 말을 못 믿는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경찰서 형사님이 믿을 거 같아요?”“그들이 바본가요?”이소연의 말에 이슬기는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그녀는 이미 상황을 파악했다. 어젯밤 많은 사람들의 진술을 보면 하현은 매우 불리해진 상황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가지 사실을 설명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하현과 후지와라가 충돌을 했고 그가 대중 앞에서 그녀를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동기가 있고 증인이 있으니 그럼 증거만 찾으면 되었다. 하현이 사람을 죽였다는 죄명은 쓰지 않을지 모르지만, 외국 친구를 죽게 한 중죄는 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줄곧 무거운 처벌과 외교 관련으로 많은 유능한 거물들이 개입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하현은 8년이나 10년의 가벼운 형을 선고 받을 것이다.일단 들어가서 8년, 10년이 지나면 하현은 기본적으로 폐물이 되는 셈이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슬기도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녀는 이씨 집안이나 심씨 집안의 힘을 이용해 이 일을 평정해 보
“거래요?”슬기는 살짝 멍해졌다. 그녀는 방현진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혼란스러워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방현진은 가늘고 긴 담배에 아무렇게나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마신 뒤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후지와라 미우는 어쨌든 결국 섬나라 사람이야.”“그래서 그녀의 죽음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일이야. 문제가 큰지 작은지는 섬나라에게 달려 있어.” “너도 내가 섬나라와 관계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입을 열기만 하면 한 마디면 되는 일이야. 섬나라 쪽에서 후지와라 미우에 대해 추궁하지 않게 할 수 있어. 이렇게 하면 너희들에게 큰 일을 작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지.”“그리고 나는 대구 경찰서에 아는 사람이 몇 명 있어. 30분만 시간을 주면 모든 증인의 진술을 다시 새롭게 만들 수 있어!”“심지어 일부 변하지 않는 증거들도 사라지게 할 수 있어.”“언론의 모든 유언비어도 30분 안에 사라지게 할 수 있어.”“한 시간만 있으면 우리 하현 하 도련님이 두 손 두 발 멀쩡하게 걸어 나와 계속해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될 거야.” “어때?”방현진이 평온한 기색으로 하는 이 말들을 듣고 이소연과 주시현 등 사람들은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기색이었다. 그들은 방현진의 얼굴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조남헌, 진주희 등은 하현과 방현진 사이에 큰 충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방현진이 하현을 짓밟을 기회를 잡으려고 하지는 않더라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하현을 꺼내려고 할 줄이야. 슬기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잠시 후에야 천천히 말했다. “그럼 당신은 뭘 원하는데요?”“거래라고 했으니 방 도련님도 뭘 하는 지 말해줘야 하지 않겠어요?”방현진은 웃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오기 전에 미야모토가 하현의 손에서 나가주 H지대를 꼭 따내라고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