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은의 부모 앞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음에도 백현문은 개의치 않았다.그녀의 엄마는 화가 나다 못해 기절해 버렸고, 아빠는 눈을 뒤집어 깠다.“꺼져!”결국 백현문은 이곳에서도 유해은을 기다리지 못하고 쫓겨나고 말았다.그 시각, 유해은은 S.M에 있었다. 그녀는 수술대에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약을 먹고 바로 이쪽으로 와 연기연습을 했다.이곳에는 전문적인 연기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유해은을 본 성혜인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손이 다 회복한 다음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안 그러면 후유증이 남아서 일에 더 해가 될 수 있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 저 잠시 동안은 손 안 쓸 겁니다.”성혜인은 그녀의 안색을 살펴보았다.‘어딘가 좀 아파 보이는데?’“유해은 씨, 어디 아파요?”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으나 유해은의 얼굴색은 오히려 더 하얗게 되었다.성혜인은 그녀를 진흙탕에서 건져낸 사람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임신 소식을 숨기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게 처리되었기 때문에 유해은은 자신의 여생으로 성혜인에게 보답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성혜인을 위해 죽을지라도 눈 깜박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아니요.”성혜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휴지를 들고 그녀의 땀을 닦아줄 뿐.“다시 일어서고 싶은 마음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서두르면 안 됩니다. 길은 이미 제가 다 닦아놨으니 해은 씨가 할 일은 자신의 몸을 잘 돌보는 것입니다.”누구도 부드러운 성혜인의 카리스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물며 사막에서 오랫동안 혼자 걸어온 사람이라면 그녀의 배려는 감천이나 다름없다.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유해은은 주저앉아 울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어떻게든 참아내야 했다.모든 어둠과 고난을 견디며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반드시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두 배로 되찾을 거야.’“알고 있습니다. 잘 돌볼게요.”성혜인은 그저 고개를 끄덕
하지만 성혜인이 명령을 내렸으니 장하리는 그대로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었다.최근 인터넷에는 S.M에 대한 욕설이 빗발치고 있다. S.M이 포드를 상대로 사기를 치더니 이제 을 타겟으로 삼았다며 말이다.사장인 성혜인은 특히 SNS에서 수십만 건의 욕을 먹었다.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살찐 할머니라 살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온수빈을 원했지만, 그에게 거절당하자 완전히 망칠 계획을 벌이고 있다 한다.게다가 TJ 엔터의 백선우까지 나선 덕에 온갖 괴소문이 돌며 네티즌들은 성혜인을 무너뜨리려고 들었다.현재 여론은 거의 정점에 다다랐기 때문에 더 이상 막지 않으면 S.M이 받을 파장은 돌이킬 수 없다. 장하리는 서둘러 감독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감독은 매우 관대하게 오프라인에서 자신이 선택한 아시아인의 명단을 공표했다. 온수빈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게 올라와 있었다.그 사실을 본 네티즌들은 전부 멍해지고 말았다.“내가 지금 뭘 본 거야? 진짜 온수빈? S.M의 온수빈?”“감독님이 사진도 다 내보냈어요. 진짜 온수빈이네요. S.M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그렇게 오랫동안 욕을 먹었는데... 정말 할리우드에 뛰어든 거였어? 세상에, 이거 국내 최초 아니야? 그것도 이라니.”“욕한 거 사과해야 하지 않나... 요즘 온수빈이 어떻게 욕을 먹었는데, 그리고 성혜인도. 그 사람이 정말 온수빈을 위해 이 배역을 따낸 거잖아. 다들 성혜인이 온수빈을 망가뜨리려는 거라고 했는데... 만약 감독이 이걸 발표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성혜인은 욕을 먹고 있었겠지?”“사과는 무슨 사과? 포드 일에 대해 잊어버린 거야? S.M이 확실히 잘못한 건 맞잖아. 할리우드에 들어간 게 뭐 어때서? 포드 쪽에서도 백선우도 직접 말했잖아. 성혜인이 온수빈한테 마음이 있는 건 확실하고 심지어 반승제 대표님까지 원하고 있다고. 그 여자 인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위에 있는 댓글은 틀린거임. 할리우드에 관한 얘기는 진짜잖아? 그리고 포드
