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의 거만한 경비원들이 험악한 얼굴로 다가와 하현을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다. “죄송해요. 그 사람은 제가 데리고 들어왔어요!”바로 이때 당지수와 설유아가 때마침 화장을 고치고 밖으로 나왔다. 하현과 방승훈이 충돌한 것을 보고 급히 와서 해결했다. 설유아는 방승훈에게 사과하며 말했다. “방 매니저님, 제 친구 하현이라고 해요. 제가 왕 아가씨 생일 파티에 데리고 왔어요.”“성격이 워낙 충동적이라 다들 이해해 주세요!”설유아는 하현이 연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쫓겨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당지수는 불쾌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설유아가 하현을 위해 좋게 말하는 것을 보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 매니저님, 제 체면 좀 세워 주세요!”“제가 매니저님께 꼭 사과 드리라고 할게요.”“하씨, 빨리 사과해!”“할 말 없는데.”하현은 손에 들고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돌렸다. “나는 방금 벌써 진심으로 사과했어. 방 매니저는 마음이 넓으니 분명 나를 용서해 줄 거야!”당지수는 하현 때문에 화가 나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데려왔기에 하현을 쫓아내면 유아도 같이 가버릴까 봐 걱정이 되어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방승훈에게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방승훈은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당지수가 체면을 세워달라고 하니 세워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자 그는 냉담한 기색으로 하현을 몇 번 쳐다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분명 복수하려는 것이었다. 왕동석은 당지수와 설유아가 하현을 데리고 왔다는 것을 알고 조금 놀랐다. 하지만 유아를 몇 번 쳐다보더니 그녀의 행동이 하현과 꽤 친밀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냉소를 터트리며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종 도련님, 오고 계세요? 전에 마음에 들어 하셨던 계집애를 누가 데리고 있는데……”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잠시 동안은 별일이 없을 것이다. 하현은 계속해서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었다. 설유아는 그의 곁에서 음식을 같이
종민우가 보기에 하현 같은 외지 사람은 손가락 하나만 까닥해도 불을 꺼뜨리고, 어떻게 밟고 싶든 그대로 밟을 수 있었다. 지금 직접 손을 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설유아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종 도련님,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당지수는 종민우의 눈이 번뜩이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그의 몸에 기대어 품에 비집고 들어가고 싶어졌다. 이때 당지수는 싸움을 말리는 척을 했다. “하현 선생님은 설유아의 친구예요.”“오늘 밤 제가 설 아가씨를 초대하러 갔을 때 만약 하 선생님이 오지 않으면 그녀도 오지 않겠다고 했어요.”“그래서 제가 특별히 그를 초대한 거예요.”“종 도련님, 절대 화내지 마세요. 그리고 그를 쫓아내지도 마세요. 만에 하나라도 설 아가씨가 따라 가면 저는 붙잡을 수 없어요!”말을 마치고 당지수는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현, 신경 쓰지 마. 종 도련님은 항상 성격이 솔직하고 시원스러우셔. 게다가 의리가 강하고 형제를 대신해서 나서는 걸 좋아하셔!”“네가 설유아의 친구인 이상 그럼 우리의 친구이기도 하지!”“이번 일은 제가 맡을게요. 그냥 넘어가는 게 어때요?”설유아는 종민우를 한번 쳐다보고는 하현 곁으로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부, 이 사람은 제 영화 투자자 중 한 사람이에요. 그냥 그만 두세요.”“그리고 종씨 집안은 대구에서 힘이 대단해요. 내가 앞으로 연예계에서 지내려면 아마 많은 경우 종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줘야 할 때가 많을지도 몰라요.”“그래서……”“괜찮아!”하현은 유아의 말을 끊고 팔짱을 끼고 종민우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앞으로 대구 연예계에서 내가 너를 커버해 줄 테니 누구든 너를 귀찮게 하면 내가 밟아 죽여 줄게.”“이런 사람한테는 깍듯하게 대하지 않아도 돼.”하현의 말에 종민우의 눈동자에는 싸늘한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촌놈, 너 뭐라 그랬어? 능력이 있으면 다시 한 번 말해 봐
