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 제1830화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공유

제1830화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작가: 민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27 18:00:00
강민지는 신예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젯밤 그토록 화가 나 있던 그가 이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더 이상 따지려는 마음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지금 그의 감정 상태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최근 들어 그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고 오늘이 오랜만에 잠을 푹 자는 날이었다.

강민지는 갑자기 이유 모를 짜증이 밀려와 휴대전화를 꺼내 조희서에게 문자를 보내려 했다.

‘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조희서가 그를 붙잡지 못했지?’

만약 신예준이 정말 조희서에게 빠져 있었다면 후반부에서 그렇게 거칠게 밀어붙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곧 화면에 ‘메시지 발송 실패’라는 알림이 떴다.

조희서가 그녀를 차단한 것 같았다. 아마도 조희서가 직접 차단한 것이 아니라 신예준이 그렇게 지시한 걸지도 몰랐다.

강민지는 다시 한번 문자를 보냈지만 여전히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과 조희서의 모든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득 어젯밤 방에 설치해 둔 녹화 장비가 떠올랐다. 원래는 신예준과 조희서의 관계를 찍으려던 것이었는데 이제 보니 자신만이 촬영된 셈이었다.

그녀는 장비가 있던 곳을 바라봤지만 그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이미 누군가가 치운 모양이었다. 아마도 신예준이 가져갔을 것이다. 그녀는 침대에서 깊이 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정오가 되어 신예준이 일어났다.

강민지는 그의 움직임을 일부러 무시하며 등을 돌리고 있었다.

신예준은 세수를 마치고 양복을 입은 후 그녀 앞에 서서 얼굴을 살폈다. 강민지가 자지 않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는 이를 눈치채고도 모른 척하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강민지는 그의 행동이 너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너무도 평소와 달라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그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혼식이 5일 남았어. 오늘 오후에 호텔에 가서 점검해야 해. 넌 집에서 쉬어.”

강민지는 온몸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31화 웃음거리가 될 거예요

    강민지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지금은 신예준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후 이틀 동안 신예준은 전보다 더 바빠졌다. 결혼식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업계 사람들은 이 결혼식을 주목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신예준이 결혼식에서 강민지를 망신시킬 계획인지, 아니면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바꿀 계획인지 궁금해하고 있었다.강민지 역시 그 결말을 기다리고 있었다.결혼식이 3일 남았을 때 서민규가 그녀에게 연락해 함께 도망치지 않겠냐고 물었다.강민지는 그 메시지를 보고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서민규에게 자신이 그를 농락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조금만 이성적이었다면 그는 그녀의 의도를 눈치챘을 것이다. 일부러 신예준 앞에서 서민규를 불안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런데도 서민규는 이성을 잃고 이 중요한 순간에 도망치자고 말하다니.강민지는 서민규의 메시지를 보며 갑자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도망치는 것이 가능할까?서민규를 만나러 갈 때 강민지는 꽁꽁 싸매고 나갔다.서민규는 그녀를 보자마자 신예준이 또 침대에서 그녀를 괴롭혔다는 걸 알아챘다.“민지 씨, 제가 생각해 둔 곳이 있어요. 우리 같이 그곳으로 가면 돼요. 예나의 미래도 이미 계획해 뒀거든요. 당신만 동의한다면 바로 전학시킬 수 있어요.”서민규가 이미 미래를 다 계획했다는 듯이 지도까지 꺼내며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강민지는 왜 신예준이 그가 여자들에게 이용당한다고 생각하는지 깨달았다. 그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강민지는 턱을 괴고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생각 다 해봤어요?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네, 후회하지 않아요.”강민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서민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민규 씨, 3일 뒤면 난 당신 친구와 결혼해요. 그런데 지금 도망치는 것보다는 결혼식 당일에 도망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당신이 그날 들러리잖아요.”