저녁 일곱 시. 성혜인은 퇴근 후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장하리는 여전히 운전기사 노릇을 하며 그녀를 포레스트로 데려다줄 준비를 했다.오늘 성혜인은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심인우가 반승제의 소식을 알린 후 그녀는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아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그렇게 장하리가 차를 한적한 길로 몰고 갔을 때, 갑자기 몇 대의 차가 그녀들을 미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사장님, 뒤에 몇 대의 차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 있던 차들이 속도를 내더니 곧장 그녀들이 타고 있는 차를 향해 돌진해 왔다!놀란 장하리를 힘껏 가속페달을 밟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이다.하지만 장하리의 운전 실력은 평범했던지라, 결코 이 무법자들을 따돌릴 수 없었다.이윽고 세 대의 차가 성혜인네 차를 겹겹이 에워쌌다.뒤에 앉아있던 성혜인은 등을 꼿꼿이 펴며 한참 후에야 차가운 눈매로 장하리를 보며 말했다.“장 비서, 수영 잘해요?”“괜찮은 편입니다.”“자기 몸을 잘 지킬 수 있을 정도로요?”“네.”“그럼 강으로 차를 몰아요. 물에 들어간 후에는 나 신경 쓰지 말아요. 장 비서는 일단 자기 자신만 잘 돌보면 됩니다.”“하지만 사장님...”장하리의 손은 어느새 땀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으로 뛰어들면 그냥 틀림없이 죽는 거 아니야?’“장 비서, 살아남으려면 이렇게라도 도박을 거는 수밖에 없어요.”몇 대의 차들은 한눈에 봐도 기세등등한 게, 반드시 그녀들을 죽일 것처럼 보였다.“도박”을 걸지 않으면 틀림없이 죽는다.장하리는 눈을 질끈 감고 바로 다리 위로 돌진했다. 그러자 이내 다리 난간이 부서지며 자동차는 물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그리고 이런 큰 움직임은 주변 차들의 주의를 끌었고, 많은 차들이 그 바람에 멈춰 섰다.장하리는 물에 들어가는 순간 창문을 열었고, 성혜인도 도와 창문을 열어주었다.성혜인은 헤엄쳐 나가려고 했지만, 물에 들어갈 때 무거운 서류 가방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심한 어지러움이 동
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왠지 내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 것 같은데...’반승제는 두 손으로 침대를 받치고, 길고 예쁜 손끝으로 이불 위를 두드렸다.“성혜인, 이게 무슨 뜻이야? 내가 널 구했다는 사실에 뭔가 실망한 것 같다? 다른 남자가 널 구해주길 바랬던 거야, 뭐야?”그는 어두운 안색으로 분노에 찬 눈빛을 반짝였다. 입꼬리마저 씩 올라간 게 확실히 질투를 하는 모습인 듯했다.하지만 성혜인은 그의 말을 전혀 듣지 못했고 반승제가 인정했을 때, 그녀의 마음은 이미 멀리 달아났다.‘제원대 다음으로 이번이야. 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라 제원대의 일은 그냥 잊기로 했지. 하지만 이번은...’그녀는 미심쩍은 듯 반승제를 바라보았고, 그 역시 성혜인과 눈이 마주쳤다.하지만 자신을 의심하는 것 같은 성혜인의 눈빛을 알아채고 반승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윽고 그는 한껏 차가워진 안색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정말 다른 누군가가 널 구해주길 바랬던 거야?”“아니요.”그가 혹여라도 병원을 부숴버릴까 봐 성혜인은 서둘러 대답하며 눈을 감고 몸을 뒤로 기댔다. 그러고는 피곤한 듯 다시 잠을 청했다.“왜? 그렇게 내가 보기 싫어?”그는 일부러 트집을 잡듯이 한쪽에 앉았다.성혜인은 눈을 뜨지 못하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좀 피곤해요.”그러자 순간 반승제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심지어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기까지 했다.“그럼 더 자. 내가 여기서 지켜줄 테니까.”정말 피곤했던지라, 성혜인은 반승제에게 반박 한마디 하지 않았다.그때, 문득 장하리도 자신과 함께 물에 빠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장 비서는요?”“괜찮아. 다른 병실에서 지금 자고 있어.”그제야 성혜인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정말 곤히 잠이 들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의 옆을 지키며, 가끔 휴지로 그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그러나 다른 사람을 돌보는 데에 서툴러, 그는 땀을 닦아준답시고 성혜인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잡아당기기도 했다.잠에 든 성혜인이 눈썹을 찌
