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주위 정리를 끝내고 사무실을 나와 평소와 다름없이 집으로 향했다. 그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소부가 와서 쓰레기통을 치우고 사무실을 나왔다. ... 백공엔터테인먼트, 이사장 사무실.백신광은 다리를 꼬은 채 와인을 마시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음악차트에서 ‘종군’의 순위가 점점 오르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화상용과 그녀의 매니저 유숭도 사무실에서 같이 그 기쁨을 즐겼다. 백신광은 “나성 그 노인네가 우리한테 곡을 써주지는 않지만 결국 우리 손에 들어왔네? 지금쯤 화나서 벌벌 떨고 있겠지? 하하하하.” 라며 입을 열었다. 화상용은 그의 말에 아부를 더했다.“바보 같은 기모엔터테인먼트, 어딜 백사장님을 이겨 먹으려고. 결국 우리한테 곡을 넘겼으니까 다시 신곡을 내놓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이번에는 우리가 이긴 겁니다.” 백신광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책을 한번이라도 이겨보고 싶은 그의 소망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다.“흥, 시작에 불과해. 내가 기모 에다가 스파이하나를 심었거든. 그쪽 회사 정보는 빠짐없이 다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백 사장님, 만약 스파이의 존재를 들키게 되면 어떡해요?” “아니, 그럴 리 없어. 내가 심은 그 스파이는 보통사람이 아니야. 크게 조사하지 않는 이상, 찾아낼 수도 없을 거야. 게다가 이제 곧 연말인데, 이때 만약 크게 움직이면 회사분위기는 이상해 질 거야. 차라리 안 찾는 게 오히려 더 이득이지. 안 그래?” 그들의 대화가 오가는 와 중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정체 모를 남자가 들어왔다. 그 남자는 폐고 처럼 보이는 A4용지를 쥐고 있었다. 백신광은 그를 보고 눈살을 찌푸린 채로 말했다.“중요한 일 아니면 여기 오지 말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낮에 한번 오시고, 지금도 오시고 말이에요. 강책 그 놈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남자는 “네, 알고 있습니다. 방금 전 나성이 새로 쓴 가사를 손에 넣게 되어 조급한 마음에 달려온
백공엔터테인먼트는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업무 모드에 들어갔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새로운 곡이 완성되었다. 속도를 올려 화상용에게 새로운 가사와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고 바로 녹음에 들어 갔고, 결국 깊은 밤이 돼서야 녹음이 끝났다. 백신광은 노래를 받자마자 곡의 내용을 살핀 뒤 시간 따위는 상관 쓰지 않고, 바로 여러 음악사이트와 조금이라도 인지도가 있는 플랫폼에도 올렸다. 백공엔터테인먼트의 신곡 ‘옛날 이야기’ 가 음악계를 흔들었다. 그들은 돈을 써가면서 여러 플랫폼의 차트와 앨범을 사들였고, 얼마 되지 않아 신곡은 24시간 차트에 올랐다. ‘옛날 이야기’는 백공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으로 나온 대박 작품 이였다. 대박 친 노래 두 곡을 가진 백신광은 연말 콘서트에서 노래를 더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흐뭇해 했다. 두 곡의 녹음을 맡았던 화상용의 인지도도 높아졌으며 지금 그녀의 가치는 연예인 중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녀를 한번 섭외하려면 엄청난 돈을 지불 해야했다. 곡의 인지도와 회사 연예인의 가치도 올리고, 기모엔터테인먼트를 손 쉽게 짓눌렀다. 기모에게 항상 짓눌렸지만 백신광이 ‘스파이 작전’ 을 통해 판을 뒤집었다.그는 기뻐하며 사무실안에서 춤을 추었다. 한편, 기모엔터테인먼트에서는 윗 사람들을 제외한 평범한 사원들은 회사의 상업 기밀의 노출과 스파이에 관한 내용은 알지 못했기에 백공엔터테인먼트의 강력한 추세에도 걱정만 할 뿐, 정신은 흐트려 지지 않았다. 기모엔터테인먼트는 주동적으로 스파이를 잡지 않았으며 백공엔터테인먼트 쪽에서도 지금까지의 작품 모두 그들이 스파이를 통한 표절이라는 것을 인정 하지 않을 게 뻔했기에 이 일은 일어나지 않은 듯 조용했다. 사무실 안, 강책은 물을 마시며 ‘옛날 이야기’ 가 음악 차트에 올라가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강책은 어느정도 감정제어를 했지만, 그와 반대로 정단정과 나성은 몸을 앞으로, 뒤로 움직이며 웃어댔다. 정단정은 “하하하하, 백신광 이 바보같은 놈, 자기가 우리 등 쳐
