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층에 있는 방에 도착한 성혜인은 카드키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닫힌 순간 긴장이 풀린 듯 스르르 주저앉았다. 몸 곳곳에 와인 자국이 있는 건 둘째 치고 힘까지 풀려버려서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성혜인은 짜증 난다는 듯이 마른세수했다. 그리고 이제야 얼굴부터 목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자신을 발견했다.극치에 달한 두근거림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정도의 자극을 겪어본 그녀는 신세계로 통하는 문을 연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것도 둘만 있을 때면 몰라도 다른 사람도 있을 때 말이다.‘나쁜 자식...’금욕적인 외모로 가장 수치스러운 짓을 하는 반승제가 성혜인은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그렇게 한 반 시간 정도 진정하고 나서야 성혜인은 겨우 몸을 일으켜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영화계 진출을 위해 인맥을 쌓는 것도 피곤 앞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성혜인은 잠시 후 다시 밖으로 나가 구경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아직 7시밖에 되지 않았으니 9시쯤이 되면 더욱 북적거릴 것이다.같은 시각, 반승제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온시환을 찾았다. 온시환은 여배우가 아닌 진세운과 함께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진세운은 제원을 떠난 지 한참 되어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 주변에도 다른 사람이 없었다. 반대로 서주혁은 일 얘기를 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어 보였다.반승제가 곁에 앉는 것을 보고 온시환은 코를 킁킁대면서 물었다.“어디서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반승제가 떠날 때만 해도 술 냄새가 이렇게 심하지 않았기에 온시환은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진세운도 그를 바라보면서 물었다.“페니라는 여자를 만나러 갔어?”반승제는 두 사람의 질문을 묵인하고 소파에 기댔다.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만족스러움이 있었다.온시환은 턱을 쓱 만지더니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그나저나 페니 씨 오늘 진짜 연예인보다도 예쁘지 않아?”반승제는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더니 경계적으로 되물었다.“그게
진세운도 궁금하기는 했기 때문에 말없이 머리를 끄덕였다.저녁 9시, 대부분 사람이 일 얘기를 멈추고 수다를 떨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밥을 먹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건강관리 혹은 몸매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성혜인은 새로운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유경아가 드레스를 네 벌이나 준비해 줄 때까지만 해도 두 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크루즈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한 벌을 버렸으니, 만약 이번에 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첫째 날만 두 벌을 버리게 된다.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성혜인은 코너에서 진세운과 마주쳤다. 반승제나 서주혁처럼 일할 필요가 없었던 그는 저녁 식사를 끝내자마자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은 바닷바람을 맞으러 마침 나온 참이었다.“어, 안녕하세요.”성혜인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새로 갈아입은 드레스가 비록 조금 전의 드레스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최고급 원단을 사용해 그녀의 몸매를 완벽하게 드러냈다.진세운은 잠깐 고민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성혜인 씨?”“하하, 메이크업이 너무 진해서 못 알아보나 했어요.”“손은 좀 어때요?”“이제 다 나았어요. 그때는 진짜 고마웠어요.”진세운은 엘리베이터를 눌렀고 두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몇 층 가요?”“5층이요. 제가 아직 저녁을 안 먹어서요. 5층에 야식이 있다고 들었어요.”진세운은 대신 5층을 눌러줬다. 그리고 자신은 6층을 눌렀다. 7층에는 방밖에 없었기 때문에 바다를 구경하려면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했다.엘리베이터는 금방 6층에 도착했다. 하지만 진세운은 내리지 않고 성혜인에게 물었다.“성함이 성혜인 씨... 맞죠?”