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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저도 모르게 달아오른 얼굴

성혜인은 지금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누군가 의구심을 품었다는 것만으로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화가 났다.

이건 자신의 면전에다 욕을 한 것보다 더 모욕적인 일이었다.

성혜인은 웃음기 없는 얼굴에 유리 같은 눈망울을 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요. 단미 씨가 전화하는 걸 들어서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다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반승제는 한참 동안 성혜인을 쳐다보다 목젖을 들썩였다.

“결혼한 사람이 이렇게 호텔에서 오래 묵으면 집에서 뭐라 안 하나?”

성혜인은 반승제가 갑자기 화제를 전환하는 게 의아했지만 성실히 답했다.

“가족한테 일이 생겨서요. 이곳이 병원에서 더 가까워요.”

“왜 나랑 같은 층에 묵는 거야?”

반승제는 여전히 방문을 열지 않은 채 성혜인을 쳐다봤다.

여유롭게 서 있는 그에게서 무심한 듯한 잘생긴 아우라가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 반승제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마치 성혜인의 내면을 꿰뚫어 보려는 것처럼.

“예약했던 방에 문제가 생겨서 호텔이 보상 차원으로 스위트룸을 줬어요.”

성혜인은 빙긋 웃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였다.

“BH 그룹의 호텔답게 서비스가 정말 좋네요.”

하지만 그 순간 주변에서 느껴지는 냉기가 그녀의 피부를 스쳤다.

무심해 보이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반승제의 눈동자가 블랙홀처럼 검게 변했다.

“그 이유 때문에?”

성혜인은 순간 반승제가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BH그룹을 칭찬하면 안 되는 건가?’

머리를 굴리던 성혜인은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반승제는 픽 웃었다. 가슴이 막힌 듯 답답했다.

처음으로 여자 때문에 화가 나는 감정을 느낀 것 같았다.

그는 시선을 거두며 문을 열었다.

“날 찾아온 용건이 뭐야?”

성혜인은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네이처 빌리지 디자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어요.”

반승제의 발걸음이 멈췄다. 반승제가 불을 켜지 않으니 성혜인 역시 굳이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다.

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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