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신예준은 담담한 얼굴로 핸들을 잡았다가 다시 천천히 놓았다.“희서야, 너 자꾸 밖에 나돌아다니면 그 사람들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그래.”조희서의 울음소리가 멈추고 그녀는 순식간에 신예준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알고 보니 신예준은 그녀를 보호해주고 있다.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강민지에게 그런 짓까지 했는데 신예준은 그녀를 탓하려는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눈시울이 붉어지며 조희서는 천천히 신예준의 팔을 잡았다.“오빠, 이번에는 정말 너무 화가 나서 이런 방법을 택한 거야. 다음부터는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화내지 마, 알겠지?”“그만 내려. 난 다시 병원 가봐야 해.”여전히 강민지를 챙기는 신예준에 조희서는 뿌득뿌득 이를 갈았지만 뭐라 하기도 애매한 타이밍이었다.*신예준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강민지는 이미 의식을 회복하여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그는 가져온 죽을 옆에 내려놓고는 특별히 강민지를 위해 침대 머리맡의 각도를 조절해 주었다.그러나 강민지는 입을 꾹 다문 채 그의 눈을 피했고 안색은 조금 하얗게 질려있었다.곧이어 신예준은 가져온 도시락을 열어 그녀에게 죽을 먹여주었다.강민지도 순순히 죽을 받아먹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근 3일 동안 신예준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병상 앞에서 그녀를 보살폈고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 시간 외에는 거의 자리를 뜨지 않았다.간혹 한밤중에 깨어나면 회의를 하는 신예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혹여나 강민지가 잠에서 깰까 봐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회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의사가 다시 한번 검사를 하러 왔을 때, 그녀는 비로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집에 돌아가기 위해 신예준의 차 조수석에 올라타자 물씬 풍기는 조희서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조희서가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의 향은 확연했다.강민지는 순간 메스꺼움을 느꼈지만 눈살을 찌푸리고 애써 창밖을 내다보았다.곧이어 차는 강씨네 별장
신예준은 강민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천천히 몸을 기울이고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려 손을 들어 올렸다.“두 달 동안은 밖에 나오지 않을 거야.”마치 이것이 그의 처리 방법인 것처럼 신예준의 태도는 매우 당당했다.그러나 강민지는 그저 우스울 뿐이다. 이건 그냥 조희서를 보호해주려는 방법 아닌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혜인에게 시달렸으니 조희서가 계속 나대면 그쪽에서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조희서는 반드시 잘 숨어있어야 한다. 괜히 다음에 누구와 부딪혀서 또 다른 사람에게 뺨을 맞지 않도록 말이다.신예준의 뻔한 마음에 강민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기 귀찮아서 계속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서민규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새우 먹고 싶어요. 왕새우.]그녀의 메시지라면 서민규는 매번 칼답이었다.그리고 그런 서민규를 대하는 강민지에게 장난기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여 요즘 밤잠을 설친 날에도 계속하여 서민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려 애썼다.그러나 언제 문자를 보내도 서민규는 항상 칼답이었다.이에 강민지는 심지어 혹시 그녀의 소식만을 기다리며 눈 한 번 꿈쩍이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하지만 놀리는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바라던 바가 있을 뿐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금방 가서 사 올게요. 민지 씨 몸보신시켜주려고 닭 한 마리 더 삶았는데 그럼 언제 오실래요?][바로 출발할게요.]문자를 보낸 후, 강민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걸려있는 가방에 핸드폰을 넣고 외출준비를 하였다.그러자 신예준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며 물었다.“어디가?”“혜인이랑 놀려고.”그녀의 말에 신예준은 천천히 손을 떼고 속눈썹을 늘어뜨리며 말을 꺼냈다.“주방에 너 몸보신 좀 시키려고 음식을 시켜뒀어.”“괜찮아. 그쪽에서 먹고 올 거야.”그러나 신예준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뒤에서 느릿느릿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았다.순간 심장이 쿡쿡 쑤셔오는 감각에 강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너 화난 거 알아
