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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탐욕스러운 눈빛

소윤은 라정옥과 성무일이 아주 싫었다. 아니, 혐오했다. 두 사람은 가난에 찌든 냄새를 풍기며 별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곳곳을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혜인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라도 소윤은 두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맞는 말씀이세요, 어머님. 대출이 얼마나 남았어요?”

“4억 9000만 원 정도 남았어. 달마다 600만 원씩 나가는데 지천명의 나이에 막내가 많이 힘들어하더구나. 요즘 회사에서 정리해고까지 하고 있어서 자칫하면 직장까지 잃게 생겼다. 그러니 너희가 대신 대출금을 갚아주렴.”

소윤은 싱긋 웃으며 은행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이 카드에 5억 원 정도 있어요. 일단 이걸로 대출을 갚으세요.”

라정옥의 눈동자에는 빛이 돌기 시작했다. 소윤이 어토록 호탕하게 돈을 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후다닥 은행 카드를 받아 들며 성혜인을 노려봤다.

성혜인은 같은 거실에 있으면서도 마치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소윤은 성휘의 서류상 아내일 뿐만 아니라 SY그룹의 지분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라정옥은 돈을 얻고 싱글벙글 웃는 것도 잠시 곧바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은 돈을 요구했어야 했다. 5억이라는 큰돈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내놓는 걸 보니 성휘 일가의 부유함이 더욱 크게 와 닿았다. 하지만 소윤도 쓸모없는 딸을 낳았다는 게 문제였다.

이때 라정옥에게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성훈에게 아들이 있다는 핑계로 성훈 일가를 전부 이곳으로 이사시키면 그들이 덜 고생할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러면 자신들도 덕을 보지 않겠는가?

‘호호호, 우리 막내가 퇴근하자마자 바로 얘기해줘야겠구나.’

라정옥과 성무일은 흐뭇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일단은 5억 원으로 만족하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는 성훈 일가를 별장에 들이고 나서 받아도 늦지 않았다.

혼수상태에 빠진 채 병원에 있는 성휘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라정옥은 지금도 성휘를 불효자로 여겼으니 말이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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