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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7화 될수록 크게 울면 더 좋아

작가: 민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7 18:00:00
서보겸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바라보자 장하리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이가 이렇게 컸는데 자신이 아이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몇 년을 놓쳤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녀가 강성에서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 아이는 엄마가 가장 필요했던 시기였다. 모든 것이 그녀의 잘못이었다. 그녀는 도망쳤고 그렇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결국 이렇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장하리의 시선은 서보겸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는 많이 울었는지 코끝이 빨개진 채 그녀를 조심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가 눈을 뜨는 순간 다시 어디론가 떠나갈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자 장하리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장하리는 이 모든 상황과 서주혁이라는 남자를 다시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세상이 그녀에게 터무니없는 장난을 치는 것만 같았다. 4년 전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했을 때는 그에게 정말 아무런 미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랑도, 증오도 전부 사라져 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서주혁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계속해서‘여보’라고 부를 때마다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세상은 끝내 장하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미 잊어버린 것들을 왜 다시 마주하게 하는 걸까.

목구멍이 꽉 메어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서주혁이 서보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보겸아, 아빠가 엄마랑 잠깐 이야기 할게. 먼저 나가 있을래?”

서주혁은 장하리가 모든 것을 기억해 낸 것임을 알아차렸다. 결국 이날이 오고야 말았다. 그동안 기대했던 모든 행운은 날아가 버렸고 과거의 잘못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그의 가슴에 꽂혔다.

서보겸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걱정 가득한 얼굴로 병실을 나섰다. 서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안아 들고 병원 밖에 대기 중이던 검은색 차에 태웠다.

서보겸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엄마, 가요?”