    최신 업데이트 : 2024-09-28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32화 웨딩드레스를 입어 볼 마음조차 없다

    심장이 또다시 찌르는 듯 아팠다. 고개를 숙인 채 강민지는 서민규가 계속 말을 이어가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의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강민지는 서민규의 생각을 꿰뚫고 있었고, 서민규 또한 그녀가 자신을 농락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서로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었다.강민지는 이마를 주무르려고 손을 들었지만 서민규가 먼저 그녀의 관자놀이에 손을 얹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마침내 대답했다.“그래요. 도망치죠. 근데 그때 가서 민규 씨가 못할까 봐 걱정이네요.”“할 수 있어요.”강민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웨딩드레스가 이미 저택으로 배달된 것을 보았다.신예준과 디자이너가 드레스의 치수를 재며 현장 분위기와의 조화를 고민하고 있었다.예전 강민지는 신예준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었지만 신예준이 중간에 조희서의 전화 한 통에 나가버리면서 결국 혼자 드레스를 입어봐야 했다.디자이너는 강민지를 보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민지 씨, 한 번 더 입어보시겠어요? 이번에 많은 부분을 수정했거든요.”솔직히 웨딩드레스 디자인은 정말 아름다웠다. 동화 속 인어공주의 요소를 많이 녹여냈다고 들었다.하지만 강민지는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녀는 디자이너에게 가볍게 미소만 짓고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디자이너는 신예준을 쳐다보았지만 그의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자 묵묵히 계속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밤 10시가 되자 신예준은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위층으로 올라왔다.신예준이 그녀를 침대에 눌러놓았을 때 강민지는 이 상황이 불편해 눈살을 찌푸렸다.최근 며칠 동안 매일 이랬고 그녀는 저항할 수 없었기에 그저 자신을 비우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곧 잠이 들려고 할 때 손목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눈을 떠보니 손목에 아름다운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이 팔찌는 잠글 수 있는 구조였다. 문제는 열쇠가 신예준에게 있었다.강민지가 반지를 던진 일 때문에 화가 난 듯 신예준은 그녀를

    최신 업데이트 : 2024-09-28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33화 감금

    강민지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다음 날 아침에도 그녀는 여전히 불안했다.반 달 전부터 강민지는 피임에 대해 특별히 신경 써왔고 절대 신예준의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게다가 예전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을 때 의사는 그녀가 체질이 약하고 어린 시절 자주 병을 앓아 임신이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신예준이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후 강민지는 그가 곧 그녀에게 흥미를 잃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신예준은 더 자주 그녀를 괴롭히며 그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몰아붙였다.강민지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혹시 피임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걸까?그럴 리가 없었다. 신예준은 늘 그녀가 임신할까 봐 신경 쓰며 콘돔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는 콘돔을 쓰지 않았다. 대신 강민지가 스스로 피임약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침대에 앉아 생각할수록 두려움이 몰려왔다.어젯밤 구토를 한 이후로 신예준은 그녀에게 외출을 금지했다. 그녀는 마음속 깊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강민지는 자주 복용하던 피임약을 꺼내 보았다. 약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녀가 평소에 먹던 약과 똑같이 생겼다. 이건 신예준도 모르는 일이었다.이마를 문지르며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방 안에는 휴대폰이 보이지 않았다.베개 옆을 뒤지고 집 안 곳곳을 찾아봤지만 휴대폰은 어디에도 없었다.그제서야 그녀는 휴대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도우미에게 휴대폰을 빌리려 했지만 그들 역시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강민지는 소파에 앉아 점점 더 불안해졌다.저녁 무렵 신예준이 집으로 돌아오자 그녀는 곧바로 물었다.“내 휴대폰 어디 뒀어?”신예준은 현관에서 코트를 걸어 놓으며 가볍게 대답했다.“일단 보관해 뒀어. 결혼식 전까지는 전자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겠어.”강민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게 무슨 뜻이야?”신예준은 뒤돌아보며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모레가 결혼식이잖아. 외부의 방해 없이 결

    최신 업데이트 : 2024-09-28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34화 제발 나랑 결혼해