갑자기 사무실 밖으로 다급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비서가 노트북을 들고 들어왔다.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백신광은 비서의 표정을 보고 말했다.“뭐예요?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요? 이런 좋은 날에, 그런 표정으로 내 기분까지 망치지는 마세요.” 비서는 그에게 다가가 가져온 노트북을 책상 위에 두고는 “백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라며 말했다. “큰 일?” “제가 정확히 말씀 드리기에는 어렵고, 신곡 관련 댓글을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백신광은 의심에 가득 찬 얼굴을 한 채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상용과 유숭도 궁금한 지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들은 한 유명 인플루언서의 해석이 담긴 게시물을 보았다. 그 게시물은 ‘숨어있는 단어’ 라는 주제의 노래라는 주요 내용 이였다. 가사는 전부 24마디로 이루어져 있고, 매 마디의 첫번째 글자를 조합하면 웃긴 내용이 나온다는 것 이였다. 백신광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체 무슨 뜻인지 집중해서 살펴 보고는 밑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이 곡의 저작권은 기모에게 있으며, 백공은 부끄러움을 알라.’ “...”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멍을 때리고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기모엔터테인먼트가 한번 더 판을 뒤집은 것 이였다! 백신광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피를 쏟을 것 같았다.“나쁜 놈, 나쁜 놈, 나쁜 놈! 강책 이 놈이 나를 가지고 놀아?!” 그는 이제서야 왜 그렇게 일이 순조로웠는지 알 수 있었다. 원래대로 라면, 기모엔터테인먼트는 저작권을 뺏긴 경험으로 보안에 더욱 신경을 썼어야 했다. 하지만 스파이가 너무 쉽게 손에 넣었다는 것에 의심을 하지 못했다. 백신광은 강책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다. 사실상, 강책은 백신광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가만히 바라 볼 뿐 이였다. 백신광은 대박 작품을 훔쳐왔다고 생각하여 돈, 인력 모두를 투자하여 인기 차트에 올려놨는데, 결국 자기 망신을 당하게 하는 것 뿐 이였다. ‘옛날 이야기’의 차트 순위를 보
기모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안.강책을 포함한 다른 사람 모두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계획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백신광은 금전적인 손해 뿐만이 아닌 백공의 명성까지 망쳤다. 이 사건을 통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백공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신곡이 표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훔치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결국 자기가 판 함정에 자기가 들어간 셈 이였다. 나성은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나 같은 늙은이가 이 업계에서 거의 한 평생을 보내면서 백공엔터테인먼트가 누군가를 괴롭히는 장면은 많이 보았지만, 그 반대는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몇 년전에 은퇴를 결심 했었습니다. 하지만 백공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 군요! 시원합니다!” 라고 말했다. 강책은 웃기만 할 뿐 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다. 이번 계획으로 백공은 금전적인 손해와 창피함을 얻었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질 회사는 아니 였다. 오히려 실력 쪽에서는 기모엔터테인먼트가 백공엔터테인먼트 보다 아래였기에 기뻐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한 순간의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니라는 것을 강책은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단정은 “그 다음은 어떻게 할까?” 라며 물었다. 강책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며 “그 다음은, 그 스파이를 찾아 내야지.” 라고 답했다. 그는 정단정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녀는 단 한번에 강책의 의미를 알아냈고, 자신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오씨, 영상부의 녹음부서 주임 ‘조정’한테 이사장님 사무실에 좀 오라고 전해줘요.” 전화가 끊기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조정이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강책 앞에 섰다.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조정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 이였다. “강 사장님, 저를 찾으신다고?” 강책은 그를 아무 말 없이 10초 가량 쳐다보았다. 만약 평범한 사람 이였으면 그의 눈빛이 두려워 동공이 흔들렸을 텐데, 조정은 마치 검고 딱딱한 바위처럼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강책은 “왜 제가 부르 신 지 아
