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수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얼굴 빛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하현이 명령을 하지 않았으니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날 밤 무릎을 꿇은 이 후 그는 이미 등뼈가 부러졌고 하현에게 소란을 피울 배짱이 전혀 없어졌다. 심지어 이틀 동안 그는 이대성에게 연락할 용기조차 없었고 가능한 한 빨리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자산을 옮겼다. “됐어. 내가 입을 열지 말라고 해서 그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할 거야.”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입을 열었다. “원래 너 어젯밤에 계약서를 빙자해 내 아내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여러 차례 술을 권했잖아. 네가 뭘 하려고 했는지 다들 알고 있어.”“오늘은 아무 이유도 없이 계속 나를 모욕하네. 원래 나는 너를 해고 시키면 그만일 거라 생각했었어. 큰 일을 작은 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근데 너 왜 이렇게 발악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이택수, 도대체 너희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거야? 아니면 평소에 네가 이 개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거야?”“내 앞에서 개가 짖으니 짜증나네.”하현이 자신에게 하는 말을 듣고 이택수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회장님, 제가 엄하게 가르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이택수는 박준생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그렇게 많은 말 할 거 없고 당장 무릎 꿇고 하 회장님께 사과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이때 이택수는 정말 박준생의 뺨을 때려 죽이고 싶었다. 누가 그에게 이런 용기와 자격을 준 것인가?“내가 뭘 잘 못했어!? 이택수! 당신 설마 보잘것없는 대하 사람이 무서운 거야?”“그리고 강남 사무부의 자산을 대하 사람들에게로 넘기다니, 이 대표님의 동의는 받은 거야?”“알았다. 당신 하씨랑 같은 부류 사람인 거지? 내가 기어서라도 이 대표님에게 가서 일러바칠 거야!”하현은 이미 박준생과 쓸데없는 말을 할만한 흥미가 없어졌다. 그는 휴지를 꺼내 손을 닦으며 담담하게
안기천은 수행원으로부터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를 받아 하현의 앞에서 열었다. 나무 상자 안에서 혈옥이 나왔다. 옥색은 선홍색이었지만 옥 속에는 한 줄이 검은 핏줄이 있어 매우 독특해 보였다. “하 회장님, 이건 전설의 장군옥입니다. 듣기로 고대의 대장군이 매장된 이후에야 이 물건을 함께 묻었다고 합니다.”“저희 어르신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회장님도 보물 감정을 하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이 물건을 찾아 보내셨어요. 제 작은 성의입니다.”하현은 손을 내밀지 않고 담담하게 혈옥을 쳐다보며 말했다. “얼마 주고 산 거야?”안기천은 웃으며 말했다. “비싸진 않아요. 20억이에요. 적은 액수 일뿐 입니다.”“20억?”하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나는 네가 안씨 집안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고 길바닥에서 지내는 놈이라는 걸 알고 있어.”“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 너를 목 졸라 죽이고 그 김에 너희 안씨 집안을 다 박살을 냈을 거야.” 안기천은 깜짝 놀라 몸을 푸르르 떨었다. “하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 물건은 새로 개업한 곽씨 골동품 가게에서 사왔어요! 곽씨 골동품 가게는 항성 4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곽씨 집안이 운영하는 곳이에요.”“제가 여러 번 가서야 보물을 저에게 팔려고 했어요!” “이건 보기 드문 좋은 물건이에요. 제 마음의 표시인데 어떻게……”안기천은 안색이 조금 이상해졌다. “설마 위조품은 아니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위조품이었다면 나도 너희 안씨 집안을 죽일 생각이 없었을 거야.”말을 마친 하현은 나무 상자를 닥치는 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털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상자가 부서지고 그 안의 혈옥은 두 동강이 났다. 혈옥 속에 쌀알만한 크기의 검은 돌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하 회장님, 이게 뭔가요?”안기천도 멍청하진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건 일
