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정말 힘들어 보이네. 내가 도와줄게.”조희서는 계속해서 몸을 꿈틀거리며 천천히 신예준에게 기어갔다.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진 신예준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강민지는 어디 갔어?”“강민지는 왜 신경 써? 지금 중요한 건 우리 둘이잖아. 오빠, 내가 도와줄게. 난 이미 준비됐어. 사실 전에도 준비됐었어. 오빠가 나를 아껴서 못 건드린 거 다 알아. 하지만 이제는 내 몸도 괜찮아. 그러니까 오빠, 날 가져.”조희서는 부끄러움도 없이 신예준의 발을 감싸안았다.신예준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여전히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열기를 느끼며 그 생각을 억누르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 조희서를 내려다보며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 나한테 약이라도 탄 거야?”조희서는 순간 멈칫했다. 신예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강민지가 약을 썼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눈을 굴리며 곧바로 부인했다.“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강민지가 그런 거야. 내가 왔을 때, 오빠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있었어.”“누가 너를 오라고 했는데?”“강민지가 불렀어. 일부러 나한테 문자까지 보냈다고. 오빠, 강민지 진짜 대단하지 않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나가다니, 분명 다른 남자 만나러 갔을 거야. 이제 더는 신경 쓰지 마. 내가 오빠를 편하게 해줄게.”조희서는 일어나 신예준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를 끌어안으려 했다. 그러나 신예준은 그녀를 단번에 밀어냈다.조희서는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며 팔꿈치에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신예준을 올려다보았다.그 순간, 조희서는 자신이 착각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눈앞의 신예준은 마치 무섭기 짝이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의 등 뒤로 끝도 없는 어둠이 서서히 퍼져 나와 당장이라도 사람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조희서는 두려움에 입술이 떨렸다. 원래는 그를 더 유혹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더는 다가갈 수가 없었다. 조희서는 고개를 떨군 채 몸을 떨며 감히 일어
조희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힘들게 얻은 기회였으니까.그녀는 아예 결심한 듯 몸에 걸친 옷을 전부 벗어버리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 수치스러운 자세를 취했다.“오빠, 나 좀 봐. 강민지를 불러서 뭐 해? 여기 있으면 우리 사이를 방해할 뿐이야. 봐, 강민지가 할 수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어.”그러나 신예준은 시선을 돌리고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가슴속 깊은 곳에서 시작된 통증이 너무 강해져서인지, 오히려 이 순간 매우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신예준은 강민지가 얼마나 단호한지를 똑똑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명료한 상태였다.“강민지한테 전화해.”신예준이 전화를 걸었지만 강민지는 받지 않았다.조희서는 이미 옷을 다 벗은 상태였다. 하지만 신예준이 전혀 반응하지 않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심지어 그는 한 번도 그녀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왜? 도대체 왜 이 중요한 순간에 강민지를 원하고 있는 거지?조희서는 일어나 다시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때 신예준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희서야, 난 강민지만 원해.”조희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정말 미친 걸까? 지금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걸까?강민지와 결혼하려는 게 강민지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나?“신예준...”조희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머리를 숙이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강민지는 주저 없이 신예준에게 약을 최대한으로 먹였다. 이 모든 건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 예전 그녀와의 관계에서 약이 필요했던 사람은 바로 그였으니까. 이 모든 상황은 자업자득이었다.조희서는 더 이상 이런 모욕을 참을 수 없어서 결국 목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울음소리에, 밖에 있던 사람들이 소란을 감지하고 비서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문이 밖에서 잠긴 것 같습니다.”신예준은 손을 들어 이마를 문지르며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문 부숴요.”곧바
이때 신예준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사람이 없어서 실망했어?”강민지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섰지만 이미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다. 강민지는 신예준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아주 큰 분노였다. 그대로 자리에 서 있던 강민지에게 신예준이 다시 말했다.“민지야, 나 화 안 났어. 이리 와.”그러나 강민지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신예준은 이불을 확 걷어차고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아채더니 그대로 침대 위로 던져 버렸다.강민지는 침대에 부딪혀 허리가 아팠다. 일어나려던 찰나 신예준이 그녀의 목을 거칠게 움켜쥐고 침대에 눌러 버렸다. 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그의 얼굴을 보며 온몸이 제압당해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콜록콜록참지 못하고 기침이 터져 나왔다. 