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안 되겠어, 찾아가서 말해볼래.”그러자 강책이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가지 않아도 돼.”“왜? 그럼 우리가 성사시킨 계약건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종가에 줘버리라고? 할아버지는 차라리큰언니한테 호의를 베풀지언정 계약을 성사시킨 나한테는 아무런 호의도 주지 않아. 이건 정말 너무한 거 아냐?”“일단 침착해, 이 일은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강책이 말했다.“어째서?”“정 가에서는 너 말곤 아무도 이 프로젝트를 맡으려 하지 않거든.”정몽연이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하지만 이미 계약까지 마쳤는데, 도시 건설국이 번복하려고 해도 너무 늦은 거 같은데.”“계약은 계약이고, 이 일은 이 일이지.”“몽연아, 걱정하지 마. 이 프로젝트는 네가 할 거야, 아무도 못 뺏어.”“할아버지가 너한테 이틀 휴가를 줬다고 했지? 그럼 밤에 도시에서 나가서 한 바퀴 돌고 오는 거 어때?”정몽연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이게 무슨……”“내 말대로 해, 가자.”강책은 정몽연을 끌고 나갔고, 밤새 강남시를 빠져나갔다.……이틑날 아침, 정 씨 집안에서 알아주는 인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정중, 정봉성, 정자옥, 당문호 네 사람 모두 현장에 와 있었고, 레드 카펫과 화환을 두어 도시 건설국의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아침 9시경이 되자, 부국장 곽창이 사람들을 데리고 정용제조로 도착했고, 그들은 곧장 회의실로 들어섰다.각자 자리에 앉자 정자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곽창 부국장님, 저는 정 씨 집안의 장녀 정자옥입니다. 이번 건축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부국장님께 당사의 기획을 보다 상세히 설명하고, 세부 사항을 협의하고자 합니다.”그러자 곽창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만.”그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말을 이어갔다.“내가 기억하기로는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정몽연 여사라고 알고 있는데, 자네가 아니지 않나?”정자옥이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정중이 말을 꺼냈다.“몽연이는
”잘 알겠습니다.”정중은 쓸쓸한 표정으로 정봉성을 가리키며 말했다.“몽연이게 전화해서, 지금 당장 오라고 하거라.”“예, 할아버지.”뚜…뚜…뚜…전화가 울린 지 1분이 돼서야 정몽연이 전화를 받았다.정봉성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말투로 말했다.“정몽연,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아? 빨리 회사로 와.”하지만 휴대폰에서 들려온 건 한 남성의 목소리였다.“둘째 형이죠? 미안하지만 몽연이는 못 갑니다.”사람들은 모두 강책의 목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정봉성이 물었다.“무슨 말이지?”“할아버님께서 몽연이에게 이틀 휴가를 주시지 않았나요? 그래서 제가 몽연이를 데리고 싼야로 와서 지금 해변에 선탠 중입니다. 그렇게 바로 돌아가지 못해요.”“너 이 자식!!!”정봉성은 조금 있으면 곧 터질 듯한 얼굴을 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 그 둘은 시답잖은 선탠을 하고 있다고?“전화 이리 내.”정중이 고함을 질렀다.그가 전화를 받자,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강책, 그만하지. 우린 지금 부국장님과 건설 계획을 상의 중이다. 중요한 일이니 잔꾀 부리지 말고 몽연이한테 당장 오라고 하게. ““저는 잔꾀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정말로 싼야에 있고요. 믿기 힘드시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 드릴까요?”정중은 이내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그럼 빨리 비행기 표를 예매해서 돌아와!”“돌아가서 뭘 하죠? 제가 알기론 프로젝트 책임자는 큰 누님이고, 프로젝트 또한 본사가 관리하는데 우리 몽연이와 무슨 관련이 있죠? 할아버님이 특별히 허락하신 이틀 휴가잖아요?”정중은 빨개진 눈으로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며, 테이블을 다 부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도시 건설국 사람들이 현장에 있던 탓에, 그는 화를 간신히 참아내며 말했다.“그래, 내가 잘못했다. 어떤 일은 몽연이가 와서 처리할 수밖에 없어. 빨리 비행기 표를 사서 돌아오거라, 몽연이에게 프로젝트 담당자 자리를 다시 내어주마.”몇 십 년의 세월 동안 정중은 처음으로 자신보