서민규 표 저녁 식사는 곧 준비되었고 자리에 앉아 수저를 들기도 전에 강민지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조희서가 보낸 문자와 함께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지난번에 찍은 신예준과 조희서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장면이었다.심지어 입술이 닿는 디테일까지 매우 또렷했다.순간 입맛이 뚝 떨어진 강민지는 묵묵히 대화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희서가 보내온 메시지는 전부 그녀의 구질구질한 혼잣말이었다.예를 들어, 오늘 신예준이 그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든지, 아니면 그녀와 함께 쇼핑하고 그녀와 키스하는 등등 이야깃거리였다.물론 강민지는 단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지만 단지 신예준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연락처를 삭제하지 않은 것이다.그때, 조희서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또 도착했다.[지난번에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빠는 여전히 날 선택했어.]갑자기 재미가 없어진 강민지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결국, 조희서가 보내온 메시지는 아무리 뒤적여도 전부 비슷한 내용이었다신예준이 얼마나 잘해주고 조희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내용에 불과했다.조희서는 눈앞에 있는 새우를 보며 아무렇게나 두 마리를 입에 집어넣고 닭고기 수프를 조금 들이켰다.아직 배가 차지도 않았는데 강민지는 입맛이 없어 수저를 내려놓고 갈 준비를 했다.그러자 서민규는 그녀를 배웅해주기 위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들이 막 떠난 지 10분이 지났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서민규가 돌아왔다고 생각한 서예나가 휠체어를 타고 문을 열러 갔는데 문밖에는 뜻밖에도 신예준이 서 있었다.“오빠 안 계셔?”그녀는 멍해 있다가 상대방이 묻는 말에 화들짝 놀라 답했다.“오빠는 잠깐 외출했어요. 아니면 먼저 들어와 앉아 있을래요?”신예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었다. 그의 손에는 선물이 쥐어져 있었는데 그들을 위해 준비한 이사선물이었다.지난 며칠 동안 강민지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이제야 시간을 낸 것이다.선물을 옆에 내려놓
뭐, 정말 착각일지도 모르겠다.신예준은 그대로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왔는데 차에서 내릴 때 참지 못하고 또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봤다.새로운 소식은 없었다.페이지는 여전히 강민지에게 보냈던 마지막 메시지에 머물러 있었다.“다 먹었어?” 다시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니 대부분 신예준이 강민지에게 물음을 던지고 강민지는 거의 답해주지 않았다.찬바람 속에서 신예준은 참지 못하고 계속 위로 거슬러 올라가 예전의 채팅 기록을 뒤져냈다.지금 보니 구구절절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이 그의 마음을 후벼팠다.[예준 씨, 오늘 퇴근길에 이상한 구름 봤는데 뭔가 고래 같지 않아?][하하하, 이 고양이 좀 봐, 개처럼 생겼어. 왜 이렇게 뚱뚱하지?][길가에서 한 커플이 싸우고 있는데 싸움 구경 좀 해보겠다고 옆에 서 있으니 다리 아파죽을 것 같아. 근데 듣기로는 남자가 바람을 피운 거래.][오늘 옷가게 주인한테 4만 원 떼었어. 아 짜증 나.][예준 씨, 퇴근했어? 집에 언제 돌아와? 비 엄청 세게 오는데 우산이 없어.][오늘 어떤 손님이 가게 안에서 술주정을 부리는데 자꾸 의자를 들고 사람을 때리려는 거야. 어떡해? 나 또 월급 반납하게 생겼어.]그리고 신예준은 자학이라도 하는 듯 자꾸만 채팅 기록을 위로 올려다보았다.손가락의 담배가 거의 다 타버려 살갗이 타들어 가서야 그는 비로소 깜짝 놀라며 바로 담배를 버렸다.곧이어 신예준은 또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이며 새로운 메시지를 전송했다.[곧 12시야.]아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어버린 것 같아 미리 일깨워준 것이다.같은 시각, 강민지는 집에 와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메시지가 알림창에 떴지만 들어가 보지도 않았다.그렇게 한 시까지 놀았더니 너무 졸려 그대로 엎드려 잠이 들었다.한편, 신예준은 회사에서 2시까지 야근을 했지만 휴대폰은 항상 고요하기만 했다.심지어 마지막에 도착한 알림은 은행에서 보내준 축하 메시지였다.책상 위의 노트북을 덮고 일어나려는데 그때 새 우편물 하나가 더