    강민지는 마치 온몸이 마비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어떤 추측이 있었지만 그 추측이 너무 터무니없게 느껴졌다.그렇게 밤이 깊어지자 그녀는 결국 피로를 못 이겨 잠들고 말았다.다음 날 아침, 신예준은 결혼식 준비로 다시 바빠졌다. 원래 오늘 리허설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강민지가 가고 싶어 하지 않자 그는 억지로 데리고 가지 않고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떠났다.어제부터 오늘까지 신예준의 태도는 지나칠 정도로 다정했다. 강민지는 그가 다른 사람으로 바뀐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신예준은 결혼식이 열릴 호텔에 도착했고 현장은 이미 거의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사회자도 현장에 있었고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었다.신예준은 꼼꼼하게 모든 사항을 확인한 후 문제가 없음을 확신하고 서민규에게 전화를 걸었다.서민규는 호텔에 도착해 화려하게 꾸며진 결혼식장을 보며 속에서 질투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은 강민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강민지가 자신을 그저 장난삼아 대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신예준은 과연 강민지에게 어울리는 사람일까?아니다. 이 세상 누구도 강민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이렇게 아름답게 꾸며진 결혼식장을 강민지는 절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다.신예준은 서민규의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오랜 친구였고 신예준은 서민규가 언젠가 여자 문제로 큰일을 칠 것이라고 예상해 왔지만 그 대상이 강민지가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민규야, 사회자랑 맞춰봐. 내일 들러리 동선까지 다 짰으니까.”서민규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표정 관리에 신경 썼다. 신예준 앞에서는 감정을 숨기는 것이 서툴렀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어쩐 일인지 이상하게 잘 해내고 있었다.옆에 늘어뜨린 손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서민규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반드시 강민지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리라.모든 확인을 마쳤을 때는 이미 오후가 되었다. 서민규가 물었다.“술이나 한잔할래?”기분이 좋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9-28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35화 신예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예준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너도 희서가 얼마나 슬프게 우는지 들었잖아. 너 예전에는 절대 희서를 울게 하지 않았잖아. 그때 넌 돈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희서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서라면 뭐든 했잖아. 회서를 좋아한다고 평생 책임지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네 행동은... 솔직히 말해서 쓰레기랑 다를 바가 뭐야?”신예준은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민규야, 넌 내가 희서한테 잘해줬다고 생각해?”“당연하지. 넌 희서한테 정말 뭐 하나 부족함 없이 해줬잖아. 그래서 난 너희가 정말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어.”“희서가 원하는 게 뭐든지 어떻게든 손에 넣었어. 비싸든 내가 보기에 별로 가치가 없든 상관없었지. 그냥 내가 희서한테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우리 집안이 희서한테 빚진 게 많았으니까. 사실 희서의 요구는 가끔 무리한 것들이 많았어. 학교 다닐 때도 명품을 좋아했지.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사주고 장학금도 항상 먼저 희서한테 줬어. 희서한테 잘해주는 건 나한테 당연한 일이었고 나도 진심으로 희서를 보호하고 싶었어.”신예준은 술 한 모금을 마시고 손에 쥔 잔을 천천히 돌렸다.“희서가 병에 걸린 뒤로 의료비를 대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고 심지어 사채까지 손을 댔어. 만약 우리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내가 더 어떻게 했어야 한다고 하셨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는데, 도대체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해?”“그러니까, 넌 희서랑 결혼해야 하는 거잖아. 너희는 어릴 때부터 함께했고 서로 사랑했잖아. 희서는 널 그토록 사랑하는데, 네가 내일 정말 결혼하면 희서는 앞으로 어떻게 살겠어?”“내 계획대로라면 맞아, 나는 희서랑 결혼해야 해.”“그럼 왜...”서민규가 더 물어보려 했을 때 신예준이 말을 끊었다.“내가 왜 강민지와 결혼하냐고?”이건 업계에서도 모두가 궁금해하는 일이었다. 신예준이 협력사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듣는 질문이었다. 강민지를 도대체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질문이 항상 뒤를 따랐다.모두

    최신 업데이트 : 2024-09-29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36화 거짓된 다정함

    신예준이 집에 돌아왔을 때 저택은 여전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강민지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는 코트를 한쪽 소파에 놓으며 도우미에게 물었다.“저녁은 먹었나요?”“아가씨께서 입맛이 없다고 하셨어요.”신예준의 시선이 강민지에게 향했다. 그녀는 그가 돌아온 걸 알면서도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가슴이 조금 아려왔지만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그녀 옆에 앉았다.“왜 저녁을 안 먹었어?”“혜인이에게 전화해서 물어볼 게 있어.”신예준은 옆에 있던 비서에게 눈짓을 보냈다. 비서는 곧 그녀의 휴대폰을 가져왔다.강민지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소파에서 일어나 한쪽 구석으로 걸어갔다.서민규에게서 온 메시지가 화면에 떠 있었다. 짧은 음성 파일이었다.강민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를 낮추고 이어폰을 귀에 대었다. 그 안에서 들려오는 신예준의 목소리에는 강한 집착과 미움이 담겨 있었다.“내가 강민지와 결혼하는 건 그저 강민지를 내 곁에 묶어두기 위해서야. 그래야 계속 괴롭힐 수 있잖아. 강민지는 나와 깨끗이 끝낼 수 없을 거야.”강민지는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보며 손가락이 굳어버린 듯 타자를 하지 못했다.서민규는 그녀가 메시지를 읽은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여러 개의 메시지를 연달아 보냈다.[이건 방금 예준이가 술 마시면서 한 말이에요. 술김에 진심이 튀어나온 거죠. 민지 씨. 예준이는 정말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강민지는 서민규의 말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굳이 서민규가 말해주지 않아도 신예준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녀는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에 잠긴 강민지는 성혜인에게 전화해 도망갈 계획을 상의하려 했지만 배 속의 아이에 대한 의심이 점점 커지면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내일 떠나지 않으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평생 자신을 괴롭히고 복수만을 꿈꾸는 남자 곁에 묶여 있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밤에 또 한 번 구토하면서 아이에 대한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갔다.신예준이 그

