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약점이 있어야 쉽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원진이 모든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었다면 그를 다루기가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남자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천천히 원진의 두 손을 떼어냈다.“그 기세 좋아. 계속 그렇게 해. 네가 가문으로 돌아오는 걸 기대하고 있겠다.”원진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이제 겨우 열여덟도 되지 않은 그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한다니.그는 뒤로 물러서서 1억 수표와 가방을 들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그때 한 남자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에게 다가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저 자식은 자기 아버지보다 더 독하군.”어린 나이임에도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나 혹독할 수 있는 사람은 남에게는 얼마나 더 독하게 굴 수 있을지 모른다.다행히 지금은 원진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가 더 이상 소중히 여길 사람이 없어진다면 그는 통제 불가능한 야수가 될 것이다.다른 한 남자는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하지만 원진의 약점이 너무 명확합니다. 어르신께서는 후계자가 약점을 가지는 걸 용납하지 않으시겠죠. 원진이 지금부터 미래를 한 여자에게 묶어두는 건 큰 감점 요인이 될 겁니다. 제 생각엔 차라리 당시연을 잡아두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원진이 가문의 후계자가 되면 그때 당시연을 없애버리는 거죠. 그렇게 되면 원진은 감정 없는 기계가 될 거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될 겁니다.”원진을 상대했던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는 자신의 손에 난 상처를 만지작거리며 원진이 잠시 보여줬던 강한 보호 본능을 떠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절대 당시연을 죽이면 안 돼. 오히려 잘 살게 해둬야 해. 그 여자는 원진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야. 너무 똑똑한 척 앞서가면 일을 그르칠 거다. 저 아이가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성장한 걸 보면 앞으로가 기대돼. 만약 저 아이에게 아무 일이 없다면 다음 후계자는 분명 저 아이가 될 거야
원진은 집 안의 의료 상자를 침대 밑으로 걷어차고 옷을 입은 다음 방문을 열었다.당시연은 현관에 서서 안을 흘끗 들여다보았고 반쯤 하다만 시험지가 책상 위에 있는 것을 보고는 안도했다.“이 선생님이 최근에 네가 다시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압력이 높아서 그런가? 요즘에는 늦게 들어오네.”“아뇨, 저 시험 잘 볼 거예요.”당시연은 책상으로 걸어가 그가 푼 다른 시험지들을 살펴봤다.각 시험지의 필체는 깔끔했고 심지어 스스로 채점까지 한 상태였다.안심한 그녀는 뒤돌아서서 코끝으로 냄새를 맡았다.방에서 연고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그녀는 그것이 단지 자신의 착각인지 궁금했다.“시연 누나, 누나도 피곤한 것 같으니 가서 쉬세요.”당시연도 최근 야근이 많았고 어머니를 위로해야 했었다. 일찍 퇴근하고 늦게 돌아오니 원진과의 시간이 모두 엇갈리게 되었다.오늘 밤 그녀는 너무 불안해 결국 물어보러 온것이었다.원진이 무사하게 있는 것을 보자 당시연은 손을 들어 자기 머리를 끄적이었다.그녀가 떠나자마자 원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심호흡하고 자신의 옷을 입으며 연고를 계속 발랐다.피부는 불타는 듯 너무 고통스러웠고 조금만 만져도 따끈했다.이마는 식은땀 범벅이 되었고 샤워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수건으로 몸을 닦고 침대에 웅크리고 누웠다.하지만 그는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뒤척이다 보니 잠을 잘 수가 없었고 그는 심지어 중간에 일어나 피를 한 입 뱉어내기도 했다.*다음 날 아침 일찍 홍영란은 당시연에게 연락하여 돈을 거의 다 갚았고 당지석이 감옥에 갈 필요가 없다고 알렸다.“어머니, 그 돈은 다 어디서 났어요?”“전에 가르쳤던 학생이 나에게 보냈는데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겠어. 네 아버지가 오늘 밤 집에 도착할 거고 네가 사는 곳으로 함께 갈 거야. 그리고 간 김에 원진도 정식적으로 만나 보고 싶어. 이것 때문에 관계가 어색해지고 싶지 않아.”당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둘의 관계는 이미 오래
