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880화 만남

Author: 민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10 18:00:00
그 말을 들은 장민철은 안색이 환해지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래그래, 네 엄마랑 혼수는 다 준비해뒀다. 가장 중요한 건 그 녀석이 우리 집 근처에서 사는 거다. 나중에 결혼한다고 해도 집에 돌아오고 싶으면 10분이면 올 수 있잖으냐. 얼마나 편해. 그리고 최대한 외지 사람은 찾지 말아. 나중에 혹여나 괴롭힘당해도 나와 네 엄마가 바로 해결해줄 수가 없잖니.”

“네, 알겠어요. 저도 그 남자에게 호감 있었어요.”

그날 밤, 장민철은 즉시 추미현과 상의하여 장하리에게 단독으로 집을 사주기로 했는데 좋기는 같은 동네에 장하리의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장하리와 그녀의 남편이 묵을 신혼집이지만 본가와도 가까워 그들 노부부도 언제든지 장하리를 보러 갈 수 있다.

노부부는 곧 수중의 돈을 세기 시작했고 즉시 아파트 단지 내에 매물이 있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현재 마침 매물 한 채가 판매 중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그들은 내일 바로 집 상태를 보러 가겠다며 예약을 해두었다.

그리고 그날 밤, 장하리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꿈속에는 웬 희미한 낯선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는데 그 정체를 확인하려 아무리 노력해봐도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희미하기만 했다.

깨어났을 때 식은땀이 흐르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장하리는 손을 들어 미간을 문질렀다.

너무 현실적인 꿈이었다. 정말 당황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그때, 다행히 휴대폰이 울리고 확인해보니 발신자는 다름 아닌 소준호였다.

그리고 소준호가 바로 현재 장하리가 호감을 가지고 만나고 있는 남자이다.

두 사람은 전에 한 행사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소준호는 피아노 선생님으로서 매우 온화하고 우아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그의 전화를 받은 뒤, 장하리는 곧바로 찝찝한 느낌을 털어내고 욕실로 들어가 씻고 외출 준비를 하였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소준호의 차는 이미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다급히 조수석에 앉아 조금 빨개진 볼을 애써 감추며 설명했다.

“죄송해요. 어젯밤에 악몽을 꾸는 바람에 조금 늦게 일어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81화 뼛속에 새겨진 그녀의 모습.

    두 손으로 서주혁의 목을 꼭 껴안은 서보겸의 눈빛은 새까맣고 하염없이 맑았다.서주혁은 그가 배가 고픈 줄로만 알고 계속하여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관광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면서 무심코 아래층을 훑어본 그의 시선은 곧 한 여자의 뒷모습에 머무르게 되었다.지난 4년 동안, 뼛속에 새겨질 정도로 그리워하던 장하리의 얼굴, 뒷모습, 그리고 목소리까지.이렇게 먼 거리를 두고도 그는 여전히 심장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서보겸을 안고 있던 손에도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몇 초 후, 그는 엘리베이터 하강 버튼을 미친 듯이 누르기 시작했다.이때 버튼을 누르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서주혁을 안내해주던 호텔 지배인은 옆에서 그를 지켜보며 엘리베이터는 목표 층에 도달해야만 다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감히 입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하지만 서주혁이라고 과연 이걸 모를까?단지 너무 당황하여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급한 마음에 연달아 누른 것이다.엘리베이터가 마침내 1층에 도달하고 그는 서보겸은 품에 안은 채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방금 장하리가 서 있던 곳까지 달려나갔지만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는데 그때, 온시환의 전화가 걸려왔다.“어, 왜 그래?”“어제부터 네 어머니께서 나와 승제에게 너와 결혼할 사람을 물색해 달라고 계속 전화하셔. 너 정말 결혼할 생각이야?”지난번 서주혁의 태도가 워낙 애매해 승낙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하지만 서보겸과 이 일에 대해 말해본 결과, 그의 대답은 명확한 거절이었다.“안 할 거야. 애초에 보겸이도 새엄마를 원하지 않는다고.”말이 끝나자마자 서보겸이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엄마.”이는 오랜 시간이 흘러 서보겸이 처음으로 이 단어를 입에 올린 것이었다.그러나 서주혁의 마음은 그 단어 하나에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그는 애써 심호흡을 하며 온시환에게 입을 열었다.“아니야. 보겸이와 다시

    Last Updated : 2024-10-10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82화 엄마 봤어요.