아이조차도 장하리가 이곳에 머물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주혁은 가슴 한가운데 큰 구멍이 뚫려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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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겸아, 아빠를 도와주기 싫어?”“도와줄래요.”서보겸은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며 작은 손을 들어 서주혁의 어깨를 토닥였다.“아빠, 울지 마세요.”“아빠 안 울어. 하지만 보겸이랑 엄마가 가버리면 아빠는 진짜 울지도 몰라.”“안 갈게요.”서주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그에게 남은 유일한 카드는 아이뿐이었다.그는 장하리를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전 그녀가 아이를 바라보던 눈빛에는 진지함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분명 서보겸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서보겸은 자폐증이 있었다. 한동안 엄마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고열에 쓰러질 정도로 아파도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다. 장하리는 그 모든 일을 떠올릴 때마다 죄책감이 더 깊어질 것이다.그 죄책감이 남아 있는 한 장하리는 떠나지 못할 것이다.장하리는 서주혁에게는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 있어도 서보겸에게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서주혁은 손을 들어 서보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아빠가 한 말 기억해. 나중에 많이 울어야 해. 엄마랑 아빠가 화해하면 아빠가 너한테 보상해 줄게.”“네.”서주혁은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병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막상 손잡이를 잡자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모든 용기가 한순간에 사라진 듯 그의 손끝은 문손잡이 위에서 망설였다. 한참을 주저한 끝에 그는 천천히 문을 밀었다.문이 열리자마자 그가 본 건 병상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장하리였다.그녀는 평온해 보였다. 고요하고 조용하게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서주혁은 문을 닫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여보.”그는 조심스레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장하리는 그가 그 호칭을 부르자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감정을 억눌렀다. 그 어떤 말도 내뱉지 않았다.서주혁은 침대 곁에 앉아 그녀를 꼭 껴안았다.“다 기억해 낸 거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장하리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으며 애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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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경제 뉴스를 볼 때 서산 그룹 대표가 너무나도 고고하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이 이런 일을 할 줄이야.][역시나 아무리 차갑고 고고한 사람도 결국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다 포기할 수 있네요.][저분 우리 교수님이 계신 연구소에 지원금을 냈을 때 정말 차가웠어. 행사장 내내 아무도 저분과 말을 섞지 못했어. 서 있는 모습은 정말 얼음산 같았어. 저런 사람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아.][서산 그룹이 공식적으로 직접 발표한 거면 진짜로 서씨 가문과 연을 끊은 게 맞겠지? 서씨 가문 어르신들의 인맥이 워낙 대단해서 윗선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그쪽 인재라던데. 또 제자들도 워낙 많은데 이렇게 연을 끊은 건 자기 정치계의 모든 자원을 버린 거나 마찬가지잖아.][독할 땐 정말 독하고 사랑할 땐 정말 일편단심인가 보네요.][위에 댓글 단 님들아. 추측은 그만해. 듣기로는 여자 쪽이 대표에게 아이를 낳아줬다고 하더라고. 그 아이를 대표가 혼자 키우면서 지금껏 서씨 가문에 데려가지 않았다던데, 아마 4년 전부터 이미 연을 끊은 것 같아.]네티즌들이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는 가운데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도 수많은 억측이 오갔다.그러나 서주혁은 이런 여론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장하리의 병실에만 머물렀다.장하리는 그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지만 서주혁은 그런 그녀라도 좋았다. 적어도 그녀가 자신에게 꺼지라고 하지는 않았으니까.그는 병실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모든 일을 직접 챙기며 발 벗고 나섰다.성혜인과 S.M의 다른 사람들도 문병을 왔다. 장하리는 그들을 보자 한순간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치 몸 둘 곳을 잃은 듯한 기분에 눈가가 붉어지고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특히 성혜인을 마주했을 때였다. 그녀가 감옥에 있을 때 성혜인은 여러 번 전해왔다. 나가고 싶다면 어떻게든 도와주겠다고. 그러나 그때 장하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했다.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그저 1년 동안 모든 걸 잊겠다고 마음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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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리는 아직도 현실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그 큰 불길이 어제 일어난 일 같았고 자신의 선택도 어제의 일인 것만 같았다.지금 병상 곁에 모여 있는 이들은 모두 오랜 친구들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때의 뜨거운 열정은 사라져 버렸다.그녀는 너무 지쳤다. 잊기로 결심했던 순간에 느꼈던 그 절망감이 아직도 선명했다.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운명이 그녀에게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면 차라리 그녀의 목숨을 거둬가길 바랐다.장하리는 속눈썹을 내리깔며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민지는 계속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강민지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 신예준의 전화였다.신예준은 여전히 강민지를 꽉 붙들고 있었다. 몇 시간만 보이지 않아도 바로 전화를 걸어 물어볼 정도였다.예전에 강민지가 협력사 사람들과 술을 마시러 갔을 때도 막 앉자마자 신예준이 직접 그녀를 데리러 왔다.주변 사람들의 놀림에 그녀는 매우 부끄럽고 화가 났다.그래서인지 이제는 누구나 알게 되었다. 강민지가 밤 9시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신예준이 반드시 전화를 한다는 것을.가끔은 그녀가 귀찮아할까 봐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때도 있었다.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강민지와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었다.처음에는 짜증이 났지만 4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강민지도 이 제약 속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역시 사람이란 어쩔 수 없었다.강민지는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또 뭐야?”“다온이가 회사에 와 있어. 이따가 같이 저녁 먹으러 갈까?”“오늘은 밥 안 할 거야?”“네가 질릴까 봐.”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그래, 그럼 네가 음식점 정해. 근데 난 조금 더 있어야 해. 우리 지금 하리 씨 보러 왔거든.”“알았어.”강민지가 막 전화를 끊으려는데 그가 말을 이었다.“지난번에 네가 갖고 싶다던 한정판 가방 오늘 도착했어. 내가 비서한테 집으로 보내라고 했으니까, 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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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961화 간절함이 담긴 눈빛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녀의 머릿속에는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도망갈까? 하지만 보겸이는 어떡하지?’장하리는 이미 아이의 첫 4년을 흘려보냈다. 하여 서보겸은 아직도 그녀가 다시금 그의 곁을 떠나는 건 아닐까 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물론 아이를 데리고 함께 떠날까 하는 생각도 해본 적 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보겸이의 곁을 지켜준 건 장하리가 아닌 서주혁이었다. 그런데 서보겸이 과연 서주혁의 곁을 떠나려 할까?어떤 선택이든 완벽한 선택은 없었다.게다가 보겸이의 눈물을 마주하고 나니 장하리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 들었다.그런데 그때, 서보겸이 장하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구슬같이 투명한 눈물은 여전히 말캉한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아이의 손에 쥐어진 사진은 다름 아닌 장하리의 사진이었다.순간 장하리는 서주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보겸이가 항상 그녀의 사진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눈가가 찌릿해 나며 장하리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올려 서보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간다고 한 적 없어.”그러자 서보겸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더니 간절함이 담긴 눈빛으로 장하리를 바라보았다.“정말이에요?”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마주하자 장하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망설임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낸 서보겸은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왜 또 울어?”“기뻐서 그래요. 엄마가... 엄마가 나... 버리지 않아서...”눈물을 흘리며 이토록 힘겹게 말을 내뱉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속상하지 않을 엄마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게다가 장하리는 원래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당시 어떤 환경에서, 그리고 어떤 마음에서 눈앞의 이 아이를 낳았는지를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하지만 장하리는 어른이다. 어른으로서 아이의 앞에서 쉽사리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녀는 아이를 다독여주어야 했다.“엄마는 널 버린 적 없어. 다만 과거에 있었던 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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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962화 그녀가 웃었다