신예준은 허리를 숙여 그녀에게 다가와 입술을 거칠게 깨물었다. 강민지는 입안에 피 맛이 느껴지며 눈이 크게 떠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이 쿡쿡 아파지기 시작했다. 목이 세게 눌려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신예준은 잠시 키스를 하더니 다시 그녀의 목을 따라 내려가며 자국을 남겼다. 착각인지는 몰라도 강민지는 자신의 목이 축축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신예준은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그녀의 손을 거칠게 묶고 그녀를 뒤집어 눌렀다. 그는 손을 뻗어 방 안의 조명을 모두 껐다.침대 머리맡에 남은 조명 하나만이 방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방 안은 곧 다른 소리로 가득 찼다.강민지는 신예준의 행동에 진심으로 겁을 먹었다. 허리가 그의 손에 의해 끊어질 것만 같았다.“아파, 그만해!”그는 멈추지 않고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강민지는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두 손이 뒤로 묶여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신예준은 마치 분노를 해소하듯 그녀의 어깨와 목을 여러 번 깨물었다. 그녀는 그의 표정을 정확히 볼 수 없었다.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조희서가 제대로 못 해줬어? 아직도 이렇게 미쳐 날뛸 힘이 남
강민지는 신예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젯밤 그토록 화가 나 있던 그가 이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더 이상 따지려는 마음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지금 그의 감정 상태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최근 들어 그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고 오늘이 오랜만에 잠을 푹 자는 날이었다.강민지는 갑자기 이유 모를 짜증이 밀려와 휴대전화를 꺼내 조희서에게 문자를 보내려 했다.‘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조희서가 그를 붙잡지 못했지?’만약 신예준이 정말 조희서에게 빠져 있었다면 후반부에서 그렇게 거칠게 밀어붙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곧 화면에 ‘메시지 발송 실패’라는 알림이 떴다.조희서가 그녀를 차단한 것 같았다. 아마도 조희서가 직접 차단한 것이 아니라 신예준이 그렇게 지시한 걸지도 몰랐다.강민지는 다시 한번 문자를 보냈지만 여전히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과 조희서의 모든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문득 어젯밤 방에 설치해 둔 녹화 장비가 떠올랐다. 원래는 신예준과 조희서의 관계를 찍으려던 것이었는데 이제 보니 자신만이 촬영된 셈이었다.그녀는 장비가 있던 곳을 바라봤지만 그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이미 누군가가 치운 모양이었다. 아마도 신예준이 가져갔을 것이다. 그녀는 침대에서 깊이 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정오가 되어 신예준이 일어났다.강민지는 그의 움직임을 일부러 무시하며 등을 돌리고 있었다.신예준은 세수를 마치고 양복을 입은 후 그녀 앞에 서서 얼굴을 살폈다. 강민지가 자지 않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는 이를 눈치채고도 모른 척하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강민지는 그의 행동이 너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너무도 평소와 달라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그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결혼식이 5일 남았어. 오늘 오후에 호텔에 가서 점검해야 해. 넌 집에서 쉬어.”강민지는 온몸이
강민지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지금은 신예준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후 이틀 동안 신예준은 전보다 더 바빠졌다. 결혼식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업계 사람들은 이 결혼식을 주목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신예준이 결혼식에서 강민지를 망신시킬 계획인지, 아니면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바꿀 계획인지 궁금해하고 있었다.강민지 역시 그 결말을 기다리고 있었다.결혼식이 3일 남았을 때 서민규가 그녀에게 연락해 함께 도망치지 않겠냐고 물었다.강민지는 그 메시지를 보고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서민규에게 자신이 그를 농락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조금만 이성적이었다면 그는 그녀의 의도를 눈치챘을 것이다. 일부러 신예준 앞에서 서민규를 불안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런데도 서민규는 이성을 잃고 이 중요한 순간에 도망치자고 말하다니.강민지는 서민규의 메시지를 보며 갑자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도망치는 것이 가능할까?서민규를 만나러 갈 때 강민지는 꽁꽁 싸매고 나갔다.서민규는 그녀를 보자마자 신예준이 또 침대에서 그녀를 괴롭혔다는 걸 알아챘다.“민지 씨, 제가 생각해 둔 곳이 있어요. 우리 같이 그곳으로 가면 돼요. 예나의 미래도 이미 계획해 뒀거든요. 당신만 동의한다면 바로 전학시킬 수 있어요.”서민규가 이미 미래를 다 계획했다는 듯이 지도까지 꺼내며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강민지는 왜 신예준이 그가 여자들에게 이용당한다고 생각하는지 깨달았다. 그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강민지는 턱을 괴고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생각 다 해봤어요?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네, 후회하지 않아요.”강민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서민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민규 씨, 3일 뒤면 난 당신 친구와 결혼해요. 그런데 지금 도망치는 것보다는 결혼식 당일에 도망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당신이 그날 들러리잖아요.”