오늘은 아무래도 할아버지를 한 방 먹인 것 같다.두 사람은 싼야에서 하루 종일 먹고 논 뒤, 비로소 허둥지둥 강남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갔을 때는 이미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였다.정중은 강책이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잔꾀를 부릴까 두려워 일부러 사람을 보내 공항으로 두 사람을 픽업해 회사로 데려왔다.두 사람이 회의실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9시가 다 되어 있었다.사무실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곽창은 당황한 기색 없이 다시 정 씨 집안의 회사 건물로 도착했다.정중이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을 꺼냈다.“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회의를 진행해 볼까요?”정몽연은 몸을 일으켜 전반적인 계획을 쭉 한번 훑은 뒤 세부적인 사안들을 논의하며 회의는 진행되었고, 회의는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이어졌다.모든 논의가 끝난 뒤 곽창은 정몽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좋아요, 정말 잘했습니다. 역시 난 사람을 잘 보는군.”“정몽연 여사가 건축 프로젝트의 책임자라서 내가 정말 안심이 되는군요.”곽창이 웃으며 자리를 떠났고, 정몽연이 정중 앞에 다가섰다.“할아버지, 의논하고 싶은 게 있어요.”“응? 정 여사께서 나 같은 노친네와 의논할 게 있다고?”“할아버지……”“말하거라.”“제 생각엔 이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본사가 맡는 게 맞는 거 같아요.”그러자 정중이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흥, 그래도 약삭빠르게 구네. 이 프로젝트는 절대 너 혼자서 진행할 수 없다. 걱정 말렴, 본사가 도와주마. 프로젝트 책임자는 그대로 네가 하고.”말을 마치자 그가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섰다.다른 친척들도 모두 그를 따라나섰고, 하나같이 정몽연을 악랄한 시선으로 바라봤다.그녀는 정 씨 집안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었고, 기분이 우울해졌다.그러자 강책이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네 친절함이 또 이렇게 악의적으로 평가받네, 네가 본사에 프로젝트를 책임지게 하는 건 그들한테 이익을 양보하는 것과 같은데 말이야. 결국 할아버지는 고마워하지도
이른 아침 8시, 외국어 대학교 북문.스포츠카들이 나란히 길가에 섰고, 젊고 예쁜 여학생들을 하나둘씩 픽업해갔다.“소한아, 오늘 네 사촌 언니가 데리러 온다고 했나?”“응.”“너희 언니는 강남에서 유명한 셀럽인데, 오늘 드디어 볼 수 있겠다.”소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고개를 돌렸다.그때, 은색 렉서스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고, 소한은 한눈에 사촌 언니의 차임을 알아챘다.“언니!”그녀는 뛰어가며 소리쳤다. 하지만 차 문이 열리고, 낯선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그쪽은?”“저는 강책이예요, 그쪽 형부죠.”소한의 친구들이 모두 둘러싸며 얼굴에는 조롱 섞인 비아냥거림이 일었다.“소한아, 왜 언니가 직접 데리러 오지 않고? 언니가 널 별로 신경 쓰지 않는가 봐?”“듣기로는 네 형부가 데릴사위라던데, 저런 사람 보고 데리러 오라고 하는 건 너에 대한 존중이 좀 부족한 거 아냐?”“우리 학교 미모 과탑이 데릴사위랑 같은 취급을 받다니, 정말 한탄스럽다.”학생들이 깔깔 웃으며 잇달아 스포츠카를 탄 뒤 떠났다.소한이 화가 나서 발을 쿵쿵거리며 말했다.“강책, 누가 너보고 오라고 한 거야? 우리 언니가 시켰어?”강책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네 언니가 하룻밤을 꼬박 회의를 진행해서 너무 피곤해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마중 나와도 똑같지 않나?”“달라!”강책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일단 차에 타고 다시 얘기해.”소한이 못마땅한 듯 차에 올라탔고, 대화는커녕 강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녀는 강책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창피했다.차가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지프차 한 대가 차를 몰고 들어왔다.차창을 열고 보자, 옆 차에는 대머리를 한 사내 네다섯 이 앉아 있었다.그 중 한 명이 강책의 차를 향해 소리치며 말했다.“야, 소한, 우리가 동문에서 널 반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북문에서 다른 사람이랑 쌩하니 가버리는 건 너무하지 않나?”강책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이것들은 뭐야?”그러자 소한은 긴장한