오전 10시, 하현과 안기천은 남원 골동품 시장에 나타났다. 귀찮지만 하현이 굳이 온 이유는 곽씨 골동품 시장 배후에 도대체 어떤 사람이 자신을 겨냥하려고 하는 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골동품이 항성 이가의 산업이라면 하현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항성 곽씨 집안은 전에 전혀 접촉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왜 손을 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곧 일행은 곽씨 골동품 가게 입구에 도착했다. 먼저 경호원이 대문을 발길로 걷어차더니 일행 십여 명이 살벌하게 상점 로비로 들어갔다. 가게 손님들은 지금 모두 깜짝 놀라 하나같이 뒤로 물러섰고 길을 내주었다. “너희들 뭐 하는 사람들이야? 뭐 하려는 거야?”현장에 있던 점원과 보안요원들은 강적과 맞닥뜨렸고 몇몇 전담 보안요원은 전기봉까지 꺼내며 이들을 막으려 했다. 안기천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한 발로 앞에 있는 골동품 꽃병을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곽옥, 너 썩 꺼져!”하현은 침착한 표정으로 안기천의 뒤를 따라 들어갔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 곽씨 골동품은 새로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진열대는 새 거였지만 진열대에는 독한 물건들이 적지 않았다. 그 외에도 전문적으로 옥석을 매매하는 구역이 있었고 여기에는 원석의 양도 만만치 않고 재질도 좋았다. “방금 가게에 왜 까치가 날아와서 울었나 했더니 안 도련님이 오셨군요!”하현이 가게의 장식을 훑어보고 있을 때 복도 끝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에 제복을 입은 얼굴이 옥처럼 하얀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비록 남자인데도 얼굴이 하얬고 심지어 화장까지 하고는 향기를 풍겼다. 이때 안기천을 보며 곽옥은 ‘애교 띤’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안 도련님, 우리 아침에 막 만났잖아요? 어떻게 또 오셨어요?”“안 도련님이 저를 보고 싶으셨으면 전화 한 통이면 제가 즐겁게 모실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크게 싸우려
하현이 단서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곽옥은 모르는 척을 했다.다들 나와서 노는 건데 이런 일로 엄살을 부리면 재미가 없지. 가치가 높은 혈옥 안에 현대적인 첨단 기술의 추출물이 있다고?이 물건이 골동품이 아니면 안기천은 자신의 머리가 찍힐 수도 있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안기천의 눈동자는 한기로 가득 찼다. 그는 냉담한 기색으로 곽옥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곽씨, 내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줄게. 네가 스스로 한 일을 인정하면 오늘 살 길은 내줄게.”“만약 내가 직접 판을 벌릴 때까지 기다렸다간 너희 곽씨 골동품 가게는 열 필요가 없게 될 거야. 그리고 너는 너희 집안이 네 관을 사줄 때까지 기다려야 될 거야!” 곽옥은 옥 같은 얼굴에 한 줄기 굳은 빛이 스쳤으나 재빨리 반응을 하며 이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곽 아무개가 정말 어떤 부분에서 안 도련님께 미움을 샀는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안 도련님!”분명 어떤 일은 곽옥이 인정할 수가 없었다. 안기천이 냉소 하며 손을 흔들자 순간 한 경호원이 트렁크를 탁자 위에 올려 놓더니 마음대로 열어 놓았다. 순간 그 안에는 혈옥 조각과 방사능 조각이 나타났다. 주변 구경꾼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몰려들었다. 그러나 곽옥은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정신을 차리고는 그의 안색이 달라졌다.“모르는 척! 너 계속 모르는 척 할 거야!”“네가 계속 모르는 척 하고 싶으면 해도 돼. 나도 다른 건 요구하지 않을 게. 오늘 밤 네가 이걸 먹어주기만 하면 내가 찌질하다고 인정할게. 어때?”안기천은 그 방사능 물질을 가리키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곽옥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는 당연히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먹기는커녕 만지는 것조차 자살 행위였다. 안기천은 곽옥의 얼굴을 쳐다보며 상당히 흥미롭게 입을 열었다. “우리 안씨 집안은 남원 골동품 업계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남원의 골동품상에서는
골동품 업계에서 가짜로 사람을 속이는 것은 사실 별거 아니다. 다들 그러고 있고 속이면 속는 것이다. 돈을 잃으면 네가 능력이 부족한 것이지 남을 원망할 수 없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방사능 물질을 숨겨놓고 손님을 해치는 것은 이 업계에서는 자살행위나 같다는 것이다. 곽옥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옥 같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안 도련님, 다 오해예요. 이 물건은 저도 받은 거에요. 거기다 이렇게 질감이 좋아 저도 스스로 몇 번이나 감정해 본 거예요. 만약 무슨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 저는 분명 안 도련님께 팔지 않았을 거예요……”“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안기천은 말을 끊어 버렸다. “다들 성인이니 이런 쓸데없는 말은 할 필요가 없어. 네가 나를 해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좋아. 그럼 이걸 삼켜. 나는 널 믿을 뿐만 아니라 몇 번이고 너한테 사과할게. 그때부터 남원 시장을 너한테 양보할게!”“하지만 네가 감히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러면 어떻게 나한테 만족스런 해명을 할지 잘 생각해 봐.”