    “물 좀 마셔.”부드러운 말투로 장하리의 고개를 쓰다듬으며 컵의 가장자리를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장하리는 무의식적으로 서주혁을 피하고 싶었지만 불현듯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서보겸의 시선에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아이의 시선은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다. 진심으로 부모님의 사이가 좋아지길 바라는 눈치였다.그런데 만약 장하리가 서주혁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서보겸은 분명 슬퍼할 것이고 슬프면 또 말없이 눈물을 흘릴 것이다.하지만 장하리는 더 이상 서보겸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결국, 체념해버린 장하리는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서주혁이 건네준 물을 꿀꺽꿀꺽 마셔버렸다.이어 서주혁은 손끝으로 그녀의 입가에 묻은 물방울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물었다.“더 마실래?”장하리는 묵묵히 고개를 가로젓더니 찐빵같이 퉁퉁 부어오른 서보겸의 작은 두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보겸이에게도 한잔 따라줘요.”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보겸에게도 물을 따라주려 하자 장하리가 다시금 입을 열어 서주혁을 말렸다.“다른 컵으로 바꿔요. 저 지금 입원했는데 보겸이도 저 때문에 옮으면 어떡해요?”그러자 서주혁은 가볍게 싱긋 미소를 짓더니 새로운 컵으로 바꿔주었고 보겸이도 말없이 컵을 들고 물을 홀짝홀짝 들이켰다.순진한 서보겸의 모습은 어린 짐승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어린 짐승도 부모의 보호 속에서 자라는데 보겸이는...장하리는 또다시 마음이 욱신거렸다.세 식구 모두 병실에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곧이어 잠이 쏟아져 오기 시작하고 장하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그러자 서주혁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이불을 걷어 올리며 부드럽게 물었다.“저녁은 뭐 먹고 싶어?”특별히 저녁 메뉴를 물어본 것도 이번 기회를 빌려 장하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장하리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대충 답했다.“아무거나 상관없어요.”“어... 그럼 수프 먹을래?”“무슨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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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너무 오래 울었는지라 서보겸은 서주혁의 말을 들을 겨를도 없이 조수석에 앉자마자 깊은 잠이 들고 말았다.한편, 서주혁은 고요히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서보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후에야 운전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어느덧 보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장하리의 몸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게다가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서보겸과 함께하며 아들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서주혁이 서보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전방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발견하지 못한 채, 후방의 자동차까지 돌진해 오는 바람에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서주혁은 무의식 간에 서보겸을 온몸으로 감싸 안았다.깨진 바람막이 유리 조각이 서주혁의 팔에 꽂히고 붉은 선혈이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의 품속에 안긴 서보겸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곧이어 서주혁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숙여 아들을 확인했다.“보겸아, 괜찮아?”다행히도 서보겸은 꽤 침착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서주혁의 팔에서 흐르는 피를 발견하고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빠... 많이... 아파요?”“아니야, 아빠는 괜찮아. 안 아파.”마침 그때, 서주혁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장하리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러나 서주혁은 손이 끼어있는 탓에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장하리가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건 극히 드문 상황이었기에 서주혁은 더욱 초조해졌다.“보겸아, 전화 받아줘.”그의 말대로 서보겸은 몸을 숙여 구석에서 굴러다니던 휴대폰을 주워들고는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같은 시각, 또 한 대의 차가 연이어 부딪치며 엄청난 굉음이 귀를 타고 들려왔다. 연쇄 추돌 교통사고였다. 게다가 그사이에는 사람들의 울부짖는 목소리도 뒤섞여 있었다.“엄마, 사고 났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휴대폰은 먹통이 되어버렸다.곧이어 구급대원이 도착하고 서주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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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가며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지민이 잘 지켜. 괜히 나가서 또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온시환은 속이 상한 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결국 술집으로 발길을 옮겨 한잔하려 했고, 그곳에서 뜻밖에도 원아정을 마주쳤다.‘원아정이 제원에 왔다고?’그녀 곁에는 원진이 서 있었다. 원진은 시선을 앞만 향한 채 걸음을 옮기다가 온시환을 보자 발걸음을 멈췄다.온시환도 마침 마음이 복잡한 상태라 옆에 있는 룸의 문을 열며 말했다.“같이 한 잔 할래?”원진은 망설임 없이 룸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원아정도 서둘러 뒤따랐다. 얼굴에는 상류층 특유의 오만함과 자존심이 엿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원진을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원진이 있는 자리에서는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할 정도였다.과거 원진은 원씨 가문을 철저한 강경책으로 정리했다.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은밀한 거래를 했고 가문 내 반대 세력들은 대부분 사라졌다.그런 원진 앞에서 원아정은 잔뜩 움츠린 채 룸 안의 의자에 앉았다. 손을 무릎 위에 얹고 긴장한 듯 움찔거렸다. 그때 원진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연승혁과의 결혼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어?”손을 꽉 움켜쥔 원아정은 연승혁을 떠올리니 눈가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얼마 전 연승혁을 만나러 연씨 가문에 갔다가 그가 사람을 처벌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 상황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익숙해 보였다.겁이 많은 원아정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깨어나 보니 연씨 가문의 문 앞에 버려져 있었다.‘연승혁, 그 끔찍한 인간!’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연승혁이 비록 잔혹한 수단을 쓰는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과거 구은우의 존재를 그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원아정은 원씨 가문에서 작은 개미 같은 존재였다. 원진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생활에 지친 지 오래였다.연승혁이 아무리 냉혹하더라도 그의 아내가 된다면 무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5화 머릿속엔 온통 죽은 사람 생각뿐