그의 시선은 마치 칼처럼 그녀를 한 조각 한 조각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침대 밑의 침대 시트를 조용히 꽉 쥐고 성혜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반승제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강한 질투심이 마음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고, 심장은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에 의해 통과된 것 같았다.그런데 바로 이때, 심인우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점심을 가져왔습니다.”그녀가 깨어나면 먹을 수 있도록 반승제가 특별히 분부한 것이었다.그는 시선을 푹 늘어뜨린 채 마음속의 감정을 억누른 다음 도시락을 건네받았다.심인우는 병실 안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빠져나갔다.문이 닫히자 반승제는 병상으로 돌아가 몇 가지 정갈하게 포장된 반찬을 내놓았다.그는 죽을 숟가락으로 두 번 저어 뜨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죽 한 숟가락을 떠서 그녀의 앞에 갖다 놓았다.“먼저 뭐 좀 먹어.”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지만, 반승제는 일단 밥을 먹인 다음 보자고 생각했다.성혜인도 이 상황이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였다.‘내가 잠꼬대를 했다니...’머리를 여러 번 돌렸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아니 잠시만, 근데 자기는 다른 여자랑 잠도 자면서 왜 나는 안돼? 심지어 현실도 아니고 꿈에서 그냥 다른 이성 이름을 말했을 뿐인데?’이런 생각이 들자 성혜인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었다.‘내로남불이면 안되지, 게다가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어차피 지금도 어떻게 그 라미연이라는 여자 환심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텐데.’곧이어 그녀는 마음 편히 입을 벌렸다.하지만 사람을 돌보는 데 워낙 서툴렀는지라 반승제는 죽을 먹이는 것조차 자꾸 흘려댔다. 심지어 죽을 식히려고 후후 부는 동작마저 서툴러 보였다. 그렇게 한 숟가락씩 반 그릇쯤 먹였을 때, 성혜인은 한쪽에 있는 반찬 몇 개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반찬도 좀 먹여주시면 안 돼요?”반승제는 그제야 줄곧 죽만 먹이고 반찬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성혜인은 원래 반박하려고 했으나 문득 설우현에게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계약에 따라 이익도 얻었고 온수빈도 이미 할리우드 제작진에 들어갔는데, 지금 약속을 어기고 반승제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고개를 떨구고 성혜인은 손으로 시트를 꽉 잡아당겼다.순간 자기가 정말 몹쓸 인간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하지만 성혜인은 운명에 고개를 숙여야 하고 절대 설씨 가문의 작은 딸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반 대표님께 말씀드려도 누군지 모를 겁니다.”“하지는 않았지? 그치?”“네.”반승제의 말투도 눈빛도 덤덤하기 그지없다.성혜인을 바라보고 있는 반승제의 두 눈에는 어떤 감정이 용솟음치고 있다.다시 눈을 감고 또다시 눈을 떠보니 평온을 되찾은 듯했다.“나하고 많이 하면, 그 사람 잊혀지지 않겠어?”“아니요.”반승제는 다른 한 손을 자연스레 축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성혜인의 답을 듣고 나서 손가락 끝이 움츠러 들었다.입은 웃고 있지만, 두 눈에는 더없이 차갑다.“그래? 내가 그 사람보다 그렇게 못났어?”성혜인은 더 이상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설우현과 했던 약속을 잊지 말고 있어야 했다.“굳이 비교하자면, 반 대표님은 그 사람 손톱도 따라가지 못합니다.”“펑!”반승제는 옆에 있는 서랍을 발로 단번에 넘어뜨렸다.성혜인의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상처 입은 두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그런 반승제의 두 눈과 차마 마주칠 수 없어 성혜인은 고개를 뚝 떨구었다.반승제는 욕도 하지 않고 질의도 하지 않았다.그저 그렇게 한참 동안 종아리가 저리고 아파 날 때까지 서 있었다.한참 지나서 반승제는 씩 웃고는 그대로 뒤돌아서서 떠났는데,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한 모습이었다.처음으로 들은 말은 아니다. 반승제의 형인 반승우가 살아 있을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그때 엄마인 백연서와 친 할머니인 김경자는 반승제에게 반승우의 손톱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말했었다.“네 형은 너보다 뭐나 잘해.”“승제야, 너도 다른