이 때, 키가 190센티는 되어 보이는 용 두 마리 문신을 한 덩치 큰 사나이가 인파 속을 빠져나왔다.그가 괴상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남시에서 이 광두용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소한이와 무슨 볼 일이 있지?” 강책이 물었다.“볼 일?”그러자 광두용이 명세서를 꺼내며 말을 이어갔다.“이 계집애가 지난달 나한테 400만 원을 빌려 갔어. 오늘 돌려주기로 해서 동문에서 기다렸는데, 망할 년이 북문으로 튀었네, 이 일을 어떡할까?”강책이 고개를 돌려 차 안에 있는 소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내가 대신 400만 원을 돌려주지.”“뭐라고? 하하”광두용이 웃음을 터트렸고, 같이 있던 대머리 남성 10명 도 덩달아 웃으며 강책을 모자란 사람 보듯 쳐다보았다.“지능에 문제 있어? 400을 빌려줬는데 400을 돌려주겠다고? 우리 두용 패거리를 자선단체로 보는거야? 은행에서 돈을 빌려도 이자를 한 푼도 안 받을 리가 없잖아?”그러자 강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일리가 있군.”소한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이없어 했다.“그럼 원금과 이자를 합쳐 얼마를 갚아야 하지?”강책이 물었다.그러자 곽두용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며 대답했다.“천만?”강책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자가 너무 센 거 아닌가?”“참나! 천만은 무슨 천만, 1억이라고!”강책은 화를 내기는커녕 우스운 듯 말했다.“1억? 무슨 놈의 이자가 이렇게 높아? 이게 도둑질이랑 다를 바가 뭐지?”“에이, 그렇게 말하지 마소. 도둑질은 엄연한 범죄고, 우리는 모두 선량한 시민일 뿐이야. 법에 어긋나는 일은 못 하지.”강책은 그저 그들이 너무 재밌을 뿐이었고, 소한이 왜 몰래 도망치려 했는지 이해했다.이 패거리들은 터무니없는 값을 부르는데, 그들의 행색을 보면 돈을 주지 않으면 얻어맞을게 분명했다. 또한 그들에게 돈을 빌리면 분명 갚지 못할 게 뻔했다.소한같이 연약한 여자에게 도망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강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광두용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지기 폭소를 터뜨렸다.“야, 너네 다 들었어?”“이 바보 천지가 나한테 돈을 받겠단다, 그것도 1초에 2억이래.”“아이고, 무서워라.”광두용은 손가락으로 강책의 머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어이, 너 ‘죽을 사’ 자 어떻게 쓰는지 아나?”그러자 강책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못 쓰는데, 당신이 나한테 알려주지?”“그래, 그럼 알려줘야지!”광두용은 손을 번쩍 들어 강책의 뺨을 때리려다 손을 떼기도 전에 강책에게 손가락이 붙잡혔다.“방금 이 손가락으로 날 찌른 건가?”콰직.손가락이 뒤로 접히는 소리가 들렸다.“아아악~~!!!”광두용은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지르며 아파서 줄곧 눈물을 흘렸다.퍽!강책이 발로 광두용의 배를 차자, 그가 맞은편에 있는 차에 부딪혔다.광두용은 땅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죽여, 어서 저놈을 죽여버려!”소한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강책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광두용이 얼마나 세력 있는 사람인지 모르고 저 사람에게 손찌검을 하는 건가? 강책은 차 안으로 고개를 돌려 말을 건넸다.“손수건을 챙겼어?”수한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였다.“손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속으로 30초만 세.”“뭐 하려고?”“그냥 하라는 대로 해.”강책의 어투가 단호한 것을 느낀 소한은 그의 말대로 손수건을 들고 눈을 가렸고, 묵묵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부터 30까지 하나씩 세는 동안 온갖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누군가가 차에 부딪혀 퍽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소한은 너무 놀라 몸을 웅크리고 꼼짝도 하지 못했다.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소한은 울먹이며 물었다.“이제 손수건을 풀어도 돼?”“이제 풀어도 돼.”강책의 온화하고 중후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소한은 진정이 되며 손수건을 벗었다. 그러자 그녀는 대머리 무리들이 모두 바닥에 누워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의아해했다.사람들은 모두 입에 거품을 물고 몸은 뒤틀려 있었고, 기절한 사람도 여럿 있었다.불과 30초 만에, 건장한 1