당시연은 조용히 채소를 고르고 있었다. 요즘 아버지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저축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바쳤지만 누구에게도 감사 인사를 받지 못했다.예전부터 이렇게 아버지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자식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 같았다.그녀는 전에 김성진과 다시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했고 홍영란은 그녀를 지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마음을 바꾸었고 그녀의 입에는 김성진의 선함이 가득했다.홍영란은 채소를 볶기 시작했지만, 당시연은 식욕을 잃은 듯 했다. 나중에 아버지가 오고 나면 두 사람이 함께 김성진과 결혼하도록 자신을 설득할 것이라고 이미 상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손에 든 접시를 내려놓았고 지금 어머니를 쫓아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그녀는 아직 그런 일을 할 수 없었다.아버지가 오자 두 사람은 김성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당시연은 한 마디도 끼어들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두 사람이 서로 짠 듯이 맞장구를 쳐가면서 말하는 것이 어색한지 그들은 결국 두 사람은 자리를 떠났다.당시연은 혼자 설거지를 한 다음 소파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았다.저녁 12시가 되어서야 거실 문이 열렸다.이번에는 허리를 약간 숙이고 몸에 새로운 상처가 많이 생긴 원진이 돌아왔다.원진은 방의 불을 켜고 그녀가 여전히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급히 물었다.“시연 누나?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당시연은 외동딸이었지만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이 사실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깨닫는 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원진을 보자마자 눈물이 흘렀다.원진은 책가방을 옆으로 던져버리고 몸의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무슨 일이죠? 부모님께 또 무슨 일 있었어요?”그는 지금까지 당시연 어머니에게 보낸 돈이 김성진에게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당시연은 당황한 나머지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닦아냈고 원진에게까지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미 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공부가 가장 중요했
원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사실 당시연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홍영란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지석이었다.그리고 당지석의 마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에서 아버지로서의 권위였다.그들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항상 당시연이 아니었고 당시연은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매우 힘들어했다.“시연 누나, 정말 저를 초대하신 건 아니죠?”당시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아이는 가끔 너무 똑똑했다.어머니와 아버지는 원진을 너무 좋아하지 않았고 정말로 그를 초대하지 않았으며 오늘 밤에 내일 혼자 오라며 강조하기까지 했다.아마 아직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그녀의 태도가 너무 강압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세 사람이 있는 집에서 직접 와 이야기하도록 허락한 것 같다.그러나 당시연은 자기 멋대로 원진을 데려오고 싶었고 이제 원진에게 사실을 들킨 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내가 자란 곳을 너랑 같이 가고 싶을 뿐이야.”“내일은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일찍 오도록 노력할게요.”당시연은 손을 내밀었다.당시연은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 주었다.사실 그녀가 말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매우 불안했기 때문이었다.이번에도 어머니의 태도는 매우 강압적이었고 그녀는 마치 혼자 애를 쓰는 것 같았고 원진이 곁에 있어야만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다음 날.그녀는 오후까지 바쁘게 움직이며 집으로 향했다.조금 일찍 도착한 것이 분명했지만 그녀는 마치 시간을 쪼개는 것처럼 일부러 한 시간 더 머물렀다.그녀는 이 집에 돌아오는 것을 가장 고대하곤 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몰랐다.오후 6시 30분이 되어서야 그녀는 차 문을 열고 걸어 올라왔다.거실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음식 냄새를 맡았다.평소 그녀가 즐겨 먹던 음식이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녀를 본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과일을 손에 들고 오기까지 했다.당시연은 조금 후회했다. 식사가 오랫동안 준비
