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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저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반승제는 한 바퀴 쓱 훑어보고는 종이컵을 들고 물을 받기 시작했다.

서민규는 종이컵을 들고 있는 반승제의 모습이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의 손은 마치 와인잔을 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았다. 공간은 반승제와 반승제가 아닌 것으로 나뉘어졌다. 반승제가 아닌 것에 시선을 주는 사람은 없었고, 모든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반승제는 느긋하게 종이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입에 대지 않고 손을 내렸다. 그는 넋이 나가버린 눈앞의 두 사람에게 짧은 묵례를 하고는 다시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서민규의 곁에 함께 있던 직원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물었다.

“저 사람 누구야? 아우라가 장난 아닌데. 우리 회사 대표는 아니지?”

서민규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우리 회사 대표님도 저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다면 최근의 경제 뉴스라도 확인해 봐.”

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사무실로 돌아갔다.

반승제가 종이컵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현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BK의 대표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준비를 제대로 못 했네요.”

그는 또 비서에게 눈치를 줘서 여러 번 소독한 유리컵을 갖고 오게 했다. 하지만 반승제는 물을 입에 대지도 않고 회의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얼마 후, 두 사람은 악수로 회의를 끝냈다. 그리고 반승제를 선두로 수많은 BK사 임원이 함께 회사 밖으로 나섰다.

반승제는 차에 올라탄 후에도 말 한마디 없었다. 심인우는 백미러를 통해 힐끔힐끔 눈치를 볼 뿐이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서류를 훑어보고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분명히 이상했다.

...

로즈가든으로 돌아온 성혜인은 잠깐 쉴 생각이었다. 이때 합작사에서 다시 합작하기로 했다는 전화가 왔고, 성혜인은 드디어 미간을 누르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반승제의 등에 난 상처가 떠올라 반태승에게 말이라도 남겨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성혜인은 당연히 증손주를 보고 싶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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