안기천은 차가운 얼굴로 이때 손을 흔들었고 그의 부하들은 벌써 쇠막대기를 꺼내 이 골동품 가게를 부수기 시작했다. 곽옥은 안기천의 모습을 보고 오늘 이 일을 수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안기천을 두려워하지 않고 웃는 낯으로 대하며 차갑게 말했다. “안기천,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재미가 없잖아!”“우리 이 업종은 한 번 팔고 손을 떠나면 끝인데 당신이 안목이 없었으니 그냥 재수없었다고 생각해!”“우리 곽씨 골동품은 물건에서 손을 떼면 일절 책임지지 않아!”이때 곽옥은 갑자기 태도가 변하더니 더없이 강경하게 굴었다. 주변의 구경꾼들을 몹시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까지 큰 관심을 보이게 했다. 안기천은 지금 남원의 유일한 일류 가문이었다. 게다가 천일그룹과 친분이 두터운 진정한 토박이 뱀이었다. 곽옥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저력이 나온 것인가? 감히 남원에서
서희진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을 때 하현은 약간 의아해했다. 서희진은 항성에 있었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듣기로는 수완이 탁월해 대학시절 일등석 항공권 한 장으로 80대 부자를 만났다고 한다.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명문 집안으로 시집을 갔는데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여든 살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엄청난 자산이 서희진의 손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래서 서희진은 항성 상류층에서 블랙 과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여자는 수단과 계략과 외모 모두 최고였다. 요 몇 년 동안 항성과 도성, 강남에서 지내며 재물 운이 일었고, 경제 잡지에 자주 등장했다. 서희진이 뜻밖에도 곽씨 골동품이랑 엮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안기천은 안색이 변한 후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서희진은 골동품 업계에서도 꽤 유명하고 블랙 과부의 명성도 좀 무서웠다. 안씨 집안에서도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서희진이 뜻밖에도 곽씨 골동품의 보증을 서주다니?이때 곽옥과 부하들은 모두 길을 비켜주며 공손하게 말했다.“서 공주님.” 이 호칭을 듣고 많은 사람들은 비로소 이 성이 간단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왕족의 성씨였다. 만약 백 년 전이었다면 이 서희진은 정말 공주였을 것이다. 그러나 곽옥과 사람들이 존칭하는 것에 대해 서희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곧장 책상 앞으로 가 냉담한 표정으로 소란을 피우고 있는 안기천을 쳐다보았다. 안기천은 얼굴빛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서희진, 너 오늘 이 더러운 물에 들어와야겠어?”“응!”서희진은 냉랭한 표정으로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네가 어떻게 하려고?” 안기천이 웃었다. “항성이나 도성에서 서 공주는 확실히 인물이지만 잊지마. 여기는 남원이고, 강남이야. 여기는 하 세자 구역이라고!”“하 세자 구역에서 함부로 굴면 어떻게 될지 후폭풍에 대해 생각해 봤어?”서희진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안 도련
서희진은 입가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래.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게. 항성의 네 도련님에 대해 들어본 적 있지?”“정말 들어본 적이 없다면 항성 4대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서희진은 깔보는 기색이었다. “4대 가문은 같은 줄기에서 뻗어 나온 형제 자매 사이야. 항성 네 도련님은 형제처럼 돈독한 사이야.”“이런 말 들어본 적 있지?”주변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항성은 남원에서 멀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연경과 대구에 견줄 수 있는 국제 대도시라는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4대 최정상 가문은 가끔 내부 분쟁도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4대 최정상 가문이 모두 뭉쳐 싸운다는 것이다. 단순히 최고의 가문이라면 사람들이 혹시 꺼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항성 4대 최정상 가문이 손을 잡으면 대하의 10대 탑 가문이라도 한둘쯤은 꺼려야 한다. 특히 항성과 가까운 남원에서 항성 4대 최고 가문이 힘을 합친 위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서희진의 빽은 4대 최정상 가문이라고 들었는데 항성 네 도련님 때였다. 원래 곽옥이 이미 망했다고 생각했던 일부 사람의 마음 속에는 거친 파도가 일었다. 안기천은 확실히 대단했다. 안씨 집안이 빽인 셈에다 하 세자가 보증을 서주는 곽옥을 밟아 죽이기는 수월했다. 심지어 항성 곽씨 집안을 상대해도 안기천은 도전할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항성 4대 가문이 손을 잡으면 안기천은 말할 것도 없고, 하 세자라도 골치가 아프겠지? 이때 하현도 곽옥이 어떻게 이런 저력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보아하니 이 곽씨 골동품 뒤에는 항성 곽씨 가문만이 아니라 항성 4대 최고 가문들이 동시에 지지해주고 있었다. 서희진은 항성 4대 최정상 가문의 대변인이다. “항성 네 도련님?”이때 안기천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서희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서 공주, 너 이 곽씨 골동품 뒤에 네 도련님이 있다고 나한테 말해주려는 거야
