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생을 발로 걷어 차 넘어뜨린 후 안기천은 그제서야 두 세 걸음씩 하현 앞으로 걸어와 땅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하 선생님, 어젯밤에는 제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대인께서는 소인의 과오를 따지지 마시고 용서해 주세요.”용서!?온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유난히 이보배와 곽연지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길바닥에서 지내는 안기천이 뜻밖에도 하현 앞에서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하다니?이것은 하현이 얼마나 강한지를 방증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안기천도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러 온 것이다. 그는 어젯밤에 화가 나서 안씨 집안으로 돌아갔는데 안흥섭은 그에게 세 글자만 알려주었다. 하 세자!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하 세자의 신분만 알면 되었다. 안기천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비록 길바닥에서 지냈지만 하 세자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단순히 변백범 길바닥 새로운 왕이 하 세자의 수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 안기천은 안씨 집안의 가업을 이어 받는 데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비록 그는 길바닥에서 지냈지만 조금도 멍청하지 않았다. 안씨 집안이 천일그룹과 동맹관계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일을 천일 그룹에 의존하고 있었다. 단순히 하 세자 이 세 글자만으로도 그가 낮은 자세로 사과를 하기에 충분했다. 안기천이 보기에 하현의 친구가 되든 하인이 되든 어찌되든 상관이 없었지만 적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침 일찍 하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본 후 선물을 가지고 와서 사죄를 했다. 결국 박준생이라는 눈 먼 놈이 소란을 피웠으니 안기천도 사양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짓밟아 하현에게 잘 보이려고 한 셈이었다. 안기천이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이보배는 멍해졌을 뿐 아니라, 원래 속으로 다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임원들과 간
옷을 곱게 차려 입은 한 남자가 경호원 몇 명의 호위를 받으며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문무를 모두 겸비한, 중국에서 천재로 불리는 이택수였다. “이 도련님! 이 도련님!”바닥에 있던 박준생은 이택수를 보자 펄쩍 뛸 뻔했다. “이 도련님, 드디어 오셨군요!”“저를 위해 공의롭게 처리해 주세요!”“오늘 아침에 이 데릴사위가 우리 쪽으로 달려와서 난동을 부리더니 우리 강남 사무부의 모든 자산을 빼돌리겠다고 말끝마다 그러더라고요!”“말씀 좀 해보세요. 그는 사기꾼이죠? 맞죠!”“우리 상성재벌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데 대하 사람이 무서울 수 있겠어요?”“이 도련님, 빨리 데릴사위를 발로 밟아 주세요! 그의 다리를 부러뜨려주세요!”박준생은 하현을 가리키며 득의양양한 얼굴로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는 하현이 이런 능력과 신분이 있다는 걸 끝까지 믿고 싶지 않았다. 지금 그는 자신의 직속 상사이자 특별한 신분인 이택수가 하현을 밟아 죽이기를 바랐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 이택수는 비틀거리며 뛰쳐나가 이때 박준생을 보며 그의 목 졸라 죽이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했다. 이 못된 놈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만에 하나라도 이 분을 화나게 하면 자신을 죽일 것이다!다음 순간, 하현이 화를 내기도 전에 모두의 멍한 시선 속에 이택수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더니 ‘툭’하고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박준생은 멍해졌다!이보배는 멍해졌다!곽지연은 멍해졌다!다들 놀라 멍해졌다!상성재벌의 대하 지구 대표, 이대성의 아들이자 권위가 높은 이택수가 무릎을 꿇다니!?‘툭’하고 무릎을 꿇었다고!?임원과 간부들은 이택수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 이때 그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고 오래도록 반응을 하지 못했다. 박준생은 잠시 후 벌벌 떨다가 주인을 지키는 개처럼 하현을 쳐다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뭐 하는 거야? 너 이 도련님께 뭐 하는 거야? 개자식!”박준생은 속으로 이런
