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천은 수행원으로부터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를 받아 하현의 앞에서 열었다. 나무 상자 안에서 혈옥이 나왔다. 옥색은 선홍색이었지만 옥 속에는 한 줄이 검은 핏줄이 있어 매우 독특해 보였다. “하 회장님, 이건 전설의 장군옥입니다. 듣기로 고대의 대장군이 매장된 이후에야 이 물건을 함께 묻었다고 합니다.”“저희 어르신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회장님도 보물 감정을 하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이 물건을 찾아 보내셨어요. 제 작은 성의입니다.”하현은 손을 내밀지 않고 담담하게 혈옥을 쳐다보며 말했다. “얼마 주고 산 거야?”안기천은 웃으며 말했다. “비싸진 않아요. 20억이에요. 적은 액수 일뿐 입니다.”“20억?”하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나는 네가 안씨 집안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고 길바닥에서 지내는 놈이라는 걸 알고 있어.”“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 너를 목 졸라 죽이고 그 김에 너희 안씨 집안을 다 박살을 냈을 거야.” 안기천은 깜짝 놀라 몸을 푸르르 떨었다. “하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 물건은 새로 개업한 곽씨 골동품 가게에서 사왔어요! 곽씨 골동품 가게는 항성 4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곽씨 집안이 운영하는 곳이에요.”“제가 여러 번 가서야 보물을 저에게 팔려고 했어요!” “이건 보기 드문 좋은 물건이에요. 제 마음의 표시인데 어떻게……”안기천은 안색이 조금 이상해졌다. “설마 위조품은 아니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위조품이었다면 나도 너희 안씨 집안을 죽일 생각이 없었을 거야.”말을 마친 하현은 나무 상자를 닥치는 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털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상자가 부서지고 그 안의 혈옥은 두 동강이 났다. 혈옥 속에 쌀알만한 크기의 검은 돌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하 회장님, 이게 뭔가요?”안기천도 멍청하진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건 일
오전 10시, 하현과 안기천은 남원 골동품 시장에 나타났다. 귀찮지만 하현이 굳이 온 이유는 곽씨 골동품 시장 배후에 도대체 어떤 사람이 자신을 겨냥하려고 하는 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골동품이 항성 이가의 산업이라면 하현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항성 곽씨 집안은 전에 전혀 접촉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왜 손을 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곧 일행은 곽씨 골동품 가게 입구에 도착했다. 먼저 경호원이 대문을 발길로 걷어차더니 일행 십여 명이 살벌하게 상점 로비로 들어갔다. 가게 손님들은 지금 모두 깜짝 놀라 하나같이 뒤로 물러섰고 길을 내주었다. “너희들 뭐 하는 사람들이야? 뭐 하려는 거야?”현장에 있던 점원과 보안요원들은 강적과 맞닥뜨렸고 몇몇 전담 보안요원은 전기봉까지 꺼내며 이들을 막으려 했다. 안기천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한 발로 앞에 있는 골동품 꽃병을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곽옥, 너 썩 꺼져!”하현은 침착한 표정으로 안기천의 뒤를 따라 들어갔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 곽씨 골동품은 새로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진열대는 새 거였지만 진열대에는 독한 물건들이 적지 않았다. 그 외에도 전문적으로 옥석을 매매하는 구역이 있었고 여기에는 원석의 양도 만만치 않고 재질도 좋았다. “방금 가게에 왜 까치가 날아와서 울었나 했더니 안 도련님이 오셨군요!”하현이 가게의 장식을 훑어보고 있을 때 복도 끝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에 제복을 입은 얼굴이 옥처럼 하얀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비록 남자인데도 얼굴이 하얬고 심지어 화장까지 하고는 향기를 풍겼다. 이때 안기천을 보며 곽옥은 ‘애교 띤’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안 도련님, 우리 아침에 막 만났잖아요? 어떻게 또 오셨어요?”“안 도련님이 저를 보고 싶으셨으면 전화 한 통이면 제가 즐겁게 모실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크게 싸우려
