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가면 너희들이 누구한테 인사를 하고 환영할 건데?”박준생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 버럭 화를 냈다. “하씨, 너 바보야?”“방금 우리는 새로운 주인이 오시면 어떻게 인사를 할 지 연습했던 것뿐이었어!”“네가 우리의 큰 절을 받고 자기가 정말 큰 인물이 된 걸로 생각하는 거야?”이보배도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씨, 너 코미디 할 거면 다른데 가서 할래?”“네가 무슨 배경, 무슨 내력을 갖고 있는지 우리가 모를 것 같아?”“코미디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완전히 머리에 물이 찼구나!” 박준생은 귀찮은 얼굴로 경비원을 부르며 말했다. “밖으로 던져 버려. 기억해. 밖으로 던질 때 두 다리를 부러뜨려버려. 감히 다시 나와서 함부로 지껄일 수 있는지 한 번 보자!”이때 박준생은 정말 하현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는 지금 어떻게 새로운 주인에게 아부를 떨어야 할까 골몰하고 있었는데, 만에 하나라도 이 데릴사위가 새로운 주인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면 그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적지 않은 임원들은 비록 나서지는 못했지만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띠었다. 하현은 운동복을 입고 있었는데 다 합쳐도 몇 만원밖에 안 되었다. 그러면서 감히 자기가 새로운 주인이라는 거야?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구나!만약 새로운 주인이 금방 오는 게 아니었다면 그들은 아마 하현에게 몇 마디 비아냥거리는 말들을 해주었을 것이다. 바로 이때 차량 행렬이 천천히 들어왔다. 가장 맨 앞은 렉서스LS로 조용했지만 눈길을 끌었다. 남원 전역은 물론 강남 전역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하씨 성을 가진 사람만 렉서스를 타고 다녔다. 다른 명문가는 벤틀리,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같은 것을 좋아한다. 렉서스를 보자 이보배는 예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하 세자가 왔나 봐!”“듣기로 천일그룹의
“헉______”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몸매가 좋고 얼굴이 예쁜 여자 임원 몇몇은 이때 자신의 숨이 새어 나가지 않게 자기의 작은 입을 틀어막았다. 이슬기와 우윤식이 뭘 하려고 왔는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이런 큰 일로 장난을 칠 리 없었다. 그니까 이 운동복을 입고 있는 데릴사위가 전설의 거물!하 세자!?박준생은 순식간에 똥을 먹은 것보다 백 배나 더 안색이 안 좋아졌고 이마가 까맣게 되었다. “뭐……” “그그그그……”“그가 정말 하 세자라고!?이보배와 곽연지 두 사람은 청천벽력이라도 맞은 듯 멍한 눈빛이었다. 그녀 두 사람이 사교계의 꽃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거물에게 빌붙어 출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하 세자가 눈 앞에 있었는데 놓치다니! 이때 이보배와 곽연지는 피를 토할 것 같았다. 너는 돈이 많아 돈을 헤프게 쓰는 구나! 너 너무 날뛰네! 너무 제멋대로야!너 그렇게 조용히 뭘 하려고?“이, 이럴 수가……”잠시 후 정신을 차린 이보배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그는 데릴사위잖아!”“어젯밤도 안 도련님한테 놀라 반쯤 죽었었는데!”“만약 박 사장님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벌써 시체가 되었을 거야!”“이런 사람이 어떻게 전설의 하 세자일 수가 있지!?”이때 이보배는 믿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믿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형편없는 인식 속에 데릴사위는 폐물일 뿐이었다. 데릴사위가 능력이 조금 있다고 반역을 하다니! 더구나 이건 설은아의 남편이 아닌가?설은아가 뭐길래?무슨 근거로 그녀의 남편이 하 세자가 될 수 있는 거지!?“당신들이 믿든지 말든지 우리랑 무슨 상관이에요?”“당신들은 상성재벌 강남 사무부 직원들일 뿐이에요.”“오늘은 강남에 있는 상성재벌의 모든 자산을 우리에게 넘겨줘야 합니다.”“당신들이 할 일은 이전하는 일에 협조하는 겁니다.”“무슨 이견이
하현은 이들을 외면한 채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낸 뒤 담담하게 말했다. “이따가 이택수가 인수인계 절차를 밟으러 올 거예요.”“절차를 밟기 전에 내가 몇 가지만 먼저 말할게요.”“첫째, 강남 사무부의 모든 자산은 천일그룹 산하 자선기금으로 편입될 거예요. 이후 이 자산운용의 모든 수익금은 모두 자선사업에 쓰이게 될 겁니다.”“둘째, 당신들 중 임원과 핵심 간부는 남기를 원한다면 내가 각 사람마다 월급의 30%씩 올려 줄 거예요.”“하지만 이전에 추잡한 말을 하고 천일그룹의 일을 그르치고 했던 당신들이 했던 그런 태도들은 거둬주세요. 누구든 감히 회사에서 당신들이 중국인이라고 소위 높은 사람의 태도를 취할 거면 미안하지만 전부 나가세요!”하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좋은 말로 경고했다. 원래 그의 생각대로라면 이 중국 사람들은 아예 해고를 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이슬기는 이 자산이 오랫동안 중국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어 왔기에 자산 운용에 대한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섣불리 모든 중국인들을 해고하면 아마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하현이 이전 사람들을 남겨두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만약 그의 마지노선을 건드린다면 분명 해고될 것이다. 이 임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하나같이 서로를 쳐다봤지만 잠시 후 퇴사를 요청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임금이 30%씩 인상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중국 스타일을 거두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이 사람들로 말할 것 같으면 돈만 많이 벌 수 있으면 나라를 팔아도 괜찮았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냉담한 시선으로 박준생에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박준생은 하현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분명 하현은 자신과 결판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용서를 빌지 않고 고개를 뻣뻣이 들고 수탉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다른 중국 임원들과는 달리 중국의 큰 가문 출신