이택수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얼굴 빛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하현이 명령을 하지 않았으니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날 밤 무릎을 꿇은 이 후 그는 이미 등뼈가 부러졌고 하현에게 소란을 피울 배짱이 전혀 없어졌다. 심지어 이틀 동안 그는 이대성에게 연락할 용기조차 없었고 가능한 한 빨리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자산을 옮겼다. “됐어. 내가 입을 열지 말라고 해서 그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할 거야.”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입을 열었다. “원래 너 어젯밤에 계약서를 빙자해 내 아내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여러 차례 술을 권했잖아. 네가 뭘 하려고 했는지 다들 알고 있어.”“오늘은 아무 이유도 없이 계속 나를 모욕하네. 원래 나는 너를 해고 시키면 그만일 거라 생각했었어. 큰 일을 작은 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근데 너 왜 이렇게 발악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이택수, 도대체 너희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거야? 아니면 평소에 네가 이 개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거야?”“내 앞에서 개가 짖으니 짜증나네.”하현이 자신에게 하는 말을 듣고 이택수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회장님, 제가 엄하게 가르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이택수는 박준생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그렇게 많은 말 할 거 없고 당장 무릎 꿇고 하 회장님께 사과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이때 이택수는 정말 박준생의 뺨을 때려 죽이고 싶었다. 누가 그에게 이런 용기와 자격을 준 것인가?“내가 뭘 잘 못했어!? 이택수! 당신 설마 보잘것없는 대하 사람이 무서운 거야?”“그리고 강남 사무부의 자산을 대하 사람들에게로 넘기다니, 이 대표님의 동의는 받은 거야?”“알았다. 당신 하씨랑 같은 부류 사람인 거지? 내가 기어서라도 이 대표님에게 가서 일러바칠 거야!”하현은 이미 박준생과 쓸데없는 말을 할만한 흥미가 없어졌다. 그는 휴지를 꺼내 손을 닦으며 담담하게
안기천은 수행원으로부터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를 받아 하현의 앞에서 열었다. 나무 상자 안에서 혈옥이 나왔다. 옥색은 선홍색이었지만 옥 속에는 한 줄이 검은 핏줄이 있어 매우 독특해 보였다. “하 회장님, 이건 전설의 장군옥입니다. 듣기로 고대의 대장군이 매장된 이후에야 이 물건을 함께 묻었다고 합니다.”“저희 어르신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회장님도 보물 감정을 하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이 물건을 찾아 보내셨어요. 제 작은 성의입니다.”하현은 손을 내밀지 않고 담담하게 혈옥을 쳐다보며 말했다. “얼마 주고 산 거야?”안기천은 웃으며 말했다. “비싸진 않아요. 20억이에요. 적은 액수 일뿐 입니다.”“20억?”하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나는 네가 안씨 집안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고 길바닥에서 지내는 놈이라는 걸 알고 있어.”“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 너를 목 졸라 죽이고 그 김에 너희 안씨 집안을 다 박살을 냈을 거야.” 안기천은 깜짝 놀라 몸을 푸르르 떨었다. “하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 물건은 새로 개업한 곽씨 골동품 가게에서 사왔어요! 곽씨 골동품 가게는 항성 4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곽씨 집안이 운영하는 곳이에요.”“제가 여러 번 가서야 보물을 저에게 팔려고 했어요!” “이건 보기 드문 좋은 물건이에요. 제 마음의 표시인데 어떻게……”안기천은 안색이 조금 이상해졌다. “설마 위조품은 아니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위조품이었다면 나도 너희 안씨 집안을 죽일 생각이 없었을 거야.”말을 마친 하현은 나무 상자를 닥치는 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털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상자가 부서지고 그 안의 혈옥은 두 동강이 났다. 혈옥 속에 쌀알만한 크기의 검은 돌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하 회장님, 이게 뭔가요?”안기천도 멍청하진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건 일