    최신 업데이트 : 2024-09-29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37화 무능한 겁쟁이

    신예준이 샤워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 강민지는 이미 식사를 끝낸 상태였다.그는 다시 물었다.“웨딩드레스는 안 입어볼 거야?”“필요 없어.”강민지는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내일 이 결혼은 성사되지 않을 거라고.그녀는 더 이상 그와 할 말이 없다는 듯 일찍 침대에 누웠다. 신예준은 술에 살짝 취한 상태였지만 결혼식 준비에 필요한 마지막 세부 사항을 디자이너와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침대로 올라왔다.강민지는 얕게 숨을 고르며 자는 척했다. 그녀의 연기는 여전히 서툴렀다. 신예준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조용히 말했다.“민지야.”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옆으로 돌렸지만 신예준은 다시 그녀에게 바짝 다가왔다. 결국 강민지는 눈을 꼭 감고 계속 자는 척했다.그때 신예준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민지야, 나한테 이렇게 잘해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그 말을 들은 강민지는 순간 소름이 돋으며 몸을 떨었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강민지는 천장을 응시하며 옆에서 신예준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안도했다. 다행히 꿈을 꾸는 듯했다. 그녀는 몸을 뒤척이다가 다시 잠들었다. 하지만 신예준이 그녀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이 더 들어간 것은 알아차리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 팀이 강민지의 스타일링을 위해 찾아왔다. 신예준도 턱시도를 갈아입으러 갔다. 이번 결혼식은 복잡한 의식을 생략하고 간소하게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는 강민지가 지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신부 측 사람들이 그녀를 호텔 외부까지 데리고 오기만 하면 신예준은 호텔 밖 레드카펫에서 기다렸다가 강민지의 손을 잡고 함께 예식장에 들어가는 것으로 결혼식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호텔 전체를 대관하고 모든 기자의 출입도 철저히 막았다. 오직 업계 사람들만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강민지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신예준이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그녀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신예준은 매우 신중한 사람이었다. 그는 강민지의 지인을 들

    최신 업데이트 : 2024-09-29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38화 널 좋아한다는 보장도 없지

    신예준의 들러리들은 그가 성공한 후 알게 된 몇몇 협력사 대표들이었다. 그의 진정한 친구는 서민규 단 한 명뿐이었다.신예준은 들러리들의 자리를 스치듯 보았으나 서민규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중요한 순간에 도대체 어디 간 거야?’신예준은 서민규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신예준은 약간 기쁨이 담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신 대표님, 강민지 씨가 도망간 것 같습니다.”그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눈빛은 싸늘하게 변했다.“차는?”“추격 중이었지만 갑자기 도로에 트럭들이 많이 나타나 우리를 가로막았습니다. 결국 강민지 씨의 위치를 놓치고 말았습니다.”신예준은 갑자기 자신의 넥타이를 확 풀어 헤치고 옆에 세워둔 결혼식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액셀을 밟았다. 차는 순식간에 도로를 질주했다.결혼식장 밖에서 기다리던 하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 중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신예준이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운 것으로 보아 큰일이 벌어졌음을 짐작할 뿐이었다.다행히 사회자가 침착하게 상황을 수습하며 하객들을 호텔 안으로 안내했다.신예준은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며 옆에 있는 장치를 켜고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 속 빨간 점 하나가 도시 외곽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그는 곧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 빨간 점의 위치를 전달했다.도로 위에 온 신경을 집중한 신예준의 눈은 핏발이 섰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았다. ‘더 빨리, 더 빨리.’하늘에는 이미 헬티콥터가 대기하고 있었다. 신예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차를 버리고 헬리콥터에 올랐다.이미 흐트러진 턱시도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헬리콥터에 올라탄 신예준은 여전히 GPS에 표시된 빨간 점을 주시하고 있었다.그가 강민지에게 선물한 팔찌에는 위치 추적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언젠가 이 장치를 사용하게 될 날이 오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사용하

