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리는 순간 멈칫했다. 아직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서보겸이 이미 그녀의 다리에 매달리며 다시 한번 말했다.“엄마, 뭐 먹을 거예요?”서보겸은 장하리에게 저녁으로 뭘 먹을지 묻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이때 서주혁이 옆에서 끼어들었다.“어제 밤엔 아주 잘 먹었지.”장하리는 몸이 터질 듯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낮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주혁 씨!”서주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만지작거릴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 말의 다른 의미를 알 리 없는 서보겸은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순수하게 물었다.“어제 뭐 먹었어요?”장하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그녀는 손으로 서보겸의 귀를 막으며 서주혁을 노려보았다.“아이한테 신경 좀 써요!”서주혁은 다가와서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오늘 밤도 먹을래요?”장하리는 그에게 따귀를 한 대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왜 갑자기 이렇게 뻔뻔해진 거지? 아니 원래 진지한 남자들도 상황이 변하면 이렇게 변해버리는 걸까?장하리는 얼굴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귀 끝까지 빨갛게 변한 모습을 본 서주혁은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만 놀릴게요. 오늘 저녁 뭐 먹을까요?”서보겸은 귀가 막혀서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장하리에게서 서주혁으로, 서주혁에게서 다시 장하리로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장하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더 이상 장난치지 않는다면 그걸로 다행이었다.“가벼운 음식으로 해요. 속이 별로 좋지 않아서.”서주혁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알았어요. 내가 준비할게요.”그 입맞춤은 아이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루어졌다. 장하리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아이에게는 천천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서주혁은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장하리는 서보겸의 얼굴을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서주혁이 자리를 떠난 뒤 장하리는 작은 손이 자신의 손을 잡는 것을 느꼈다. 서보겸의 눈은
장하리는 마음이 따뜻해짐과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며 금세 잠에 들었다.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빨리 진전된 것 같아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서주혁과 서보겸과 함께하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게다가 이 남자는 자신에게 꽤 잘해주었다. 그녀는 워낙 편안함을 추구하는 성격이라 금방 받아들였고 오히려 서주혁을 조금씩 좋아하는 마음이 싹트고 있음을 느꼈다.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서주혁은 여전히 회사를 나가지 않은 채 저택에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밤이 되면 그에게서 도망칠 길이 없었다. 그는 그녀를 붙잡고 한참 동안이나 괴롭혔다.매일 밤이 그러했다. 서주혁은 정말 지치지도 않는 걸까? 그녀는 점점 수척해지는데 반해 그의 기력은 더 좋아지는 듯했다. 장하리는 이 남자가 흡사 자신의 기운을 빨아먹는 요괴처럼 느껴졌다.그렇게 나흘이 지나 마침내 장하리의 간곡한 요청에 서주혁은 하룻밤 쉬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대신 열 번이나 ‘여보’라고 부르는 걸 강요하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날 밤에는 서주혁에게 휘둘리지 않고 마음껏 잠을 청할 수 있었다.한밤중이 되어 갑자기 잠에서 깬 장하리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옆을 더듬어 보았다.서주혁이 침대에 없었다. 일어나서 살펴보니 베란다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장하리는 조용히 그곳으로 걸어갔다.베란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그 틈새로 서주혁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돌아온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상대방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서주혁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손에 든 라이터를 만지작거렸다.“왜? 소준호가 자기한테 붙여준 여자가 마음에 안 든대? 그 여자는 그래도 재벌가 딸인데.”비록 사생아이긴 하지만 제 몫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사람이다. 소준호에게는 과분한 상대였다.장하리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서주혁은 이곳에 누가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요즘 너무 행복해서 경계를 풀어버린 상태였다.“그 여자가 싫다면 다른 여자를 붙여 줘. 그 자식이 돌아오지
