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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멈추라고 하면 바로 멈출 거야

민지는 조금 기분이 언짢았다.

“네가 숨긴 왜 숨어, 정작 숨어야 할 사람은 저 두 사람인데!”

혜인은 민지를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승제가 자신을 보지 못했는지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지금은 나도 남편 몰래 남자 만나잖아, 누구도 떳떳하지 않다고.”

그러자 민지가 피식하고 가볍게 웃어 보이더니 혜인의 어깨를 잡았다.

“맞네, 맞아. 너도 이제 예전의 순진하기만 했던 성혜인이 아니라는 걸 내가 잠시 깜빡하고 있었네. 가자! 내가 룸을 예약해놨어. 오늘 밤 너에게 화려한 이 제원의 밤 생활을 보여주도록 하지.”

지난번, 민지는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려 혜인의 생일을 쇠주었다.

어렸을 적 고생스럽게 큰 혜인은 이후 아빠 성휘의 사업이 서서히 일어서게 되면서 생활 여건이 조금 나아졌지만, 기쁨도 잠시 곧 그녀의 엄마가 돌아가시게 되었다.

사업이 잘될수록 성휘는 점점 더 바빠지게 되었다. 그 때문에 혜인이와 놀아주기보다는 그녀를 데리고 고객을 만나러 다니거나 세운 지 얼마 안 된 자신의 사무실에 데려가거나 하는 일이 훨씬 많았다.

그곳은 한 무리의 중년 남성들이 미래를 얘기하며 피운 담배 연기로 가득한 곳이었고, 일찍 철이 들었던 혜인은 어른들을 방해하지 않고 얌전하게 있었다.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혜인이는 대부분 기숙사가 있는 학교를 선택했는데 이래야 성휘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성휘가 소윤과 재혼했고, 두 부녀 사이의 관계는 갈수록 멀어지게 되었다.

어렸을 적 성휘는 혜인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간 적이 있었다. 당시 그곳은 사람으로 붐볐고 혜인은 성휘의 어깨에 올라타 세 식구가 놀이공원을 한참이나 돌아다녔다.

하지만 어린 혜인은 알지 못했다. 그때 엄마 임지연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놀이공원에 가보고 싶다는 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힘들게 버텼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안 혜인은 죄책감에 시달렸고 놀이공원에 더는 갈 생각이 사라졌었다. 그래서 여태까지 딱 두 번밖에 가보지 않았다.

한 번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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