    최신 업데이트 : 2024-09-29

최신 챕터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22화 무슨 짓을 하려는지 뻔히 보여

    다음 날 아침, 염정아는 어제 포장해 온 음식을 데워 동생에게 새로 산 옷을 입혀주었다.솔직히 말해 동생은 잘생긴 편이었다.염정아는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깨달은 건 그들 모두가 피해자라는 사실이었다.“이제 갈게. 아이들 잘 돌봐줘.”“누나...”동생은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마치 과거 그녀가 수없이 일하러 나갈 때 그랬던 것처럼 그녀를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며 따라오는 모습이었다.염정아는 마음을 다잡고 문을 닫은 뒤, 공지민의 팔을 붙잡았다.“가자.”공지민은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깊은숨을 내쉬었다.“정아야, 두 달은 제원에 있어야 할 텐데, 집에 더 할 말은 없어?”염정아는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도 보다 시피 동생이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걱정 마. 큰애는 요리도 할 줄 알아. 동생이 못하면 애들이라도 버텨줄 거야.”그렇지 않다면 이 집이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공지민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곧바로 제원으로 향했다.그들은 이번 여정으로 3일을 보냈다. 출발 전, 공지민이 온시환과 크게 다툰 후 3일 동안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그 사이 공지민은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허벅지에 염정아와 같은 모양의 빨간 반점을 새겼다. 그뿐만 아니라 염정아 몸의 모든 점 위치를 기억해 자신의 몸에도 똑같이 재현했다.염정아는 소심하고 큰 도시에 익숙하지 않아 직접 연씨 가문에 들여보낼 수 없었다. 그녀가 연승혁을 만나게 된다면 금방 모든 것을 들킬 것이 뻔했다.그래서 공지민은 다른 계획을 세웠다.그녀는 실종된 연씨 가문의 딸인 척하며 가문에 들어가 연승혁의 누나가 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위치에서 복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터였다.공지민은 온시환의 별장 근처에 염정아를 위한 집을 임대했다. 그리고 염정아의 머리카락과 혈액 샘플을 채취해 필요시 친자 확인에 대비했다.모든 준비를 끝낸 뒤, 공지민은 기회를 기다리며 조용히 움직였다.염정아는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21화 절대 짐이 되진 않을게

    공지민은 염정아가 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죄책감이 들었다. 원래라면 염정아는 이런 일에 휘말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제원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생명을 손쉽게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공지민 자신도 이런 선택이 옳은지 확신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정아야, 내가 카드를 줄게. 하지만 네가 나랑 제원에 가면, 너희 아이들은 누가 돌보지?”“동생이 돌볼 거야. 가끔 아래층 슈퍼 사장님도 와서 봐주실 거고. 슈퍼에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다 있으니까 걱정 없어. 내가 매일 일하러 나갈 때도 동생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봤거든.”공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염정아를 데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계절 옷들을 한꺼번에 샀다. 아이들이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입을 수 있을 만큼 넉넉히 준비했다.그녀는 염정아와 남동생에게도 새 옷을 사주었다. 동생은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며 신나게 웃음을 터뜨리며 염정아를 연신 불렀다.염정아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공지민에게 물었다.“우리 내일 제원으로 출발해도 될까? 집에서 몇 가지 정리할 게 있거든.”“그래. 네가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말해. 이건 내 카드야. 비밀번호는 네 휴대폰으로 보낼게. 필요한 돈은 언제든지 써.”“고마워.”염정아는 곧바로 동생을 옆으로 데리고 가서 세세히 일러주기 시작했다.동생은 비록 지적 장애가 있었지만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었다. 다만 집 밖으로 나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었다.“잘 들어. 내가 몇 달 동안 집을 비울 거야. 아이들은 네게 맡길게. 아래층 미숙 이모가 정기적으로 먹을 걸 가져다줄 거야. 분유 타는 법은 이미 두 달 동안 가르쳤고, 기저귀 갈아주는 법도 배웠으니까 잘할 수 있지? 간단한 반찬 만드는 법도 알잖아. 아이들을 잘 돌봐줘.”동생은 순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입을 떼며 말했다.“누나가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금방 돌아올 거야. 걱정하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20화 목숨이라도 바쳐서 널 도울게

