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하현과 안기천은 남원 골동품 시장에 나타났다. 귀찮지만 하현이 굳이 온 이유는 곽씨 골동품 시장 배후에 도대체 어떤 사람이 자신을 겨냥하려고 하는 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골동품이 항성 이가의 산업이라면 하현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항성 곽씨 집안은 전에 전혀 접촉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왜 손을 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곧 일행은 곽씨 골동품 가게 입구에 도착했다. 먼저 경호원이 대문을 발길로 걷어차더니 일행 십여 명이 살벌하게 상점 로비로 들어갔다. 가게 손님들은 지금 모두 깜짝 놀라 하나같이 뒤로 물러섰고 길을 내주었다. “너희들 뭐 하는 사람들이야? 뭐 하려는 거야?”현장에 있던 점원과 보안요원들은 강적과 맞닥뜨렸고 몇몇 전담 보안요원은 전기봉까지 꺼내며 이들을 막으려 했다. 안기천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한 발로 앞에 있는 골동품 꽃병을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곽옥, 너 썩 꺼져!”하현은 침착한 표정으로 안기천의 뒤를 따라 들어갔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 곽씨 골동품은 새로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진열대는 새 거였지만 진열대에는 독한 물건들이 적지 않았다. 그 외에도 전문적으로 옥석을 매매하는 구역이 있었고 여기에는 원석의 양도 만만치 않고 재질도 좋았다. “방금 가게에 왜 까치가 날아와서 울었나 했더니 안 도련님이 오셨군요!”하현이 가게의 장식을 훑어보고 있을 때 복도 끝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에 제복을 입은 얼굴이 옥처럼 하얀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비록 남자인데도 얼굴이 하얬고 심지어 화장까지 하고는 향기를 풍겼다. 이때 안기천을 보며 곽옥은 ‘애교 띤’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안 도련님, 우리 아침에 막 만났잖아요? 어떻게 또 오셨어요?”“안 도련님이 저를 보고 싶으셨으면 전화 한 통이면 제가 즐겁게 모실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크게 싸우려
하현이 단서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곽옥은 모르는 척을 했다.다들 나와서 노는 건데 이런 일로 엄살을 부리면 재미가 없지. 가치가 높은 혈옥 안에 현대적인 첨단 기술의 추출물이 있다고?이 물건이 골동품이 아니면 안기천은 자신의 머리가 찍힐 수도 있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안기천의 눈동자는 한기로 가득 찼다. 그는 냉담한 기색으로 곽옥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곽씨, 내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줄게. 네가 스스로 한 일을 인정하면 오늘 살 길은 내줄게.”“만약 내가 직접 판을 벌릴 때까지 기다렸다간 너희 곽씨 골동품 가게는 열 필요가 없게 될 거야. 그리고 너는 너희 집안이 네 관을 사줄 때까지 기다려야 될 거야!” 곽옥은 옥 같은 얼굴에 한 줄기 굳은 빛이 스쳤으나 재빨리 반응을 하며 이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곽 아무개가 정말 어떤 부분에서 안 도련님께 미움을 샀는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안 도련님!”분명 어떤 일은 곽옥이 인정할 수가 없었다. 안기천이 냉소 하며 손을 흔들자 순간 한 경호원이 트렁크를 탁자 위에 올려 놓더니 마음대로 열어 놓았다. 순간 그 안에는 혈옥 조각과 방사능 조각이 나타났다. 주변 구경꾼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몰려들었다. 그러나 곽옥은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정신을 차리고는 그의 안색이 달라졌다.“모르는 척! 너 계속 모르는 척 할 거야!”“네가 계속 모르는 척 하고 싶으면 해도 돼. 나도 다른 건 요구하지 않을 게. 오늘 밤 네가 이걸 먹어주기만 하면 내가 찌질하다고 인정할게. 어때?”안기천은 그 방사능 물질을 가리키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곽옥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는 당연히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먹기는커녕 만지는 것조차 자살 행위였다. 안기천은 곽옥의 얼굴을 쳐다보며 상당히 흥미롭게 입을 열었다. “우리 안씨 집안은 남원 골동품 업계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남원의 골동품상에서는
골동품 업계에서 가짜로 사람을 속이는 것은 사실 별거 아니다. 다들 그러고 있고 속이면 속는 것이다. 돈을 잃으면 네가 능력이 부족한 것이지 남을 원망할 수 없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방사능 물질을 숨겨놓고 손님을 해치는 것은 이 업계에서는 자살행위나 같다는 것이다. 곽옥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옥 같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안 도련님, 다 오해예요. 이 물건은 저도 받은 거에요. 거기다 이렇게 질감이 좋아 저도 스스로 몇 번이나 감정해 본 거예요. 만약 무슨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 저는 분명 안 도련님께 팔지 않았을 거예요……”“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안기천은 말을 끊어 버렸다. “다들 성인이니 이런 쓸데없는 말은 할 필요가 없어. 네가 나를 해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좋아. 그럼 이걸 삼켜. 나는 널 믿을 뿐만 아니라 몇 번이고 너한테 사과할게. 그때부터 남원 시장을 너한테 양보할게!”“하지만 네가 감히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러면 어떻게 나한테 만족스런 해명을 할지 잘 생각해 봐.”안기천은 차가운 얼굴로 이때 손을 흔들었고 그의 부하들은 벌써 쇠막대기를 꺼내 이 골동품 가게를 부수기 시작했다. 곽옥은 안기천의 모습을 보고 오늘 이 일을 수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안기천을 두려워하지 않고 웃는 낯으로 대하며 차갑게 말했다. “안기천,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재미가 없잖아!”“우리 이 업종은 한 번 팔고 손을 떠나면 끝인데 당신이 안목이 없었으니 그냥 재수없었다고 생각해!”“우리 곽씨 골동품은 물건에서 손을 떼면 일절 책임지지 않아!”이때 곽옥은 갑자기 태도가 변하더니 더없이 강경하게 굴었다. 주변의 구경꾼들을 몹시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까지 큰 관심을 보이게 했다. 안기천은 지금 남원의 유일한 일류 가문이었다. 게다가 천일그룹과 친분이 두터운 진정한 토박이 뱀이었다. 곽옥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저력이 나온 것인가? 감히 남원에서