강책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광두용 말고, 또 다른 사람한테 돈을 빌린 적 있어?”“응, 있어.”“휴대폰 줘 봐, 네가 돈 빌린 사람들 다 나한테 알려줘.”“알겠어.”강책이 휴대폰을 받고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목양일에게 보내곤 다시 휴대폰을 소한에게 돌려주었다.“이제부터 돈 빚진 게 없을 거야.”“응?”소한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돈도 다 합하면 몇 천만 원이 넘는데, 다 갚았다고?”“응.”소한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눈앞의 이 남자가 그녀에게 준 충격은 정말 컸다.그녀는 방금까지도 강책을 업신여기고 가장 악랄한 말로 그를 까내렸지만,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자신을 도와 빚까지 다 갚아 주었던 것이다.소한은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아내야 할지 몰랐다.“왜 나한테 잘해줘?”“넌 몽연이의 사촌동생이니까.”강책은 가속페달을 밟고 자리를 떠났고, 광두용 무리들이 뒤에서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안녕히 가십시오 형님~~!!!”소한은 차 뒷창을 보고 낄낄거리며 웃었다.“저 비열한 놈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했는데, 오늘 이렇게 네 손에 한 방 먹을 줄 누가 알았겠어. 아, 강책, 어떻게 그렇게 싸움을 잘해?”“군 생활을 몇 년 했는데, 이 정도는 일도 아니지.”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주의를 주며 말했다.“그리고 오늘 일은 우리만 알면 됐으니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왜?”“왜냐니, 네가 여기저기 빚지고 쫓기는 영광스러운 일이 다 알려지는 걸 너도 원치 않잖아?”“흥, 알겠어!”……집으로 돌아오자, 정몽연은 이미 잠에서 깨어난 뒤였고, 사촌 동생이 온 걸 보자 기뻐하며 그녀를 껴안았다.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온 사이였다.이야기를 나누던 중 소한은 정몽연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언니, 너무 좋겠다. 이런 좋은 남편감도 얻고 말이야.”소한의 말에는 약간의 질투심도 섞여 있었다.그러자 정몽연은 당황해하며 물었다.“응? 지금 강책 얘기를 하는 거야?”
정계산과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한을 바라보았고, 왜 갑자기 이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어리둥절해했다.하지만 소한은 개의치 않고 반찬을 집어먹었다.정몽연은 어색한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소한아, 주위에 남자가 없니? 그런데 듣기로는 최근 몇 달 동안 외숙모가 소개팅을 해준 것만 80번도 된다던데?”“에이, 너무 과장했다. 그런데 소개팅을 많이 한 건 맞아, 많아서 몇 번을 했는지 기억도 이젠 못하겠다.”“그런데 어떻게 마음에 든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소한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그 남자들은 모두 내 것모습만 보고 달려들었지, 진정성이 안 느껴져서 마음에 안 들어.”정계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개팅이라면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당연히 것모습을 보는 게 아니겠니? 그리고 네 부모님한테서 들었는데, 너는 소개팅할 때마다 남자 쪽에서 돈을 그렇게 뜯어낸다던데. 이제 소개팅 상대가 소한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꽃뱀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더라.”소한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흥, 그건 그 사람들이 원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내가 무슨 칼로 그 사람들 배를 가른다고 협박하면서 돈을 빼앗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정몽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듣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했다.그녀가 이전에 알던 사촌동생은 매우 착하고 활발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성격이 변하게 된 거지?“소한아, 네가 좀……”“그만, 언니는 가르치려고 할 필요 없어. 나도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있어.”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다들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곧이어 소한은 밥을 다 먹었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꺼냈다.“잘 먹었습니다, 오후에 저는 나가서 놀 거예요. 언니~~나 형부 한 번만 빌려줄 수 있어?”“응?”정몽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물었다.“뭐 하려고?”“내 운전기사 좀 하라고 하려고.”“아, 그렇구나.”정몽연은 한숨을 돌리며, 아까 그녀가 어디까지 상상했는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그래도 좋지, 어차피 하루 종일 할 일도 없으니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