그녀는 메스꺼움을 느끼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을 뿐, 부모님과 김성진이 함께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부모님이 이렇게 불쾌한 방법으로 자신을 해치려고 힘을 합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마음이 여린 것도 그녀의 잘못이었다.그녀는 원망스럽게 김성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성진은 이 순간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의 눈에 당시연은 전통적인 여인이었고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그녀는 너무 일찍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결혼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때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김성진이 그녀를 잊을 수 없었던 것도 그녀의 끈질긴 고집 때문이었다.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자신조차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그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당시연을 붙잡아야 했다.그의 입술은 당시연의 입술에 닿은 다음 목에 닿았다.당시연의 동공은 격렬하게 흔들렸다. 남녀 간의 힘의 격차는 말할 것도 없었고 약의 작용에 젖어 있는 그녀의 몸은 더욱 상황을 나쁘게 만들었다.“하.”그녀는 약이 어디에서 왔는지 몰랐다. 이 모든 순간이 지옥 같았다. 그녀의 눈앞에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흔들리는 풍경화처럼 보였다.“꺼져.”손톱에서 피가 터져 나오기 직전이었지만 아무리 몸부림쳐도 밖은 조용했다.김성진은 주저하지 않고 허리를 꼬집으며 마지막 단계만을 남기고 있었다.문밖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문을 세게 쾅 닫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문은 밖에서 세게 걷어차며 열렸다.원진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이 광경을 본 김성진은 옆에 있던 꽃병을 들고 그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당시연은 그에게서 풀려나자마자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침대에서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단단히 감쌌다.원진은 김성진의 몸 위에 올라타서 주먹을 연거푸 내리치며 그의 얼굴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 냈다.밖에서는 당지석과 홍영란의 고함이 들렸다.“안 놓으면 경찰을 부를
홍영란은 약간의 후회가 있었지만, 부모는 항상 자식보다 자신이 더 높다고 생각해 당시연에게 자세를 낮추지 않았다.게다가 김성진이 가족을 위해 빚까지 갚아 줬으니 말할 나위도 없다.그녀는 심호흡하고 위협적인 말을 내뱉었다.“시연, 생각은 해봤어? 지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야. 네 아버지와 내가 강요했니? 원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너와 김성진은 아마 오래전에 결혼했을 거고 원진은 두 사람의 관계를 망친 장본인이야. 애초에 산골로 가자고 해서 네 인생을 망치지 말았어야지.”원진은 당시연을 껴안았고 그는 그녀가 떨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심지어 그녀의 몸도 뜨거웠다.“누나?”당시연의 한 손은 죽기 살기로 옷을 움켜쥐고 있었다. 원진의 몸에서 나는 피 냄새가 너무 강했고 그녀의 착각인지 알 수 없었다.“시연 누나,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세요?”원진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궁금한 듯 몸을 숙였다.당시연은 목을 들려 했지만 열이 나는 바람에 주변의 상황까지 인식할 수 없었다.그저 화가 치밀어 오르고 가슴이 불타는 것만 느꼈다.원진은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김성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막았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데려가느냐?”“강간범인 너보다 더 자격이 있지.”원진의 시선이 김성진의 몸을 칼처럼 찌르는 듯했다.그러나 김성진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홍영란이 한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당시연과의 관계를 망친 것은 모두 원진의 출현 때문이었고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아마 오래전에 결혼했을 것이었다.원진은 김성진의 복부를 발로 찼다.“꺼져!”김성진은 이미 버틸 수 없었고 원진의 발차기 한 번에 한입 가득 피를 뱉고 곧바로 기절했다.이때 홍영란은 원진의 악랄한 말 한마디에 겁에 질린 듯 비명을 지르며 손가락을 뻗으며 떨었다.“당연히 네 부모는 좋은 사람이 아닐 거야. 너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없고 넌 폭력적인 성향이 있어. 시연과 함께 있으면 시연에게