    ‘그래, 공지민. 구은우와 관련된 일만 나오면 이성을 잃고 주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단 말이지.’온시환은 어깨에 박혀 있던 단검을 뽑아내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옆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말했다.“일단 지민이 데리고 돌아가.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공지민은 그 순간도 악랄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년을 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난 여기 남고 싶어요.”그녀는 직접 구은우 사건의 진상을, 그리고 그의 가족 중 누가 손을 썼는지 듣고 싶었다. 온시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데려가.”“시환 씨!”공지민은 경호원들에게 양팔이 붙들린 채 억지로 차로 이끌려 갔다.온시환은 곧 사람을 불러 병원으로 향했다. 어깨의 부상은 치명적인 부위는 아니었지만, 출혈이 많았다.차 안에서 부하가 온시환에게 상황을 보고했다.“이미 확인되었습니다. 일을 꾸민 건 연씨 가문의 둘째입니다.”연씨 가문의 둘째, 바로 현재 가문을 이끄는 인물이었다. 당시 권력을 다투는 상황에서 그는 형과 자신 아래의 모든 남자들을 차례로 제거했다. 연씨 가문은 전통적으로 후계자를 남자에게만 물려주는 규율을 따랐다. 딸은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가문 밖에서 태어난 남자들은 언제든 폭탄이 될 수 있었다. 구은우를 알지도 못했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위험하다고 판단해 제거한 것이다.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연씨 가문의 모든 권력은 연승혁의 손에 집중되었다. 2년 전부터 그는 해외에서 국내로 사업 중심을 옮겼고 해상 운송 사업을 시작해 원씨 가문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현재의 연승혁은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존재였다. 구은우를 위해 복수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연씨 가문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가문이었다. 온시환이라 해도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었다.온시환은 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보고서를 내려다보았다. 연승혁은 방탕한 성격에 수단이 잔혹했다. 그를 적으로 돌린 사람들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는 원씨 가문의 원아정과 약혼한 상태였다. 원아정은 원진의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4화 감정적으로 불안정해