    피아노 가게 사장은 옆에서 필사적으로 제품을 소개했고 또 옆에 있던 소준호를 그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다.“대표님, 저희 가게 최고의 피아노 선생님인데 피아노 음색 테스트를 맡기셔도 됩니다.”이윽고 서주혁의 시선은 자연스레 몇 초간 소준호에게 머물렀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보겸을 옆에 있는 소파에 내려놓았다.소준호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피아노 옆에 앉아 손끝을 가볍게 움직이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그는 예전에 국내에서 연수를 간 적이 있었기에 연주 실력은 정말 훌륭했다.한 곡을 연주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장하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마침 서주혁은 피아노를 보고 있으니 소준호는 얼른 기회를 틈타 다른 한쪽에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응, 하리야, 무슨 일이야?”“아, 준호 씨, 죄송하지만 제 가방을 당신 차에 두고 와서 제가 당신 가게 밖으로 가서 가져올게요.”“그래,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가게 사장은 아직도 서주혁에게 말을 걸며 제품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그 뒤로, 서주혁은 더 이상 소준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그와 달리 서보겸의 시선은 줄곧 그에게만 쏠려있었다.소준호 역시 이를 알아차리고 불편한 듯 안절부절못했다.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리는 것을 보니 장하리가 도착한 모양이다. 서주혁을 힐끔 바라보니 그는 이미 결제하고 있었고 이제 괜찮겠다 싶어 소준호는 옆에 있는 유리문을 열고 바깥 도로로 나갔다.장하리는 직접 택시를 타고 왔는데 차에서 내린 후 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준호 씨 차는 어디 있어요? 아까는 차에서 내릴 때 저도 정신이 없었나 봐요.”소준호는 자신의 차로 달려가 장하리의 가방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장하리는 가방을 받으며 자연스레 피아노 가게를 바라보았다.거대한 쇼윈도를 사이에 두고, 그녀는 가게 안의 서보겸과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그 순간, 소파에 앉아있던 서보겸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그러나 장하리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

    Last Updated : 2024-10-10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83화 흙으로 돌아가라.

    다른 아이들은 아직 죽음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신기하게도 서보겸은 죽음에 대해 알고 있었다.예전에 서주혁은 한밤중에 술에 취해 인쇄된 장하리의 사진을 꺼내 오랫동안 침대에 앉아 묵묵히 사진을 닦은 적이 있었다.그때 잠에서 깨어난 서보겸은 동그란 눈을 뜨고 사진 속 여자를 쳐다보았다.그리고 서주혁이 서보겸에게 알려주었다.“이 사람이 바로 네 엄마야.”서주혁은 전에 휴대폰에 있는 장하리와 관련된 사진을 모두 삭제해버렸다. 정말 한 장도 빠짐없이 모두 삭제해버렸다. 하여 그 사진도 성혜인을 통해 겨우 얻은 사진이었다. 그때 성혜인에게 한참 동안 욕을 먹었던 건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그렇게 그 사진은 그들이 갖고 있는 장하리의 유일한 사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날은 서보겸이 처음으로 엄마의 얼굴을 알게 된 날이었다.과거, 서보겸은 마음속으로 엄마의 얼굴을 그리며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자신에게 물었다.엄마는 어떤 모습일까?왜 그를 보러 오지 않는 거지?자신이 너무 못생겼다고 생각해서?하지만 이 사진 속 여인은 분명 부드럽고 어여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보겸아, 아빠가 미안해. 네 엄마는 먼 곳으로 떠나 버렸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TV를 봤는데 보통 어른들이 아이에게 이 말을 할 때 사진 속의 사람은 죽었다는 뜻이다.흙 밑에 묻혀 어른들은 이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확실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그 이후로 서보겸은 단 한 번도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만났다. 살아있는 사람으로, 사진과 똑같은 모습으로.그리고 서주혁은 서보겸의 그 말을 들었을 때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곧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미 술에 취했을 때 아이에게 장하리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나 서보겸은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을 한눈에 기억했다.그러니 서주혁의 기억 속, 서보겸은 단 한 번도 장하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하여 지금도 엄마가 보

    Last Updated : 2024-10-11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84화 얼마나 괴로웠으면