예상 밖의 질문에 성혜인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성혜인 씨 혹시 승제 아내에요?”“저쪽에 누가 선생님을 부르는 것 같은데요?”진세운은 머리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는 그와 인사하면서 지내는 한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성혜인은 현관에서 허리를 숙이고 하이힐을 벗으려고 했다. 이때 거실 전등이 갑자기 꺼지더니 누군가가 다가와서 그녀를 출입문으로 밀었다.“몸 팔러 왔어?”남자의 목소리는 바로 귀가에서 들려왔다. 성혜인은 숨을 훅 들이키면서 눈을 크게 떴다.‘반승제가 어떻게 내 방에 있지?!’성혜인이 말을 하려는 순간 반승제가 그녀의 입안으로 손을 넣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혀를 잡았다.“웁! 웁웁!”허리를 숙인 채 신발을 벗고 있던 성혜인은 억지로 바로 서게 되었고 반승제에게 잡혀서 몸도 돌리지 못하게 되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의 몸부림도 무시한 채 드레스를 천천히 위로 올렸다. 졸지에 몸 파는 여자로 오해받은 그녀는 어떻게든 말을 해보려고 했다. 오늘 같은 날 협력사끼리 말 못 할 거래를 주고받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저... 웁.”혀가 붙잡힌 성혜인은 결국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속으로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을 힘껏 끌어안은 채 입꼬리를 씩 올렸다. 먼저 방을 잘못 찾아온 건 성혜인이기 때문에 자신은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생각했다.한참을 버둥거린 성혜인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러다 엉덩이를 맞고 당황한 듯 우뚝 멈춰 섰다.“제 발로 내 방에 들어와 놓고 싫은 척하기는.”성혜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은 혀를 잡힌 탓에 뱉어낼 수가 없었다.성혜인의 당황한 반응에 반승제는 기분 좋은 듯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의 엉덩이에 닿았던 손의 촉감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내일 아침 괜히 기분 상하는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는 평소와 달리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반승제는 성혜인을 오래 잡아두지 않았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녀가 저녁에 또 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두 시간 후 드디어 그녀를 풀어준 반승제는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짝” 소리와 함께 뺨을 맞고 말문이 턱 막혔다.반승제는 놀란 표정으로 뺨을 부여잡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성혜인을 바라봤다.
윤단미는 당연히 반승제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곧바로 찾아가서 그의 방문에 노크했다. 반대로 조금 전 나갔던 성혜인이 다시 돌아온 줄 안 반승제는 화색이 도는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문밖에서 윤단미는 또다시 노크하면서 핸드폰으로 녹음하기 시작했다. 문을 연 반승제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승제야, 큰일 났어! 성혜인 씨가 바다에 빠졌대! 너 가봐야 하는 아니야? 다들 난리 났어!”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시끄러운 말소리에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성혜인이 크루즈에 있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성혜인 씨, 위험할 수도 있대!”윤단미의 말에 대답하는 것은 문이 닫히면서 난 “쾅” 소리밖에 없었다.반승제는 윤단미가 개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 기회에 자신을 밖으로 끌어내 ‘반씨 가문 며느리’ 행세를 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단호하게 문을 닫아버렸다.“승제야, 성혜인 씨가 위험하다니까?”“그냥 물에 빠져 죽으라고 해.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문 뒤에서 전해진 반승제의 희미한 목소리를 듣고 윤단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녹음을 중지했다. 이 녹음을 듣게 된다면 성혜인도 분명히 반승제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방 안에서 반승제는 언짢은 기분으로 인상을 썼다. 기분 전환도 할 겸 샤워하고 나와서 침대에 눕자 어쩐지 성혜인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만약 반승제가 옷장을 열어본다면 성혜인의 드레스를 발견하고 의심을 품었을 것이다. 그의 방에 성혜인의 드레스가 있다는 것은 이곳이 성혜인의 방이기도 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최 측은 부부에게만 같은 방을 배정했다.하지만 성혜인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던 반승제는 옷장을 열어볼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시선을 내리깔더니 더 이상 이곳에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헬리콥터를 불렀다. 남은 이틀 동안의 행사도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같은 시