하현이 단서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곽옥은 모르는 척을 했다.다들 나와서 노는 건데 이런 일로 엄살을 부리면 재미가 없지. 가치가 높은 혈옥 안에 현대적인 첨단 기술의 추출물이 있다고?이 물건이 골동품이 아니면 안기천은 자신의 머리가 찍힐 수도 있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안기천의 눈동자는 한기로 가득 찼다. 그는 냉담한 기색으로 곽옥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곽씨, 내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줄게. 네가 스스로 한 일을 인정하면 오늘 살 길은 내줄게.”“만약 내가 직접 판을 벌릴 때까지 기다렸다간 너희 곽씨 골동품 가게는 열 필요가 없게 될 거야. 그리고 너는 너희 집안이 네 관을 사줄 때까지 기다려야 될 거야!” 곽옥은 옥 같은 얼굴에 한 줄기 굳은 빛이 스쳤으나 재빨리 반응을 하며 이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곽 아무개가 정말 어떤 부분에서 안 도련님께 미움을 샀는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안 도련님!”분명 어떤 일은 곽옥이 인정할 수가 없었다. 안기천이 냉소 하며 손을 흔들자 순간 한 경호원이 트렁크를 탁자 위에 올려 놓더니 마음대로 열어 놓았다. 순간 그 안에는 혈옥 조각과 방사능 조각이 나타났다. 주변 구경꾼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몰려들었다. 그러나 곽옥은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정신을 차리고는 그의 안색이 달라졌다.“모르는 척! 너 계속 모르는 척 할 거야!”“네가 계속 모르는 척 하고 싶으면 해도 돼. 나도 다른 건 요구하지 않을 게. 오늘 밤 네가 이걸 먹어주기만 하면 내가 찌질하다고 인정할게. 어때?”안기천은 그 방사능 물질을 가리키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곽옥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는 당연히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먹기는커녕 만지는 것조차 자살 행위였다. 안기천은 곽옥의 얼굴을 쳐다보며 상당히 흥미롭게 입을 열었다. “우리 안씨 집안은 남원 골동품 업계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남원의 골동품상에서는
골동품 업계에서 가짜로 사람을 속이는 것은 사실 별거 아니다. 다들 그러고 있고 속이면 속는 것이다. 돈을 잃으면 네가 능력이 부족한 것이지 남을 원망할 수 없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방사능 물질을 숨겨놓고 손님을 해치는 것은 이 업계에서는 자살행위나 같다는 것이다. 곽옥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옥 같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안 도련님, 다 오해예요. 이 물건은 저도 받은 거에요. 거기다 이렇게 질감이 좋아 저도 스스로 몇 번이나 감정해 본 거예요. 만약 무슨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 저는 분명 안 도련님께 팔지 않았을 거예요……”“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안기천은 말을 끊어 버렸다. “다들 성인이니 이런 쓸데없는 말은 할 필요가 없어. 네가 나를 해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좋아. 그럼 이걸 삼켜. 나는 널 믿을 뿐만 아니라 몇 번이고 너한테 사과할게. 그때부터 남원 시장을 너한테 양보할게!”“하지만 네가 감히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러면 어떻게 나한테 만족스런 해명을 할지 잘 생각해 봐.”안기천은 차가운 얼굴로 이때 손을 흔들었고 그의 부하들은 벌써 쇠막대기를 꺼내 이 골동품 가게를 부수기 시작했다. 곽옥은 안기천의 모습을 보고 오늘 이 일을 수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안기천을 두려워하지 않고 웃는 낯으로 대하며 차갑게 말했다. “안기천,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재미가 없잖아!”“우리 이 업종은 한 번 팔고 손을 떠나면 끝인데 당신이 안목이 없었으니 그냥 재수없었다고 생각해!”“우리 곽씨 골동품은 물건에서 손을 떼면 일절 책임지지 않아!”이때 곽옥은 갑자기 태도가 변하더니 더없이 강경하게 굴었다. 주변의 구경꾼들을 몹시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까지 큰 관심을 보이게 했다. 안기천은 지금 남원의 유일한 일류 가문이었다. 게다가 천일그룹과 친분이 두터운 진정한 토박이 뱀이었다. 곽옥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저력이 나온 것인가? 감히 남원에서