오전 10시, 하현과 안기천은 남원 골동품 시장에 나타났다. 귀찮지만 하현이 굳이 온 이유는 곽씨 골동품 시장 배후에 도대체 어떤 사람이 자신을 겨냥하려고 하는 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골동품이 항성 이가의 산업이라면 하현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항성 곽씨 집안은 전에 전혀 접촉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왜 손을 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곧 일행은 곽씨 골동품 가게 입구에 도착했다. 먼저 경호원이 대문을 발길로 걷어차더니 일행 십여 명이 살벌하게 상점 로비로 들어갔다. 가게 손님들은 지금 모두 깜짝 놀라 하나같이 뒤로 물러섰고 길을 내주었다. “너희들 뭐 하는 사람들이야? 뭐 하려는 거야?”현장에 있던 점원과 보안요원들은 강적과 맞닥뜨렸고 몇몇 전담 보안요원은 전기봉까지 꺼내며 이들을 막으려 했다. 안기천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한 발로 앞에 있는 골동품 꽃병을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곽옥, 너 썩 꺼져!”하현은 침착한 표정으로 안기천의 뒤를 따라 들어갔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 곽씨 골동품은 새로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진열대는 새 거였지만 진열대에는 독한 물건들이 적지 않았다. 그 외에도 전문적으로 옥석을 매매하는 구역이 있었고 여기에는 원석의 양도 만만치 않고 재질도 좋았다. “방금 가게에 왜 까치가 날아와서 울었나 했더니 안 도련님이 오셨군요!”하현이 가게의 장식을 훑어보고 있을 때 복도 끝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에 제복을 입은 얼굴이 옥처럼 하얀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비록 남자인데도 얼굴이 하얬고 심지어 화장까지 하고는 향기를 풍겼다. 이때 안기천을 보며 곽옥은 ‘애교 띤’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안 도련님, 우리 아침에 막 만났잖아요? 어떻게 또 오셨어요?”“안 도련님이 저를 보고 싶으셨으면 전화 한 통이면 제가 즐겁게 모실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크게 싸우려
하현이 단서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곽옥은 모르는 척을 했다.다들 나와서 노는 건데 이런 일로 엄살을 부리면 재미가 없지. 가치가 높은 혈옥 안에 현대적인 첨단 기술의 추출물이 있다고?이 물건이 골동품이 아니면 안기천은 자신의 머리가 찍힐 수도 있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안기천의 눈동자는 한기로 가득 찼다. 그는 냉담한 기색으로 곽옥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곽씨, 내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줄게. 네가 스스로 한 일을 인정하면 오늘 살 길은 내줄게.”“만약 내가 직접 판을 벌릴 때까지 기다렸다간 너희 곽씨 골동품 가게는 열 필요가 없게 될 거야. 그리고 너는 너희 집안이 네 관을 사줄 때까지 기다려야 될 거야!” 곽옥은 옥 같은 얼굴에 한 줄기 굳은 빛이 스쳤으나 재빨리 반응을 하며 이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곽 아무개가 정말 어떤 부분에서 안 도련님께 미움을 샀는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안 도련님!”분명 어떤 일은 곽옥이 인정할 수가 없었다. 안기천이 냉소 하며 손을 흔들자 순간 한 경호원이 트렁크를 탁자 위에 올려 놓더니 마음대로 열어 놓았다. 순간 그 안에는 혈옥 조각과 방사능 조각이 나타났다. 주변 구경꾼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몰려들었다. 그러나 곽옥은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정신을 차리고는 그의 안색이 달라졌다.“모르는 척! 너 계속 모르는 척 할 거야!”“네가 계속 모르는 척 하고 싶으면 해도 돼. 나도 다른 건 요구하지 않을 게. 오늘 밤 네가 이걸 먹어주기만 하면 내가 찌질하다고 인정할게. 어때?”안기천은 그 방사능 물질을 가리키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곽옥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는 당연히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먹기는커녕 만지는 것조차 자살 행위였다. 안기천은 곽옥의 얼굴을 쳐다보며 상당히 흥미롭게 입을 열었다. “우리 안씨 집안은 남원 골동품 업계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남원의 골동품상에서는