“예전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부터는 그렇지 않을 거야.”하현은 이미 대성그룹을 대구 연예계에 전면적으로 진출시키기로 결정했다. 다름이 아닌 설유아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 않으면 처제가 연예계에 데뷔하려고 하는데 매일 이름도 모르는 길 고양이와 들개들이 와서 괴롭히면 얼마나 걱정되겠는가?이 생각에 하현은 앞에 있는 종민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남헌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두 가지 일이 있어. 첫째, 이제 본격적으로 대구 연예계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할 거야. 나는 단기간 내에 그룹이 대구 연예계의 제일가는 회사가 되는 걸 보고 싶어.”“둘째, 설유아라는 사람이 있는데 앞으로 연예계에서 지낼 때 내가 커버해 줄 거야. 누구든 그녀를 건드리면 죽여 버려!”말을 마치고 하현은 가볍게 전화를 끊었다. “뻐기기는! 너 계속 뻐겨봐!”종민우는 냉소를 연발했다. “촌뜨기, 너 대구 전체에서 연예계에 입문할 수 있는 자격은 우리 종씨 집안 외에 최정상 가문과 대성그룹밖에 없다는 거 모르지!”“네가 방금 전화한 사람이 최고 가문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너 같은 꼴로 어느 최고 가문이 네 말을 들어 주겠어?”종민우는 무시하는 얼굴이었다. 대구 연예계 산업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연예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연경이나 항성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했다. 대구 연예계 산업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최고 가문들은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이것이 종씨 집안이 대구 연예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하현이 이렇게 거드름을 피우며 누구를 대구 연예계에 데뷔 시키겠다고? 귀신을 속이지 그래?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사소한 일에 최고 가문을 동원해야 해? 나는 조남헌한테 운영하라고 시킬 거야. 얼마나 큰 일이라고?”“아이고, 너 대성그룹의 조남헌 이름을 알아?”“근데 조남헌이 최근 왕 회장님과 사이가 틀어져서 이미 개처럼 맞게 될 거라는 걸 모르는
종민우는 냉소하며 앞으로 다가갔다. 왕동석도 차갑게 말했다. “종 도련님, 저는 진작에 이 촌놈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우리 같이 손을 봐줍시다!”당지수는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종 도련님, 오늘 이 자리는 적절하지가 않아요. 벨라루스의 규정을 알고 계시잖아요. 만에 하나라도 여기서 손을 썼다간 우리는 모두 곤란해질 거예요.”당지수는 하현이 피해를 입을까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일이 커져 자신이 연루될까 두려웠던 것이 틀림없다.“미스 당, 이 촌놈이 이렇게 날뛰는데 내가 그를 죽이지 않으면 내 체면이 어떻게 되겠어!?”“이 일은 상관하지 마. 만약 벨라루스 사람이 책임을 물으면 그 책임은 내가 질게!”말을 하면서 종민우는 살기등등하게 앞으로 나갔다. “왕주아 아가씨가 왔어요!”바로 이때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고 살기가 등등했던 종민우도 이때 기세가 조금 꺾였다. 하현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입구에 키가 큰 요괴급 미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올해 샤넬 런웨이 룩을 입고 손목에는 파덱필립 시계를 차고 있었다. 거기다 캐주얼 한 구찌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그녀의 섬세한 얼굴 라인이 돋보였고 동시에 남다른 집안 내력이 엿보였다. 당지수도 미인인 셈이었지만 이 왕주아를 만나니 비교가 되지 않았다. 설유아의 아름다움만이 그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설유아는 어쨌든 여대생이었다. 아름답긴 했지만 아직 어린 티가 났다. 하지만 왕주아는 달랐다. 그녀의 기질과 외모는 조금만 더 지나쳐도 질려 보이고 조금만 떨어져도 부족해 보이는 스타일이었다. 그녀는 적당히 아름다웠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지수는 이때 재빨리 종민우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왕 아가씨가 오셨어요. 일단 함부로 하지 마세요!”종민우는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왕주아를 꽤 꺼려했다. 왕주아의 아버지는 용문 대구 지회 부회장으로 최근 상석에 앉을 가능성이 아주
