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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3화 흙으로 돌아가라.

다른 아이들은 아직 죽음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신기하게도 서보겸은 죽음에 대해 알고 있었다.

예전에 서주혁은 한밤중에 술에 취해 인쇄된 장하리의 사진을 꺼내 오랫동안 침대에 앉아 묵묵히 사진을 닦은 적이 있었다.

그때 잠에서 깨어난 서보겸은 동그란 눈을 뜨고 사진 속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서주혁이 서보겸에게 알려주었다.

“이 사람이 바로 네 엄마야.”

서주혁은 전에 휴대폰에 있는 장하리와 관련된 사진을 모두 삭제해버렸다. 정말 한 장도 빠짐없이 모두 삭제해버렸다. 하여 그 사진도 성혜인을 통해 겨우 얻은 사진이었다. 그때 성혜인에게 한참 동안 욕을 먹었던 건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 사진은 그들이 갖고 있는 장하리의 유일한 사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날은 서보겸이 처음으로 엄마의 얼굴을 알게 된 날이었다.

과거, 서보겸은 마음속으로 엄마의 얼굴을 그리며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자신에게 물었다.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왜 그를 보러 오지 않는 거지?

자신이 너무 못생겼다고 생각해서?

하지만 이 사진 속 여인은 분명 부드럽고 어여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겸아, 아빠가 미안해. 네 엄마는 먼 곳으로 떠나 버렸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TV를 봤는데 보통 어른들이 아이에게 이 말을 할 때 사진 속의 사람은 죽었다는 뜻이다.

흙 밑에 묻혀 어른들은 이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확실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로 서보겸은 단 한 번도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만났다. 살아있는 사람으로, 사진과 똑같은 모습으로.

그리고 서주혁은 서보겸의 그 말을 들었을 때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곧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미 술에 취했을 때 아이에게 장하리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나 서보겸은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을 한눈에 기억했다.

그러니 서주혁의 기억 속, 서보겸은 단 한 번도 장하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하여 지금도 엄마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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