    한참 뒤 3분 정도 지나서야 서주혁은 앞 좌석에 있던 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지금 당장 CCTV를 확인해보세요.”“예, 대표님.”장하리는 아직 자신이 찍힌 줄도 모르고 집에 돌아온 후 여유롭게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그런데 그때, 유치원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최근에 강성 투자자의 아들이 유치원에 오기로 했는데 기회를 얻고 싶은 선생님은 신청서 한 장을 작성해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3대 이내의 가정 상황까지 명확하게 작성해야 하는 걸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장하리 선생님, 이건 절대 위조하면 안 돼요. 교육청에서 다 검사해볼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다들 여기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번 기회가 정말 좋은 기회라는 건 저희도 알아요. 그래서 이 말은 모든 선생님에게 말씀드렸어요. 다들 공정하게 경쟁하라고.”“양식은 각 선생님 메일로 전부 발송했으니 오늘 밤 9시까지 작성해서 제출하세요.”장하리는 원래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으니 재빨리 답장을 보내주었다.“죄송하지만 4년 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전 반응이 남들보다 반 박자 느려 신청하지 않겠습니다.”“확실해요? 만약 투자자 마음에 들면 당신에게 직접 별장 한 채를 선물할지도 모른다고요.”“확실해요. 신청하지 않겠습니다.”“그래요, 장하리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이 이 자리 하나 때문에 얼마나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지 모르죠?”그러나 장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마디 얼버무리더니 단호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저녁 무렵, 그는 소준호와 함께 외식하기로 약속했기에 팩하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가 자신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웬 고급 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보기만 해도 값어치가 꽤 될 것 같은 고급 차다.‘비록 이 동네가 강성시내의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걸핏하면 몇십억짜리의 차를 몰만 한 사람은 없을 텐데...’그러자 곧바로 의심을 저 멀리 털어내고 장하리는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하며 소준호를 기다렸다.같은 시각,

    Last Updated : 2024-10-11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85화 이쯤 하면 물러가리라 생각했는데

    그 순간, 줄곧 미소를 짓고 있던 장하리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이 사람 뭐지? 예의상 한 말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소준호도 당황한 듯 멈칫하더니 이내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더듬었다.“하지만 오늘은 좀...”이는 너무나도 명백한 거절이었고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의 말에 따라 순순히 넘어가 줄 것이다.그러나 서주혁은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밥 먹으러 가실 거면 저도 끼워주시죠.”그 말에 소준호는 금방 알아차렸다. 아, 일부러 찾아온 거구나.그런데 왜? 어제 사간 피아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장하리는 소준호가 거절하기 어려워하자 바로 앞으로 나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선생님, 죄송하지만 오늘은 곤란합니다. 저희도 두 사람만의 데이트라 외부인을 데려갈 수는 없어요. 정말 가이드가 필요하신 거면 다른 사람을 소개해 드릴 수도 있고 다른 날도 괜찮습니다.”여기까지 말했으면 눈치를 채고 물러가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서주혁은 오히려 복잡한 시선으로 장하리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볼 뿐이었다.그렇게 한참 후에야 남자는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당신들... 어떤 사이입니까?”목소리는 말라붙은 땅처럼 갈라져 있었고 눈 밑에 서린 감정은 조금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다.조금 이상해 보이는 서주혁의 모습에 장하리가 눈살을 찌푸리자 소준호가 다급히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곁에 세워주며 답했다.“대표님, 하리는 제 여자친구입니다. 혹시 피아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거면 저희 가게에서 환불, 혹은 다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소준호는 장하리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이는 두 사람 사이에 처음으로 손을 잡는 것이었다.워낙 얼굴이 얇은 장하리는 갑작스러운 고백에 얼굴을 붉혔다.하지만 소준호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고 고개를 돌려 몰래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먼저 차에 타.”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타려고 돌아섰을 때, 서주혁의 언성이 높아지고 으름장을 놓는 듯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장하리!”그 세 글자

    Last Updated : 2024-10-11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86화 감시 카메라

