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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꽤 과격했나 봐요

성혜인은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아닌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안녕하세요, 시환 씨.”

간단한 인사만 남기고 그를 지나쳐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두 군데가 온시환의 눈에 띄었다. 몸에 난 흔적과 손에 들고 있던 네이처 빌리지의 설계도. 옅게 붉어진 눈시울과 작게 떨리는 손끝만 봐도 누군가에게 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페니 씨.”

온시환은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린 성혜인에게 짓궂은 질문을 날렸다.

“승제가 꽤 과격했나 봐요.”

성혜인의 어깨가 들썩였다. 하지만 못 들은 척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이곳을 벗어났다.

온시환은 씩 웃으면서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렀다.

꼭대기 층에서 내린 그는 반승제 방의 방문을 두드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문이 열렸다.

온시환은 슬쩍 방 안 냄새를 맡았다. 일을 치른 이후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지금 애들 불러서 얘기해. 결혼한 여자랑 한 판 놀았다고. 사람들이 과연 믿을까?”

그 사이 반승제는 실크 재질의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덕에 손과 발이 더 길쭉해 보였다.

온시환은 반승제가 반응이 시큰둥하자 더 흥미로워졌다.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페니 씨 봤어. 귀신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데.”

그 말에 볼펜을 쥐던 반승제의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

온시환은 마음속으로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진짜 한 거야? 엥, 자고 싶으면 바로 잘 수 있는 윤단미가 떡하니 있는데, 다른 남자랑 잔 적 있는 여자와 자는 건 더럽지 않아?”

굳이 남자친구나 남편이 있는 여자를 골라 만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비웃음을 사게 되는 취향이다.

반승제는 말없이 눈앞에 있던 서류에 사인을 하고 앞으로 밀었다.

“이거 갖고 꺼져.”

오늘의 약속 상대는 온시환이었다. 국내 최고 극작가인 온시환은 지금 극본을 하나 쥐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다분야 경영을 하고 있는 BH그룹은 명품점, 호텔, 자동차, 놀이공원, 여행지 등 십여 종의 다양한 분야를 산하에 두고 있다.

하지만 가장 핫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는 줄곧 투자를 아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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