    “당신들 도대체 뭐야!”여자는 분명 겁에 질린 기색이었다. 얼굴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공지민은 천천히 그녀 곁으로 다가가 구은우의 사진을 꺼내 들었다.“이 사람 기억나요?”여자는 사진을 보는 순간 얼굴빛이 확 변했다.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모르겠어요, 이 사람이 누군지 몰라요! 날 풀어줘요!”공지민은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버텨온 사람답게, 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완벽하게 익히고 있었다. 그녀는 한쪽 발로 여자의 손등을 짓밟으려 했지만 온시환이 그녀를 가로막았다.“지민아, 뭐 하는 거야?”그녀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온시환은 한 번도 그녀의 이런 냉혹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늘 부드럽고, 강인하며, 침착하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방금 그녀의 눈에 번진 살기가 너무나도 선명했다.만약 자신이 막지 않았다면 이 여자의 손뼈는 이미 부서졌을 것이다.‘구은우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거야?’온시환은 속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겨우 분노를 억누른 그는 낮게 말했다.“심문은 내 사람들이 할 거야. 넌 결과만 들으면 돼.”공지민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발을 세게 내리찍었다.온시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속이 쓰리고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꾹 참고 옆 의자에 앉아 차갑게 변한 공지민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여자는 비명을 질렀다.“당신들 신고할 거야! 다 고소할 거라고!”공지민은 여자의 눈앞에 쭈그려 앉아 차갑게 물었다.“그때 누가 돈을 줘서 청부 살인을 사주했나요? 그 사람 얼굴을 기억하나요?”여자는 공지민을 악에 받친 눈으로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지만 두 명의 경호원이 그녀를 바닥에 제압하고 있어 꼼짝할 수 없었다.공지민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단숨에 침대에서 밀어 떨어뜨렸다.그 아이가 구조되었을 당시 대략 여섯, 일곱 살이었다. 이미 모든 것을 이해할 나이였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와 함께 거짓말에 동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3화 인간의 어두운 본성