“무슨 이유라도 있을 거 아니야?” 강책의 질문에 조정은 표정변화 없이 “돈.” 이라는 한 글자로 그에게 답했다. 고작 돈 때문에 회사를 팔았다는 사실은 자신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과 다름 없을 텐데, 조정은 얼굴 표정하나, 말투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제 부친께서 술 먹는 습관 때문에 간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금 주시는 월급으로는 도저히 수술비로 보탤 수 가 없었어요. 그래서, 백신광이랑 손을 잡기로 선택한 겁니다. 한번 도와주면 삼천 만원 정도 준다고 약속했고요. 이유가 어떻든 회사를 판 건 사실이 맞습니다. 말씀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일의 상황을 파악한 뒤, 강책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는 조정에게 “수술비 비용이 얼마 정도 하는 데요?” 라고 하며 물었다. 조정이 답했다.“수술 한 번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5천만원은 훌쩍 넘습니다. 수술 다 하고 난 뒤에 재활이나 치료 비용에는 3억 넘게 들어가고, 뒤에 따로 해야하는 치료비용까지 하면...제가 지금 받는 월급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돈 있는 집이라도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아파서 드러눕게 되면 가족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금전적의 이유 때문에 쉽게 병원으로 갈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강책은 말 대신에 수표를 꺼내어 무언가를 적고 페이지를 찢은 뒤 “자. 여기 있어요.” 라며 조정에게 건넸다. 조정은 멈칫하더니 수표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9억 7천’이라는 숫자가 수표에 적혀있었다. “강 사장님, 이건...” “9억 7천이면 수술 후에 필요한 재활비용이나 치료 비용에 도움 될 겁니다. 아 그리고, 이제 그런 걱정 안하시게 월급 올려드리겠다고 약속해 드리지요.” 뭐하는 거지? 내부의 스파이에게 벌은 주지 못 할 망정, 오히려 도움을 주는 그의 행동에 방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단정은 다급한 말투로 “강 사장님, 뻔한 말에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 라며 강책에게 말했다. 강책은 손을 휘젓 거리며 말했다
조정이 자리를 뜰 때 까지도 정단정은 강책의 행동을 받아 드리지 못했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그에게 말했다.“강 사장님, 아주 선비 납셨네요. 회사까지 팔아 넘긴 놈을 내치기는 커녕 도와 주시기나 하고 말이에요.” 강책은 손을 흔들고는 “내칠 필요는 없어.” 라며 그녀를 진정시키고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 몇명을 제외하고는 이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게다가 이제 곧 있으면 연말 콘서트도 있을 텐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지. 게다가 조정은 우리회사에 없으면 안 될 인재야.” “나중에 또 팔아 넘기면 어떡하려고 그래?” “과연 그럴까?” 이번 계기를 통해 조정은 강책이 어떤 사람인지 감을 잡았을 터,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강책에게 9억 7천이라는 돈을 빚졌으니 마음대로 행동 할 수도 없을 것이고, 배신할 이유도 이제는 없어진 셈 이였다. 위협과 유혹의 형식으로 강책이 그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고, 만약 배신하게 되면 양심에 찔리는 것은 물론 자신의 부친치료비까지 사라지니 다시 회사를 팔아 넘기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강책은 순식간에 이 두 포인트를 파악했으며, 조정이 배신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정단정은 강책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가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다. 그리고는 강책에게 “강책, 서경에서 군인 했다는 거 사실이지?” 이라며 물었다. 강책은 웃으면서 “내가 그냥 전투만 하고 다니는 군인으로 보였던 모양이지?” 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전쟁이라는 건 생각보다 많은 걸 할 줄 알아야해. 전투에 임하는 용감함도 중요하긴 하지만 적의 방법을 꿰뚫어보는 현명함이 더 중요해. 그냥 용감만 믿고 전투에 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죽기 마련이야. 적이 어떻게 들어올 지, 자신이 속한 부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어떻게 공격을 들어가야 할 지, 상황에 따라 언제 부드러워야 하는 지, 언제 모르는 척 해야하는 지 다 배워야 해.
