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으로 서주혁의 목을 꼭 껴안은 서보겸의 눈빛은 새까맣고 하염없이 맑았다.서주혁은 그가 배가 고픈 줄로만 알고 계속하여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관광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면서 무심코 아래층을 훑어본 그의 시선은 곧 한 여자의 뒷모습에 머무르게 되었다.지난 4년 동안, 뼛속에 새겨질 정도로 그리워하던 장하리의 얼굴, 뒷모습, 그리고 목소리까지.이렇게 먼 거리를 두고도 그는 여전히 심장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서보겸을 안고 있던 손에도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몇 초 후, 그는 엘리베이터 하강 버튼을 미친 듯이 누르기 시작했다.이때 버튼을 누르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서주혁을 안내해주던 호텔 지배인은 옆에서 그를 지켜보며 엘리베이터는 목표 층에 도달해야만 다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감히 입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하지만 서주혁이라고 과연 이걸 모를까?단지 너무 당황하여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급한 마음에 연달아 누른 것이다.엘리베이터가 마침내 1층에 도달하고 그는 서보겸은 품에 안은 채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방금 장하리가 서 있던 곳까지 달려나갔지만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는데 그때, 온시환의 전화가 걸려왔다.“어, 왜 그래?”“어제부터 네 어머니께서 나와 승제에게 너와 결혼할 사람을 물색해 달라고 계속 전화하셔. 너 정말 결혼할 생각이야?”지난번 서주혁의 태도가 워낙 애매해 승낙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하지만 서보겸과 이 일에 대해 말해본 결과, 그의 대답은 명확한 거절이었다.“안 할 거야. 애초에 보겸이도 새엄마를 원하지 않는다고.”말이 끝나자마자 서보겸이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엄마.”이는 오랜 시간이 흘러 서보겸이 처음으로 이 단어를 입에 올린 것이었다.그러나 서주혁의 마음은 그 단어 하나에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그는 애써 심호흡을 하며 온시환에게 입을 열었다.“아니야. 보겸이와 다시
피아노 가게 사장은 옆에서 필사적으로 제품을 소개했고 또 옆에 있던 소준호를 그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다.“대표님, 저희 가게 최고의 피아노 선생님인데 피아노 음색 테스트를 맡기셔도 됩니다.”이윽고 서주혁의 시선은 자연스레 몇 초간 소준호에게 머물렀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보겸을 옆에 있는 소파에 내려놓았다.소준호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피아노 옆에 앉아 손끝을 가볍게 움직이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그는 예전에 국내에서 연수를 간 적이 있었기에 연주 실력은 정말 훌륭했다.한 곡을 연주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장하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마침 서주혁은 피아노를 보고 있으니 소준호는 얼른 기회를 틈타 다른 한쪽에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응, 하리야, 무슨 일이야?”“아, 준호 씨, 죄송하지만 제 가방을 당신 차에 두고 와서 제가 당신 가게 밖으로 가서 가져올게요.”“그래,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가게 사장은 아직도 서주혁에게 말을 걸며 제품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그 뒤로, 서주혁은 더 이상 소준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그와 달리 서보겸의 시선은 줄곧 그에게만 쏠려있었다.소준호 역시 이를 알아차리고 불편한 듯 안절부절못했다.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리는 것을 보니 장하리가 도착한 모양이다. 서주혁을 힐끔 바라보니 그는 이미 결제하고 있었고 이제 괜찮겠다 싶어 소준호는 옆에 있는 유리문을 열고 바깥 도로로 나갔다.장하리는 직접 택시를 타고 왔는데 차에서 내린 후 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준호 씨 차는 어디 있어요? 아까는 차에서 내릴 때 저도 정신이 없었나 봐요.”소준호는 자신의 차로 달려가 장하리의 가방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장하리는 가방을 받으며 자연스레 피아노 가게를 바라보았다.거대한 쇼윈도를 사이에 두고, 그녀는 가게 안의 서보겸과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그 순간, 소파에 앉아있던 서보겸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그러나 장하리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
다른 아이들은 아직 죽음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신기하게도 서보겸은 죽음에 대해 알고 있었다.예전에 서주혁은 한밤중에 술에 취해 인쇄된 장하리의 사진을 꺼내 오랫동안 침대에 앉아 묵묵히 사진을 닦은 적이 있었다.그때 잠에서 깨어난 서보겸은 동그란 눈을 뜨고 사진 속 여자를 쳐다보았다.그리고 서주혁이 서보겸에게 알려주었다.“이 사람이 바로 네 엄마야.”서주혁은 전에 휴대폰에 있는 장하리와 관련된 사진을 모두 삭제해버렸다. 정말 한 장도 빠짐없이 모두 삭제해버렸다. 하여 그 사진도 성혜인을 통해 겨우 얻은 사진이었다. 그때 성혜인에게 한참 동안 욕을 먹었던 건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그렇게 그 사진은 그들이 갖고 있는 장하리의 유일한 사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날은 서보겸이 처음으로 엄마의 얼굴을 알게 된 날이었다.과거, 서보겸은 마음속으로 엄마의 얼굴을 그리며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자신에게 물었다.엄마는 어떤 모습일까?왜 그를 보러 오지 않는 거지?자신이 너무 못생겼다고 생각해서?하지만 이 사진 속 여인은 분명 부드럽고 어여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보겸아, 아빠가 미안해. 네 엄마는 먼 곳으로 떠나 버렸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TV를 봤는데 보통 어른들이 아이에게 이 말을 할 때 사진 속의 사람은 죽었다는 뜻이다.흙 밑에 묻혀 어른들은 이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확실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그 이후로 서보겸은 단 한 번도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만났다. 살아있는 사람으로, 사진과 똑같은 모습으로.그리고 서주혁은 서보겸의 그 말을 들었을 때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곧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미 술에 취했을 때 아이에게 장하리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나 서보겸은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을 한눈에 기억했다.그러니 서주혁의 기억 속, 서보겸은 단 한 번도 장하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하여 지금도 엄마가 보