“다리를 부러뜨려!? 네가 감히 내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박준생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아, 내가 어젯밤에 너를 구해줬는데, 오늘 네가 은혜를 원수로 갚겠다는 거야!”“나를 해고시키는 것도 모자라 내 다리를 부러뜨리겠다니!?”“너 두고 봐.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나는 흑백 양쪽 모두 다 먹었어! 넌 반드시 재수가 없게 될 거야!”“두고 봐!”이때 박준생은 욕설을 퍼부으며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상성재벌 대하 대표 이대성 앞에 가서 울며불며 하소연을 하고 하현을 죽일 준비를 다 마쳤다!바로 이때 흰색 랜드로버 몇 대가 회사 입구에 멈춰 섰다. 곧 차문이 열렸고 이마에 붕대를 감은 안기천이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군중 속에서 이보배와 곽연지는 이 장면을 보고 놀라 숨을 헐떡였다. “안 도련님!?”“안 도련님, 마침 잘 오셨어요!”안기천을 보자 이때 땅바닥에서 뒹굴던 박준생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안기천을 향해 외쳤다. “안 도련님, 이 도련님께 제가 어제 이놈을 지켜달라고 안 도련님께 전화 드리라고 했어요.”“근데 지금은 그를 지키고 싶지가 않아요!”“어떻게 가지고 놀고 싶으시든 하고 싶으신 대로 가지고 노세요. 그를 죽이면 가장 좋고요. 저의 어떤 체면도 세워주지 않으셔도 돼요!”박준생은 말을 마치고 하현을 보고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임마, 네가 회사를 차리면 자기가 무슨 능력이 있는 줄 아나 보지?”“내가 널 지켜주지 않았으면 넌 분명 죽었어!”“하늘의 뜻은 반드시 이뤄지고, 나쁜 행동은 결국은 안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돼.”“죽기를 기다려라!”이보배와 곽연지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생겼다. 그들이 볼 때 천일그룹이 아무리 대단해 봤자 상업계에서만 그럴 뿐이었다. 그런데 안기천은 길바닥 사람이라 하 세자 정도는 쉽게 해치울 수 있지 않겠는가? 이보배와 곽연지는 이렇게 생각했을 뿐
박준생을 발로 걷어 차 넘어뜨린 후 안기천은 그제서야 두 세 걸음씩 하현 앞으로 걸어와 땅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하 선생님, 어젯밤에는 제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대인께서는 소인의 과오를 따지지 마시고 용서해 주세요.”용서!?온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유난히 이보배와 곽연지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길바닥에서 지내는 안기천이 뜻밖에도 하현 앞에서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하다니?이것은 하현이 얼마나 강한지를 방증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안기천도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러 온 것이다. 그는 어젯밤에 화가 나서 안씨 집안으로 돌아갔는데 안흥섭은 그에게 세 글자만 알려주었다. 하 세자!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하 세자의 신분만 알면 되었다. 안기천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비록 길바닥에서 지냈지만 하 세자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단순히 변백범 길바닥 새로운 왕이 하 세자의 수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 안기천은 안씨 집안의 가업을 이어 받는 데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비록 그는 길바닥에서 지냈지만 조금도 멍청하지 않았다. 안씨 집안이 천일그룹과 동맹관계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일을 천일 그룹에 의존하고 있었다. 단순히 하 세자 이 세 글자만으로도 그가 낮은 자세로 사과를 하기에 충분했다. 안기천이 보기에 하현의 친구가 되든 하인이 되든 어찌되든 상관이 없었지만 적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침 일찍 하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본 후 선물을 가지고 와서 사죄를 했다. 결국 박준생이라는 눈 먼 놈이 소란을 피웠으니 안기천도 사양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짓밟아 하현에게 잘 보이려고 한 셈이었다. 안기천이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이보배는 멍해졌을 뿐 아니라, 원래 속으로 다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임원들과 간
