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는 한 무리의 경비원 외에도 방승훈과 몇몇 일꾼들이 있었는데 정용을 보는 순간 이 들은 동시에 무릎을 꿇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자!”정용은 호통을 치며 말했다. “정호준은?”방승훈은 선물 상자를 하나 들고 건너 갔다.“좋네! 아주 좋아!”정용은 손을 뻗어 선물 상자 안의 머리를 보고는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정호준의 표정은 흉악했고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정호준, 걱정 마. 내가 반드시 배후의 검은 손을 찾아내 산산조각 내 복수할 테니까!”지금 이 순간 정용은 분노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분노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복수하는 것만이 전부였다. 지금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상자를 막 내려 놓으려고 했다.그런데 이 순간 그의 눈동자가 갑자기 번뜩였다. 그는 지금 정호준의 미간에 뭔가가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싹______”정용은 손을 뻗어 쪽지 하나를 빼냈다. 종이 쪽지에는 주홍색 글씨가 적혀있었다. “용문 사람들을 함부로 건드리려고 하는 자들이여!”“죽어라!”정용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 웃음을 그쳤다. “용문!?”“나를 협박하는 거야!?”“나에게 경고를 주려고!?”“도대체 누가 감히 내가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방해 하는 지 봐야겠어!”“이 자리는 나 정용이 정한다!”……대구의 밤거리는 전설적인 교통 체증이 없었다. 하현은 새 람보르기니를 몰고 서두르지도 느긋하지도 않게 루나 씨네마 촬영장으로 갔다. 차가 반쯤 갔을 때 진주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하 도련님, 방금 소식을 들었습니다.”“정용이 저녁 무렵 연경에서 돌아왔습니다.”“제때에 정호준의 머리도 보냈습니다.”“정용은 도련님이 예상하신 대로 정호준의 미간에 박힌 메모를 발견했습니다!”“그는 현장에서 화가 나서 용문 대구 지회장의 자리를 빼앗겠다고 맹세했다고 합니다.”“아마 내일부터 전력을 다해 공세를 펼 겁니다.
“참, 하 도련님!”진주희는 또 다른 일을 떠올렸다. “오늘 밤 연해대로에서 도련님을 추격한 두 대의 차는 왕가 사람들이 아니에요.”“정용 사람들이에요.”“듣기로 그들이 바다에 빠지고 난 후 정용이 너무 화가 나서 양성호를 보내 도련님을 해결하려고 했다고 들었어요.”“지금은 출입을 조심하고 신중해서 해야 해요. 양성호라는 사람은 만만치가 않아요.”“양성호!?”하현은 흥이 넘쳤다. “그 사람이 누군데?”“듣기로 그는 일찍이 미국 삼각주 부대의 총기 마스터라 각종 총기 사용에 탁월하다고 해요!”“은퇴 후 정용이 높은 가격으로 모셔와 전문적으로 장애물들을 해결했다고 해요.”“어쨌든 양성호는 외교 면허가 있으니 일이 생긴다고 해도 정용과는 연루되지 않을 거예요.”“그 동안 양성호의 손에 부지기수로 사람들이 죽었어요.”하현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양성호는 그의 본명이 아닌 거 같은데?”진주희가 말했다. “맞아요. 분명 암호명일 거예요. 근데 그의 본명이 뭔지는 아무도 몰라요.”“앞으로 제가 그의 행방을 주시고 있다가 소식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하현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그의 눈꺼풀이 살짝 뛰었다. 시내를 빠져나가는 사이 어느새 중년 남자가 한 명 더 늘어있었다. 연미복에 중절모를 쓰고 있는 한 중년 남자가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황금빛 머리카락만 볼 수 있었다. 지금 그의 손에는 탄약이 채워진 사냥용 화기 두 대가 들려 있었다. 재미있다! 하현은 갑자기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말을 마치고 하현은 전화를 끊고 액셀을 밟았다. 순간 람보르기니는 굉음을 내며 앞을 향해 돌진했다. 양측의 거리는 원래 멀지 않았다. 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자 순식간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상대와 부딪히려고 할 때 연미복을 입은 남자가 화기를 흔들며 바퀴를 겨누고 한 방 쏘았다. “펑______”람보르기니의 왼쪽 앞 바퀴가 터지면서 차는
