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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세상에 남자가 딱 너 하나만 남아도

백현문은 코 앞까지 다가왔고 변함없이 멋진 얼굴에서 음산한 모습도 보인다.

유해은은 그날 밤 처음으로 백현문과 마주쳤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백현문은 더없이 낭패하며 배달원이라고 하면서 배달품을 훔치는 건달들과 싸움이 일어났다고 했었다.

그 순간 유해은은 동정심이 부풀어 올랐었다. 두 사람 모두 열심히 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기 때문이었다.

“해은아, 지영이가 당분간 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데, 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설득할 테니.”

백현문의 말을 들어보면 여동생을 위한 마음이 순간마다 나타난다.

그리고 마치 자기와 결혼한다는 건 유해은의 복이라며 거만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유해은은 그저 우습기만 하고 손을 들어 뺨을 날리고 싶지만, 아직 회복단계라 움직이면 안 된다.

절대 이런 인간쓰레기 때문에 손가락에 문제가 생기게 할 수 없다.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유해은을 바라보며 백현문은 유해은이 동의하는 줄 알았다.

“아기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 근데 다음부터 그렇게 충동적으로 굴지 마.”

이 말이 막 떨어지자 유해은은 고개를 들어 백현문을 바라보았다.

백현문은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있었고 유해은을 만나게 돼서 기뻤는데, 눈을 마주치는 순간 유해은의 두 눈에 가득 그려진 한이 보였다.

뼈에 사무칠 정도로 짙은 한.

흠칫 놀라며 백현문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고 유해은의 말이 들려왔다.

“백현문, 세상에 남자가 딱 너 하나만 남아도 넌 절대 아니야. 더 이상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마. 아니면...”

“아니면 뭐?”

백현문은 유해은의 손을 잡으려고 했으나, 유해은이 뿌리쳐버렸다.

“아니면 내가 똑똑히 보여 줄 거야. 이미 더러운 몸인데, 너하고 잘 수 있었다는 건 앞으로 다른 남자하고도 잘 수 있다는 말이야. 어차피 이미 너로 인해 더러워졌는데, 아니야?”

이에 백현문은 침묵을 유지했다.

고집스러운 유해은의 얼굴을 보면서, 순간 그러고도 남을 여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애초에 유해은을 좋아하게 된 것도 다른 여자와 달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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