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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입술을 삼키는 것

온시환은 서류를 들며 침실 쪽을 향해 소리쳤다.

“나 간다. 오늘 일, 다른 사람한테 얘기 안 할 테니까 걱정 마. 윤단미한테도.”

현관문이 닫히고, 방 안에 적막이 찾아왔다.

침실 창가에 서 있던 반승제는 창밖을 쳐다봤다.

도시 전체에 내려앉은 네온사인 불빛이 한눈에 담겼다.

하지만 반승제는 무심하게 시선을 내려 손가락을 바라봤다.

부드럽고 따뜻한 온기, 그리고 향기. 모든 게 손끝에 남아 모공을 뚫고 사지 전체로 퍼져 나간다.

온시환의 말이 맞았다.

아직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사슴처럼 공포에 떨고 있는 여자를 보고 참지 못해서 달려들었던 걸까.

입술을 삼키는 것으로 모자라 그녀의 뼛속까지 파고들고 싶었다.

욕구를 너무 오래 방치한 탓일까.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너무 오래 참아서 그런 걸까.

관자놀이를 문지르던 그때, 마침 윤단미에게서 전화가 왔다.

“승제야, 회의 끝났어? 과일 좀 준비해서 갈까 해. 심 비서가 오늘 밤에 해외 회의가 있다고 알려줬어. 늦게 끝날 거라고.”

윤단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윤단미는 그사이 도우미를 시켜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쯤 혼자 있을 것이라는 온시환의 문자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반승제 앞에서 늘 단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그의 뒤를 쫓아 다니는 다른 여자들과 차별점을 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승제가 유일하게 허락한 여자친구이기 때문에 조급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완벽한 핑곗거리를 찾아야 했다.

온시환이 이렇게 말한다는 건 지금 반승제에게는 여자가 필요할 것이다.

윤단미는 얼굴을 붉히며 도우미를 재촉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를 잃지 않았다.

“나 지금 가고 있으니까 거절하지 마. 우리 제대로 대화 나눈 지 정말 오래됐잖아.”

그사이 반승제는 침착함을 되찾았다. 놀랄 만한 자제력이었다.

거실로 나와 컴퓨터를 켰다. 해외 회의 연결까지 30분 남았다.

“알았어.”

미지근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한편 윤단미는 눈을 반짝이며 빙긋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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