서희진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을 때 하현은 약간 의아해했다. 서희진은 항성에 있었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듣기로는 수완이 탁월해 대학시절 일등석 항공권 한 장으로 80대 부자를 만났다고 한다.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명문 집안으로 시집을 갔는데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여든 살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엄청난 자산이 서희진의 손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래서 서희진은 항성 상류층에서 블랙 과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여자는 수단과 계략과 외모 모두 최고였다. 요 몇 년 동안 항성과 도성, 강남에서 지내며 재물 운이 일었고, 경제 잡지에 자주 등장했다. 서희진이 뜻밖에도 곽씨 골동품이랑 엮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안기천은 안색이 변한 후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서희진은 골동품 업계에서도 꽤 유명하고 블랙 과부의 명성도 좀 무서웠다. 안씨 집안에서도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서희진이 뜻밖에도 곽씨 골동품의 보증을 서주다니?이때 곽옥과 부하들은 모두 길을 비켜주며 공손하게 말했다.“서 공주님.” 이 호칭을 듣고 많은 사람들은 비로소 이 성이 간단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왕족의 성씨였다. 만약 백 년 전이었다면 이 서희진은 정말 공주였을 것이다. 그러나 곽옥과 사람들이 존칭하는 것에 대해 서희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곧장 책상 앞으로 가 냉담한 표정으로 소란을 피우고 있는 안기천을 쳐다보았다. 안기천은 얼굴빛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서희진, 너 오늘 이 더러운 물에 들어와야겠어?”“응!”서희진은 냉랭한 표정으로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네가 어떻게 하려고?” 안기천이 웃었다. “항성이나 도성에서 서 공주는 확실히 인물이지만 잊지마. 여기는 남원이고, 강남이야. 여기는 하 세자 구역이라고!”“하 세자 구역에서 함부로 굴면 어떻게 될지 후폭풍에 대해 생각해 봤어?”서희진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안 도련
서희진은 입가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래.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게. 항성의 네 도련님에 대해 들어본 적 있지?”“정말 들어본 적이 없다면 항성 4대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서희진은 깔보는 기색이었다. “4대 가문은 같은 줄기에서 뻗어 나온 형제 자매 사이야. 항성 네 도련님은 형제처럼 돈독한 사이야.”“이런 말 들어본 적 있지?”주변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항성은 남원에서 멀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연경과 대구에 견줄 수 있는 국제 대도시라는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4대 최정상 가문은 가끔 내부 분쟁도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4대 최정상 가문이 모두 뭉쳐 싸운다는 것이다. 단순히 최고의 가문이라면 사람들이 혹시 꺼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항성 4대 최정상 가문이 손을 잡으면 대하의 10대 탑 가문이라도 한둘쯤은 꺼려야 한다. 특히 항성과 가까운 남원에서 항성 4대 최고 가문이 힘을 합친 위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서희진의 빽은 4대 최정상 가문이라고 들었는데 항성 네 도련님 때였다. 원래 곽옥이 이미 망했다고 생각했던 일부 사람의 마음 속에는 거친 파도가 일었다. 안기천은 확실히 대단했다. 안씨 집안이 빽인 셈에다 하 세자가 보증을 서주는 곽옥을 밟아 죽이기는 수월했다. 심지어 항성 곽씨 집안을 상대해도 안기천은 도전할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항성 4대 가문이 손을 잡으면 안기천은 말할 것도 없고, 하 세자라도 골치가 아프겠지? 이때 하현도 곽옥이 어떻게 이런 저력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보아하니 이 곽씨 골동품 뒤에는 항성 곽씨 가문만이 아니라 항성 4대 최고 가문들이 동시에 지지해주고 있었다. 서희진은 항성 4대 최정상 가문의 대변인이다. “항성 네 도련님?”이때 안기천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서희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서 공주, 너 이 곽씨 골동품 뒤에 네 도련님이 있다고 나한테 말해주려는 거야