한참 뒤 3분 정도 지나서야 서주혁은 앞 좌석에 있던 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지금 당장 CCTV를 확인해보세요.”“예, 대표님.”장하리는 아직 자신이 찍힌 줄도 모르고 집에 돌아온 후 여유롭게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그런데 그때, 유치원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최근에 강성 투자자의 아들이 유치원에 오기로 했는데 기회를 얻고 싶은 선생님은 신청서 한 장을 작성해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3대 이내의 가정 상황까지 명확하게 작성해야 하는 걸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장하리 선생님, 이건 절대 위조하면 안 돼요. 교육청에서 다 검사해볼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다들 여기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번 기회가 정말 좋은 기회라는 건 저희도 알아요. 그래서 이 말은 모든 선생님에게 말씀드렸어요. 다들 공정하게 경쟁하라고.”“양식은 각 선생님 메일로 전부 발송했으니 오늘 밤 9시까지 작성해서 제출하세요.”장하리는 원래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으니 재빨리 답장을 보내주었다.“죄송하지만 4년 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전 반응이 남들보다 반 박자 느려 신청하지 않겠습니다.”“확실해요? 만약 투자자 마음에 들면 당신에게 직접 별장 한 채를 선물할지도 모른다고요.”“확실해요. 신청하지 않겠습니다.”“그래요, 장하리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이 이 자리 하나 때문에 얼마나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지 모르죠?”그러나 장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마디 얼버무리더니 단호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저녁 무렵, 그는 소준호와 함께 외식하기로 약속했기에 팩하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가 자신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웬 고급 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보기만 해도 값어치가 꽤 될 것 같은 고급 차다.‘비록 이 동네가 강성시내의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걸핏하면 몇십억짜리의 차를 몰만 한 사람은 없을 텐데...’그러자 곧바로 의심을 저 멀리 털어내고 장하리는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하며 소준호를 기다렸다.같은 시각,
그 순간, 줄곧 미소를 짓고 있던 장하리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이 사람 뭐지? 예의상 한 말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소준호도 당황한 듯 멈칫하더니 이내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더듬었다.“하지만 오늘은 좀...”이는 너무나도 명백한 거절이었고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의 말에 따라 순순히 넘어가 줄 것이다.그러나 서주혁은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밥 먹으러 가실 거면 저도 끼워주시죠.”그 말에 소준호는 금방 알아차렸다. 아, 일부러 찾아온 거구나.그런데 왜? 어제 사간 피아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장하리는 소준호가 거절하기 어려워하자 바로 앞으로 나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선생님, 죄송하지만 오늘은 곤란합니다. 저희도 두 사람만의 데이트라 외부인을 데려갈 수는 없어요. 정말 가이드가 필요하신 거면 다른 사람을 소개해 드릴 수도 있고 다른 날도 괜찮습니다.”여기까지 말했으면 눈치를 채고 물러가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서주혁은 오히려 복잡한 시선으로 장하리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볼 뿐이었다.그렇게 한참 후에야 남자는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당신들... 어떤 사이입니까?”목소리는 말라붙은 땅처럼 갈라져 있었고 눈 밑에 서린 감정은 조금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다.조금 이상해 보이는 서주혁의 모습에 장하리가 눈살을 찌푸리자 소준호가 다급히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곁에 세워주며 답했다.“대표님, 하리는 제 여자친구입니다. 혹시 피아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거면 저희 가게에서 환불, 혹은 다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소준호는 장하리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이는 두 사람 사이에 처음으로 손을 잡는 것이었다.워낙 얼굴이 얇은 장하리는 갑작스러운 고백에 얼굴을 붉혔다.하지만 소준호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고 고개를 돌려 몰래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먼저 차에 타.”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타려고 돌아섰을 때, 서주혁의 언성이 높아지고 으름장을 놓는 듯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장하리!”그 세 글자
장하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마치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이때 소준호가 물어봤다.“하리야, 아버님이랑 어머님께서 지난번에 건강검진 받으셨다고 하셨잖아. 결과는 어땠어?”“괜찮아요. 부모님 두 분 다 건강하세요.”“너는? 너도 그때 검진받았잖아. 결과 나왔어?”“네, 저도 괜찮아요.”소준호는 그제야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장하리에게 새우를 하나 까서 건넸다.그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성품이 항상 부드럽고 친절했다. 서른 살이 된 지금, 남자나 여자나 가장 매력적인 시기였다.소준호와 식사를 할 때마다 그는 항상 장하리를 세심하게 챙겨줬다.이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는 평온하고 소박한 행복이었다. 부모님의 말씀대로 소준호의 집이 강성에 있어서 결혼 후에도 서로 왕래하기가 편리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할까 봐 걱정했던 장하리는 멀리 타지로 시집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오늘 그녀는 소준호와 진지하게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정식으로 관계를 확정 지으려고 했다.