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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백지장

그는 무슨 반박이라도 해보려고 입을 벌렸지만, 그저 멍하니 성혜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미 설우현을 부축하고 일어선 그녀는 거듭해서 괜찮은지 묻고 있었다.

설우현은 고개를 흔들었고, 손바닥의 핏자국은 손끝에서 흘러내려 바닥에 천천히 떨어졌다.

“병원 데려다줄게요.”

오늘 밤 설우현은 혼자 이곳에 온 터라, 운전은 성혜인이 맡아야 했다.

그는 수년 동안 피를 본 적이 없었다. 이제 손바닥을 오므리니 어쩐지 피가 더 많이 흐르는 것 같았다.

성혜인은 즉시 목에 두른 스카프를 풀어 그의 손바닥에 빙글빙글 감았다.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성혜인은 반승제의 상처가 어떠한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성난 사자처럼 설우현을 찢어죽이지 못해 안달났던 반승제는 그저 돌덩이처럼 침묵을 지키며 서있을 뿐이었다.

온시환은 그가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반승제를 도와 말했다.

“병원 갈거예요? 그럼 우리도 데려가줘요. 승제 부상도 병원에 가서 보여야 하니까.”

말을 마친 온시환은 반승제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챘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온시환은 확실히 기대와 비슷한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기대에는 분노가 더 컸고, 분노 속에는 약간의 억울함도 있었다.

아마 반승제는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감정을 느껴봤을 것이다. 이미 여러해 동안 반승제와 알고 지낸 온시환도 그의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성혜인은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지 설우현을 부축하여 밖으로 나갈 뿐이었다.

설우현도 체면이 있었던지라, 자신이 너무 심하게 맞아서 가슴과 배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몸을 꼿꼿이 펴고 있었다.

그때, 온시환이 재빨리 외쳤다.

“기다려요! 같이 가요!”

그리고 이내 온시환은 반승제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반승제는 마치 떼를 쓰는 아이와 같이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기만 했다.

“누가 같이 간다고 했어? 다른 사람이 좋으면 그냥 가라고 해.”

그 말을 듣자, 설우현도 뒤 돌아 조롱하듯 반승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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