장하리는 마음이 너무나 혼란스러워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서주혁은 장하리를 꼭 끌어안더니 그새를 못 참고 손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하리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이내 서주혁에게 안겨 그의 몸 위에 앉아버렸다.장하리는 이제 막 깨어난 척하며 중얼거렸다.“하기 싫어요.”그녀는 서주혁의 가슴에 완전히 엎드린 채 그를 내리눌렀지만 그는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이렇게 안고 잘게요.”그 말을 들으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대체 서주혁의 어떤 모습이 진짜인 건지 장하리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이렇게 엎드려 있는 게 편했다.어둠 속에서 서주혁이 나지막이 말했다.“여보.”장하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 서주혁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쉬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안 되겠어요. 당신이 너무 향기롭잖아.”그 말에 장하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화가 난 그녀는 서주혁을 힘껏 꼬집었다. 그러나 그의 신음이 들려오자 다시금 힘이 빠져버렸다.“왜 그래요?”“너무 아파서... 부러졌어요.”서주혁은 정말 괴로운 것처럼 보였다.장하리는 그의 몸에서 내려와 옆에 누웠다. 마음이 너무나 복잡했다. 서주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녀가 다가오지 않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요?”그러나 장하리는 돌아누워 등을 보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주혁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다시 끌어안았다.“거짓말이에요. 안 부러졌어요.”장하리는 여전히 말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이 맴돌았지만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묻고 싶지 않았다.서주혁이 그녀를 얻기 위해 어리석은 짓을 벌였다는 걸 알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어차피 부모님은 유럽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고 여러 사진을 보내오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소준호에게 다른 여자와 자도록 조치했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마치
장하리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서주혁의 계획이 아니라면 그녀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근데 어젯밤 당신이 전화할 때 분명히 다 당신이 계획한 거라고 했잖아요...”“그들이 술자리에서 모일 때 내 사람이 부추겼을 뿐이에요. 하지만 그 여자가 먼저 소준호에게 접근해 약을 먹인 건 내 예상 밖이었어요. 나를 못 믿어요?”장하리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가슴이 쿡쿡 아파지기 시작했다.“아니요, 믿어요.”서주혁은 그녀를 꼭 안았다. 장하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그의 눈빛은 이미 깊은 어둠에 빠져들었다. 자신이 방심한 걸 깨달은 그는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당신 부모님을 유럽으로 보내드리고 사람을 붙인 건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보호 차원에서 그런 거예요. 보세요, 부모님 정말 즐겁게 지내시잖아요. 근데 당신은 강성에서 만난 날부터 가족에게 너무 의존했어요. 부모님이 계셨다면 절대 제원에 따라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미안해요, 여보. 내가 일부러 그런 건 맞아요. 차라리 때리고 욕해도 좋으니 제발 나를 무시하지는 말아 주세요.”서주혁의 자세는 한없이 낮아져 있었다. 만약 외부인이 이 모습을 봤다면 분명 충격받았을 것이다. 그동안 서주혁이 얼마나 냉혹한 사람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냉혹함이 다 사라진 것처럼 장하리 앞에서 유연하게 변해 있었다.이쯤 말이 나왔으니, 장하리도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사실 그가 말한 것처럼 그저 소준호 사건에서 손을 놓고 있었을 뿐이고 단지 그녀를 제원으로 데려오기 위해 몇 가지 계략을 쓴 것뿐이었다.결국 그가 그녀를 좋아해서 그런 거니까.“그거 말고도 나한테 숨긴 게 더 있나요?”장하리는 몸을 돌려 서주혁의 얼굴을 마주 보고 말했다.“있다면 지금 전부 말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알게 됐을 때 정말 화낼 거예요.”서주혁의 눈에 잠시 무언가가 스쳐 갔지만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없어요.”“정말요?”“네.”장하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그가 한 일은
다음 날 아침. 장하리는 눈을 떴을 때 온몸이 쑤시고 뻐근했다. 서주혁은 너무 오래 집에만 있었기에 오늘은 회사를 나가야 했다.떠나기 전 서주혁은 장하리의 얼굴을 감싸고 연신 입맞춤을 했다. 장하리는 그의 지나친 애정 표현이 익숙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됐어요. 빨리 가요.”서주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을 나섰다. 그가 떠나자 장하리는 최선을 다해 서보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다만 그날 밤 보았던 건물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한 번쯤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었으나 서보겸을 두고 가기가 마음에 걸려 그에게 물어보았다.“보겸아, 우리 나가서 잠깐 바람 쐬고 올까?”서보겸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안아달라고 두 팔을 내밀었다. 장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품에 안았다.“그럼 우리 잠깐 나갔다 와서 다시 생존 게임 하자, 어때?”“엄마, 뭐하든지 보겸이, 응원해요.”요즘 서보겸이 말하는 단어가 부쩍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장하리와 서주혁이 함께 있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얼굴에 기쁜 표정이 더 자주 보였다. 장하리는 처음엔 이 아이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걱정했었다. 워낙에 서보겸은 그의 엄마가 남기고 간 강아지 아리를 무척이나 사랑했고 게다가 엄마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신의 존재가 이 아이에게 무언가 불편함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하지만 며칠 함께 지내며 장하리는 그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보겸이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반짝이는 눈망울은 말보다도 훨씬 솔직했다. 장하리는 이 아이와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그녀는 서보겸을 차에 태우고 이번에는 직접 운전했다. 운전기사는 따로 부르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서주혁의 사람이란 걸 대충 짐작했고 게다가 그날 밤 서주혁의 상태가 몹시 이상했기 때문에 일부러 운전기사에게 거짓말을 했다.“저랑 보겸이 잠깐 별장 주변만 한 바퀴 돌고 올게요. 주혁 씨에겐 말하지 말아 주세요.”