하지만 근처에 누군가 있었고 그 사람은 눈에 띄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그래서 장하리는 차마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서주혁은 음식을 시켜놓고는 젓가락을 들지도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마치 사람 형태의 감시 카메라처럼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장하리가 가끔 그를 힐끗 쳐다볼 때마다 그의 시선과 맞닥뜨렸다.그럴 때마다 그녀는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결국 이 식사는 반 시간 정도 만에 끝이 났고 장하리는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준호 씨, 우리 그냥 일어나요.”소준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사실 제대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평소 성격이 좋았던 그마저도 서주혁이 정말 문제가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계산을 마친 후에도 장하리는 뭔가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소준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직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소준호가 먼저 장하리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하리야,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아. 나는 받아들일 준비
다음 날 아침 6시, 교장 선생님이 장하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장 선생님, 오늘은 꼭 단정하게 입고 오세요. 윗분들도 이 일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으니, 우리 유치원이 투자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내년엔 정부로부터 많은 예산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치마는 입지 말고 여성 직장인답게 바지 정장과 셔츠를 입으세요.”장하리는 이마를 짚으며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장 선생님, 이번 일은 꼭 신경 써주세요. 저도 여러 방면에서 압박을 받는 상황이에요.”“네, 알고 있어요.”장하리는 이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옷장 속에서 여성용 정장을 꺼내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이 일로 장민철과 추미현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유치원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어젯밤부터 준비에 들어간 유치원은 청소가 깔끔하게 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장하리가 자신의 반으로 들어가자 반에는 이미 색색의 풍선들이 걸려 있었다.그녀는 근처에 있던 직원에게 물었다.“이런 건 굳이 안 걸어도 되지 않나요? 너무 과한 것 같아요.”“교장 선생님과 윗분들 뜻이에요.”장하리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교사일 뿐이니까.마침 전아영과 몇 명의 동료들이 장하리 옆을 지나갔는데 그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모두가 그 아이가 장하리의 반으로 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장하리는 교사들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몰래 신청을 한 것이다. 전형적인 착한 척하는 여자였다.평소부터 장하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전아영은 더더욱 비꼬듯 말했다.“어떤 사람은 자기는 신청 안 했다고 하더니, 뒤에서는 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얼마나 많이 했을까요?”주변 사람들도 속으로 불편해했다. 누구나 이번 기회가 승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았기에 장하리의 이런 행동은 기만적이었다.“그러니까요. 뭘 숨기려고 했는지 모르겠네요. 우리한테까
장하리는 예의상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서주혁은 그녀의 하얀 손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 장하리는 그의 손끝이 살짝 떨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지만 그의 품에 안긴 아이가 꽤 귀엽고 얌전해 보여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앞으로 보겸이가 저희 반 아이로 지내게 되면 제가 잘 돌보겠습니다.”주변의 다른 선생님들은 그저 침묵했다. 아무도 이 투자자가 이렇게 잘생긴 줄 몰랐고 그가 안고 있는 아이도 사랑스럽기만 했다. 소문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4년 전에 세상을 떠났으며 아직 아이에게 새엄마를 찾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제원에서도 손꼽히는 대부호였다. 혹시라도 그와 연결될 수 있다면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전아영이 가장 먼저 나섰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말했다.“서 대표님, 저희 유치원에 와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정말 영광입니다.”하지만 서주혁은 그들을 보지 않고 계속 장하리를 응시했다. 장하리가 어색하게 웃고 있는 걸 본 서주혁은 말을 꺼냈다.“정말요? 장 선생님에게도 영광인 건가요?”그는 그렇게 말하며 장하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장하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강성 전체가 서 대표님이 오신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그러나 그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하지는 않았다. 교장은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걱정이 되어 서둘러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서 대표님, 이쪽으로 오시죠. 먼저 교실을 둘러보시면 좋겠습니다.”그제야 서주혁은 시선을 거두고 잠시 장하리를 놓아주었다. 그는 서보겸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보겸아, 장 선생님께 인사드려야지.”서보겸은 고개를 들어 장하리를 바라봤다. 장하리는 서둘러 몸을 낮추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녕, 보겸아. 이제 내가 네 선생님이야. 교실에서는 울면 안 돼. 알았지?”서보겸의 눈빛은 서주혁과 똑같이 진지했다. 장하리는 속으로 ‘역시 부전자전이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