    아이를 낳는다는 건 여성의 몸에 큰 상처를 남긴다. 염정아의 배가 어떤 상태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식사가 끝나자마자 염정아의 남동생은 옆에서 토하고 말았다. 너무 많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댄 탓이었다.염정아 역시 속이 더부룩해 고생했지만 토하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남동생은 토한 뒤에도 후회로 가득한 얼굴이었다.염정아는 그의 입가를 천천히 닦아주며 말했다.“그만 먹어, 안 그러면 내일은 아무것도 먹을 게 없을지도 몰라.”남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지민을 바라봤다.공지민은 계산을 마치고 포장한 음식을 들고 그들과 함께 염정아의 집으로 돌아갔다.집에는 아직 어린 다섯 아이들이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막내인 쌍둥이는 아직 품에 안겨 있어야 했고 제일 큰 아이도 겨우 일곱 살이었다.염정아는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며 막내들에게 줄 분유를 타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반면 남동생은 몇몇 아이를 달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공지민은 그녀가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모든 일이 끝났을 때 염정아의 얼굴은 이미 피곤함으로 가득했다.“지민아, 네가 여기에 찾아온 건 무슨 일 때문이지?”마침내 본론으로 들어가야 할 시점이었지만 공지민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염정아의 삶이 이미 이렇게 힘겨운데, 연씨 가문으로 엮이는 것이 옳은 일일까?염정아는 그녀의 망설임을 알아차린 듯 부드럽게 말했다.“그냥 말해. 지금 내가 돈이 절실하다는 건 너도 알잖아. 지민아, 나는 욕심 많은 사람이 아니야. 네가 돈을 조금이라도 준다면 뭐든지 도와줄게. 아이들이 굶는 것만은 막아야 하니까. 집에 분유도 떨어졌고, 언제 또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내 몸 상태도 별로라 공사판에서도 받아주지 않으니, 하루하루가 불안해. 내가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아이들은 대체 어떻게 될까?”동생과 다섯 아이들은 온전히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었다.공지민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정아야, 네 허벅지 근처에 빨간 꽃 모양의 반점이 있지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9화 나도 데려가 줄 수 있어?

    공지민은 염정아를 품에 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운명은 어쩜 이렇게 잔인하고 불공평할 수 있을까.염정아도, 구은우도...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두 사람을 철저히 망가트린 현실이 너무도 가혹했다.염정아는 한참을 울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그녀의 눈에 식은 차가 보였다. 공지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밖에서 뭐라도 먹자. 그리고 아이들한테 줄 것도 좀 사자.”염정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지민아, 네가 우리 집 주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니.”“한 번도 잊은 적 없어.”공지민은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 이곳에 오기 전, 그녀는 염정아를 이용해 연씨 가문에 접근하고 연승혁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렇게나 망가진 염정아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품에서 흐느껴 우는 친구를 보니 입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가 너무도 비열해 보였다. 복수라는 감정에 눈이 멀어 사람의 고통을 이용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염정아는 외출할 만한 옷 한 벌조차 없었다. 입고 있던 옷은 군데군데 헝겊으로 덧대어져 있었다. 그녀가 옷을 챙기는 동안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났다. 그는 순수한 눈빛으로 다가와 물었다.“누나, 어디 가?”“밥 먹으러 나가.”“나도 데려가 줄 수 있어?”늘 침을 흘리던 그는 지금 손수건을 들고 있었다. 아마 염정아가 그의 그런 모습을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조심하고 있는 듯했다. 염정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같이 가자.”그녀는 이 동생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적 장애를 가진 그는 기본적인 상식조차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었다. 부모가 약을 먹이고 강제로 그와 염정아를 함께 있게 했을 때도,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본능적으로 행동했을 뿐이었다. 그 이후로 그는 한 번도 그녀를 자발적으로 건드리지 않았고 단지 그녀 곁에서 잠을 잤다.염정아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돌보고 막내에게 분유를 타 먹이며 남편과 같은 동생을 데리고 공지민과 함께 집을 나섰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8화 왜 내가 이 모든 걸 겪어야 하지?