    장하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마치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이때 소준호가 물어봤다.“하리야, 아버님이랑 어머님께서 지난번에 건강검진 받으셨다고 하셨잖아. 결과는 어땠어?”“괜찮아요. 부모님 두 분 다 건강하세요.”“너는? 너도 그때 검진받았잖아. 결과 나왔어?”“네, 저도 괜찮아요.”소준호는 그제야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장하리에게 새우를 하나 까서 건넸다.그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성품이 항상 부드럽고 친절했다. 서른 살이 된 지금, 남자나 여자나 가장 매력적인 시기였다.소준호와 식사를 할 때마다 그는 항상 장하리를 세심하게 챙겨줬다.이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는 평온하고 소박한 행복이었다. 부모님의 말씀대로 소준호의 집이 강성에 있어서 결혼 후에도 서로 왕래하기가 편리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할까 봐 걱정했던 장하리는 멀리 타지로 시집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오늘 그녀는 소준호와 진지하게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정식으로 관계를 확정 지으려고 했다.하지만 근처에 누군가 있었고 그 사람은 눈에 띄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그래서 장하리는 차마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서주혁은 음식을 시켜놓고는 젓가락을 들지도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마치 사람 형태의 감시 카메라처럼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장하리가 가끔 그를 힐끗 쳐다볼 때마다 그의 시선과 맞닥뜨렸다.그럴 때마다 그녀는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결국 이 식사는 반 시간 정도 만에 끝이 났고 장하리는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준호 씨, 우리 그냥 일어나요.”소준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사실 제대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평소 성격이 좋았던 그마저도 서주혁이 정말 문제가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계산을 마친 후에도 장하리는 뭔가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소준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직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소준호가 먼저 장하리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하리야,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아. 나는 받아들일 준비

    Last Updated : 2024-10-11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87화 장하리 선생님

    다음 날 아침 6시, 교장 선생님이 장하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장 선생님, 오늘은 꼭 단정하게 입고 오세요. 윗분들도 이 일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으니, 우리 유치원이 투자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내년엔 정부로부터 많은 예산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치마는 입지 말고 여성 직장인답게 바지 정장과 셔츠를 입으세요.”장하리는 이마를 짚으며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장 선생님, 이번 일은 꼭 신경 써주세요. 저도 여러 방면에서 압박을 받는 상황이에요.”“네, 알고 있어요.”장하리는 이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옷장 속에서 여성용 정장을 꺼내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이 일로 장민철과 추미현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유치원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어젯밤부터 준비에 들어간 유치원은 청소가 깔끔하게 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장하리가 자신의 반으로 들어가자 반에는 이미 색색의 풍선들이 걸려 있었다.그녀는 근처에 있던 직원에게 물었다.“이런 건 굳이 안 걸어도 되지 않나요? 너무 과한 것 같아요.”“교장 선생님과 윗분들 뜻이에요.”장하리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교사일 뿐이니까.마침 전아영과 몇 명의 동료들이 장하리 옆을 지나갔는데 그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모두가 그 아이가 장하리의 반으로 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장하리는 교사들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몰래 신청을 한 것이다. 전형적인 착한 척하는 여자였다.평소부터 장하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전아영은 더더욱 비꼬듯 말했다.“어떤 사람은 자기는 신청 안 했다고 하더니, 뒤에서는 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얼마나 많이 했을까요?”주변 사람들도 속으로 불편해했다. 누구나 이번 기회가 승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았기에 장하리의 이런 행동은 기만적이었다.“그러니까요. 뭘 숨기려고 했는지 모르겠네요. 우리한테까

    Last Updated : 2024-10-12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88화 연애하는 모습

    장하리는 예의상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서주혁은 그녀의 하얀 손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 장하리는 그의 손끝이 살짝 떨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지만 그의 품에 안긴 아이가 꽤 귀엽고 얌전해 보여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앞으로 보겸이가 저희 반 아이로 지내게 되면 제가 잘 돌보겠습니다.”주변의 다른 선생님들은 그저 침묵했다. 아무도 이 투자자가 이렇게 잘생긴 줄 몰랐고 그가 안고 있는 아이도 사랑스럽기만 했다. 소문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4년 전에 세상을 떠났으며 아직 아이에게 새엄마를 찾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제원에서도 손꼽히는 대부호였다. 혹시라도 그와 연결될 수 있다면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전아영이 가장 먼저 나섰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말했다.“서 대표님, 저희 유치원에 와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정말 영광입니다.”하지만 서주혁은 그들을 보지 않고 계속 장하리를 응시했다. 장하리가 어색하게 웃고 있는 걸 본 서주혁은 말을 꺼냈다.“정말요? 장 선생님에게도 영광인 건가요?”그는 그렇게 말하며 장하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장하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강성 전체가 서 대표님이 오신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그러나 그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하지는 않았다. 교장은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걱정이 되어 서둘러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서 대표님, 이쪽으로 오시죠. 먼저 교실을 둘러보시면 좋겠습니다.”그제야 서주혁은 시선을 거두고 잠시 장하리를 놓아주었다. 그는 서보겸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보겸아, 장 선생님께 인사드려야지.”서보겸은 고개를 들어 장하리를 바라봤다. 장하리는 서둘러 몸을 낮추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녕, 보겸아. 이제 내가 네 선생님이야. 교실에서는 울면 안 돼. 알았지?”서보겸의 눈빛은 서주혁과 똑같이 진지했다. 장하리는 속으로 ‘역시 부전자전이네’라고