건물 안에는 많은 사람이 지키고 있는 입구가 하나 있다.이 입구로 들어가면 해외에서 가장 크고 명성이 자자한 지하 격투장으로 향할 수 있다.이곳에서 진행되는 거래는 감히 하지 못할 정도로 끔찍하다.그리고 격투장에는 거의 매일 시체가 실려 나가고 있다.하지만 링 위에서 딱 한 시간만 싸우면, 밖에서 평생 버는 돈보다 많다.지하 격투장은 지하에 7층이나 되는데, 위에 4층은 거래 장소이고 아래 3층은 목숨 걸고 노는 장소이다.층마다 부지면적이 3천 평정도 되는데, 해외에서 유명한 아무도 담당하지 않는 지역이다.그 누구도 이곳에서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 수 있다.킬러 차트에 오른 최고의 킬러라고 하더라도 이곳으로 들어오는 순간 얌전하고 순순하게 지내야 한다.이곳에서는 가면을 해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는 개인의 자유이다.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반승제는 특수 통로를 통해 어느 방 앞에 멈춰 섰다.이 방안에서 아래 격투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기를 똑똑히 볼 수 있다.지금 한 남자와 미친 듯한 야생 늑대가 최후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앞에는 거대한 반투명 유리 창문이 있는데, 창문을 통해 지금 격투장 안에 걸려 있는 스크린에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있다.그리고 스크린 양쪽에는 각각 쌍방에 건 액수가 적혀 있다.남자가 이기는 데 건 액수는 2조인데, 야생 늑대에게 건 액수는 자그마치 20조에 달한다.이때 한 여자가 느릿느릿 다가와 반승제에게 차 한잔을 건네주었다.하지만 반승제는 잔을 받지 않았고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경기에만 몰두했다.전에 해외로 왔을 때도 반승제는 가끔 이곳을 들렸는데, 보통 반나절 동안 앉아 있는다.이때 여자는 또다시 샤인머스켓을 들고 다가와 정성껏 껍질을 벗겼다.“승제야.”나지막한 소리로 반승제를 부르고는 먹여주었다.“장미 누나, 나 지금 먹고 싶은 생각 없어.”“왜 그래? 이번에도 갑자기 오고 말이야. 이제는 BH 그룹 대표 자리가 지겨워?”여자의 말투를 듣자 하니, BH 그룹을 그리 존중하는 것
격투장의 경기는 이미 시작된 지 한참 되었다.링 밖이든 링 안이든 가열되어 있는 상태다.마지막 늑대까지 죽이고 나자, 모든 사람들은 두 손을 높이 들었다.반승제를 향한 숭배 소리, 환호 소리, 땀 냄새, 담배 냄새 그리고 술 냄새까지 밀폐된 이 공간에 꽉 차 있다.공기 중의 강렬한 호르몬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갓! 갓!”“갓! 갓!”“갓!”반승제는 가면을 벗지 않았고 퇴장할 때 피가 묻은 천을 잡아떼냈다.땀은 이마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려 갈라진 근육을 타고 서로 방향을 달리했다.위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어 땀이 폭포수처럼 미친 듯이 흘러내리고 있다.제대로 한바탕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옆 사람이 건네준 물을 가지고 반승제는 조금 전에 있던 그 방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경호원이 여자의 두 다리를 안고 벽에 밀치고 여자는 고양이처럼 경호원의 허리를 꼭 감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반승제는 안구 정화를 하고 싶었다.여자는 반승제가 들어온 것을 보고 경호원을 툭툭 건드렸다.그러자 경호원은 속도를 높여 서둘러 끝냈다.그러고 나서 무릎을 꿇고 공손하고 세심하게 여자의 치마를 정리해 주었다.여자는 다리가 나른해져서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반승제의 맞은편에 앉았다.반승제은 차갑게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언젠가 남자하고 침대에서 죽게 될 거야.”그러자 여자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숨을 내쉬었다.“인제 젊은 나이도 아닌데,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해. 승제야, 사랑을 원하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멍청한 거야.”그 말에 반승제는 순간 온몸이 굳어지더니 옆에 있는 외투를 들고 일어섰다.“샤워하러 갈게.”온몸이 땀범벅일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에도 땀방울이 맺혀 있다.여자는 지금 밖을 바라보고 있다.아래 격투장에는 흥분에 겨운 사람들인데, 그들은 지금, 마치 극도로 흥분한 악마와 같다.그러나 이곳에서 나가게 되는 순간 그들은 직장의 엘리트로 변하게 된다.“승제야, 이 세상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