서보겸은 엄마의 생각을 존중했다. 엄마가 가고 싶다면 그냥 가면 되는 일이었다.그 두 장의 혼인관계증명서처럼 엄마가 보고 싶다면 언제든 볼 수 있었다.엄마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는 언제나 전폭적으로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장하리는 온몸이 굳었다. 올라가서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저항감이 솟아났다.마치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지금의 행복이 금방이라도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서주혁의 통화 내용을 우연히 엿들은 후부터 그녀는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서주혁 같은 남자가 누구에게 첫눈에 반할 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분명 굉장히 적극적으로 행동했다.장하리는 어리석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예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였는지 그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지금 서주혁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때도 모든 수단을 다 써서 그녀를 떠나게 했던 걸까?그녀는 차마 그 생각을 깊이 들여다볼 용기가 없었다.장하리는 매우 영리했다. 4년이라는 시간은 그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서주혁에게 기회를 준 건 그녀였다. 솔직하지 않았던 건 서주혁이었다.반승제도 인내심이 많았다. 그녀가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제 서보겸이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한 걸 보니 그녀와 서주혁의 관계가 꽤 진전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지금 이곳에 온 것도 서주혁은 모를 가능성이 컸다.반승제는 서주혁과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기에 그의 성격을 모를 리 없었다. 좋아하지 않을 때는 무정하게 굴다가도 일단 좋아하게 되면 극도로 집착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장하리를 자기만의 공간에 숨긴 것도 그녀가 자신을 절대적으로 사랑하기 전까지는 세상에 내보내지 않으려는 서주혁다운 행동이었다.지금 장하리는 분명 몰래 나온 것이었다. 그녀도 이미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세 사람은
서수연은 이 근처에서 오래도록 기다렸다. 귀국한 이후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장하리를 찾아 헤맸다.서주혁이 머무는 별장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회사로 올 수밖에 없었다. 장하리가 언젠가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러 올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성혜인과 장하리는 아주 가까웠으니 말이다.결국 하늘도 서수연의 간절함에 응답해 준 걸까. 서수연은 드디어 이 파렴치한 여자를 찾아냈다.장하리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그녀에게 내던졌다.“더러운 년, 감히 숨어있어? 말해두겠는데, 네가 아무리 우리 오빠 애를 낳았다고 한들 서씨 가문에서는 절대 너를 인정하지 않아! 예전에는 한심하게도 우리 오빠 사랑을 구걸하며 개처럼 비굴하게 굴더니 결국 어땠어? 우리 오빠가 너를 감방에 처넣었잖아. 하하! 그때 아주 고통스러웠지? 정말 안됐네, 우리 오빠는 널 사랑하지 않아. 네가 서보겸이라는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진작에 널 잊었을 거야. 지금 오빠가 너한테 돌아온 것 같아? 아니. 넌 단지 서보겸이 엄마로서 남아 있을 뿐이지, 그 이상은 아니야! 너는 그냥 도구야, 도구!”서수연은 숨도 쉬지 않고 독설을 퍼부었다. 눈빛은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장하리의 코끝엔 커피 향만이 가득했다. 머릿속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주변은 온통 혼란스러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장하리는 서수연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서수연의 옆에는 며칠 전 집을 찾아왔던 여사가 서 있었다.명희정은 서수연의 손을 잡아당기며 한숨을 내쉬었다.“수연아, 여긴 왜 또 왔어? 네 오빠가 분명히 말했잖니. 더 이상 저 여자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나도 저 여자가 싫긴 하지만 지금 네 상황이 좋지 않잖아. 네 오빠가 또 너를 해외로 보내면 어쩌려고 그래?”“엄마, 뭐가 걱정이에요? 오빠가 날 해외로 보낸다고 해도 거기서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에요. 하지만 이 천
서수연이 장하리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서보겸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이 천한 자식, 당장 비키지 못해?!”서수연은 서보겸을 거칠게 밀어냈다. 아직 키가 작은 서보겸은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부딪쳤고 그 충격으로 이마에서 금세 피가 흘러내렸다.장하리는 처음에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 장면을 목격하자마자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졌다.“보겸아?”서수연의 눈가에 한순간 기쁨이 스치더니 그녀는 손을 들어 장하리의 뺨을 후려쳤다.“잘됐네! 원래 이 잡종 같은 놈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 네가 낳은 자식이 서씨 가문의 재산을 이어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당장 꺼져, 너희 둘 다 내 눈앞에서 썩 꺼져 버려!”장하리는 서보겸의 상태가 너무 걱정되어 서수연의 손길을 피할 새도 없이 그대로 뺨을 맞았다. 하지만 서수연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근처에 있던 의자를 들어 장하리의 머리를 내리쳤다.순간 카페 안의 손님들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이미 누군가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다.쾅!의자가 머리를 강타하자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가며 장하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이 광경을 목격한 명희정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다급히 서수연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너 정말 미쳤어! 이러다 진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 그냥 뺨 한 대 정도로 끝냈어야지, 이렇게 심하게 때리면 어쩌자는 거야! 네 오빠가 알게 되면 또 널 해외로 보내버릴 거라고!”서수연은 그제야 마음속 분노가 조금 풀린 듯 웃으며 말했다.“보내면 보내라지. 나는 외국에서도 잘만 지낼 수 있어. 차라리 장하리가 이대로 불구가 되거나 바보가 됐으면 좋겠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해 장하리와 서보겸을 병원으로 이송했다.카페 안의 난동 장면은 성혜인도 CC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분노에 휩싸여 즉시 병원으로 향했다.한편, 서주혁 역시 그 소식을 듣고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병원으로 달려갔다.장하리와 서보겸 모두 응급실에서 치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