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86화 내가 그렇게 별로야

성혜인은 원래 반박하려고 했으나 문득 설우현에게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계약에 따라 이익도 얻었고 온수빈도 이미 할리우드 제작진에 들어갔는데, 지금 약속을 어기고 반승제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고개를 떨구고 성혜인은 손으로 시트를 꽉 잡아당겼다.

순간 자기가 정말 몹쓸 인간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혜인은 운명에 고개를 숙여야 하고 절대 설씨 가문의 작은 딸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반 대표님께 말씀드려도 누군지 모를 겁니다.”

“하지는 않았지? 그치?”

“네.”

반승제의 말투도 눈빛도 덤덤하기 그지없다.

성혜인을 바라보고 있는 반승제의 두 눈에는 어떤 감정이 용솟음치고 있다.

다시 눈을 감고 또다시 눈을 떠보니 평온을 되찾은 듯했다.

“나하고 많이 하면, 그 사람 잊혀지지 않겠어?”

“아니요.”

반승제는 다른 한 손을 자연스레 축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성혜인의 답을 듣고 나서 손가락 끝이 움츠러 들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두 눈에는 더없이 차갑다.

“그래? 내가 그 사람보다 그렇게 못났어?”

성혜인은 더 이상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설우현과 했던 약속을 잊지 말고 있어야 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반 대표님은 그 사람 손톱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펑!”

반승제는 옆에 있는 서랍을 발로 단번에 넘어뜨렸다.

성혜인의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상처 입은 두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그런 반승제의 두 눈과 차마 마주칠 수 없어 성혜인은 고개를 뚝 떨구었다.

반승제는 욕도 하지 않고 질의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한참 동안 종아리가 저리고 아파 날 때까지 서 있었다.

한참 지나서 반승제는 씩 웃고는 그대로 뒤돌아서서 떠났는데,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한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들은 말은 아니다. 반승제의 형인 반승우가 살아 있을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엄마인 백연서와 친 할머니인 김경자는 반승제에게 반승우의 손톱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네 형은 너보다 뭐나 잘해.”

“승제야, 너도 다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