“하현.”당지수가 소개하기도 전에 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향산 별장 단지의 경비원이에요. 설유아를 따라와서 먹고 있었어요.”왕주아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더니 눈동자에는 흥미로운 빛을 띠었다. 다들 뻐기는 걸 좋아하는 시대에 누군가 자신의 직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사실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설유아는 어이가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형부는 가끔 이런 걸 좋아하긴 하지만 그녀는 하현이 분명 자신의 생각이 있다는 걸 알기에 들추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당지수는 얼굴이 빨개졌고 더없이 창피해졌다. 어쨌든 그녀가 데리고 온 사람인데 왕주아 앞에서 자기가 경비원이라고 하니 당지수의 체면이 구겨지는 일이었다. 이때 종민우는 차갑게 말했다. “왕 아가씨, 제가 생각할 때 이렇게 들어와서 먹고 마시기나 하는 사람은 쫓아내는 게 나을 거 같아요.”“우리 모임에서 이런 사람은 환영하지 않아요.”“종 도련님, 오늘 밤은 제 생일 파티예요. 손님은 다 제 친구고 앞으로 내 사람이 될 거예요.”왕주아는 이것 때문에 하현을 내치지 않았고 오히려 종민우를 제지하며 넓은 마음으로 하현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저는 왕주아라고 해요. 만나 뵙게 돼서 반가워요.”왕주아는 그 곳에서 설유아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하현을 정면으로 쳐다본 사람인 셈이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말을 마치고 그의 오른손과 왕주아의 오른손이 딱 만났다. 이득을 취하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왕주아의 눈동자에는 이색적인 빛이 스쳐 지나갔다. 소위 악수라고 하는 것도 하현에 대한 일종의 탐색이었다. 하지만 하현의 반응이 왕주아의 상상을 초월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의 예쁜 눈동자는 살짝 반짝였다. 분명 하현의 신분에 대해 매우 의심스러웠지만 그녀는 곧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자, 오늘은 제 생일 파티니 다들 뭘 드시고 뭘 마시든 사양하지 마세요.”“이 외에도 벨라루스에는 오락거리들
“무슨 일이야?”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그들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않았다.종민우는 기대어 손에 든 술잔을 들고 하현을 향해 건배했다. “왕 아가씨의 말이 맞아. 기왕 알게 됐느니 그럼 친구지!”“친구들 사이에는 그런 궁색한 건 신경 쓸 필요 없지. 내가 전에 충동적으로 굴고 무례하게 굴었던 것 사과할게!”왕동석도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하 도련님, 도량이 크시니 저희 철부지들 좀 이해해 주세요. 괜찮으시죠?”당지수도 다가왔다.“하현, 화해하고 친하게 지내자.”설유아는 지금도 계속 사람들 속에서 감독과 얘기를 나누느라 이쪽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이 세 사람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은 내 친구가 될 자격이 없어.”“너희들은 자격이 없어!”“아이고______”갑자기 당지수는 하이힐이 삐걱거리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는데 마침 하현에게 기대어 넘어지지 않았다. 종민우와 왕동석은 모두 우르르 달려들어 정신 없이 당지수를 일으켜 세웠다. “지수야, 괜찮아?”“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이어 종민우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됐어. 향산 별장 단지 경비원이라 권세가 대단하네. 우리랑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니 우리도 체면 구기지 말자!”말을 마치고 종민우와 두 사람은 바로 떠났다. 하현은 평온한 얼굴로 세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옅은 미소를 드러냈다. 상대방이 그 앞에서 모함하고 이런 잔꾀를 부렸지만 그는 들추는 것도 귀찮았다.다만 그가 오른손을 호주머니에 넣었을 때 손가락 사이로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나타났다. 하현은 오른손을 살짝 흔들더니 가장 견고하다고 불리는 다이아몬드가 가루로 변해 땅에 흩날렸다. 하현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금 서 있었던 곳을 떠나 홀의 오락 장소로 가서 다른 사람과 포커를 하고 있는 왕주아를 쳐다보았다. 비록 간단한 21점이었지만 이것은 사실 일종의 심리적이고 기술적인 게임이었다. 21점안에 운은 아
