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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마음이 약해지다

성혜인은 머리를 돌렸다. 네일아트를 하지 않은 깔끔한 손톱은 소파를 꽉 잡고 있었다. 서 있을 때는 발목까지 오던 드레스가 소파에 눕자 바닥에 끌리게 되었다.

반승제가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그냥 위에서부터 벗겨버리려고 할 때 휴게실 문이 열렸다. 성혜인은 후다닥 몸을 일으키더니 그를 밀치고 치맛자락 속에 숨겨버렸다.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그는 미처 반응도 하지 못했다.

휴게실에 들어온 사람은 두 명의 톱스타였다. 그녀들은 웃고 떠들면서 오늘 밤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있었다. 휴게실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별로 개의치 않고 머리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잔뜩 긴장한 성혜인은 등이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그리고 경계적인 눈빛으로 거울 앞으로 가면서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럼 사람들 말대로 윤단미 씨가 혼자 연기했던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반 대표님이 직접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얘기했다잖아요. 그 일이 일어난 다음에는 디자이너를 데리고 사라져 버렸대요.”

“반 대표님 결혼하지 않았어요?”

“네, 정략결혼이요.”

두 사람은 메이크업을 수정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자신들이 얘기하는 ‘반 대표님’이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의 치마 속에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성혜인은 반승제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꽉 누르고 있었다. 넓은 치맛자락은 그를 가리기에 충분했다.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수다에 진심인 두 사람은 전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성혜인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이때 갑자기 반승제의 입술이 느껴지더니 몸에 전기가 통한 것처럼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몸을 떨면서 소리를 참았다.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 소파와 불과 10m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소리를 내면 들킬 것이 뻔했다.

성혜인은 소리를 참다못해 눈가가 다 빨개졌다. 하지만 반승제의 힘은 점점 더 강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한 평생 느껴본 것 중에서 가장 긴 7분이 지나고 그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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