    공지민은 여전히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감정의 흔들림조차 없는 차분한 모습이 오히려 더 사람을 화나게 했다.온시환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소파에 밀어 눕히며 말했다.“너는 침대에 있을 때만 겨우 말을 좀 듣더라.”공지민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고 그저 입가에 조소를 띄웠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네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 정도야?’그녀의 반응에 온시환의 자존심은 철저히 짓밟혔다. 그는 그녀 위에서 몸을 일으켜 서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바닥에는 정성스럽게 준비했던 고급 디저트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고 거실 테이블은 한쪽으로 넘어가 엉망이었다.온시환은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몰려왔다. 반승제가 이 집 디저트가 아주 맛있다고 추천했기에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자 사 온 건데, 그녀의 마음을 얻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공지민은 정말 마음이 없는 걸까.그는 아무 말 없이 큰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 표정만 봐도 오늘 밤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제야 숨어 있던 가정부가 조심스럽게 나와 어지럽혀진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을 움직이며 공지민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지민 씨, 사실 시환 씨가 당신한테 잘하려고 애쓰는 거예요. 조금만 부드럽게 대처하면 덜 힘들 텐데요.”공지민의 턱에는 손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방금 온시환이 얼마나 강하게 그녀를 잡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공지민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가정부에게 짧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뒤 차에 올라 고등학교로 향했다.그곳은 제원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녀는 염정아의 집 앞에 서서, 과거의 기억이 더욱 선명해지는 걸 느꼈다. 마치 어둠 속의 작은 틈에서 모든 걸 끄집어내는 듯했다.깊게 숨을 들이쉰 그녀는 문을 두드렸다.염정아가 바로 허벅지 안 쪽에 빨간 꽃 모양의 반점을 가진 사람이었다. 한 번 그녀의 집에서 하룻밤 묵었을 때 우연히 보게 되었다. 너무나 독특했기에 그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7화 내가 너한테 빚이라도 졌어?

    구은우처럼 좋은 사람이 왜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해야 했을까?공지민은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복수심으로 가득 찼고 구은우를 해친 모든 사람들을 지옥으로 끌고 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은 서두를 수 없었고 우선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야 했다.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사찰을 떠난 순간 온시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어디야?”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퍽 다정했다. 아마 어젯밤의 만족감 때문인지 약간의 웃음기가 깃들어 있었다.공지민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그때의 거래는 여전히 유효한 건지, 구은우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언제쯤 말해줄 건지.그러나 연씨 가문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할 수 없었다.“곧 돌아갈게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러야 할 일이 있어요. 친한 친구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해서요, 한번 가서 보려고요.”“그래?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아니요, 이건 제 일이에요. 시환 씨는 그냥 은우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해주시면 돼요.”온시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공지민의 눈에 조소가 스쳤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공지민이 찾아가려던 고등학교 친구는 그녀와 함께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이었다. 그 친구는 원아정 일당이 공지민을 표적으로 삼기 전까지 주된 괴롭힘의 대상이었다.말하자면 공지민이 그녀를 구한 셈이었지만 그녀의 정신 상태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있었다.친구의 이름은 염정아였고 삶은 공지민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가족은 극단적으로 남아선호 사상을 따랐고 그녀는 언제나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해야 했다.염정아의 남동생은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항상 입가에 침을 흘리고 있었다. 키는 187cm나 되는 거구의 남자였지만 하루 종일 입을 비죽이며 웅얼거리는 모습이었다.어느 날 그녀의 부모는 염정아에게 충격적인 요구를 했다. 동생의 아이를 가지라는 것이었다.그 충격적인 요청에 염정아은 공지민에게 전화했지만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6화 질식할 것만 같아

    만반의 준비를 마치기 전까지는 휘말리고 싶지않았지만 구은우의 유골을 돼지에게 먹였다는 말을 듣는 순간 공지민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고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공지민의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자 원아정은 그녀의 반응을 즐기는 듯 더욱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당시 구은우의 유골함이 해외로 옮겨졌다고 하지 않았어? 사실은 그 남자가 구은우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결국 그건 아내가 자기를 배신한 증거였으니까. 내가 돈 몇 푼 쥐여주니까 곧바로 나한테 유골을 팔더라.”공지민의 입술이 떨리며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그녀는 원아정의 손목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그대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원아정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뺨을 맞았다. 그녀는 분노와 충격으로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너 따위가 감히 날 때려?”고등학교 때 그녀 앞에서 무릎 꿇고 빌었던 걸 벌써 잊은 걸까?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지민은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퍼부었다. 분노에 휩싸인 그녀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 보였다.사찰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숙도 현장에 도착했다.안정숙은 두 사람을 쏘아보며 차갑게 물었다.“여기서 무슨 짓들을 하는 거야?”원아정은 마치 피해자인 양 금세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할머니, 제가 고등학교 동창이랑 조금 오해가 있었어요. 그런데 얘가 갑자기 저를 때리고 발길질을 했어요.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얼굴이 너무 아파요.”원아정의 뺨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반면 공지민은 겉보기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이 때문에 상황은 자연스레 원아정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안정숙은 눈썹을 찌푸리며 공지민을 바라봤다. 더 이상 이전의 인자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공지민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원아정을 노려보았다. 원아정의 눈빛에는 조소와 함께 승리의 기쁨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사찰을 떠났다.차에 올라서도 원아정이 한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5화 유골을 어떻게 했는지 알아?