    공지민은 구은우의 부모가 굉장히 화목한 부부라고만 알고 있었지, 그 사이에 이런 비밀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구은우와 오랜 친구였다. 그의 부모가 다투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대체 누가 10억을 들여 구은우의 목숨을 노린 걸까.그녀는 하루빨리 이 모든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 싶었다.“시환 씨, 신정우 어머니랑 동생은 찾았어요?”신정우의 말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그에게 돈을 요구하며 동생의 치료비를 대라고 했다.그런데 신정우가 이를 거부했으니, 아마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찾았어. 내일 나랑 같이 만나러 가자.”공지민은 온시환과 꽤 오래 알고 지냈지만 그가 이렇게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문득 그녀는 과거 온씨 가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온시환이 거의 망설임 없이 온씨 가문와 절연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물론 이건 그녀가 들은 단순한 가십에 불과했다. 당시 온씨 가문 사람 중 누군가가 성혜인을 건드려 일이 몹시 커졌다는 이야기였다.온시환은 가족에게도 무척 냉정한 태도를 보였고 사랑에 있어서도 마치 구경꾼처럼 시큰둥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만큼은 진심을 다하는 것 같았다.공지민은 온시환에 대해 깊이 알고 싶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와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에 대해 더 알 수밖에 없을 터였다...다음 날, 그는 정말 그녀를 데리고 그 여자를 만나러 갔다.구은우가 사고를 당했을 당시 공지민은 정신이 없어 그 여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기억나는 건 구은우가 구조된 후, 그 어머니와 아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것뿐이었다. 그 후에는 구은우가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치료를 받았다.그 당시 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나중에야 그 모자가 무책임하게 도망쳤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들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공지민은 그런 일을 경험해 본 적이 많았다. 인간의 본성이란 원래 복잡하고 때로는 무척 어두운 법이다. 처음에는 구은우가 단지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모든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2화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두려워하기 마련

    그는 오래전부터 공지민에게 깊은 외로움이 깃들어 있음을 느꼈다. 특히 혼자 있을 때면 그녀는 금방이라도 물거품처럼 스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예전에는 온시환도 잘 몰랐다. 그러다 구은우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과거 많은 순간, 공지민은 아마 세상을 떠나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를 붙잡아 두었는지 알 수 없었고 그녀 자신조차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 마치 생기 없는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모습이었다.온시환이 처음 그녀를 싫어했던 이유도 바로 그녀에게서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런데 계속 그녀를 신경 쓰다 보니, 점점 그녀의 생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모두가 집 안으로 들어간 후 공지민의 왼쪽에는 강민지, 오른쪽에는 성혜인이 앉았다.사실 그녀는 성혜인을 알고 있었다. 과거 성혜인과 반승제의 사건이 너무나 크게 이슈가 되어 실시간 검색어에서 자주 본 이름이었다.공지민은 성혜인을 굉장히 자존심 강한 사람으로 여겼지만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가 생각보다 따뜻하고 강인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들은 그렇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었고 남자들은 마당에 앉아 있었으며 방해하지 않고 때때로 과자나 과일을 들고 와 전해 주었다.강민지가 갑자기 공지민의 손을 잡았다.“지민 씨, 시간 될 때 우리랑 자주 만나요. 남자들이랑만 있지 말고. 남자라는 것들은 말이지, 맞춰 주면 맞춰 줄수록 그걸 당연하게 여겨요.”강민지는 아직 공지민과 온시환의 결혼이 단지 거래일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열정적으로 공지민에게 남자를 길들이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공지민은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만약 내가 시환 씨를 단지 이용하고 있는 거라면요...”앞에 있는 두 여자는 온시환의 친구들이었다. 만약 이 결혼이 서로의 이해관계로 맺어진 거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그녀를 몹시 싫어하게 될 것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1화 정말 예상 못 했어