왕주아가 하현과 겨루려는 걸 보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다 쏠렸다. 왕동석도 차갑게 말했다. “하씨, 너 관심이 없는 거야? 아니면 할 줄을 모르는 거야? 솔직히 말해 봐. 못한다고 해도 창피당하는 건 아니야!”종민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왕 도련님 왜 이렇게 사람을 곤란하게 해요? 촌놈일 뿐인데 어떻게 21점 하는 법을 알겠어요?”“그가 지주였으면 할 수 있었을 거야!”이 말을 듣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다. 21점은 통속적인 말이었고 갈리아에서는 이것을 블랙잭이라고 불렸다. 규칙을 모르는 사람은 게임을 하는 건 고사하고 뭐가 이기고 지는 지도 모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할 줄을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말하면 된다. 체면을 때문에 무슨 관심이 없다고 하다니?이것은 체면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다!왕주아는 하현을 흥미롭게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흥미를 가질 수 있을까?”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술 내기는 재미없고 돈 내기는 법에 어긋나니 우리 재미있는 거 좀 하자. 네가 지면 오늘 밤 너는 내 사람이 되는 거야……”“네 사람?”옆에 있던 당지수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씨, 너 머리에 물 찼어?”“너 너를 누구라고 생각해?”“네 사람?”“너 같은 경비원이 백조 고기를 먹으려고 하다니, 네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누가 너한테 이런 말 할 배짱을 준 거야?”“빨리 아가씨한테 사과해!”당지수는 이때 정말 두렵고 화가 났다. 만에 하나라도 이 경비원 때문에 자신이 왕주아에게 미움을 산다면 그녀는 앞으로 연예계에서 어떻게 지내겠는가?설유아도 괴상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형부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왜 갑자기 이런 요구를 한 거지?종민우와 왕동석은 잠시 멍해졌다가 곧이어 하나같이 냉소를 터뜨렸다. 이 작은 경비원은 정말 죽고 사는 것을 모른다! 왕주아가 누군가?왕씨네 아가씨, 진정한 부잣집 따님, 그리고 대구 여섯 세자
이 말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잠시 후 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하씨, 너 이놈 백조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두꺼비구나!”“내가 보기에 너 머리에 물 찬 거 같은데?”“왕 아가씨를 네 여자 친구 삼고 싶은 거야? 네 주제를 알아야지.”“주아씨, 이런 사람은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바로 강물에 던져 물고기 밥이 되게 해버리면 돼요!”종민우와 왕동석과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났다. 그가 더 이상 주제 넘은 짓을 하지 않도록 그를 때려 죽이고 싶었다. 설유아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형부가 뭘 하려는 거지? 바람을 피우려는 건가?만약 그런 거라면 언니한테 어떻게 해명을 해야 하는 거지?왕주아는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얼굴엔 한기가 가득 찼다. “하현, 너 아주 자신 있구나.”하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자신감이 아니라 놀려면 좀 크게 놀아야지. 그래야 재미있지 않아?”“안 놀려면 나 갈게.”왕주아는 ‘탁’ 소리를 내며 탁자 위에 새로운 카드를 내려 놓았다. “좋아. 나랑 놀아 보자!”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딜러는 숙녀분이 먼저 하세요.”왕주아는 차갑게 말했다. “좋아. 내가 딜러 할게. 카드는 10장이야. 하지만 내가 너를 불리하게 했다고 하지 말고 네 마음대로 골라.”왕주아는 딜러 자리에 앉았다. 자신은 카드 한 장만 가질 수 있었지만 하현은 카드 10장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서 상당히 유리했다. 하지만 하현도 대답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 사람당 한 장씩이면 돼. 아니면 누가 진 것을 인정하기 않을까 봐 무섭네!”“좋아!”왕주아도 쓸데없는 말을 하기가 귀찮아 싹싹싹 카드를 섞은 뒤 하현에게 카드를 멈추게 하라고 신호를 보냈고 그녀는 손가락으로 한 장은 앞면, 한 장은 뒷면을 보여 주며 한 사람에 두 장의 카드를 주었다. 왕주아의 패는 A였고 하현의 패는 K였다.“원해?”왕주아는 말했다. “세 장 줘. 시간을 아끼자. 참, 가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