대화가 끊기고 인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탕비실로 쏠렸다.신예준도 덩달아 탕비실을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손에 든 데이터를 바라보았다.“당장 수정하세요. 더 듣고 싶지 않습니다.”“알겠습니다.”기세가 너무 강한지라 상대도 더 이상 반박할 수 없게 되었다.신예준은 손에 든 서류를 다시 건네주며 시간을 확인했다. 이 층에서 회의를 할 시간이다.그렇게 신예준은 회의실로 유유히 사라졌고 같은 시각, 탕비실 안, 서민규는 멍하니 바닥에 떨어진 커피잔을 바라보았다.우유가 섞인 커피가 여기저기 흘러내리고 강민지는 그의 옷깃을 끌어당겨 그대로 입술을 서민규의 뺨에 들이받았다.서민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완전히 고장 나버렸고 강민지는 뒤로 물러서 바닥에 쏟아진 커피를 바라보며 못내 아쉬워했다.“못 마시겠네요. 아쉽다.”“저, 제가 한 잔 더 타드릴게요. 금방, 금방이면 돼요.”서민규는 달달 떨리는 손가락으로 정신없이 옆에 있는 커피머신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강민지는 오늘 연한 색 립스틱을 바르고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등 무심하지만 여유로운 기색이 역력했다.반면, 서민규는 마침내 커피 한 잔을 더 챙겨 전전긍긍하며 그녀의 손에 가져다주었다.“먼저 마셔요. 오늘 우리 층에서 회의가 있어서 저도 참석해야 해요.”곧이어 서민규는 옆에 있는 걸레를 잡고 바닥에 있는 커피 얼룩을 깨끗이 정리했다.한편, 강민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그의 설명을 들어주었다.“여긴 원두가 별로인 데다 커피 머신도 반자동이라 커피 맛이 좋진 않을 거예요. 혹시 손으로 간 원두커피를 좋아한다면 집에 도구를 갖춰둘게요.”강민지는 확실히 이런 원두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슬쩍 물어보았다.“와인 만들 줄 알아요?”“네.”“그럼 다음에 와인 만들어요. 사과와 귤껍질을 넣어서요.”“그래요.”같은 시각, 서민규의 머릿속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렸는데 한쪽에는 꽃이 만발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그는 또 대걸레를 끌고 다른 한쪽으로 가서 옆에서 손을
“그런 거 아니야.”“잘 생각해. 나머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으니 업무에는 지장 주지 마.”신예준도 그의 긴장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마음속 서민규는 줄곧 우울하고 의기소침하지만 성실한 사람이었기에 그런 서민규가 언제 갑자기 얼마나 엉뚱한 일을 저지를지는 항상 예상 밖이었다.서민규와 신예준 두 사람은 매우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애틋한 사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해 부모님께서 사고를 당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은 줄곧 고난 속에서 살아온 셈이다. 비록 현재 많은 사람이 서민규의 가문을 무시해도 서민규가 신예준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하지만 신예준은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상대에게 손안에 있는 아무 물건이나 쥐여줘도 서민규는 바로 벼락출세할 수 있을 것이다.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신예준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다.일부는 협력사에서 보낸 문자, 은행 문자, 그리고 조희서가 보낸 문자도 있었다.그는 진작에 강민지와의 채팅방을 맨 위에 고정해놓았는데 유독 고정된 곳만이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어젯밤 그가 보낸 문자 내용에 그대로 머물러 강민지는 여전히 답장하지 않았다. 마치 깊은 바다에 가라앉은 것처럼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현재 어떤 심정인지는 신예준조차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저 심장이 가느다란 철사로 꽉 조여져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기분이었다.그리고 이렇게 조이는 과정에서 또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잘 낫지도 않는 그런 고통.저녁 7시, 신예준은 정시에 퇴근해서 참지 못하고 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강민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말 신예준의 생일을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같은 시각, 강민지는 감옥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장하리도 수용되어있는 그 감옥.왜 왔는지는 그녀도 의문이었다. 이전에는 성혜인과 마찬가지로 면회를 시도했지만 장하리는 단호하게 모든 사람을 거절했다.사실 강민지는 왠지 모르게 항상