    성혜인은 한순간 감개무량해져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식탁 위의 분위기는 여전히 약간 어색했지만 강민지가 공지민에게 그녀가 출연했던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성혜인은 그제야 강민지가 공지민이 출연한 드라마를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지민은 처음엔 다소 긴장해 보였으나 점차 눈에 띄게 여유로워졌고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강민지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강민지가 성혜인에게 눈짓을 보내자 성혜인도 따라 웃음을 지었다.가끔 여자끼리는 서로를 알아보고 공감하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식사가 끝날 무렵, 강민지는 공지민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지민 씨, 마지막에 출연했던 드라마는 왜 몇 화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그 캐릭터가 그렇게 빨리 죽을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퇴장하더라고요.”사람의 진심은 상대의 눈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법이다.공지민은 강민지가 진심으로 자신의 드라마를 좋아하며 각 에피소드까지 꼼꼼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원래 문보영은 공지민의 유일한 친구였다. 하지만 문보영과 온시환이 키스하는 모습을 본 후 그녀와 연락을 끊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졌고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그동안 공지민은 참 외로웠다. 그런데 강민지가 먼저 다가와 주자 그녀는 묘하게 안도감을 느꼈다.“그땐 회사에서 문제가 있어서 제가 잠시 활동을 중단해야 했어요. 그래서 그 캐릭터도 일찍 하차할 수밖에 없었죠.”“정말 아쉬워요. 그 캐릭터 팬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끝까지 연기했으면 팔로워가 최소 백만 명은 더 늘었을 거예요.”공지민은 웃음을 터뜨리며 눈매가 휘어졌다.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온시환은 혼자 계산을 하러 갔다.밖으로 나왔을 때 그는 공지민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다시 보았다. 그 순간 그의 심장은 녹아내릴 듯 부드러워졌다.반승제와 신예준이 그의 앞에 있었지만 온시환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0화 지민 씨가 동의했어?

    공지민은 한참을 웃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온시환 앞에서 이렇게 진심으로 웃어본 적이 있었는지 떠올렸다.그날 밤 두 사람이 침대에 나란히 누웠을 때 온시환은 그녀의 그 미소를 떠올리며 뒤척였다.휴대폰은 침대 옆에 놓여 있었고 최근 연락한 친구들로부터 술자리 초대 메시지가 와 있었다.하지만 온시환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공지민과의 결혼을 생각하며 그녀가 이미 동의했으니 내일 당장이라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는 돌아누워 공지민을 바라보았다.한편 공지민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결혼에 관한 생각, 특히 결혼 상대가 온시환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했다. 이런 일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이 없었다.“지민아, 너도 결혼하기로 했으니까 내일 바로 혼인신고하러 가자.”온시환은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공지민은 결혼이 최소 몇 달 후에나 진행될 줄 알았는데 그가 이렇게 서두를 줄은 몰랐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온시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공지민이 마음을 바꿀까 두려웠다. 결혼도, 구은우의 죽음에 대한 조사도 그만두겠다고 하면 그가 그녀를 곁에 붙잡아둘 명분은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이 되자 온시환은 새 정장을 꺼내 입으며 추지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혼인신고하러 간다.]추지성은 이 메시지에 놀라 즉시 전화를 걸어왔다.“야, 너 농담하는 거지? 진짜 가는 거야? 지민 씨가 동의했어?”“응, 동의했어.”추지성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눈을 멍하니 뜬 채 온시환이 스스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온시환은 다른 친구들과 있는 단톡방에도 혼인신고 소식을 알렸다. 단톡방은 잠시 침묵에 휩싸였고 곧이어 물음표가 연달아 올라왔다.가장 강렬한 반응을 보인 건 당연히 설우현이었다. 그는 연달아 다섯 개의 놀란 이모티콘을 올리며 반응했다.다른 사람들은 몇 분간 망설이다가 그제야 축하 메시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199화 여자 머리를 말려준 적이 있었나?