골동품 업계에서 가짜로 사람을 속이는 것은 사실 별거 아니다. 다들 그러고 있고 속이면 속는 것이다. 돈을 잃으면 네가 능력이 부족한 것이지 남을 원망할 수 없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방사능 물질을 숨겨놓고 손님을 해치는 것은 이 업계에서는 자살행위나 같다는 것이다. 곽옥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옥 같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안 도련님, 다 오해예요. 이 물건은 저도 받은 거에요. 거기다 이렇게 질감이 좋아 저도 스스로 몇 번이나 감정해 본 거예요. 만약 무슨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 저는 분명 안 도련님께 팔지 않았을 거예요……”“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안기천은 말을 끊어 버렸다. “다들 성인이니 이런 쓸데없는 말은 할 필요가 없어. 네가 나를 해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좋아. 그럼 이걸 삼켜. 나는 널 믿을 뿐만 아니라 몇 번이고 너한테 사과할게. 그때부터 남원 시장을 너한테 양보할게!”“하지만 네가 감히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러면 어떻게 나한테 만족스런 해명을 할지 잘 생각해 봐.”안기천은 차가운 얼굴로 이때 손을 흔들었고 그의 부하들은 벌써 쇠막대기를 꺼내 이 골동품 가게를 부수기 시작했다. 곽옥은 안기천의 모습을 보고 오늘 이 일을 수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안기천을 두려워하지 않고 웃는 낯으로 대하며 차갑게 말했다. “안기천,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재미가 없잖아!”“우리 이 업종은 한 번 팔고 손을 떠나면 끝인데 당신이 안목이 없었으니 그냥 재수없었다고 생각해!”“우리 곽씨 골동품은 물건에서 손을 떼면 일절 책임지지 않아!”이때 곽옥은 갑자기 태도가 변하더니 더없이 강경하게 굴었다. 주변의 구경꾼들을 몹시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까지 큰 관심을 보이게 했다. 안기천은 지금 남원의 유일한 일류 가문이었다. 게다가 천일그룹과 친분이 두터운 진정한 토박이 뱀이었다. 곽옥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저력이 나온 것인가? 감히 남원에서
서희진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을 때 하현은 약간 의아해했다. 서희진은 항성에 있었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듣기로는 수완이 탁월해 대학시절 일등석 항공권 한 장으로 80대 부자를 만났다고 한다.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명문 집안으로 시집을 갔는데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여든 살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엄청난 자산이 서희진의 손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래서 서희진은 항성 상류층에서 블랙 과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여자는 수단과 계략과 외모 모두 최고였다. 요 몇 년 동안 항성과 도성, 강남에서 지내며 재물 운이 일었고, 경제 잡지에 자주 등장했다. 서희진이 뜻밖에도 곽씨 골동품이랑 엮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안기천은 안색이 변한 후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서희진은 골동품 업계에서도 꽤 유명하고 블랙 과부의 명성도 좀 무서웠다. 안씨 집안에서도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서희진이 뜻밖에도 곽씨 골동품의 보증을 서주다니?이때 곽옥과 부하들은 모두 길을 비켜주며 공손하게 말했다.“서 공주님.” 이 호칭을 듣고 많은 사람들은 비로소 이 성이 간단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왕족의 성씨였다. 만약 백 년 전이었다면 이 서희진은 정말 공주였을 것이다. 그러나 곽옥과 사람들이 존칭하는 것에 대해 서희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곧장 책상 앞으로 가 냉담한 표정으로 소란을 피우고 있는 안기천을 쳐다보았다. 안기천은 얼굴빛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서희진, 너 오늘 이 더러운 물에 들어와야겠어?”“응!”서희진은 냉랭한 표정으로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네가 어떻게 하려고?” 안기천이 웃었다. “항성이나 도성에서 서 공주는 확실히 인물이지만 잊지마. 여기는 남원이고, 강남이야. 여기는 하 세자 구역이라고!”“하 세자 구역에서 함부로 굴면 어떻게 될지 후폭풍에 대해 생각해 봤어?”서희진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안 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