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대구 센터를 떠났다. 동문성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 그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는 조남헌의 스타일상 분명 적절하게 처리 될 것이라고 믿었다. 육재훈은 자신에 의해 불구가 되었으니 이때 감히 튀어 나왔다간 자신이 단번에 그를 망가뜨릴 테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띠리링______”하현이 대구 센터를 나설 때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하현이 전화를 받자 곧 맞은 편에서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현, 나 왕화천이야.”“왕 부회장님,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전화를 주시다니 무슨 일이세요?”“저 밥 사주시려고요?”왕화천은 차가운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30분 후 대구회에서 밥 사줄게.”“너한테 할 말이 있어.”하현은 칭찬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왕 부회장님, 나를 죽이고 싶었을 텐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를 식사에 초대했다니요.”“당신이 나를 모해할 목적으로 초청한 모임에 참석하는 건 별로 관심이 없긴 한데요.”“당신이 이렇게 뻔뻔한 걸 봐서 나도 당신과 얘기 해 볼만 하네요.”전화 맞은편에서 왕화천은 거의 화가 나서 죽을 뻔했다. 30분 후 하현은 왕주아의 차를 기다렸다가 두 사람은 마도회에 도착했다. 마도회는 왕씨 집안의 산업이다. 오늘 오후 바로 전체 세를 내서 종업원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현은 한 눈에 왕화천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수행원 여지원도 있었다. 왕화천 앞에 높인 접시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케이크가 놓여져 있었다. 이 케이크는 모두 비건용이었기 때문에 각 조각마다 모두 미슐랭 셰프가 일일이 손을 대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조금씩 먹으면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여지원은 싸늘한 기색으로 하현을 주시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인 어른, 안녕하세요!”하현도 개의치 않고 왕주아와 함께 왕화천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난 후 아랑곳하지 않고 젓가락을 들고 조금도 사양하지 않았다. 왕주아는 하현처럼 이렇게 거만하게 굴지 않고 공손
왕화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현은 그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았고 그의 얼굴을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왕주아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아버지는 항상 교만하고 자부심이 강한 인물인데 하현에게 이렇게 조롱을 당하면서도 상을 엎어버리지 않다니, 이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자.”하현은 젓가락을 내려 놓고 차를 한잔 따랐다. “왕 부회장님이 저를 부른 이상 그냥 밥이나 한끼 같이 먹자고 부른 건 아니겠죠?”“왕 부회장님이 저와 어떤 거래를 하려고 그러시는 지 모르겠네요?”“다들 어른이니 할 말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겠지?”왕화천은 감상하는 기색을 띠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현, 비록 내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지만 나는 여전히 네가 젊은 세대에서 인물이라는 건 인정해.”“네가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를 하니 그럼 나도 얘기를 할게!”“이번에 너를 부른 건 세 가지 일로 부른 거야.”“첫째, 내 딸과 정용의 결혼은 이미 정해진 거야. 왕가에 관한 일이니 누구도 바꿀 수 없어. 하현 너를 포함해서.”“둘째, 나는 네가 나를 도와 진주희와 한바탕 붙었으면 좋겠어.”“셋째, 네가 내 부인의 상황을 알아 본 이상 너한테는 분명 해결 방법이 있을 거야. 나는 네가 내 아내를 구해줬으면 좋겠어!”왕화천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표정이었다. “세 가지 조건에서 하나를 해결하면 내가 200억을 줄게!”“세 가지를 다 완성하면 천억을 주고!”“하현, 천억은 많은 사람들이 평생 볼 수 없는 숫자라는 걸 알아야 해!”“천억을 가지고 가면 너는 어느 곳에서나 부자가 되는 거야!”하현은 왕화천을 흥미롭게 쳐다보며 웃을 듯 말 듯 말했다. “첫 번째 조건은 확실히 승낙할 수 없어.”“주아의 결혼은 주아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거야. 주아가 원하면 거지에게 시집을 간다고 해도 나는 밀어줄 거야. 주아가 싫다고 하면 왕자한테 시집을 간다고 해도 밟아 버릴 거고!”
