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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성혜인에게 실망하게 하다

“여보, 미안해요. 아까는 당신이 너무 걱정돼서 말이 헛나왔어요.”

성휘는 가슴을 움켜잡은 채로 뼈에 사무치는 고통을 견뎠다. 이번 일은 확실히 그의 실수였다. 그는 2차 융자가 끝난 시점에 찾아온 동창이 합작을 원하는 줄 알았다. 게다가 자신과 아는 사이여서, 성혜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고 말았다.

성휘는 어두운 표정으로 소윤을 향해 말했다.

“누가 봐도 진심으로 한 말인데 헛나왔다고?”

소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성휘가 진심으로 화난 것은 또 처음이었다.

조희준이 한 일에 소윤의 말을 보태자, 이 모든 게 그녀가 원하는 일인 것처럼 들려왔다. 그래서 성휘는 딸을 대하던 자신의 태도를 진심으로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의 수많은 착각이 성혜인에게는 상처가 되었으니 말이다.

성휘는 차가운 표정으로 위층에서 내려오는 성혜원을 바라봤다. 그녀는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듯 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휘의 화난 표정을 보고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했다.

“아빠, 죄송해요. 혹시 저 때문에 언니랑 싸웠어요?”

성혜원의 목소리를 듣고 나자, 성휘는 한결 진정되었다.

성혜원은 성휘의 친딸이었고, 또 그의 망설임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아픈 손가락이었다. 게다가 성혜원은 착하고 똑똑해서 성혜인과도 잘 지냈다.

“너 때문이 아니야, 혜원아.”

성혜원은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아래로 내려와 소윤과 팔짱을 꼈다.

“아빠, 엄마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요. 엄마가 아빠 건강이 더 나빠질까 봐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아요? 엄마가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음은 따듯한 사람인 거 잘 아시잖아요.”

성혜원은 간단한 말 몇 마디로 단번에 성휘의 분노를 가라앉혔다. 성휘는 말없이 소윤을 힐끗 노려보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거실에서 성혜원은 소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앞으로는 말조심 좀 해요. 아빠는 바보가 아니에요. 급한 마음을 티 내면 금방 알아차릴 거라고요. 지금까지 잘 참아왔는데, 인제 와서 급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소윤도 자기 잘못을 잘 알고 있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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