당시연은 지지대 없이 곧장 욕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물 한 모금에 목이 막혔다.“시연 누나.”그는 다시 불안한 목소리로 외치더니 곧바로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당시연의 머리도 흠뻑 젖어 있었고 가슴이 살짝 들썩이며 안개 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원진.”“네.”“나 너무 힘들어.”원진의 한 손이 욕조 가장자리를 죽기 살기로 꽉 쥐고 있었다. 욕조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온몸을 휘젓는 것을 느꼈다가 다시 한번 그에 의해 사그라들었다.당시연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깨어 있지도 않았다.“제가 어떻게 도와줄까요?”그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했다.당시연은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고 옷은 벗겨져 있었으며 뺨은 약간 빨개져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고 손바닥에 뽀뽀했다.원진은 화장실 옆에 반쯤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손바닥에 젖은 열기가 느껴지자, 귀 끝이 빨개지었고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감히 그녀를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고개를 돌리고 미간조차도 움츠리고 있었다.학교의 누구라도 그 모습을 봤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원진은 수업 시간에 말이 없었고 학교에서 소문이 많았지만, 시험에서 1등을 하고 다른 친구들을 제치고 상도 받았었다.그의 집안 내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여학생이 그의 얼굴에 반해 연애편지를 쓰곤 했다.이제 그는 잠시도 당시연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욕조 옆에 정숙하게 앉아 있었다.그의 긴 손가락은 여전히 욕조에 기대어 있었고 그의 몸 전체는 아주 어색한 상태였다.당시연은 더 이상 몸의 건조한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그의 손을 잡아 얼굴 옆에 대고 문질렀다.원진의 손가락은 떨리기 시작했고 손을 빼고 싶었다.하지만 당시연은 그의 손을 잡고 뺨에서 목으로 그리고 아래로 손을 돌렸다.손이 부드러운 부분을 덮을 무렵, 원진은 마치 그 손이 자신의 손이 아닌 것처럼 더 이상 쳐다볼 엄두가 낮 않았다.그는 고
그런 다음 그는 침실로 돌아가 나머지 한 손의 멍을 살펴보고 급히 치료했다.그는 다시 구급상자를 꺼내 재킷을 벗어 던졌다.그의 피부는 온통 상처로 뒤덮여 있었고 타박상 외에도 노출된 상처가 너무 많아서 보기만 해도 아팠다.옆에서 휴대전화 벨이 울렸고 그는 스피커폰을 눌러 약을 바르며 전화를 받았다.“오늘 밤 세 시간이나 남았는데 뭐 하러 가셨나요?”“일 때문에요.”원진은 얼굴을 찡그리며 거즈에 묻은 피를 흘끗 보고 숨을 헐떡였다.그는 몇 초간 멈칫하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일 병원에 가는 게 낫겠네요. 죽지는 않겠지만 감염될 위험이 있고 오후 훈련은 계속해야 하니까요.”원진의 손이 잠시 멈칫하며 당시연의 침실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당시연을 혼자 둘 수 있을까?“상황에 따라 다르죠.”“원진 도련님, 가장자리를 가지기 전까지는 저희 말을 들어야 합니다.”원진은 심호흡하며 답했다.“알아요.”*아침 9시.당시연은 눈을 뜨고 익숙한 천장을 보았지만, 여전히 약간 당황스러웠다.그녀는 일어나서 먼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불편한 곳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직후 어젯밤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머리가 아팠다.그녀는 다시 누워 몸을 웅크린 채 눈물이 머리카락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순식간에 긴장했다.어머니 아버지가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건가?“똑똑.”누군가 방문을 두드리자, 원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연 누나, 일어났어요? 아침 준비했어요.”당시연은 안심하기는커녕 오히려 당황했다.어젯밤 자신을 구해준 것은 원진이었고 그녀는 원진에게 그 불쾌한 모습을 보여줬다.그녀는 두통만 느꼈고 말하고 싶지 않아 그냥 누워만 있었다.문이 부드럽게 열렸다.원진은 먹을 것을 들고 들어왔다.“뭐 좀 먹어요.”당시연은 마치 영혼을 빼앗긴 것 같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마치 기계처럼 어떻게 먹어야 할지조차 몰랐다.원진은 근처에 있던 휴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