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대구 센터를 떠났다. 동문성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 그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는 조남헌의 스타일상 분명 적절하게 처리 될 것이라고 믿었다. 육재훈은 자신에 의해 불구가 되었으니 이때 감히 튀어 나왔다간 자신이 단번에 그를 망가뜨릴 테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띠리링______”하현이 대구 센터를 나설 때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하현이 전화를 받자 곧 맞은 편에서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현, 나 왕화천이야.”“왕 부회장님,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전화를 주시다니 무슨 일이세요?”“저 밥 사주시려고요?”왕화천은 차가운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30분 후 대구회에서 밥 사줄게.”“너한테 할 말이 있어.”하현은 칭찬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왕 부회장님, 나를 죽이고 싶었을 텐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를 식사에 초대했다니요.”“당신이 나를 모해할 목적으로 초청한 모임에 참석하는 건 별로 관심이 없긴 한데요.”“당신이 이렇게 뻔뻔한 걸 봐서 나도 당신과 얘기 해 볼만 하네요.”전화 맞은편에서 왕화천은 거의 화가 나서 죽을 뻔했다. 30분 후 하현은 왕주아의 차를 기다렸다가 두 사람은 마도회에 도착했다. 마도회는 왕씨 집안의 산업이다. 오늘 오후 바로 전체 세를 내서 종업원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현은 한 눈에 왕화천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수행원 여지원도 있었다. 왕화천 앞에 높인 접시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케이크가 놓여져 있었다. 이 케이크는 모두 비건용이었기 때문에 각 조각마다 모두 미슐랭 셰프가 일일이 손을 대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조금씩 먹으면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여지원은 싸늘한 기색으로 하현을 주시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인 어른, 안녕하세요!”하현도 개의치 않고 왕주아와 함께 왕화천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난 후 아랑곳하지 않고 젓가락을 들고 조금도 사양하지 않았다. 왕주아는 하현처럼 이렇게 거만하게 굴지 않고 공손
왕화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현은 그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았고 그의 얼굴을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왕주아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아버지는 항상 교만하고 자부심이 강한 인물인데 하현에게 이렇게 조롱을 당하면서도 상을 엎어버리지 않다니, 이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자.”하현은 젓가락을 내려 놓고 차를 한잔 따랐다. “왕 부회장님이 저를 부른 이상 그냥 밥이나 한끼 같이 먹자고 부른 건 아니겠죠?”“왕 부회장님이 저와 어떤 거래를 하려고 그러시는 지 모르겠네요?”“다들 어른이니 할 말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겠지?”왕화천은 감상하는 기색을 띠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현, 비록 내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지만 나는 여전히 네가 젊은 세대에서 인물이라는 건 인정해.”“네가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를 하니 그럼 나도 얘기를 할게!”“이번에 너를 부른 건 세 가지 일로 부른 거야.”“첫째, 내 딸과 정용의 결혼은 이미 정해진 거야. 왕가에 관한 일이니 누구도 바꿀 수 없어. 하현 너를 포함해서.”“둘째, 나는 네가 나를 도와 진주희와 한바탕 붙었으면 좋겠어.”“셋째, 네가 내 부인의 상황을 알아 본 이상 너한테는 분명 해결 방법이 있을 거야. 나는 네가 내 아내를 구해줬으면 좋겠어!”왕화천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표정이었다. “세 가지 조건에서 하나를 해결하면 내가 200억을 줄게!”“세 가지를 다 완성하면 천억을 주고!”“하현, 천억은 많은 사람들이 평생 볼 수 없는 숫자라는 걸 알아야 해!”“천억을 가지고 가면 너는 어느 곳에서나 부자가 되는 거야!”하현은 왕화천을 흥미롭게 쳐다보며 웃을 듯 말 듯 말했다. “첫 번째 조건은 확실히 승낙할 수 없어.”“주아의 결혼은 주아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거야. 주아가 원하면 거지에게 시집을 간다고 해도 나는 밀어줄 거야. 주아가 싫다고 하면 왕자한테 시집을 간다고 해도 밟아 버릴 거고!”