심장이 또다시 찌르는 듯 아팠다. 고개를 숙인 채 강민지는 서민규가 계속 말을 이어가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의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강민지는 서민규의 생각을 꿰뚫고 있었고, 서민규 또한 그녀가 자신을 농락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서로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었다.강민지는 이마를 주무르려고 손을 들었지만 서민규가 먼저 그녀의 관자놀이에 손을 얹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마침내 대답했다.“그래요. 도망치죠. 근데 그때 가서 민규 씨가 못할까 봐 걱정이네요.”“할 수 있어요.”강민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웨딩드레스가 이미 저택으로 배달된 것을 보았다.신예준과 디자이너가 드레스의 치수를 재며 현장 분위기와의 조화를 고민하고 있었다.예전 강민지는 신예준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었지만 신예준이 중간에 조희서의 전화 한 통에 나가버리면서 결국 혼자 드레스를 입어봐야 했다.디자이너는 강민지를 보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민지 씨, 한 번 더 입어보시겠어요? 이번에 많은 부분을 수정했거든요.”솔직히 웨딩드레스 디자인은 정말 아름다웠다. 동화 속 인어공주의 요소를 많이 녹여냈다고 들었다.하지만 강민지는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녀는 디자이너에게 가볍게 미소만 짓고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디자이너는 신예준을 쳐다보았지만 그의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자 묵묵히 계속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밤 10시가 되자 신예준은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위층으로 올라왔다.신예준이 그녀를 침대에 눌러놓았을 때 강민지는 이 상황이 불편해 눈살을 찌푸렸다.최근 며칠 동안 매일 이랬고 그녀는 저항할 수 없었기에 그저 자신을 비우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곧 잠이 들려고 할 때 손목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눈을 떠보니 손목에 아름다운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이 팔찌는 잠글 수 있는 구조였다. 문제는 열쇠가 신예준에게 있었다.강민지가 반지를 던진 일 때문에 화가 난 듯 신예준은 그녀를
강민지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다음 날 아침에도 그녀는 여전히 불안했다.반 달 전부터 강민지는 피임에 대해 특별히 신경 써왔고 절대 신예준의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게다가 예전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을 때 의사는 그녀가 체질이 약하고 어린 시절 자주 병을 앓아 임신이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신예준이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후 강민지는 그가 곧 그녀에게 흥미를 잃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신예준은 더 자주 그녀를 괴롭히며 그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몰아붙였다.강민지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혹시 피임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걸까?그럴 리가 없었다. 신예준은 늘 그녀가 임신할까 봐 신경 쓰며 콘돔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는 콘돔을 쓰지 않았다. 대신 강민지가 스스로 피임약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침대에 앉아 생각할수록 두려움이 몰려왔다.어젯밤 구토를 한 이후로 신예준은 그녀에게 외출을 금지했다. 그녀는 마음속 깊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강민지는 자주 복용하던 피임약을 꺼내 보았다. 약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녀가 평소에 먹던 약과 똑같이 생겼다. 이건 신예준도 모르는 일이었다.이마를 문지르며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방 안에는 휴대폰이 보이지 않았다.베개 옆을 뒤지고 집 안 곳곳을 찾아봤지만 휴대폰은 어디에도 없었다.그제서야 그녀는 휴대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도우미에게 휴대폰을 빌리려 했지만 그들 역시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강민지는 소파에 앉아 점점 더 불안해졌다.저녁 무렵 신예준이 집으로 돌아오자 그녀는 곧바로 물었다.“내 휴대폰 어디 뒀어?”신예준은 현관에서 코트를 걸어 놓으며 가볍게 대답했다.“일단 보관해 뒀어. 결혼식 전까지는 전자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겠어.”강민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게 무슨 뜻이야?”신예준은 뒤돌아보며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모레가 결혼식이잖아. 외부의 방해 없이 결
강민지는 마치 온몸이 마비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어떤 추측이 있었지만 그 추측이 너무 터무니없게 느껴졌다.그렇게 밤이 깊어지자 그녀는 결국 피로를 못 이겨 잠들고 말았다.다음 날 아침, 신예준은 결혼식 준비로 다시 바빠졌다. 원래 오늘 리허설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강민지가 가고 싶어 하지 않자 그는 억지로 데리고 가지 않고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떠났다.어제부터 오늘까지 신예준의 태도는 지나칠 정도로 다정했다. 강민지는 그가 다른 사람으로 바뀐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신예준은 결혼식이 열릴 호텔에 도착했고 현장은 이미 거의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사회자도 현장에 있었고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었다.신예준은 꼼꼼하게 모든 사항을 확인한 후 문제가 없음을 확신하고 서민규에게 전화를 걸었다.서민규는 호텔에 도착해 화려하게 꾸며진 결혼식장을 보며 속에서 질투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은 강민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강민지가 자신을 그저 장난삼아 대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신예준은 과연 강민지에게 어울리는 사람일까?아니다. 이 세상 누구도 강민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이렇게 아름답게 꾸며진 결혼식장을 강민지는 절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다.신예준은 서민규의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오랜 친구였고 신예준은 서민규가 언젠가 여자 문제로 큰일을 칠 것이라고 예상해 왔지만 그 대상이 강민지가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민규야, 사회자랑 맞춰봐. 내일 들러리 동선까지 다 짰으니까.”서민규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표정 관리에 신경 썼다. 신예준 앞에서는 감정을 숨기는 것이 서툴렀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어쩐 일인지 이상하게 잘 해내고 있었다.옆에 늘어뜨린 손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서민규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반드시 강민지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리라.모든 확인을 마쳤을 때는 이미 오후가 되었다. 서민규가 물었다.“술이나 한잔할래?”기분이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