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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대표님, 손이요

성혜인은 사무적인 태도로 앞장섰다.

“최근에 시공팀에서 문제가 조금 생겼어요. 예전에 보셨던 설계도의 이쪽 구역을 조금 바꿀까 해요.”

뽀얀 손가락으로 기둥이 놓여야 했던 곳을 짚었다. 고개를 숙이고 진지하게 설계도를 들여다볼 뿐 윤단미에게는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성혜인이 나타나는 순간, 윤단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선미가 말한 그 디자이너인가?’

확실히 눈에 띄는 외모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윤단미는 반승제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때마침 반승제는 성혜인이 건넨 설계도를 받고자 손을 들었다.

허공에 홀로 남은 윤단미의 손은 괜히 머쓱해 보였다. 윤단미는 민망한 듯 손을 거두며 성혜인을 노려보았다.

성혜인은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반승제의 대답을 기다릴 뿐.

반승제는 한 손으로 설계도를 들고 한 손은 검은색 사무용 책상을 짚고 있었다. 공기에 맞닿은 손목이 얼음처럼 차가워 보인다. 볼펜을 쥐고 있어 튀어나온 핏줄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휴일이 되면 근력 운동에 매진하는 게 분명하다.

사실 반승제의 시선은 줄곧 설계도가 아닌 성혜인을 향하고 있었다. 성혜인이 끝까지 윤단미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자 미간이 좁아졌다.

“시공팀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데?”

“제가 설계한 조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드시 없애야 하는 기둥이 있어요. 이쪽에서 들어오는 일조량이 많아질 거예요.”

보통 디자이너들은 조명까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미술 전공을 한 성혜인은 달랐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조명이다.

그래서 까다로운 고객도 성혜인이 설계한 집을 모두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다.

반승제가 대답하기도 전에 윤단미가 입을 열었다.

“승제야, 나 현장에 가볼래. 나도 그림 그리잖아. 현장 가보면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를 거야. 나도 이번 설계에 참여하고 싶어.”

윤단미는 반승제의 팔뚝을 귀엽게 껴안았다.

반승제 역시 들고 있던 설계도를 내려놨다.

“페니, 그래도 돼?”

그의 시선은 여전히 성혜인을 향했다. 그녀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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