신예준의 집착에 강민지는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정말 진지하게 신예준에게 정신병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었다.조희서를 좋아할 거면 조희서와 둘이 즐겁게 같이 있으면 안 돼? 왜 굳이 강민지까지 끌어들이냔 말이다.“좀 이따 들어갈게.”“좀 이따가 언젠데?”그의 말이 끝나고 강민지 쪽에서 정적이 흘렀다.강민지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마 지금은 한 마디도 신예준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흐릿한 눈빛 속에 어두운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20분 이내에 들어와.”답장하는 것도 귀찮았던 강민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나 그의 마음처럼 까만 스크린을 바라보는 신예준의 눈앞에서는 케이크를 자르라는 환호성이 쏟아져나왔다.이곳은 호텔의 로비인데 으리으리하고 금빛 찬란한 장식으로 주위에는 우아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그 사람들은 모두 최근에 알게 된 협력업체들이다. 모두 신예준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기 위해 이 자리에 그를 초대한 것이다.그러나 신예준은 담담한 안색으로 옆에 놓여있던 외투를 챙기고 손사래를 쳤다. 오늘 밤은 조금 무리해서 달리는 바람에 취기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대표님, 케이크부터 자르세요.”“그래요. 케이크를 자르셔야죠.”결국, 성화에 못 이겨 신예준은 옆에 있는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레이어드 된 케이크를 잘랐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오고 너나 나나 덕담을 해주기 시작했지만 더 이상 듣기 귀찮았던 신예준은 아무 핑계나 대고 비서를 불러 자리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집에 도착하니 벌써 11시 20분, 40분이 지나면 오늘도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그의 말을 듣고 강민지도 집에 와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대문이 열리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하여 바로 옆에 있는 가정부에게 물어봤다.“제 아내는요?”“사모님께서는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순간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진 신예준은 다시 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에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강민지는
조희서는 혹시 강민지가 자신에게 똑같이 복수하려고 이미 별장에 사람을 매복시켜 놓은 건 아닌지 의심했다.[가증스러운 년, 선심 쓰는 척하지 마. 네가 그렇게 할 리가 없잖아.]조희서는 강민지에 대한 증오가 뼛속까지 깊이 새겨져 있었다. 강민지만 아니었어도 자신은 벌써 신예준과 결혼했을 테니까.강민지는 아무 말 없이 신예준이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 한 장을 조희서에게 보냈다.[네가 와서 신예준을 돌봐. 운이 좋으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나는 지금 나가야 해, 중요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조희서, 이번이 네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 신예준을 완전히 네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네 능력에 달렸어. 그때 네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너희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봐. 그러면 신예준은 나와의 결혼을 취소하고 너랑 결혼할지도 모르잖아. 그게 네 꿈이 아니었니?]조희서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민지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경쟁자에게 이런 기회를 주다니.[좋아, 바로 갈게! 강민지, 만약 날 속인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게다가 오늘은 신예준의 생일이었다. 조희서는 저녁에 그에게 많은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술에 취해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서둘러 섹시한 옷을 갈아입고 바로 옆 별장으로 향했다.문이 열리기 전까지 조희서는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혹시 강민지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건 아닌지 계속 의심했다.하지만 문이 열리고 강민지가 가방을 들고 나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 불안은 조금 가셨다.조희서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예준이는 어디 있어?”“위층에 있어. 조희서, 이번에도 신예준을 못 잡으면 넌 진짜 무능한 거야.”조희서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며 비웃듯 한마디를 내뱉었다.“내가 너랑 같은 줄 알아? 네가 자존심도 없이 예준이에게 몸을 던져도 결국 예준이는 널 거부했잖아. 하지만 난 다를 거야. 두고 봐. 오늘 밤이 지나면 예준이는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