    Last Updated : 2024-10-12

Latest chapter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4화 내면의 평정을 잃지 않은 사람

    강민지와 대화를 마친 후, 공지민은 눈에 띄지 않는 한쪽 구석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온시환은 이미 누군가에게 끌려가 술을 마시고 있었고 떠나기 전 공지민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주며 자리를 벗어나지 말라고 당부했다.소파에 앉아 있던 공지민의 시야에 원아정과 몇몇 여성이 들어왔다. 원아정은 마치 공지민을 못 본 척 지나치려는 듯했지만 그녀 옆의 몇몇 여자는 공지민이 낯설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그중 한 명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원아정의 곁을 맴돌던 오예슬이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오예슬은 공지민이 온시환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공지민을 보자마자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어머나, 아정아, 저기 좀 봐. 저 사람 우리 고등학교 때 제일 인기 많았던 공지민 아니야?”오예슬은 거의 뛰다시피 공지민 앞으로 다가가선 위압적인 태도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공지민,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설마 여기 직원으로 지원하려고 온 건 아니겠지?”공지민의 옷차림을 보면 그런 말이 어불성설이었지만 오예슬은 그녀를 비하하고 싶어 일부러 그런 말을 내뱉었다.공지민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예슬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지민을 괴롭히며 쾌감을 느껴왔고 지금의 무시당하는 태도는 그녀에게 모욕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과거 공지민이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술을 공지민에게 그대로 부어버렸다.공지민은 피할 새도 없이 머리에 술을 뒤집어썼다.“어머, 미안해. 내가 잔을 제대로 못 들었나 봐.”오예슬은 원아정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에 이런 행동을 했고 이는 과거에도 그녀가 원아정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주 하던 짓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지민을 굴욕 주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원아정에게 자신의 행동을 자랑하려 돌아섰다.하지만 공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오예슬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발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3화 꽤 능숙한가 봐요

    원아정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더니 마치 친한 친구인 양 공지민의 팔짱을 끼었다.“그럼 다행이네.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것도 내 생일 파티에서라니 정말 놀랍다. 앞으로 자주 보자. 나도 제원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래도 우리는 서로 잘 아는 사이잖아.”“좋아.” 공지민은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온시환은 공지민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가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바랐다. 그래야 그녀가 구은우의 일은 조금이라도 덜 떠올릴 테니 말이다.구은우의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건 연승혁이 배후라는 것뿐이었다. 연승혁은 현재 굉장히 높은 지위에 있었고 그를 건드린다면 필연적으로 원씨 가문까지 적으로 돌리게 될 터였다. 두 가문이 힘을 합친다면 온시환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공지민이 잠시라도 구은우를 내려놓고 평온히 지내기를 바랄 뿐이었다.원아정은 고개를 숙여 공지민의 귀에 속삭였다.“몇 년 못 봤는데, 그새 너 남자 꼬시는 재주가 이렇게 늘었을 줄은 몰랐네. 죽어서 바다에 가라앉은 은우가 이 꼴을 보면 편히 눈을 감을 수나 있을까?”가볍게 상처를 후벼 파는 말이었다. 하지만 공지민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너도 이제 곧 결혼하잖아. 과거의 남자에게 얽매이는 건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은데?”원아정의 얼굴에 미소가 굳고 입술이 살짝 일그러졌다.공지민은 손에 든 잔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승혁 씨 같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약혼녀가 다른 남자를 자꾸 떠올리는 걸 달가워하지 않을 거야. 넌 원씨 가문에서도 딱히 기댈 곳이 없어 보이던데. 원진 씨가 너에게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더라고.”이 일은 모두가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원진은 철저하고 냉혹한 사람으로, 상대에게 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원진에게 반감을 품은 이들도 많았다.원아정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대신 네가 시환 씨랑 이혼하고 나서 어떻게 살지나 잘 고민해.”그녀는 그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2화 화난 거 아니지?