자리에서는 강책의 민망한 기침 소리만 들릴 뿐 이였다. 정몽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는 “영원히 가는 것도 아니고 몇 일 여행가는 것 뿐인데. 그렇게 말하지마.” 라며 말했다. 이때, 정몽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들리는 소리는 정중의 목소리였다. 그는 자신의 용건을 구구절절 길게 늘어놓은 뒤 전화를 끊었다. 정몽연은 푹 죽은 모습으로 “소한, 너한테 사과 해야 할 것 같은데.” 라며 입을 열었다. 소한은 “무슨 일인데?” 라며 물었다.“요새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정봉성은 놀러 나갔고, 할아버지가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신 탓인지 요새 일이 부쩍 많아졌어. 사실 여행은 무슨, 집 와서 평온하게 밥 먹는 것도 오랜만이거든.” “어?그럼....칫..나 혼자 가야 겠네.” 소청은 고개를 흔들고는 “밀라노가 얼마나 먼데, 한이 혼자가기에는 위험해.” 라며 말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아 강책을 바라보며 물었다.“책아, 요새 회사 일 바쁘니?” 강책은 눈치를 못 채고 “아니요, 안 바빠요.” 라며 답했다. “그러면 네가 한이 데리고 밀라노 갔다 오면 되겠다. 외국에서 안 좋은 일 일어나지 않게 잘 지켜줘야 한다.” 음..식사 자리의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강책, 정몽연, 소한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안 좋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생각이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소한과의 예전 접촉으로 인해 단 둘이 있을 시 생길 “일” 때문에 걱정이 들었고, 정몽연은 한 사람의 아내로서, 아무리 자신의 동생이라고 한 들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해외로 5일동안이나 나가서 노는 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기에 마음이 복잡했다. 마지막으로 소한은 강책에 대한 마음은 접었지만 그와 단 둘이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에 대한 마음이 다시 붕-떠올랐다.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되었고, 세 명 모두 거절하고 싶었지만, 만약 자신이 직접 나서서 거절한다면 다른 뜻이 있을 것 같아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두들 눈치만 볼 뿐 이
밤이 지나고, 해가 떴다. 아담한 캐딜락 하나가 공항으로 향했다. 도착 한 뒤 차가 멈췄고,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차에서 나왔다. 정몽연은 강책과 소한을 마중하면서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둘이 떠나기 직전에 그녀는 강책의 귀에 대고는 “거리 지켜!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라며 속삭였다. 그녀의 말을 듣고 아내 눈에 자신이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아 강책은 어이 없어 했다. 정몽연이 떠나고 소한은 눈웃음 치며 “형부, 언니가 방금 뭐라고 한 거에요?” 라며 물었다. “아무것도. 조심해서 가라고 말한 거에요.” “쳇, 그런 말은 귀에 안 속삭여도 되는 말인데요? 사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저한테 이상한 생각 하지 말라고, 조심하라고 한 거죠?” 강책은 헛기침을 했다. 대답은 안했지만, 얼굴에서 나오는 표정에서 맞다고 대답한 것과 다름 없었다. 소한은 강책을 놀리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일부러 그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형부, 언니가 진짜로 그렇게 말했나 봐요?” 강책은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라전쟁의 신 강책이 처제 한 명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다니, 불쌍하기 그지 없었다. 소한은 당황한 그를 보면서 더 기쁜 웃음을 지었다. 비행기가 공항으로 도착하고, 두 사람은 캐리어를 보내고, 가벼운 가방 하나만 들고 사람들 사이에 껴서 비행기를 탔다. “저희 비행기가 곧 이륙할 예정이오니, 스마트폰 또는 전자기기등의 전원을 꺼 주시거나 비행기모드로 바꿔주시기 바랍니다.”“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여기로 앉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승무원의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은 하나 둘씩 전자기기의 전원을 끄고, 좌석 벨트를 매었다. 비행기가 흔들리면서 하늘로 향했다. 비행하는 동안 강책은 의자에 기대어 살며시 눈을 감았다. 30분 정도 지났을 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민감한 강책은 인기척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어떤 할머니가 가슴을 부여잡고 아파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옆에 있는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