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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7화 4년이면 충분하지 않니?

서주혁은 차에 앉아 옆에 있는 서류를 가져다가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그때,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티를 냈지만 결국 수신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입니까?”

아들의 목소리를 듣자 명희정의 마음은 말로 이룰 수 없이 아려왔다. 4년 동안 서주혁은 정말 단 한 번도 본가에 돌아가지 않았고 회사와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아이조차 한 번도 데려온 적이 없었다.

심씨 가족들은 아직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있으니 서주혁은 정말 아이를 잘 보호해 주었다.

게다가 서주혁은 진즉 경비원과 도우미들에게 분부하여 심씨 일가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아두었다.

지난 4년 동안 그는 거의 폐쇄된 상태로 지내며 그 어떤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가끔 반승제와 온시환이 거듭하여 초대해야지만 어쩔 수 없이 외출하곤 했다.

그의 변화는 모두가 눈치챌 수 있었다. 현재의 서주혁은 얼음장같이 차가웠고 고인 물같이 아무런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주혁아, 4년이면 충분하지 않니? 과거 일이라면 내가 잘못했다. 응급처치하고 있을 때 너에게 아이를 포기하란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이 아이가 나중에 자폐증이라는 소식은 나도 들었다. 대체 아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쓴 거니? 평생을 아이에게 올인하려고? 엄마가 없어서 자폐증에 걸렸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 그냥 돌아와. 내가 주선해줄게. 집에 여자가 있으면 아이 상태도 훨씬 나아질 거다. 아이에게 가장 부족한 건 다름이 아니라 모성애라고.”

서주혁의 눈동자에는 순간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스쳐 갔다. 사실 그는 아직도 서보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아버지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한 곁에 있어 주는 것뿐이지만 서보겸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하루에 많아야 8글자 정도 말하는 게 전부였다. 절대로 먼저 요구하거나 투정을 부리는 일이 없었고 항상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말이 없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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