“서 공주의 말에 따라 오늘 너희들이 이 방사능 물질로 하 세자와 안씨 가문을 속여 일석이조를 원했는데 나 안기천은 아직 정의를 되찾을 방법이 없네.”안기천은 냉랭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만약 그만 혼자 왔다면 아마 그는 정말 찌질함을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설의 하 세자가 뒤에 서 있으니 그는 무서울 게 없었다. 항성 네 도련님이 아무리 대단해 봐야 여기는 강남이고 남원이지 항성이 아니다!이때 곽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안 도련님, 말을 하면 할수록 분명해 지고 이유는 더 명확해 지네요.”“다들 하는 일이고. 잘못 본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라는 걸 분명히 아실 거예요!”“이번 일은 내가 보기에 내가 잘못 본 거고 안 도련님도 잘못 본 거예요!”“규칙대로 자기가 책임을 집시다!”곽옥은 팔짱을 끼고 이때 서희진을 지지해주었고 그는 거리낌없이 의기양양했다. 안기천은 쌀쌀맞게 말했다. “보아하니 너희들은 항성 네 도련님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네? 내가 너희들을 건드릴 수 없을 거 같아!?”“너희들 정말 우리 안씨 집안이 이 업계에서 하는 일 없이 놀고 먹는 거 같아?”“나는 당연히 안기천의 능력을 알고, 안씨 집안의 능력도 알아. 우리는 네가 이 골동품 가게를 부실 수도 있다고 믿어!”서희진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얼굴로 웃었다. “이런 사소한 일로 네가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 될 사람에게 미움을 샀고, 심지어 앞으로 편하게 죽지 못할 텐데 이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협박이다!지금 서희진은 협박하는 것이었다. 안기천은 깊이 생각하는 얼굴로 말했다. “너 블랙 과부의 말처럼 내가 오늘 숨을 거둘 수밖에 없다는 거야?”“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당연히 네가 화가 나면 내 앞에서 이 가게를 부수고 곽옥을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해.”“물론 네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다면 된 거지……”안기천은 웃었다. “블랙 과부, 너 나를 특별히 기분 나쁘게 한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그저 작은 인물일 뿐 언급할 가치가 없어요.”곽옥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잠시 후 곧바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냈다. 분명 하현의 정보를 조사할 사람에게 보낸 것이다. 잠시 후 곽옥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몇 번을 쳐다본 후 핸드폰을 서희진에게 건네주었다. 서희진은 핸드폰의 내용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남원 관청 하 고문이었구나.”“듣기로 당신이 주최한 투자 유치회가 실패로 끝났다던데 어떻게 지금 안기천을 따라다니고 있는 거야? 정말 흑백 양쪽을 다 먹으려고 하는구나!”“참, 듣기로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라던데, 그럼 세 가지네.” 서희진은 이때 하현을 쳐다보는 눈빛이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 같은 여자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명문 집안 세자, 부잣집 도련님이다. 하현 같이 운이 좋아 여자에 기대어 상석에 오른 남자한테는 눈길도 제대로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서희진의 눈에 무슨 큰 신분도 없는 데릴사위가 감히 안기천을 막아 서서 그녀의 좋은 일을 망치다니. 서희진은 조금 불쾌했다. 서희진이 계속 뭐라고 하기도 전에 안기천이 벌써 조용히 말했다. “하 형님, 이 가게를 부수지 않으면 제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요. 게다가 이것으로도 제 성의를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분명 안기천에게는 가게를 부수는 것이 단지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현에게도 해명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속으로 가게를 부수는 것은 쉽지만 뒤의 일은 매우 번거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오늘 부순 만큼 안씨 집안이 돈을 배상해야 했다. 하지만 부수지 않고 어떻게 하현에게 해명을 하지?“상대방은 원래부터 너를 겨냥한 게 아닌데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게다가 이렇게 점잖게 노는데 네가 올라와서 가게를 망치면 너무 천박하고 재미없잖아.”“우리가 놀려면 나쁜 속마음을 죽이고 이성적으로 설득해서 그들이
하현의 말을 듣고 곽옥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 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뭐야? 네가 사람을 굴복하게 만드는 방법이 가게 물건을 사게 하는 거야?”“너 도대체 화풀이를 하려는 거야? 아니면 우리들에게 돈을 주려는 거야?”서희진은 원래 조금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때 이 말을 듣고는 ‘피식’하고 웃으며 경시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쇼핑으로 화풀이를 하는 거야? 이거 웃기지도 않네. 솔직히 말해 곽씨 골동품 가게에 있는 이렇게 많은 물건들은 진품이 하나도 없었다. 하현은 이 물건들이 불에 태워진다고 해도 몇 가지 진품을 골라낼 수 있었다. 곽씨 골동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진품을 고르면 곽씨 골동품을 대신해서 홍보하는 격이 된다. 위조품을 사는 것은 사서 고생하는 것이다. 하현은 너무 어려 보이는데 설마 그가 보물을 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니겠지?서희진은 소위 감정은 시간이 많이 지나야 할 수 있다고 믿었고, 보통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것은 고사하고 고급 모조품과 저급 모조품조차 구별할 수 없다고 믿었다. 구경꾼들은 지금 깔보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놈이 무슨 수를 쓰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 상점의 물건을 다 사서 괴롭히려는 거야?어떻게 괴롭히려고?설마 진짜 진품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니겠지?안흥섭이 꼭 장악하리란 법은 없지. 안기천은 기대하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하현의 정체를 알지 못했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눈에 이 분은 못 할 것이 없는 분이었다. 이때 하현은 다른 사람들은 무시한 채 곽옥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가게 물건들 팔 거야? 사고 나면 책임 안 진다는 거지!”곽옥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우리 곽씨 골동품이 기왕 장사를 하려고 문을 열었으니 당연히 물건을 팔아야지. 친구든 적이든 무슨 상관이야. 누구든 다 살 수 있지.”“물건에 가격표가 다 붙어 있으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