    온시환은 단지 그녀가 식견을 넓히려 한다고만 생각할 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밤이 되어 두 사람이 잠자리에 들 때, 온시환은 그녀를 품에 안고 천천히 그녀의 옷 끈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지민은 몸을 돌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싫어요.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온시환의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서두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짧게 대답했다.“알았어.”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잠에 들었다.원아정의 생일 파티는 초대받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공지민은 몇몇 스타일리스트에게 둘러싸여 오늘 밤을 위한 스타일링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밤 원아정을 만나면 상대가 얼마나 화를 낼지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일 파티인 만큼 원아정이 직접적으로 화를 내지는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위에 원진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공지민은 이 며칠 동안 온시환에게 원진에 대해 물어보며 정보를 얻어냈다. 원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원진을 두려워했고 원아정도 예외는 아니었다.원진이 있는 한 원아정이 함부로 굴 수는 없을 터였다. 게다가 오늘 밤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자리라 원진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다.먼저 스타일링을 마친 온시환은 공지민이 몸에 꼭 맞는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자 순간 눈빛이 반짝이며 숨소리마저 떨렸다. 매끈한 허리선을 드러낸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지민아, 오늘 정말 아름다워.”온시환은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공지민은 말없이 그와 함께 차에 올랐다.원씨 가문의 저택은 제원에 위치해 있었는데 몇 년 전에 구매한 곳이라고 했다. 오늘 밤의 파티는 바로 그 저택에서 열리고 있었다.공지민은 온시환의 손에 이끌려 차에서 내렸다. 저택 입구에 주차된 화려한 차들을 보니 이 파티의 주최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린 공지민은 온시환을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화려한 홀 안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대화가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1화 이참에 세상 구경 좀 하게

    오하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던 가방을 집어 들었다.“지민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야. 은우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나도 알아. 사실 난 한 번도 잊어본 적 없어. 오늘 밤 원아정을 만나고 은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아? 그런데 넌 이런 세월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너라는 애는 참으로 밉지만 그래도 넌 진심으로 은우를 좋아했잖아. 은우는 한때 네 사람이었고, 넌 나보다 천 배는 더 괴로웠겠지... 미안해.”그 말을 끝으로 오하윤은 자리를 떠났다. 가슴은 여전히 저릿저릿했다.만약 자신이었다면 그녀는 아마 절망 속에 빠졌을 것이다.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오하윤은 먼 곳을 바라보며 인생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느꼈다. 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을 내버려두지 않는 걸까...한편, 공지민은 자리에 앉아 말없이 주스가 담긴 컵만 바라보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공지민은 입술을 감쳐물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온시환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지금은 꽤 늦은 시간이었다. 그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온시환과 연승혁이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공지민은 그가 왜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가 그의 친구에게 복수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겠는가.‘남자는 결국 믿을 게 못 돼.’가슴 속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다시는 온시환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공지민은 끝내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온시환은 한참 기다리다가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나 화나게 하지 마. 구은우의 일은 아직 조사 중이니까, 너도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그 메시지를 읽은 공지민은 어이가 없었다. 온시환은 분명 누가 구은우를 해쳤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녀를 계속 속이려는 것이 뻔했다.공지민은 속눈썹을 지그시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0화 아직도 널 미워하고 있어

    반승제는 순간 멍해졌다. 예전 일을 떠올리려 했지만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그저 자신은 성혜인을 선택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뿐이었다.“시환아, 내 충고를 하나 하자면, 진심으로 지민 씨를 감동시키는 데 집중해. 억지로 잡으려고 하다간 너도 서주혁처럼 될 거야.”온시환은 순간 말을 잃었다. 사실 그도 두려웠다.하지만 공지민은 죽은 사람에게 마음이 묶여 있는 데다 자신의 진심 따윈 조금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반승제가 전화를 끊자 온시환은 한숨을 내쉬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잠시 후, 그는 자신의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공지민을 풀어주라고 지시했다.그렇게 공지민은 바로 오하윤을 만나러 갔다.오하윤은 그녀에게 과일 주스를 따라 주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나 오늘 원아정 만났어. 너도 기억하지? 고등학교 때 널 화장실에 가둬놓고 물을 끼얹으라고 시킨 애 말이야.”공지민이 원아정을 잊을 리 없었다. 원아정은 모든 악몽의 시작이었다.그때 원아정은 화장실로 그녀를 몰아넣고 옷을 벗기라고 명령했으며 사진을 찍어 협박했다. 그 이후 괴롭힘은 점점 더 악랄해졌다.공지민은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저 묵묵히 참으면 지나갈 거라 믿었지만 어느 날 원아정은 의자에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며 명령했다.“공지민, 너랑 은우가 원래 아는 사이라며? 지금 무릎 꿇고 빌어. 안 그러면 네 사진을 모두에게 뿌려서 네가 어떤 년인지 보여줄 거야.”그녀는 그런 고등학생은 본 적이 없었다. 고고한 척하면서도 잔인했고 사람을 완전히 조롱거리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게다가 원아정은 재벌가 출신으로 모두가 그녀를 피했다. 항상 고급 외제차가 그녀를 데리러 왔고 때로는 경호원까지 동원되었다. 그녀와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조차 그녀의 괴롭힘을 부추겼다.만약 구은우가 없었다면 공지민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그때 원아정 앞에 무릎을 꿇고 개처럼 용서를 구했다.이후 구은우가 원아정에게서 사진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9화 넌 어떻게 버텼어?