서희진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을 때 하현은 약간 의아해했다. 서희진은 항성에 있었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듣기로는 수완이 탁월해 대학시절 일등석 항공권 한 장으로 80대 부자를 만났다고 한다.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명문 집안으로 시집을 갔는데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여든 살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엄청난 자산이 서희진의 손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래서 서희진은 항성 상류층에서 블랙 과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여자는 수단과 계략과 외모 모두 최고였다. 요 몇 년 동안 항성과 도성, 강남에서 지내며 재물 운이 일었고, 경제 잡지에 자주 등장했다. 서희진이 뜻밖에도 곽씨 골동품이랑 엮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안기천은 안색이 변한 후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서희진은 골동품 업계에서도 꽤 유명하고 블랙 과부의 명성도 좀 무서웠다. 안씨 집안에서도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서희진이 뜻밖에도 곽씨 골동품의 보증을 서주다니?이때 곽옥과 부하들은 모두 길을 비켜주며 공손하게 말했다.“서 공주님.” 이 호칭을 듣고 많은 사람들은 비로소 이 성이 간단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왕족의 성씨였다. 만약 백 년 전이었다면 이 서희진은 정말 공주였을 것이다. 그러나 곽옥과 사람들이 존칭하는 것에 대해 서희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곧장 책상 앞으로 가 냉담한 표정으로 소란을 피우고 있는 안기천을 쳐다보았다. 안기천은 얼굴빛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서희진, 너 오늘 이 더러운 물에 들어와야겠어?”“응!”서희진은 냉랭한 표정으로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네가 어떻게 하려고?” 안기천이 웃었다. “항성이나 도성에서 서 공주는 확실히 인물이지만 잊지마. 여기는 남원이고, 강남이야. 여기는 하 세자 구역이라고!”“하 세자 구역에서 함부로 굴면 어떻게 될지 후폭풍에 대해 생각해 봤어?”서희진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안 도련
서희진은 입가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래.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게. 항성의 네 도련님에 대해 들어본 적 있지?”“정말 들어본 적이 없다면 항성 4대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서희진은 깔보는 기색이었다. “4대 가문은 같은 줄기에서 뻗어 나온 형제 자매 사이야. 항성 네 도련님은 형제처럼 돈독한 사이야.”“이런 말 들어본 적 있지?”주변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항성은 남원에서 멀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연경과 대구에 견줄 수 있는 국제 대도시라는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4대 최정상 가문은 가끔 내부 분쟁도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4대 최정상 가문이 모두 뭉쳐 싸운다는 것이다. 단순히 최고의 가문이라면 사람들이 혹시 꺼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항성 4대 최정상 가문이 손을 잡으면 대하의 10대 탑 가문이라도 한둘쯤은 꺼려야 한다. 특히 항성과 가까운 남원에서 항성 4대 최고 가문이 힘을 합친 위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서희진의 빽은 4대 최정상 가문이라고 들었는데 항성 네 도련님 때였다. 원래 곽옥이 이미 망했다고 생각했던 일부 사람의 마음 속에는 거친 파도가 일었다. 안기천은 확실히 대단했다. 안씨 집안이 빽인 셈에다 하 세자가 보증을 서주는 곽옥을 밟아 죽이기는 수월했다. 심지어 항성 곽씨 집안을 상대해도 안기천은 도전할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항성 4대 가문이 손을 잡으면 안기천은 말할 것도 없고, 하 세자라도 골치가 아프겠지? 이때 하현도 곽옥이 어떻게 이런 저력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보아하니 이 곽씨 골동품 뒤에는 항성 곽씨 가문만이 아니라 항성 4대 최고 가문들이 동시에 지지해주고 있었다. 서희진은 항성 4대 최정상 가문의 대변인이다. “항성 네 도련님?”이때 안기천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서희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서 공주, 너 이 곽씨 골동품 뒤에 네 도련님이 있다고 나한테 말해주려는 거야