”장청 캐피털은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야. 결코 깨끗한 회사가 아니라구!”“고명원도 사실 깨끗하지 않아!”“그런 더러운 인물과 호형호제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났어?”“지금은 옛날이 아니야!”“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오래가지!”“고명원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살 수 있겠어?”이의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한껏 교만하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시대가 변했어. 더러운 방법으로 얻은 영광은 결코 오래갈 수 없어. 결국 우리처럼 큰 회사가 정도를 걷고 있는 거지!”“맞아. 가문을 빛내려면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해!”이영산은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하현을 마구 헐뜯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이참에 다 같이 퍼부어 하현을 짓밟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정도를 걸어야지! 정정당당하게!”이의진은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당신이 내가 이룬 성과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룬다면 설 씨 집안에서 당신한테 한 번 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이의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룸 바깥 복도를 보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보였다.그들은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 값나가는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이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더욱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들어왔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이의진은 하현을 몰아붙이다 말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문 앞까지 달려왔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왕인걸이었다.왕인걸은 여전히 지방시에서 맞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가 팍팍 풍겼고 이루 말할 데 없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다만 머리와 얼굴에 칭칭 감은 거즈가 그를 약간 바보스럽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이의진이 왕 사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의진의 부모는 하나같이 얼른 일어나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서 맞이했다.“왕 사장님. 여기서
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넋이 빠지는 듯했다.왜?왜 고 사장이 데릴사위인 하현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설마 다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씨 가족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건 말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습니다. 별일 아닌 일입니다. 이대로 없던 일로 하시죠.”“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고명원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하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나중에 여쭤볼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게나 티슈를 꺼내 번호를 적은 뒤 그의 앞에 내놓았다.“고맙습니다.”고명원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이 씨 가족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실례 많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있고 하니 오늘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겠습니다.”몇몇 장청 캐피털 핵심 간부들도 모두 겁에 질려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제 좀 꺼져 주시죠!”하현은 말을 툭 내뱉으며 마치 고명원을 그의 부하처럼 대했다.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설은아는 이를 보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다음에 제가 식사 대접 제대로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치며 고명원은 직원에게 가더니 마오타이 몇 병을 테이블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의 공손한 자세에 장내는 순식간에 충격에 빠졌다.이영산의 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방금 하현에게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퍼부으며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라고 모욕했던 그들이었다.그러나 순식간에 하현이 장청 캐피털 고명원이 떠받드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고명원이 공손히 차를 따르던 모습은 그들에게 직접 얼굴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몰고 왔다.이영산은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그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