4조, 이것은 세상을 놀라게 할 숫자다. 간단히 말해 운이 없었다면 18대 조상들도 이 돈을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왕가는 비록 20조의 자산이 있었지만 단기간 내에 그렇게 많은 현금을 모으려면 많은 힘이 필요했다.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하현이 왕주아의 정의를 찾아 주고 그녀의 친 어머니에게 해명을 받아 내는 데 한 푼도 받지 않다니, 어떻게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왕주아가 이렇게 컸지만 여태껏 그녀에게 이렇게 잘해 준 사람은 만나 본 적이 없었다. 설령 정용과 결혼을 한다고 해도 여태껏 그녀를 위해 진실을 밝히고 해명을 받아내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왕주아는 자기도 모르게 하현의 손목을 잡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함부로 말하지 마!”여지원과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현은 그들의 원수인 셈이었다. 그들은 하현을 칼로 베고 싶었지만 하현의 인격적 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왕주아가 그에게 목숨을 걸더라니. 하현은 손을 뻗어 왕주아의 손등을 두드리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내 말 들어.”“김애선의 상황을 알아봤으니 나는 당연히 그녀를 구할 자신이 있어.”“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지회장 자리에 앉히는 것도 어렵지 않아.” “문제는 아버지가 어떻게 선택하느냐 하는 거야……”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맞은편의 왕화천을 쳐다보며 웃었다. “왕 부회장님, 어때요? 상석에 앉고 싶으세요?”“왕주아 어머니 일은 분명히 알고 있을 거예요. 주아에게 해명하세요. 말 한마디면 돼요. 뭔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요.”“진상을 밝히고 지회장 자리에 앉고, 아내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수지맞는 장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왕화천은 눈꺼풀이 뛰었다. 숨 쉬는 것조차 가빠졌다. 하현의 제안이 너무 유혹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몰래 숨겼다고?”하현은 무덤덤한 기색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 물건은 네가 보기에는 둘도 없는 권세를 뜻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야.”“네가 원하면 나는 너한테 팔 수도 있어.”“하지만 지금 가격이 올라 4조야!”하현은 손가락 네 개를 내밀었다. “역시 그 조건이야. 주아 어머니에게 해명하면 이 걸 두 손으로 줄게!”왕화천은 순간 숨이 가빠졌다. 몇 번이고 돈으로 뺏고 싶었지만 하현의 솜씨를 봐서는 그가 결코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완전히 태도를 바꿔 이 물건을 폭로하면 왕화천도 이 물건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생각이 왕화천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잠시 후, 그는 억지로 와인을 한 잔 마신 뒤 부드러운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전에는 미인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을 믿지 않았어.”“하지만 오늘은 믿을 수 있겠어!”“하현, 나는 네가 어디서 영패를 얻었는지는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하지만 이 영패는 대구에서 둘도 없는 권세를 대표하는 거야!”“십만의 용문 대구 자제들이 모두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거야!”“근데 네가 주아를 위해 이런 중요한 물건을 꺼내다니 감동이야!”“이건 내 딸이 너를 따라간다면 주아의 안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왕화천은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 “이 점을 봐서 네가 내 뺨을 때린 일은 없던 일로 할게!”“네가 우리 집에 와서 소란을 피운 일도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네가 영패를 몰래 숨긴 일도 따지지 않을 거야!”여지원과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왕화천이 이렇게 입을 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쨌든 그는 항상 높은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여태껏 어느 누구도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왕 부회장, 당신이 내가 한 일을 없던 일로 하든 말든 나는 상관 안 해!”“이 영패가 무엇을 대표하는 지
왕화천이 떠나는 것을 보고 여지원과 사람들은 서둘러 따라갔다. 왕주아는 눈물만 남았다. 그녀는 어찌됐든 아버지가 자기에게 해명하기를 원치 않고 4조원을 지불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의 예쁜 얼굴에는 탄식과 체념이 어려있었다. “주아야, 너를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하현은 한숨을 쉬며 손을 뻗어 왕주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왕화천이 4조원의 대가를 치를지언정 주아의 정의를 세워주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걱정 마. 영패를 가지고 갔다고 지회장이 될 수 있을까?”“네 아버지께서 너무 쉽게 생각하신 것 같아!”“너에게 해명하지 않는 한 이 지회장 자리는 평생 얻지 못할 거야.”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지금 용문 대구 지회의 상황으로 볼 때 단순히 영패만으로는 어떤 일도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충분한 세력과 힘이 있어야만 수석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영패를 가져간 왕화천이 만약 정말 어리석게도 영패를 내밀어 진주희와 조남헌을 통제하려고 한다면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하현, 괜찮아. 고마워.”왕주아는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애처로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버지의 선택 때문에 힘들긴 해.”“하지만 나는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너무 기뻐!”“나는 네 홍안지기도 아니고 여자 친구도 아닌데 나를 위해서 4조원을 써주겠다고 하다니. 이번 일은 나 왕주아가 평생 자랑할 만한 일이야!”“우리 엄마의 일에 대해서는 내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겠어!”“적어도 우리 아버지의 반응을 보면 아버지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거 같아.”“아버지가 꼭 직접 말하도록 할 거야.”“하현, 너는 할 만큼 했어. 더 이상 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게 할 수는 없어!”이때 왕주아는 또 고원에 핀 연꽃처럼 처음 봤을 때의 차가운 분위기를 회복했다. “만약 김애선이 정말 우리 엄마의 병원비를 끊었다면 나는 그녀와 같이 죽는 것도 개의치