“콜록콜록.”성혜인은 인상을 쓰면서 기침했다. 얼굴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다.“제가 생각하기에는 윤단미 씨 혹은 차유하 씨일 거예요. 크루즈에서 제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은 이 둘 뿐이니까요.”신이한은 성혜인에게 마실 물도 주지 않았다. 괜히 그녀의 트라우마를 건드릴까 봐서 말이다.말을 마친 성혜인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윤단미가 보낸 짧은 녹음을 발견하고 클릭했다. 소리를 낮추지 않은 탓에 곁에 앉아 있던 신이한도 반승제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는 성혜인보다 더 흥분하면서 노발대발 화를 냈다.“제기랄! 반승제 그 자식은 인간도 아니에요! 페니 씨, 제발 빨리 이혼하고 이 상황을 끝내요! 페니 씨는 사랑을 받아야 마땅한 좋은 사람이라고요!”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이 꽉 메는 것 같아서 애초에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신이한은 성혜인의 핸드폰을 빼앗아 들더니 음성을 꺼버렸다.“이것도 그만 들어요. 인간성을 상실한 이 둘은 나란히 지옥이나 가라고 해요.”선혜인은 머리를 숙여 주삿바늘을 꽂은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오랫동안 궁금했던 문제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꺼냈다.“반 대표님은 도대체 왜 저를 싫어하는 걸까요?”성혜인은 반승제가 원하지 않는 아내였다. 하지만 그녀는 줄곧 눈치껏 반승제를 피해 다녔고 3개월 뒤에 이혼하기로 약속까지 했다. 시간이 두 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반승제가 대체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내가 만약 어젯밤 그대로 죽어버렸다면 대표님은 오히려 좋아했겠지? 이참에 이혼 절차도 빠르게 끝내고?’“페니 씨, 남자는 원래 그래요. 잃기 전에는 죽어도 소중한 줄을 모르죠. 잘난 척 짓밟다가 지나간 다음에야 예전이 좋았다고 감탄해요. 반승제 대표도 그런 모자란 사람인가 보죠.”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이한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한참 더 투덜거렸다. 그리고 성혜인의 실망한 표정을 본 다음에야 만족스러운 듯 밖으로 나갔다.성혜인은
BH그룹.반승제는 아직 성혜인이 자신과의 문자기록을 캡처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그는 최근 그녀가 답장하지 않는 것이 단지 늦게나마 화풀이를 하는 거라 여겼다.반 시간 후, 서류를 들고 들어오던 심인우는 우물쭈물하며 말하려던 것을 멈췄다.그러자 반승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조금 이따 할 회의에 문제라도 생겼어요?”“아닙니다.”“프로젝트에 변동이라도 생겼어요?”심인우는 또 고개를 저었고, 반승제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지고 말았다.“그럼 무슨 일인데요?”심인우는 입술을 벌벌 떨더니 끝끝내 말을 꺼냈다.“대표님, 평소에 SNS 안 보세요?”반승제는 종래로 이런 것을 보지 않았다.“페니 씨가 대표님더러 앞으로 자기를 괴롭히지 말랍니다. 자기는 이미 결혼했다면서요.”만년필을 들고 있던 반승제는 그 말을 듣고 침묵했다.심인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아마 페니 씨는 이혼할 생각이 없는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보낸 십몇 통의 문자기록도 전부 캡처해서 올리는 바람에 지금 사람들이 다 알게 됐어요.”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꺼냈다.하필이면 그때, 임경헌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형,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예요?”사실 그는 반승제에게 왜 페니를 좋아하는지 무척이나 묻고 싶었다.하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저 반승제를 떠볼 수밖에 없었다.반승제는 곧바로 임경헌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또 온시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통화 수락 버튼을 누르자, 핸드폰 너머로 온시환의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내가 열 몇 통이나 문자 보낼 때는 한마디 답장도 안 하더니, 사실은 그 디자이너 쫓으러 간 거였어?”반승제는 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누가 전화를 건 것이든 상관없이 전부 받지 않았다.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있는 심인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한참 후, 반승제는 핸드폰을 꺼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성혜인은 일찍이 그를 차단해놓은 상태였다.현재