“서 공주의 말에 따라 오늘 너희들이 이 방사능 물질로 하 세자와 안씨 가문을 속여 일석이조를 원했는데 나 안기천은 아직 정의를 되찾을 방법이 없네.”안기천은 냉랭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만약 그만 혼자 왔다면 아마 그는 정말 찌질함을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설의 하 세자가 뒤에 서 있으니 그는 무서울 게 없었다. 항성 네 도련님이 아무리 대단해 봐야 여기는 강남이고 남원이지 항성이 아니다!이때 곽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안 도련님, 말을 하면 할수록 분명해 지고 이유는 더 명확해 지네요.”“다들 하는 일이고. 잘못 본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라는 걸 분명히 아실 거예요!”“이번 일은 내가 보기에 내가 잘못 본 거고 안 도련님도 잘못 본 거예요!”“규칙대로 자기가 책임을 집시다!”곽옥은 팔짱을 끼고 이때 서희진을 지지해주었고 그는 거리낌없이 의기양양했다. 안기천은 쌀쌀맞게 말했다. “보아하니 너희들은 항성 네 도련님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네? 내가 너희들을 건드릴 수 없을 거 같아!?”“너희들 정말 우리 안씨 집안이 이 업계에서 하는 일 없이 놀고 먹는 거 같아?”“나는 당연히 안기천의 능력을 알고, 안씨 집안의 능력도 알아. 우리는 네가 이 골동품 가게를 부실 수도 있다고 믿어!”서희진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얼굴로 웃었다. “이런 사소한 일로 네가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 될 사람에게 미움을 샀고, 심지어 앞으로 편하게 죽지 못할 텐데 이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협박이다!지금 서희진은 협박하는 것이었다. 안기천은 깊이 생각하는 얼굴로 말했다. “너 블랙 과부의 말처럼 내가 오늘 숨을 거둘 수밖에 없다는 거야?”“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당연히 네가 화가 나면 내 앞에서 이 가게를 부수고 곽옥을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해.”“물론 네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다면 된 거지……”안기천은 웃었다. “블랙 과부, 너 나를 특별히 기분 나쁘게 한다……”
”안 돼!”설은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안 마시기만 해 봐!”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단념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아들고 쓴 약을 먹는 듯 눈을 찡긋하며 우유를 마셨다.하현이 순순히 우유를 마시자 설은아는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잘했어!”“그리고 엄마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신사 상인 연합회가 빚진 오백억은 내가 해결할게.”“어쨌든 내 뒤에는 대구 정 씨 가문이 있으니 상대방이 아무리 서문 천문채에 뒷배가 있더라도 우리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가면 아마 무참하게 뭉개 버리려 할 거야. 뼈도 못 추릴 수도 있어...”“아무리 당신이 실력이 좋아도 무학의 성지 앞에서는 무리야.”“그러니까 당신은 이틀 동안 이 집에서 나오지 말고 편하게 쉬어. 내가 이 일을 다 해결한 후에 증명서 받으러 갈게.”말을 마치니 설은아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달처럼 띄워졌다.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른 몸을 돌렸다.하현은 설은아의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설은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용감해지고 자신감도 상당히 강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설은아와 설유아의 당부는 깔끔하게 무시되었다.이튿날 아침 10시.하현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로 향했다.그곳은 금정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거리 끝에 위치해 있었다.하현의 눈에 명청 양식의 오래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건물은 매우 견고해 보였다.앞에는 넓은 광장 같은 것이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상가들이 있었다.오래된 건물의 대문에는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 부러진 칼이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박혀 있었다.오는 길에 하현은 이미 대략 알아차릴 수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 휘하에 있는 조직이었다.