“4조!?”김애선은 놀라 숨을 헐떡였다. “왕 어르신,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이걸 4조원이랑 바꾸다니요?”“그 놈은 경비원일 뿐인데 그가 이렇게 귀한 영패를 어떻게 가지고 있을 수 있겠어요?”“설마 속은 거 아니에요?”지금 김애선은 너무 가슴이 쓰렸다. 그건 4조원이었다. 4만원이 아니었다!” 왕화천은 담담하게 말했다. “방금 내가 이미 조사해 봤어. 확실히 지회장 영패야.”“그 놈이 어떻게 이 영패를 얻었든 간에 어쨌든 지금 내 손에 들어왔어.”“이 영패가 있으면 나는 당당하게 상석에 앉을 수 있고 싸우지 않고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있어!”“4조원은 생각하지 마!”“이 영패로 심지어 대성 그룹까지 우리 손에 넣을 수 있어. 이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거야.”이 말에 김애선은 한숨을 내쉬며 냉정을 되찾았다. 왕화천의 말도 맞다. 이 영패는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배후에 있는 의미는 너무 컸다. 용문 대구 지회장의 자리 외에도 엄청난 힘과 부, 지위를 대표했다. 4조원과 바꿔도 전혀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김애선이 진정이 된 것을 보고 왕화천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원아, 비밀 루트를 통해 소식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 지회장 영패가 세상에 나왔다고 말해.” “나는 용문 대구 지회의 난장판을 끝내기 위해 영패를 들고 있는 자를 지회장으로 삼을 거야.”“누구든 지회장 영패를 들고 오면 그는 용문 대구 지회장이 될 거야!”여지원은 살짝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왕 회장님, 물건은 우리 손에 있잖아요……”“아니, 그런 우리 손에 없어. 적어도 지금은 없어.”왕화천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진주희와 조남헌이 지회장 영패를 가진 자가 지회장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을 기다려야 돼. 그 다음에야 내 손에 들어 올 거야.” 여지원은 마침내 뜻을 깨닫고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왕 회장님, 대단한 계락을 가지고 계시네요. 진주희와 조남헌 두 애송이
“망나니!”“개자식!”원망스럽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더니 김애선은 자신의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왕 어르신, 이 놈이 당신을 일부러 속인 거예요.”“정말 4조를 주셨어요!?”“이 모든 게 다 왕주아가 교사한 거예요!”“이건 우리와 왕가에 복수하고, 그녀의 식물 엄마를 위해 복수하기 위한 거예요!”“왕 어르신, 신고해요. 그 날뛰는 어릿광대를 잡아 들이고 주아를 잡아 오세요!”“나는 믿을 수가 없어요. 이 두 남녀를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이때 김애선은 하현에 대한 증오심이 극에 달했다. 외지에서 온 젊은이가 자신을 때릴 뿐 아니라 감히 이렇게 소란을 피우다니 정말 좋고 나쁜 게 뭔지 모르나 보다. 이런 사람은 발로 밟아 죽여야 한다. 꽃이 왜 이렇게 붉은지 알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아니! 지금은 손을 쓸 때가 아니야!”왕화천의 이마에는 핏줄이 솟구쳐 올랐고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지회장 자리를 노리고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심지어 하현도 다른 사람의 계획의 일환이야. 목적은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야!”“우리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면 안돼!”“정 세자에게 연락해서 이전의 모든 조건들을 다 들어 주겠다고 해!”“하지만 나는 반드시 지회장의 자리에 앉아야 해!”김애선은 심호흡을 하고 여전히 이를 갈며 말했다. “물론 큰 일이 중요한 건 알지만 이건 4조원이라구요! 나보고 어떻게 숨을 삼키란 말이에요?”왕화천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잠시 후 천천히 말했다. “사실, 하현도 말했어. 우리가 4조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그는 지회장 영패를 나에게 줄 뿐 아니라 당신 병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했어.”“하지만 딱 한 가지 조건이 있었어. 그건 주아 엄마의 일을 주아에게 해명하는 거였어!”“너, 승낙할 수 있겠어?”말을 하는 동안 왕화천은 손짓을 했고 질주하는 도요타 엘파는 고가 도로에 올라 타 번개처럼 속도를 냈다. “그
“왕 어르신! 왕 어르신! 움직이질 못하겠어요!”“움직일 수가 없어요!”이때 김애선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굳고 머리만 조금 움직일 수 있었지만 이내 자신의 혀에까지 마비감이 전해지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두려움이 들었다. “선아, 너 왜 그래?”왕화천은 자기도 모르게 김애선을 꼭 끌어안았고 그의 안색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이때 김애선의 온몸은 얼음장같이 한기가 감돌았다. 분명 그녀의 한기가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의사가 올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거야?”왕화천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김애선을 정말로 좋아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본처를 불구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딸과 사이가 틀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김애선이 이렇게 된 것을 보니 그는 가슴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김애선은 마지막 힘을 다해 대소변이 흘러나가지 않게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썼다. 그녀는떨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내가 다시 발작을 일으키면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고 꼼짝 못하는 식물인간이 될지도 몰라요……”“왕 어르신, 살려 주세요. 식물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요……”이때 김애선은 이전의 거만하고 오만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온통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식물인간이 되는 것은 죽기 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당신은 식물인간이 되지 않을 거야!”왕화천은 아내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보배 병원 교수님이 이미 말하지 않았어?”“당신 병세는 루게릭병과 비슷하지만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고 했잖아. 일상에서 관리만 잘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했잖아.”“게다가 이 병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거야? 어떻게 이럴 수가!?”“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겠어요.”김애선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하현! 하현이 틀림없어!”“전에 집에서 그가 하는 말이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