4조, 이것은 세상을 놀라게 할 숫자다. 간단히 말해 운이 없었다면 18대 조상들도 이 돈을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왕가는 비록 20조의 자산이 있었지만 단기간 내에 그렇게 많은 현금을 모으려면 많은 힘이 필요했다.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하현이 왕주아의 정의를 찾아 주고 그녀의 친 어머니에게 해명을 받아 내는 데 한 푼도 받지 않다니, 어떻게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왕주아가 이렇게 컸지만 여태껏 그녀에게 이렇게 잘해 준 사람은 만나 본 적이 없었다. 설령 정용과 결혼을 한다고 해도 여태껏 그녀를 위해 진실을 밝히고 해명을 받아내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왕주아는 자기도 모르게 하현의 손목을 잡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함부로 말하지 마!”여지원과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현은 그들의 원수인 셈이었다. 그들은 하현을 칼로 베고 싶었지만 하현의 인격적 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왕주아가 그에게 목숨을 걸더라니. 하현은 손을 뻗어 왕주아의 손등을 두드리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내 말 들어.”“김애선의 상황을 알아봤으니 나는 당연히 그녀를 구할 자신이 있어.”“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지회장 자리에 앉히는 것도 어렵지 않아.” “문제는 아버지가 어떻게 선택하느냐 하는 거야……”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맞은편의 왕화천을 쳐다보며 웃었다. “왕 부회장님, 어때요? 상석에 앉고 싶으세요?”“왕주아 어머니 일은 분명히 알고 있을 거예요. 주아에게 해명하세요. 말 한마디면 돼요. 뭔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요.”“진상을 밝히고 지회장 자리에 앉고, 아내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수지맞는 장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왕화천은 눈꺼풀이 뛰었다. 숨 쉬는 것조차 가빠졌다. 하현의 제안이 너무 유혹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몰래 숨겼다고?”하현은 무덤덤한 기색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 물건은 네가 보기에는 둘도 없는 권세를 뜻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야.”“네가 원하면 나는 너한테 팔 수도 있어.”“하지만 지금 가격이 올라 4조야!”하현은 손가락 네 개를 내밀었다. “역시 그 조건이야. 주아 어머니에게 해명하면 이 걸 두 손으로 줄게!”왕화천은 순간 숨이 가빠졌다. 몇 번이고 돈으로 뺏고 싶었지만 하현의 솜씨를 봐서는 그가 결코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완전히 태도를 바꿔 이 물건을 폭로하면 왕화천도 이 물건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생각이 왕화천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잠시 후, 그는 억지로 와인을 한 잔 마신 뒤 부드러운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전에는 미인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을 믿지 않았어.”“하지만 오늘은 믿을 수 있겠어!”“하현, 나는 네가 어디서 영패를 얻었는지는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하지만 이 영패는 대구에서 둘도 없는 권세를 대표하는 거야!”“십만의 용문 대구 자제들이 모두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거야!”“근데 네가 주아를 위해 이런 중요한 물건을 꺼내다니 감동이야!”“이건 내 딸이 너를 따라간다면 주아의 안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왕화천은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 “이 점을 봐서 네가 내 뺨을 때린 일은 없던 일로 할게!”“네가 우리 집에 와서 소란을 피운 일도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네가 영패를 몰래 숨긴 일도 따지지 않을 거야!”여지원과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왕화천이 이렇게 입을 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쨌든 그는 항상 높은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여태껏 어느 누구도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왕 부회장, 당신이 내가 한 일을 없던 일로 하든 말든 나는 상관 안 해!”“이 영패가 무엇을 대표하는 지
왕화천이 떠나는 것을 보고 여지원과 사람들은 서둘러 따라갔다. 왕주아는 눈물만 남았다. 그녀는 어찌됐든 아버지가 자기에게 해명하기를 원치 않고 4조원을 지불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의 예쁜 얼굴에는 탄식과 체념이 어려있었다. “주아야, 너를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하현은 한숨을 쉬며 손을 뻗어 왕주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왕화천이 4조원의 대가를 치를지언정 주아의 정의를 세워주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걱정 마. 영패를 가지고 갔다고 지회장이 될 수 있을까?”“네 아버지께서 너무 쉽게 생각하신 것 같아!”“너에게 해명하지 않는 한 이 지회장 자리는 평생 얻지 못할 거야.”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지금 용문 대구 지회의 상황으로 볼 때 단순히 영패만으로는 어떤 일도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충분한 세력과 힘이 있어야만 수석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영패를 가져간 왕화천이 만약 정말 어리석게도 영패를 내밀어 진주희와 조남헌을 통제하려고 한다면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하현, 괜찮아. 고마워.”왕주아는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애처로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버지의 선택 때문에 힘들긴 해.”“하지만 나는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너무 기뻐!”“나는 네 홍안지기도 아니고 여자 친구도 아닌데 나를 위해서 4조원을 써주겠다고 하다니. 이번 일은 나 왕주아가 평생 자랑할 만한 일이야!”“우리 엄마의 일에 대해서는 내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겠어!”“적어도 우리 아버지의 반응을 보면 아버지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거 같아.”“아버지가 꼭 직접 말하도록 할 거야.”“하현, 너는 할 만큼 했어. 더 이상 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게 할 수는 없어!”이때 왕주아는 또 고원에 핀 연꽃처럼 처음 봤을 때의 차가운 분위기를 회복했다. “만약 김애선이 정말 우리 엄마의 병원비를 끊었다면 나는 그녀와 같이 죽는 것도 개의치