하현은 편안해 보였고 동시에 은근히 속으로 기뻐했다. 다행히 상대방은 자신이 루나 시네마에 도착하기 전에 손을 썼다. 그렇지 않았으면 설유아가 옆에 있어 자신은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설유아가 갑자기 한밤중에 촬영을 하는 것도 상대방이 계획해 놓은 것인가? 어쨌든 세상에 우연한 일은 없다. 하현은 양성호를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설유아의 안위를 걱정했다. 어쨌든 그는 방금 변백범과 사람들을 파견시켰다. “인마, 너 건방지다……”양성호는 싸늘한 기색이었다. “네가 내 형제들을 죽였다는 것을 인정을 한 이상 오늘 일은 처리하기가 좋겠는데?”“너 스스로 결단을 할래? 아니면 내가 네 손발을 다 부러뜨린 다음 네 살점을 한 조각 베어 버릴까?”“전자를 택하는 게 좋을 거야. 어차피 깔끔하게 죽는 게 낫잖아.”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도 너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줄게.”“첫째,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거야.”“둘째, 죽는 거야.”지금 시간이 촉박해 하현은 양성호와 쓸데없는 말을 할 시간이 없었다. “보아하니, 너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구나.”양성호는 한숨을 내쉬며 푸른 눈동자에 살기가 떠올랐다. “네가 이렇게 날뛰다니, 내가 직접 너를 보내주지.”말을 마치고 양성호는 왼손을 휘둘렀고 탄약 벨트를 그의 어깨에 걸쳤다. 동시에 그는 발바닥을 디디고는 빠르게 하현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주시해서 보고 있었다. 양성호는 반쯤 돌진하다가 순간 멈칫 하더니 오른손을 세게 휘두르며 하현이 있는 쪽을 향해 한발을 쏘았다. “펑______”거대한 소리가 퍼졌고 총알은 마치 활 모양의 궤도를 그리는 듯 했다. “펑______펑펑______”양성호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는 오른손으로 또 한 발의 총알을 발사했고 그 후 탄약 벨트가 흔들리더니 두 개의 총알이 발사되었고 화기에 다시
하현은 이번에 계속 피하지 않았고 양성호는 몇 번이나 연발해서 쏘았다. “쾅쾅쾅______”총알이 날아오는 경로를 예상한 듯 자갈들이 날아와 더없이 정밀하게 총알과 부딪혔다. 순간 거대한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고 이 총알들은 하현에게 떨어질 기회가 없이 벌써 폭발해버렸다. 이 장면은 양성호의 안색을 변하게 했다. 하현이 그의 공세를 예측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이때 그가 오른손을 한번 휘두르자 손에 든 화기가 다시 방향을 돌려 튕겨 나왔다. “스르륵______”하현의 동작은 더 빨랐고 몇 개의 자갈이 튀어 나와 총알을 정확히 맞추었다. “쾅쾅쾅______”총알은 다시 터졌고 양성호의 총알은 거의 절반 정도 남았다. “우______”바로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분명 누군가가 이곳의 상황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이다. 양성호는 계속 손을 쓰지 않고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인마, 너 운이 참 좋다. 솜씨도 나쁘지 않고.”“하지만 아쉽게도 너는 세자에게 미움을 샀어.”“오늘의 모든 일들은 에피타이저에 불과해.”“내가 이런 장난감을 사용하는 것 보다 저격용 화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대단하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거야.”“3일 안에 내가 네 머리를 떼내겠어.”“너는 목을 깨끗이 씻어 놓는 게 좋을 거야!”말이 떨어지자마자 양성호는 발길을 돌려 길가의 수풀 그늘 속으로 뛰어들었고 잠시 후 형체가 사라져 종적을 알 수 없었다. 하현도 따라가지 않고 주위를 둘러본 후 빠르게 떠났다. 걸으면서 그는 전화를 걸었다. “나를 루나 시네마로 데려다 줄 차 한 대 보내줘. 그쪽에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이야!”……같은 시각, 루나 시네마. 설유아는 구석에 서서 벌벌 떨고 있었다. 방금 그녀와 여자 넘버 원 이수연과 함께 연기할 때 설치되어 있던 막이 떨어졌는데 한 끗 차이로 그녀에게 떨어질 뻔했다. 여자 넘버 원 이