옷을 곱게 차려 입은 한 남자가 경호원 몇 명의 호위를 받으며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문무를 모두 겸비한, 중국에서 천재로 불리는 이택수였다. “이 도련님! 이 도련님!”바닥에 있던 박준생은 이택수를 보자 펄쩍 뛸 뻔했다. “이 도련님, 드디어 오셨군요!”“저를 위해 공의롭게 처리해 주세요!”“오늘 아침에 이 데릴사위가 우리 쪽으로 달려와서 난동을 부리더니 우리 강남 사무부의 모든 자산을 빼돌리겠다고 말끝마다 그러더라고요!”“말씀 좀 해보세요. 그는 사기꾼이죠? 맞죠!”“우리 상성재벌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데 대하 사람이 무서울 수 있겠어요?”“이 도련님, 빨리 데릴사위를 발로 밟아 주세요! 그의 다리를 부러뜨려주세요!”박준생은 하현을 가리키며 득의양양한 얼굴로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는 하현이 이런 능력과 신분이 있다는 걸 끝까지 믿고 싶지 않았다. 지금 그는 자신의 직속 상사이자 특별한 신분인 이택수가 하현을 밟아 죽이기를 바랐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 이택수는 비틀거리며 뛰쳐나가 이때 박준생을 보며 그의 목 졸라 죽이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했다. 이 못된 놈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만에 하나라도 이 분을 화나게 하면 자신을 죽일 것이다!다음 순간, 하현이 화를 내기도 전에 모두의 멍한 시선 속에 이택수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더니 ‘툭’하고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박준생은 멍해졌다!이보배는 멍해졌다!곽지연은 멍해졌다!다들 놀라 멍해졌다!상성재벌의 대하 지구 대표, 이대성의 아들이자 권위가 높은 이택수가 무릎을 꿇다니!?‘툭’하고 무릎을 꿇었다고!?임원과 간부들은 이택수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 이때 그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고 오래도록 반응을 하지 못했다. 박준생은 잠시 후 벌벌 떨다가 주인을 지키는 개처럼 하현을 쳐다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뭐 하는 거야? 너 이 도련님께 뭐 하는 거야? 개자식!”박준생은 속으로 이런
이택수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얼굴 빛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하현이 명령을 하지 않았으니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날 밤 무릎을 꿇은 이 후 그는 이미 등뼈가 부러졌고 하현에게 소란을 피울 배짱이 전혀 없어졌다. 심지어 이틀 동안 그는 이대성에게 연락할 용기조차 없었고 가능한 한 빨리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자산을 옮겼다. “됐어. 내가 입을 열지 말라고 해서 그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할 거야.”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입을 열었다. “원래 너 어젯밤에 계약서를 빙자해 내 아내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여러 차례 술을 권했잖아. 네가 뭘 하려고 했는지 다들 알고 있어.”“오늘은 아무 이유도 없이 계속 나를 모욕하네. 원래 나는 너를 해고 시키면 그만일 거라 생각했었어. 큰 일을 작은 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근데 너 왜 이렇게 발악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이택수, 도대체 너희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거야? 아니면 평소에 네가 이 개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거야?”“내 앞에서 개가 짖으니 짜증나네.”하현이 자신에게 하는 말을 듣고 이택수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회장님, 제가 엄하게 가르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이택수는 박준생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그렇게 많은 말 할 거 없고 당장 무릎 꿇고 하 회장님께 사과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이때 이택수는 정말 박준생의 뺨을 때려 죽이고 싶었다. 누가 그에게 이런 용기와 자격을 준 것인가?“내가 뭘 잘 못했어!? 이택수! 당신 설마 보잘것없는 대하 사람이 무서운 거야?”“그리고 강남 사무부의 자산을 대하 사람들에게로 넘기다니, 이 대표님의 동의는 받은 거야?”“알았다. 당신 하씨랑 같은 부류 사람인 거지? 내가 기어서라도 이 대표님에게 가서 일러바칠 거야!”하현은 이미 박준생과 쓸데없는 말을 할만한 흥미가 없어졌다. 그는 휴지를 꺼내 손을 닦으며 담담하게
안기천은 수행원으로부터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를 받아 하현의 앞에서 열었다. 나무 상자 안에서 혈옥이 나왔다. 옥색은 선홍색이었지만 옥 속에는 한 줄이 검은 핏줄이 있어 매우 독특해 보였다. “하 회장님, 이건 전설의 장군옥입니다. 듣기로 고대의 대장군이 매장된 이후에야 이 물건을 함께 묻었다고 합니다.”“저희 어르신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회장님도 보물 감정을 하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이 물건을 찾아 보내셨어요. 제 작은 성의입니다.”하현은 손을 내밀지 않고 담담하게 혈옥을 쳐다보며 말했다. “얼마 주고 산 거야?”안기천은 웃으며 말했다. “비싸진 않아요. 20억이에요. 적은 액수 일뿐 입니다.”“20억?”하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나는 네가 안씨 집안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고 길바닥에서 지내는 놈이라는 걸 알고 있어.”“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 너를 목 졸라 죽이고 그 김에 너희 안씨 집안을 다 박살을 냈을 거야.” 안기천은 깜짝 놀라 몸을 푸르르 떨었다. “하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 물건은 새로 개업한 곽씨 골동품 가게에서 사왔어요! 곽씨 골동품 가게는 항성 4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곽씨 집안이 운영하는 곳이에요.”“제가 여러 번 가서야 보물을 저에게 팔려고 했어요!” “이건 보기 드문 좋은 물건이에요. 제 마음의 표시인데 어떻게……”안기천은 안색이 조금 이상해졌다. “설마 위조품은 아니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위조품이었다면 나도 너희 안씨 집안을 죽일 생각이 없었을 거야.”말을 마친 하현은 나무 상자를 닥치는 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털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상자가 부서지고 그 안의 혈옥은 두 동강이 났다. 혈옥 속에 쌀알만한 크기의 검은 돌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하 회장님, 이게 뭔가요?”안기천도 멍청하진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건 일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