“서 공주의 말에 따라 오늘 너희들이 이 방사능 물질로 하 세자와 안씨 가문을 속여 일석이조를 원했는데 나 안기천은 아직 정의를 되찾을 방법이 없네.”안기천은 냉랭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만약 그만 혼자 왔다면 아마 그는 정말 찌질함을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설의 하 세자가 뒤에 서 있으니 그는 무서울 게 없었다. 항성 네 도련님이 아무리 대단해 봐야 여기는 강남이고 남원이지 항성이 아니다!이때 곽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안 도련님, 말을 하면 할수록 분명해 지고 이유는 더 명확해 지네요.”“다들 하는 일이고. 잘못 본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라는 걸 분명히 아실 거예요!”“이번 일은 내가 보기에 내가 잘못 본 거고 안 도련님도 잘못 본 거예요!”“규칙대로 자기가 책임을 집시다!”곽옥은 팔짱을 끼고 이때 서희진을 지지해주었고 그는 거리낌없이 의기양양했다. 안기천은 쌀쌀맞게 말했다. “보아하니 너희들은 항성 네 도련님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네? 내가 너희들을 건드릴 수 없을 거 같아!?”“너희들 정말 우리 안씨 집안이 이 업계에서 하는 일 없이 놀고 먹는 거 같아?”“나는 당연히 안기천의 능력을 알고, 안씨 집안의 능력도 알아. 우리는 네가 이 골동품 가게를 부실 수도 있다고 믿어!”서희진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얼굴로 웃었다. “이런 사소한 일로 네가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 될 사람에게 미움을 샀고, 심지어 앞으로 편하게 죽지 못할 텐데 이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협박이다!지금 서희진은 협박하는 것이었다. 안기천은 깊이 생각하는 얼굴로 말했다. “너 블랙 과부의 말처럼 내가 오늘 숨을 거둘 수밖에 없다는 거야?”“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당연히 네가 화가 나면 내 앞에서 이 가게를 부수고 곽옥을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해.”“물론 네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다면 된 거지……”안기천은 웃었다. “블랙 과부, 너 나를 특별히 기분 나쁘게 한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그저 작은 인물일 뿐 언급할 가치가 없어요.”곽옥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잠시 후 곧바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냈다. 분명 하현의 정보를 조사할 사람에게 보낸 것이다. 잠시 후 곽옥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몇 번을 쳐다본 후 핸드폰을 서희진에게 건네주었다. 서희진은 핸드폰의 내용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남원 관청 하 고문이었구나.”“듣기로 당신이 주최한 투자 유치회가 실패로 끝났다던데 어떻게 지금 안기천을 따라다니고 있는 거야? 정말 흑백 양쪽을 다 먹으려고 하는구나!”“참, 듣기로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라던데, 그럼 세 가지네.” 서희진은 이때 하현을 쳐다보는 눈빛이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 같은 여자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명문 집안 세자, 부잣집 도련님이다. 하현 같이 운이 좋아 여자에 기대어 상석에 오른 남자한테는 눈길도 제대로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서희진의 눈에 무슨 큰 신분도 없는 데릴사위가 감히 안기천을 막아 서서 그녀의 좋은 일을 망치다니. 서희진은 조금 불쾌했다. 서희진이 계속 뭐라고 하기도 전에 안기천이 벌써 조용히 말했다. “하 형님, 이 가게를 부수지 않으면 제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요. 게다가 이것으로도 제 성의를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분명 안기천에게는 가게를 부수는 것이 단지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현에게도 해명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속으로 가게를 부수는 것은 쉽지만 뒤의 일은 매우 번거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오늘 부순 만큼 안씨 집안이 돈을 배상해야 했다. 하지만 부수지 않고 어떻게 하현에게 해명을 하지?“상대방은 원래부터 너를 겨냥한 게 아닌데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게다가 이렇게 점잖게 노는데 네가 올라와서 가게를 망치면 너무 천박하고 재미없잖아.”“우리가 놀려면 나쁜 속마음을 죽이고 이성적으로 설득해서 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