    지금 공지민은 사실상 온시환에게 감금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온시환은 외부와의 연락을 금지하지는 않았다.오하윤의 전화가 걸려 왔을 때 공지민은 별다른 감정 없이 받았다. 사실 그녀는 이 사람과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하윤의 첫 마디가 공지민을 놀라게 했다.“지민아, 잠깐 만날 수 있을까? 누가 은우를 죽음으로 몰았는지 알아냈어.”공지민의 눈빛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하지만 문을 열었을 때 문밖에 서 있는 두 명의 경호원을 발견했다.온시환은 그녀가 밖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오하윤은 한참 동안 대답이 없는 전화 속에서도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래, 솔직히 말해서 예전에 널 정말 싫어했어. 왜냐하면 나도 은우를 좋아했거든. 정말 너무너무 좋아했어. 그때 내 계부가 자주 날 때렸고 난 늘 구석에서 몰래 울곤 했어. 그런데 은우는 그런 나를 마치 천사처럼 도와줬어. 먹을 것도 챙겨주고 나를 위로해 줬거든. 신고하자고 말했지만 난 너무 겁쟁이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그 이후로 난 계속 은우를 지켜봤어. 은우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아니,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지. 너도 알잖아? 은우는 그 자체로 모든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이었어. 그래서 내가 은우를 찍은 사진이 그렇게 많았던 거야. 예전에 난 계속 널 질투했어. 은우는 언제나 널 지켜줬으니까. 그런데 그동안 난 네가 돈 때문에 온시환을 선택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이제야 알았어. 지민아, 오늘 밤 아주 중요한 비밀을 알게 됐어. 이걸 너한테 알려주는 게 내 사과가 될 거야. 잠깐 나올 수 있어?”“알겠어. 주소 보내줘.”전화를 끊은 공지민은 바로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성혜인은 마침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공지민이 먼저 연락을 해온 것이 조금 의아했다.“무슨 일이에요, 지민 씨?”“혜인 씨, 나 잠깐 밖에 좀 나가고 싶어요. 시환 씨에게 전화해서 얘기 좀 해줄 수 있어요? 내가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거든요.”성혜인은 두 사람의 관계에 굳이 끼어들고 싶지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8화 그 자식이 죽기만을 바랐거든

    원아정의 얼굴에는 잠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지만 오하윤이 옆에 있다는 걸 생각하며 서둘러 표정을 감췄다.오하윤은 아직 구은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문득, 공지민이 왜 그렇게 앨범에 집착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구은우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남겨진 사진이 거의 없어서 더 간절했던 게 아닐까...오하윤은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잔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사이 원아정은 다시 말을 꺼냈다.“하윤아, 지민이 지금 제원에 있지?”원아정이 평생 가장 싫어했던 사람은 공지민이었다. 보잘것없는 집안 출신의 여자가 어떻게 감히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남자를 빼앗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있어. 근데 내가 따로 만나진 않았어. 너 온시환 알면 금방 만날 수 있을 거야.”‘온시환이라고?’원아정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마 연승혁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조만간 만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원진이 원씨 가문을 장악한 이후 원아정은 늘 눈치를 보며 살았다. 하지만 누려야 할 대접은 빠짐없이 받았다. 원진이 돈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하윤아, 나 곧 결혼해. 상대는 연승혁이야. 넌 잘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도 온시환과 같은 무리야. 앞으로는 지민이를 만날 일도 많겠지.”고등학교 시절 원아정은 공지민을 괴롭히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었다. 구은우가 공지민을 지켜주며 이 괴롭힘은 끝이 났으나 원아정의 마음속 공지민에 대한 증오심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원아정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악의가 서려 있었다.한편 오하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한때 그녀도 공지민을 질투했다. 공지민이 구은우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은우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들은 뒤 오하윤은 갑자기 공지민이 안타깝게 느껴졌다.예전의 공지민은 매우 조용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구은우 앞에서는 유일하게 환하게 웃곤 했다.그녀가 지금처럼 타락하고 온시환 같은 남자에게 기대고 있는 이유는 구은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7화 이렇게 일찍 죽을 일도 없었겠지