    공지민은 온시환과 함께 차에 올랐다. 의자에 기대앉은 그녀는 머릿속에 온통 연승혁의 실종된 누나에 관한 생각뿐이었다.그 누나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만약 그녀를 찾아낸다면 연씨 가문에 접근할 기회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온시환은 그녀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너 요즘 뭔가 고민이 많은 것 같아.”“아니에요.”온시환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그녀의 턱을 그러쥐었다.“아니라고? 그냥 나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거 아니야? 네가 파티에 가고 싶다고 해서 데려갔고, 네가 원하는 걸 다 들어줬어. 그런데 내가 얼마나 더 비참하게 굴어야 해? 나한테도 좀 웃어주면 안 돼?”그의 목소리에는 원망이 가득했고 손아귀의 힘이 점점 강해졌다.눈살을 찌푸린 공지민은 그를 달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몸을 기울여 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온시환은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 깊은 키스를 이어갔다.둘은 몇 분간 키스한 뒤에야 숨을 고르며 멈췄다.밤이 되자 두 사람은 씻고 난 뒤 자연스럽게 관계를 가졌다. 공지민은 그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온시환의 눈빛에 담긴 진심 어린 애정을 보면서도 그녀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연승혁에 대한 일을 속이며 자신을 기만했던 이 남자를 왜 동정해야 할까?무엇보다 온시환이 동정이 필요한 사람인가? 예전에 그를 위해 눈물 흘렸던 여자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건 단지 그의 업보일 뿐이었다.다음 날 아침, 공지민이 눈을 떴을 때 온시환은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옆에 남겨진 메모에는 그녀에게 푹 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공지민은 곧바로 씻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목적은 연씨 가문의 노부인을 우연히 만나는 것이었다.전날 밤, 그녀는 안정숙이 최근 몸 상태가 조금 나아져 근교의 사찰에 들러 기도를 드린다는 정보를 얻어냈다.공지민은 차를 몰고 산길을 따라 사찰에 도착했다. 일부러 안정숙보다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4화 내면의 평정을 잃지 않은 사람

    강민지와 대화를 마친 후, 공지민은 눈에 띄지 않는 한쪽 구석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온시환은 이미 누군가에게 끌려가 술을 마시고 있었고 떠나기 전 공지민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주며 자리를 벗어나지 말라고 당부했다.소파에 앉아 있던 공지민의 시야에 원아정과 몇몇 여성이 들어왔다. 원아정은 마치 공지민을 못 본 척 지나치려는 듯했지만 그녀 옆의 몇몇 여자는 공지민이 낯설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그중 한 명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원아정의 곁을 맴돌던 오예슬이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오예슬은 공지민이 온시환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공지민을 보자마자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어머나, 아정아, 저기 좀 봐. 저 사람 우리 고등학교 때 제일 인기 많았던 공지민 아니야?”오예슬은 거의 뛰다시피 공지민 앞으로 다가가선 위압적인 태도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공지민,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설마 여기 직원으로 지원하려고 온 건 아니겠지?”공지민의 옷차림을 보면 그런 말이 어불성설이었지만 오예슬은 그녀를 비하하고 싶어 일부러 그런 말을 내뱉었다.공지민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예슬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지민을 괴롭히며 쾌감을 느껴왔고 지금의 무시당하는 태도는 그녀에게 모욕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과거 공지민이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술을 공지민에게 그대로 부어버렸다.공지민은 피할 새도 없이 머리에 술을 뒤집어썼다.“어머, 미안해. 내가 잔을 제대로 못 들었나 봐.”오예슬은 원아정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에 이런 행동을 했고 이는 과거에도 그녀가 원아정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주 하던 짓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지민을 굴욕 주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원아정에게 자신의 행동을 자랑하려 돌아섰다.하지만 공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오예슬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