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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반승제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백연서는 그와 껄끄러운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하나 남은 아들과 껄끄러워졌다가는 반기훈이 그녀를 더욱 미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땐 너희 둘이 아직 이혼하기 전이잖니? 근데 그년이 갑자기 임신했으니, 내가 당연히 신경 써야지. 너한테 물어봤을 때 네 아이도 아니라고 했잖니. 성혜인이 너한테 전화했을 때도 똑같이 말했고.”

지나간 일을 다시 곱씹기 시작하고 나서야 반승제는 자신이 얼마나 황당한 일을 저질렀는지를 알았다. 마음속의 고통도 무한대로 확장되어 그는 자칫 테이블을 엎으면서 분풀이할 뻔했다. 하지만 백연서의 말에 변명할 거리는 하나도 없었다.

“그 일은 제가 잘못했다고 쳐요. 하지만 머리핀은요? 혜인이 머리핀을 저택에 떨어뜨린 건 어떻게 된 일이죠? 그 여자가,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성혜인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머니는 잔인한 짓을 저지른 거예요?”

“승제야, 그런 게 아니라...”

“시끄러워요!”

반승제는 귀국하자마자 성혜인에게 불만을 품은 백연서가 그녀를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 났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때는 성혜인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갔지만, 이제는 아니다.

모든 진실을 알아버린 이제는 그가 했던 수많은 무심한 행동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그의 몸을 마구 쪼아댔다.

백연서는 반승제의 반응에 겁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반승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혜인이를 귀찮게 굴지 마세요. 안 그러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혜인이와 어머니 사이에서 저는 언제나 혜인이를 선택할 거라는 걸 명심하세요.”

말을 마친 반승제는 또 심드렁한 말투로 가장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

“물론 옳고 그름을 떠나서요.”

전화를 끊은 반승제는 또다시 멍한 표정으로 소파에 기댔다. 곁에 서 있던 심인우도 성혜인에 관한 소문을 들었는지라 놀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페니 씨가 성혜인 씨라는 건 대표님과 결혼하고 이혼했던 그 전처라는 말이잖아...?’

“심 비서, 20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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