설유아는 창백한 미소를 지으며 다소 긴장된 얼굴로 현장을 바라보았다. 천명진 감독은 이수연 곁에 있었고, 몇몇 의료진들은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이수연은 이미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졌고 지금은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곧 그녀를 병원으로 보내야 했다. 이 장면은 설유아로 하여금 사후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자신은 스타도 아닌데 만약 이렇게 부숴졌다면 아마 누구도 이렇게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수연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이때 양복을 입은 보기에 다소 배불뚝이처럼 보이는 남자가 젊고 예쁜 여인들을 데리고 와 초조한 얼굴로 이수연을 쳐다보았다. 안색은 더없이 안 좋았다. 천명진 감독과 사람들은 상황을 보고 급히 가서 동 사장님을 불렀다. “이 분은 이수연씨의 남편이에요. 듣자 하니 20살 연상의 부동산 회사 사장이래요. 근데 남편도 좋은 사람은 아니라 전에 많은 스타들과 열애설이 나돌았어요.”“근데 이수연도 참 대단해요. 뜻밖에도 높은 자리에 오르다니요.”“듣기로 그녀의 남편이 그를 엄청 귀여워한대요. 오늘 이런 일을 당했으니 아마 천 감독님은 재수가 없을 거예요!”한 무리의 자매들이 모두 작은 목소리로 가십을 하기 시작했다. 이수연도 그들처럼 단역일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는 예쁘게 생긴데다 헌신적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돈 많은 남편을 얻은 것이다. 다들 부러워했다. 비록 이 남자의 나이는 이수연의 아버지 뻘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람이 부자라는 것이다! 이때 배불뚝이 남자는 어르신이 아들을 혼내듯 천명진 감독을 엄하게 꾸짖었다. 천명진은 도도한 자세로 이때 머리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설명하며 계속 설유아 쪽을 쳐다 보았다. “유아야, 상황이 좋지 않아!”“천 감독은 여태껏 어떤 책임도 진 적이 없어. 내가 보기에 그가 너한테 책임을 전가하려는 거 같아!”“너 빨리 형사님한테 가서 메모 남기고 피해. 이수연 남편은 보통
설유아는 어리둥절해서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동 선생님, 저는 아무 것도 안 했어요!”“방금 막이 떨어졌을 때 저는 전혀 반응을 하지 못했고 그저 놀랐을 뿐이에요!”“저도 피해자예요. 더구나 제가 다치지 않으려고 이수연씨를 밀다니요.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억울하게 누명 씌우지 마세요!”동문성은 차갑게 말했다. “억울? 너 내가 천 감독의 말을 믿을 거 같아? 아니면 이름 없는 계집애 말을 믿을 거 같아?”“네가 이수연을 밀지 않았다고 쳐도 왜 그녀를 막아주지 않은 거야?”“그녀는 여자 넘버 원이야. 너는 조연이니 그녀를 보호해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네가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너는 방해꾼이야!” “이번 일은 나한테 반드시 해명해야 해!”설유아는 분개하며 웃었다. “동 선생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이수연씨를 밀지 않았어요!”“그녀를 보호하다니요? 저는 이수연씨의 경호원이 아니에요. 저도 약한 여자일 뿐인데 제가 누굴 보호해요?”“설마 제가 그냥 서서 막이 저를 부숴 죽이도록 내버려 뒀어야 했다는 말씀이세요?”“이수연씨의 일은 저도 너무 슬퍼요. 하지만 이것과 저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동 선생님, 아무리 슬프고 기분이 나쁘더라도 우리는 이치를 따져봐야죠. 저에게 책임을 떠넘기시면 안돼요.”설유아는 이치를 따져보려고 했다. 설유아 같은 어린 계집애가 감히 자신에게 말대꾸하는 모습을 보고 동문성은 화가 났다. “그래. 너는 가만히 서서 막을 막았어야 했어! 막에 맞아 죽었어야지!”“네가 그렇기 하지 않은 게 네 잘못이야!”“내 아내는 네가 죽인 거야!”“너 같은 천한 목숨이 어디 내 아내와 비길 자격이 있겠어?”“내 아내를 대신해 화를 막을 수 있는 건 네 평생 복이야!”“귀하고 천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오늘 어르신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점을 알게 해주지.” 말을 마치고 동문성은 ‘퍽’하고 설유아의 뺨을 때렸다. “어린 것이 버