    룸 안은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원아정은 적당한 핑계를 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를 돌아서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금세 악랄한 표정이 스쳤다.그녀는 얼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대답한 이는 다름 아닌 오하윤이었다.원아정은 고등학교 시절 오하윤을 알게 되었다. 당시 구은우는 학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오직 공지민만 보였다.이 사실에 분노한 원아정은 연씨 가문 사람을 알게 되면서 구은우의 외모가 연씨 가문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이 정보를 연씨 가문에 흘렸다.‘내가 못 가지는 건, 공지민 그년도 가지지 못하게 할 거야.’“하윤아, 나 제원에 왔어. 나올 수 있어? 얼굴 좀 보자.”오하윤은 원아정이 무서웠다. 고등학교 시절, 그녀는 겉으로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척했지만 뒤로는 후배를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렸고 그 일에서도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다.게다가 구은우를 향한 그녀의 집착은 누구나 알 정도였다. 그러다 갑자기 조용해진 그녀를 보며 모두가 의아했지만 아무도 그녀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몰랐다.구은우와 공지민이 졸업할 때까지 원아정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만나자고 하니 오하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요즘 심심했던 오하윤은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에 곧장 약속 장소를 정했다.약속 장소에서 만났을 때 오하윤은 자신이 너무 화려하게 차려입은 것을 깨달았다. 온몸을 명품으로 둘러싼 그녀와 달리, 원아정은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이었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천박한 졸부처럼 느껴졌다.“하윤아, 오랜만이야.”어색하게 자리에 앉은 오하윤은 학창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모두가 알다시피 원아정은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돈을 아낌없이 쓰며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아정아, 갑자기 제원에 웬일이야? 너희 집 사업은 여기가 아니었잖아.”당시 원아정 집안이 대규모 사업을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았고 대학 입시조차 필요 없이 앞길이 보장된 그녀를 부러워하며 줄을 서서 비위를 맞추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6화 연씨 가문 핏줄로 태어난 죄

    그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가며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지민이 잘 지켜. 괜히 나가서 또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온시환은 속이 상한 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결국 술집으로 발길을 옮겨 한잔하려 했고, 그곳에서 뜻밖에도 원아정을 마주쳤다.‘원아정이 제원에 왔다고?’그녀 곁에는 원진이 서 있었다. 원진은 시선을 앞만 향한 채 걸음을 옮기다가 온시환을 보자 발걸음을 멈췄다.온시환도 마침 마음이 복잡한 상태라 옆에 있는 룸의 문을 열며 말했다.“같이 한 잔 할래?”원진은 망설임 없이 룸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원아정도 서둘러 뒤따랐다. 얼굴에는 상류층 특유의 오만함과 자존심이 엿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원진을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원진이 있는 자리에서는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할 정도였다.과거 원진은 원씨 가문을 철저한 강경책으로 정리했다.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은밀한 거래를 했고 가문 내 반대 세력들은 대부분 사라졌다.그런 원진 앞에서 원아정은 잔뜩 움츠린 채 룸 안의 의자에 앉았다. 손을 무릎 위에 얹고 긴장한 듯 움찔거렸다. 그때 원진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연승혁과의 결혼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어?”손을 꽉 움켜쥔 원아정은 연승혁을 떠올리니 눈가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얼마 전 연승혁을 만나러 연씨 가문에 갔다가 그가 사람을 처벌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 상황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익숙해 보였다.겁이 많은 원아정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깨어나 보니 연씨 가문의 문 앞에 버려져 있었다.‘연승혁, 그 끔찍한 인간!’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연승혁이 비록 잔혹한 수단을 쓰는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과거 구은우의 존재를 그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원아정은 원씨 가문에서 작은 개미 같은 존재였다. 원진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생활에 지친 지 오래였다.연승혁이 아무리 냉혹하더라도 그의 아내가 된다면 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