”장청 캐피털은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야. 결코 깨끗한 회사가 아니라구!”“고명원도 사실 깨끗하지 않아!”“그런 더러운 인물과 호형호제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났어?”“지금은 옛날이 아니야!”“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오래가지!”“고명원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살 수 있겠어?”이의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한껏 교만하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시대가 변했어. 더러운 방법으로 얻은 영광은 결코 오래갈 수 없어. 결국 우리처럼 큰 회사가 정도를 걷고 있는 거지!”“맞아. 가문을 빛내려면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해!”이영산은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하현을 마구 헐뜯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이참에 다 같이 퍼부어 하현을 짓밟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정도를 걸어야지! 정정당당하게!”이의진은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당신이 내가 이룬 성과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룬다면 설 씨 집안에서 당신한테 한 번 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이의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룸 바깥 복도를 보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보였다.그들은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 값나가는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이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더욱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들어왔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이의진은 하현을 몰아붙이다 말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문 앞까지 달려왔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왕인걸이었다.왕인걸은 여전히 지방시에서 맞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가 팍팍 풍겼고 이루 말할 데 없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다만 머리와 얼굴에 칭칭 감은 거즈가 그를 약간 바보스럽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이의진이 왕 사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의진의 부모는 하나같이 얼른 일어나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서 맞이했다.“왕 사장님. 여기서
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넋이 빠지는 듯했다.왜?왜 고 사장이 데릴사위인 하현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설마 다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씨 가족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건 말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습니다. 별일 아닌 일입니다. 이대로 없던 일로 하시죠.”“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고명원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하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나중에 여쭤볼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게나 티슈를 꺼내 번호를 적은 뒤 그의 앞에 내놓았다.“고맙습니다.”고명원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이 씨 가족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실례 많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있고 하니 오늘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겠습니다.”몇몇 장청 캐피털 핵심 간부들도 모두 겁에 질려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제 좀 꺼져 주시죠!”하현은 말을 툭 내뱉으며 마치 고명원을 그의 부하처럼 대했다.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설은아는 이를 보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다음에 제가 식사 대접 제대로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치며 고명원은 직원에게 가더니 마오타이 몇 병을 테이블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의 공손한 자세에 장내는 순식간에 충격에 빠졌다.이영산의 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방금 하현에게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퍼부으며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라고 모욕했던 그들이었다.그러나 순식간에 하현이 장청 캐피털 고명원이 떠받드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고명원이 공손히 차를 따르던 모습은 그들에게 직접 얼굴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몰고 왔다.이영산은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그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