성혜인은 이곳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머물며, S.M에 오겠다는 온수빈의 부탁을 구두로 승낙했다.그녀는 계속해서 주변의 엑스트라들을 관찰했다. 그러나 아직 눈을 번쩍이게 하는 사람은 찾지 못했다. 그러던 그녀는 온시환을 발견했다.그 시각 온시환은 진지한 태도로 감독과 어떤 일을 상의하고 있었다. 그는 상의를 끝마치고, 성혜인의 곁으로 갔다.“페니 씨, 가려고요?”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함께 촬영장 밖으로 향했다. 온시환의 차 앞에 다다랐을 때 그가 물었다.“최근 승제가 페니 씨를 찾아오지 않고 있잖아요? 두 사람 이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 페니 씨는 정말 마음이 하나도 흔들리지 않아요?”‘마음이 흔들려?’성혜인도 애초에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신을 차린 뒤였다.설령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었다 해도, 그건 단지 반승제가 준 자극 때문이었을 것이다.“흔들린 적 없어요. 저는 반 대표님과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온시환은 차 안을 힐끗 보더니 피식 웃었다.“한 번도 좋아해 본 적 없어요?”“온시환 씨, 저는 자학하는 버릇이 없어요.”그녀는 이렇게 담담하게 대답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조금 이따 일이 있어서요, 먼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온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자리를 뜬 뒤, 앞에 있던 차 창문이 천천히 내려졌다. 안에는 반승제가 타고 있었다.조금 전 창문이 아주 미세하게 열려 있어, 성혜인의 말을 반승제는 한 자도 빠짐없이 전부 들었다.매 한 글자 한 글자가 마치 칼과도 같았다.그 순간만큼, 반승제는 어떤 날카로운 물건이 자신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에 찔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오만한 그의 성격 같았으면 바로 차 문을 열어 그녀에게 몇 마디 물었을 것이다.흔들린 적도 없으면서 왜 매번 자신과 할 때 그렇게 소리 지르고, 다리도 나른 해져서,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자신을 봤냐고 말이다.그러나 그는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에 관한
방을 떠나 복도에 들어섰을 때, 도우미가 그녀를 잡고 지금의 상황을 알려주었다.“어젯밤 의사가 와서 점검을 해봤어요. 가장 좋은 상황이라 쳐도 한 달 정도 버티실 것 같답니다. 아가씨, 사장님께서 최근 계속 아가씨를 불러요. 잃을만한 건 거의 다 잃고 지금 저렇게 낭패를 보고 계시니... 아마도 자신의 그런 모습을 아가씨한테 보이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아요. 그러니 다음번엔 오지 마세요.”도우미는 현재 성휘를 위해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혜인도 이해했다. 도우미는 성혜인을 문 입구까지 배웅하며 신신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저희가 원래 사장님께 묘지를 알아봐 드리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는 아가씨가 찾아주기를 원하시네요. 최근부터 사셔도 되는데, 늦을까 봐 걱정이에요.”성혜인은 입을 벌렸지만, 한 글자도 내뱉을 수 없었다.하는 수 없이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떠날 때, 그녀는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하필이면 이때 성혜인의 차 바퀴에 펑크가 났다. 올 때 못을 밟았는지, 못이 완전히 타이어에 박혀있었다.“아가씨, 이곳 성씨 저택에 있는 차를 운전하세요.”성씨 저택에 있는 차는 예전 성혜원의 소유였던 6억짜리 람보르기니였다.그러나 현재는 모두 몰수해온 상태였다.그녀는 자신의 값싼 차는 이곳에 둔 채 람보르기니를 타고 떠났다.조금 늦어서, 성혜인은 묘지 관련 쪽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괜찮은 자리를 선택했다.한편, 크루즈 파티가 끝난 후, 차유하의 사업은 거의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첫째는 이승주에게 차였고, 둘째는 계약해지를 당했다. 심지어 그녀는 더 이상 이승주의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덮어쓰고 말았다.팬도 만 명이나 떨어졌지, 그건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었다.윤단미는 그녀의 앞에 앉아 입꼬리를 씩 올렸다.“유하야, 너 그 여자 조심해야 해. 아마 앞으로도 계속 너를 괴롭힐걸?”이미 반쯤 넋이 나간 차유하는 곧바로 성혜인과 대치하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했다.“정말 그런다면! 내가 반드시 죽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