설유아는 마침내 왜 동문성이 갑자기 찾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이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저는 두 가지 다 들어 드릴 수 없어요. 저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니까요!”“퍽______”동문성은 또 뺨을 한 대 때렸다. “내가 너랑 관련이 있다고 하면 너는 관련이 있는 거야!”“너는 광대일 뿐이야. 감히 나한테 이치를 따지다니!?”동문성은 냉소를 연발했다. 그는 대구 부동산 재벌 중 한 사람이었고 몇 천억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었다. 게다가 종씨 집안 사람과 친해서 어느 연예계 배우와 자고 싶든지 잘 수 있었다.지금 어느 용감한 사람이 감히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겠는가? “그래. 네가 고르기 싫다고 하니 그럼 내가 네 대신 골라 줄게!”동문성은 설유아의 머리를 잡고 방 쪽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는 네가 먼저 내 시중을 들게 한 다음 내 아내 앞에 가서 사과하게 할 거야!”설유아가 어떻게 승낙할 수 있겠는가? 이때 끊임없이 몸부림을 쳤다. “신고할 거야!”“나는 세상에 정의가 있다고 믿어!”“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든 해봐!”설유아는 배불뚝이 동문성을 밀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반드시 널 신고할 거야!”몇몇 자매들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유아야, 신고하지 마! 빨리 가!”“그의 손에 넘어가면 너는 끝이야!”다들 이 동문성이 설유아의 미모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때 계속 그에게 죽기 살기로 대들고 있으니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도망치는 것이다. 다른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겠다. “가?”“어르신이 못가게 할 건데 네가 가겠다고?”동문성은 앞으로 나와 발버둥치는 설유아를 걷어차 넘어뜨렸다. “이 년아, 너는 광대일 뿐이야. 어르신이 너랑 자고 싶어 하는 건 네 영광이야!”“네 부모님이 안 가르쳐 주셨어?”“광대로 나서면 천 명 만 명이 올라 탈 거야!”
“그렇지 않아요!”“이수연은 분명 자신이 재수가 없었던 거예요!”“천 감독님이 누명을 씌며 모함을 했고 동 사장님은 이치를 따지지 않고 설유아에게 화풀이를 한 거예요!”“그리고 그 동 사장님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한 자매가 참지 못하고 이때 재빨리 하현에게 이야기를 했다. 동시에 동문성이 설유아랑 자려고 했다고 일렀다. 만약 설유아의 성격이 강직하지 않았다면 아마 결말은 더욱 비참했을 것이다. 하현은 처음에는 화가 정말 많이 났지만 냉정을 되찾았다. 그는 이미 이 일이 설유아를 겨냥해 준비된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심지어 이수연의 부상과 동문성이 포악하게 구는 것도 이 일을 구상한 사람의 계산속에 있었을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든 동문성 등 사람들의 행위는 반드시 징벌을 받아야 한다. 하현은 아직 입을 열지 않았는데 한 직원이 입을 연 자매를 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더러운 광대야, 네가 감히 동 사장님과 천 감독님을 비난하는 거야!?”“믿거나 말거나 내가 두 사람에게 말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죽지는 않더라도 피부를 벗겨버릴 거야!”그 직원은 자매를 쳐다보면서 그녀는 죽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설마 설유아의 교훈이 충분하지 않은 것인가?그 자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고 자기도 모르게 무서워 하현 뒤로 숨었다. “걱정하지 마.”하현은 여자 아이 몇 명을 자기 뒤에 두고 지켜주었다. “그들은 너를 괴롭힐 수 없어.”“그리고 앞으로 대구 연예계 일은 내가 도맡아 할 거야!”직원들은 냉소하며 말했다. “어? 촌놈 주제에 나이도 많지 않은 것이 미친 소리를 하네?”“연예계 일을 네가 다 도맡아 할 거라고?”“네가 뭔데?”그녀는 손에 든 아이폰으로 하현을 가리켰다. “내가 한 마디 충고하겠는데 빨리 이 망할 년을 깨워서 비밀번호를 알려줘!”하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손에 있는 핸드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