“4조!?”김애선은 놀라 숨을 헐떡였다. “왕 어르신,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이걸 4조원이랑 바꾸다니요?”“그 놈은 경비원일 뿐인데 그가 이렇게 귀한 영패를 어떻게 가지고 있을 수 있겠어요?”“설마 속은 거 아니에요?”지금 김애선은 너무 가슴이 쓰렸다. 그건 4조원이었다. 4만원이 아니었다!” 왕화천은 담담하게 말했다. “방금 내가 이미 조사해 봤어. 확실히 지회장 영패야.”“그 놈이 어떻게 이 영패를 얻었든 간에 어쨌든 지금 내 손에 들어왔어.”“이 영패가 있으면 나는 당당하게 상석에 앉을 수 있고 싸우지 않고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있어!”“4조원은 생각하지 마!”“이 영패로 심지어 대성 그룹까지 우리 손에 넣을 수 있어. 이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거야.”이 말에 김애선은 한숨을 내쉬며 냉정을 되찾았다. 왕화천의 말도 맞다. 이 영패는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배후에 있는 의미는 너무 컸다. 용문 대구 지회장의 자리 외에도 엄청난 힘과 부, 지위를 대표했다. 4조원과 바꿔도 전혀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김애선이 진정이 된 것을 보고 왕화천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원아, 비밀 루트를 통해 소식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 지회장 영패가 세상에 나왔다고 말해.” “나는 용문 대구 지회의 난장판을 끝내기 위해 영패를 들고 있는 자를 지회장으로 삼을 거야.”“누구든 지회장 영패를 들고 오면 그는 용문 대구 지회장이 될 거야!”여지원은 살짝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왕 회장님, 물건은 우리 손에 있잖아요……”“아니, 그런 우리 손에 없어. 적어도 지금은 없어.”왕화천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진주희와 조남헌이 지회장 영패를 가진 자가 지회장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을 기다려야 돼. 그 다음에야 내 손에 들어 올 거야.” 여지원은 마침내 뜻을 깨닫고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왕 회장님, 대단한 계락을 가지고 계시네요. 진주희와 조남헌 두 애송이
“망나니!”“개자식!”원망스럽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더니 김애선은 자신의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왕 어르신, 이 놈이 당신을 일부러 속인 거예요.”“정말 4조를 주셨어요!?”“이 모든 게 다 왕주아가 교사한 거예요!”“이건 우리와 왕가에 복수하고, 그녀의 식물 엄마를 위해 복수하기 위한 거예요!”“왕 어르신, 신고해요. 그 날뛰는 어릿광대를 잡아 들이고 주아를 잡아 오세요!”“나는 믿을 수가 없어요. 이 두 남녀를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이때 김애선은 하현에 대한 증오심이 극에 달했다. 외지에서 온 젊은이가 자신을 때릴 뿐 아니라 감히 이렇게 소란을 피우다니 정말 좋고 나쁜 게 뭔지 모르나 보다. 이런 사람은 발로 밟아 죽여야 한다. 꽃이 왜 이렇게 붉은지 알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아니! 지금은 손을 쓸 때가 아니야!”왕화천의 이마에는 핏줄이 솟구쳐 올랐고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지회장 자리를 노리고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심지어 하현도 다른 사람의 계획의 일환이야. 목적은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야!”“우리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면 안돼!”“정 세자에게 연락해서 이전의 모든 조건들을 다 들어 주겠다고 해!”“하지만 나는 반드시 지회장의 자리에 앉아야 해!”김애선은 심호흡을 하고 여전히 이를 갈며 말했다. “물론 큰 일이 중요한 건 알지만 이건 4조원이라구요! 나보고 어떻게 숨을 삼키란 말이에요?”왕화천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잠시 후 천천히 말했다. “사실, 하현도 말했어. 우리가 4조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그는 지회장 영패를 나에게 줄 뿐 아니라 당신 병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했어.”“하지만 딱 한 가지 조건이 있었어. 그건 주아 엄마의 일을 주아에게 해명하는 거였어!”“너, 승낙할 수 있겠어?”말을 하는 동안 왕화천은 손짓을 했고 질주하는 도요타 엘파는 고가 도로에 올라 타 번개처럼 속도를 냈다. “그
“왕 어르신! 왕 어르신! 움직이질 못하겠어요!”“움직일 수가 없어요!”이때 김애선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굳고 머리만 조금 움직일 수 있었지만 이내 자신의 혀에까지 마비감이 전해지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두려움이 들었다. “선아, 너 왜 그래?”왕화천은 자기도 모르게 김애선을 꼭 끌어안았고 그의 안색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이때 김애선의 온몸은 얼음장같이 한기가 감돌았다. 분명 그녀의 한기가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의사가 올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거야?”왕화천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김애선을 정말로 좋아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본처를 불구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딸과 사이가 틀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김애선이 이렇게 된 것을 보니 그는 가슴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김애선은 마지막 힘을 다해 대소변이 흘러나가지 않게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썼다. 그녀는떨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내가 다시 발작을 일으키면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고 꼼짝 못하는 식물인간이 될지도 몰라요……”“왕 어르신, 살려 주세요. 식물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요……”이때 김애선은 이전의 거만하고 오만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온통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식물인간이 되는 것은 죽기 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당신은 식물인간이 되지 않을 거야!”왕화천은 아내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보배 병원 교수님이 이미 말하지 않았어?”“당신 병세는 루게릭병과 비슷하지만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고 했잖아. 일상에서 관리만 잘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했잖아.”“게다가 이 병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거야? 어떻게 이럴 수가!?”“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겠어요.”김애선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하현! 하현이 틀림없어!”“전에 집에서 그가 하는 말이 내가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