    온시환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추지성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둘은 별다른 말 없이 게임을 시작했다. 온시환은 게임을 하는 중에도 간간이 휴대폰을 확인하며 초조해했다.저녁 7시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공지민이었다.“국 끓였어요. 와서 먹을래요?”우울한 기분에 젖어 있던 온시환은 그 한마디에 바로 게임기를 내려놓고 밖으로 향했다.그러자 추지성이 소파에 앉아 목소리를 높였다.“야, 어디 가냐? 곧 배달 음식 도착하는데, 나 혼자 다 못 먹어!”“집에 가서 지민이가 끓인 국 먹을 거야.”추지성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뭐야, 이 말투에서 자랑하는 느낌이 나는 건 왜지?”온시환은 이내 추지성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반 시간도 안 돼 집에 도착했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국 냄새가 코를 찔렀다.공지민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온시환은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가 원하는 건 많지 않았다.공지민이 그의 곁에 몇 년만 더 있어 준다면 그 뒤로 모든 재산을 그녀에게 남기고 떠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깔끔히 정리하고 아무런 짐도 남기지 않을 작정이었다.‘지민이는 나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내가 사라져도 아무렇지도 않겠지...’온시환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무슨 국 끓인 거야? 냄새가 너무 좋은데.”공지민은 그가 돌아온 걸 보고 작은 그릇에 국을 담아 그에게 내밀었다.“또 지성 씨랑 술 마시러 나갔어요?”온시환은 그녀가 추지성을 싫어한다고 생각해 서둘러 부인했다.“아니야. 다른 사람들이랑 있었어.”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한마디를 덧붙였다.“여자는 없었어.”공지민은 방금 만든 반찬들을 모두 식탁으로 옮기고 밥도 한 그릇 담아 내왔다.둘이 나란히 앉아 조용히 식사를 했다. 이렇게 평화롭게 식탁을 마주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온시환은 이 고요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국을 천천히 떠먹었다.식사가 끝날 무렵 공지민이 그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198화 지민 씨가 아직 결혼 승낙도 안 했냐?

    온시환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걸려 있던 재킷을 집어 들고 바로 문을 나섰다.공지민은 식탁에 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깊이 생각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너무 피곤했다.한편 온시환은 집을 나서자마자 추지성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 문을 열자마자 거실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왔다.온시환은 침착하게 옷을 발로 밀어내고 소파에 앉았다.거실 한가운데에서 추지성은 한 여인과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는 온시환을 보자마자 놀란 나머지 금세 흥미를 잃고 입맞춤을 멈췄다.“시환아?”추지성의 품에 안겨 있던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당황한 듯 몸을 움츠렸다.온시환은 담배를 피우며 그들을 무시했다.추지성은 이마를 문지르며 품에 안은 여인을 부드럽게 달랬다.“이만 가봐.”여인은 옷이 주워 입으며 서둘러 방을 나가자 추지성은 타올 하나만 걸친 채 태연하게 소파로 와서 앉았다.“야, 너 다음부터 올 때는 전화 좀 하고 와라.”온시환은 담배를 쥔 손이 축 늘어진 채 지쳐 보였다.추지성은 의아했다. 분명 어젯밤에는 공지민과 화해한 것처럼 보였는데 어째서 오늘은 이 모양인가 싶었다.“무슨 일이야? 아침에 전화로 자랑질하더니만. 아, 맞다. 너 점 다시 찍었더라? 확실히 점 있는 네가 낫다. 예전에 다른 여자들도 그 점이 좋아서 너한테 홀렸잖아.”온시환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지민이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구은우의 죽음을 조사하려는 거였어.”추지성은 옆에 놓인 주스를 집어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죽은 사람의 일을 왜 조사해? 이게 몇 년 전 일이냐. 다 끝난 거잖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 난 가끔 여자들이 이해가 안 돼. 남자라면 이미 새로운 연애 몇 번은 했을 텐데.”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봐봐. 주변에 아내 잃은 남자들 있지? 그놈들 지금 얼마나 잘 놀고 다니는지 알잖아. 근데 남편 잃은 여자들은? 평생 못 벗어나.”추지성의 가족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의 친누나는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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