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은 결과로 신사 상인 연합회는 일 처리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그리고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 나한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설은아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자네 체면을 좀 뭉갰다고 해서 뭐 어떻다는 건가?”“우리 집 데릴사위로 온 사람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해?”최희정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자네 체면이 우리 체면보다 더 중요해?”“우리 집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금정의 거물과 비교를 할 수 있겠어?”“요즘 이영산이 우리 부부한테 준 물건만 해도 수천만 원이 넘어!”“우리 설 씨 가문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이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뭘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이야? 어?!”“그리고 내가 자네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해도 그것은 배은망덕한 결과야!”여기까지 말한 최희정은 한껏 기고만장해져서 콧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그것도 영광인 줄 알아!”최희정에게 있어 하현은 자신의 발밑에 밟혀야 하는 존재였다.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며 반항은 절대 있을 수 없다.하현의 모든 행동은 이미 최희정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낸 것이었다.지금 금정에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발돋움하려는 최희정은 하현을 철저하게 발밑에 깔아뭉개야만 했다.하현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은아를 힐끔 쳐다보았다.그는 자신의 전 부인이 지금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어차피 하현은 최희정과 사이가 틀어지든 말든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가 최희정의 체면을 건드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설은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하현에게 눈빛을 몇 번 보내다가 결국 최희정을 편드는 자세를 취했다.“하현, 이렇게 늦은 밤에 그만 소란스럽게 하고.”“우리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 한 마디면 돼.”“어쨌든 엄마는 연장자인데 엄마를 화나게 한 건 당신 잘못이야.”
”개자식! 왜 안 죽는 거야?”“왜 안 죽는 거냐고?!”“꺼져! 우리 설 씨 가문에서 꺼지라고!”“우리 가문에선 아무도 네놈을 환영하지 않아!”“우리 가문에서 멀리 떨어져! 어서!”손님들은 혼비백산해서 자리를 떴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최희정은 마침내 폭발했다.하현은 사람들 앞에서 가짜 그림을 선물한 사실을 들추어냈다!이는 이영산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뿐만 아니라 최희정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린 일이었다.그녀는 요즘 금정에서 입만 열면 하현은 데릴사위에 아무 능력도 업는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자신의 딸과 절대 재결합시키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그런데 이런 쓸모없는 데릴사위도 알아챌 수 있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봤다니?!이것은 그녀가 데릴사위만도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일부러 이영산을 두둔했다고 모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현을 제압하려고 일부러 그런 속임수를 썼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물론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잡아죽이고 싶은 사람은 단연코 하현, 이 개자식이었다!백두산 산삼의 가치를 뻔히 알면서도 그녀 앞에서 꿀꺽 삼켜버렸다!이것은 단지 그녀의 체면에 흠집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살인에 해당하는 짓이었다!최희정은 창피하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자신이 이제는 정말로 하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언제 하현한테 당한 적이 있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그녀는 의기양양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뭘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꺼져!”최희정은 이를 갈며 외쳤다.“우리 설 씨 집안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을 환영하지 않아!”하현을 바라보는 설재석의 눈에 복잡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그는 결국 침묵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스스로 차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모님, 제가 충고 하나만 하죠. 대구 정 씨 가문 방주는 설은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