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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7화 중요한 시각에는 머리가 잘 돌아가네

작가: 민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24 18:00:00
“성 대표님, 이 정도면 충분합니까?”

연거푸 조희서에게 공격을 퍼부은 후, 유해은이 물었다.

어느새 배가 더욱 불러온 성혜인은 자신의 배를 잡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반승제가 다급하게 그녀의 팔을 부축해주며 말을 거들었다.

“그러니까 이번 일에는 관여하지 말라고 했잖아.”

“당신이 말할 자격이 있어요? 만약 민지가 승제 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민지가 이 여자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도 모른 채 태평하게 잘살고 있었겠죠.”

신예준이 강민지를 괴롭히는 건 그나마 참아줄 수 있다. 그건 강민지가 자초한 일이니까.

괴롭히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의 장단이 그렇게 잘 맞는데 제삼자인 그녀가 무어라 끼어들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조희서는?

조희서가 뭐라고 감히 강민지의 머리 위로 기어 올라가려 한단 말인가.

성혜인을 말리던 반승제는 순식간에 잠잠해졌고 그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애써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어젯밤 메시지가 도착했을 땐 시간이 너무 늦어서 말하지 않은 거야. 하지만 경호원을 보내 보호해줬잖아.”

물론 반승제가 그녀를 생각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는 건 성혜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마음이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승제는 조심스럽게 성혜인의 어깨를 쓰다듬어주며 그녀를 다독여주었다.

“됐어, 됐어. 결국, 큰일은 없었잖아. 애 조심해야지. 자, 숨 들이마시고... 내쉬고...”

여전히 화가 났지만 막상 그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반승제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게 화냈으면서 그 정도는 아니라니.

이따가 신예준이 오면 또 한바탕하겠네.

성혜인의 시선이 다시 조희서에게로 향했다. 어젯밤 반승제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강민지가 무슨 일을 당했을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강민지가 정말 똑똑해서 이번 일은 순조롭게 넘어갔지만 다음에는?

다다음은?

두 눈이 퉁퉁 부은 조희서는 눈앞에서 오가는 대화에 눈치를 살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중 한 명은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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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이어 성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냉정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신 대표님, 저희는 조희서의 합의서뿐만 아니라 당신의 합의서도 필요합니다.”“저는 결코 합의해줄 마음이 없습니다.”신예준이 무거운 눈빛으로 성혜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영원히.”합의를 해주면 강민지가 그의 곁에 남을 이유도 더 이상 없다.그러면 강민지는 망설임 없이 그를 버리고 강상원을 데리고 영원히 떠날 것이다.한쪽에 늘어뜨렸던 손에 천천히 힘이 들어갔다.이대로 끝내자고? 내가 왜?그 순간, 성혜인은 눈을 찌푸리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신 대표님께서 조희서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당신의 합의서 때문에 우리가 조희서 씨를 죽일까 두렵진 않으세요?”“성혜인 씨, 그렇게 되면 강민지는 죽을 때까지 합의서를 못 받게 될 거고 강씨 가문의 모든 걸 배상해야 할 겁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직 개명되지 않아 강상원 대표님도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일사불란한 말, 차분한 말투, 눈앞의 그는 정말 무섭도록 강한 사람이다.다시 조희서를 바라보자 신예준의 뒤에 숨어버린 조희서는 갑자기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흥미진진해진 성혜인은 눈썹을 치켜들고 유해은을 불렀다.“유해은 씨.”눈치가 빠른 유해은은 곧바로 그녀의 뜻을 깨닫고 조희서의 뺨을 몇 차례 더 내리쳤다.갑자기 또 뺨을 맞은 조희서는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 신예준이 이 자리에 있는데도 감히 그녀에게 손을 대다니.“오빠... 흑흑흑. 오빠, 이 사람들 좀 봐...”그러나 신예준은 조희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희서야, 합의해줘.”신예준의 말에 조희서는 그제야 깨달았다. 성혜인 그들에게 그녀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그들은 정말 조희서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땐 신예준도 그녀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분이 난 조희서는 입술을 짓이기며 소매를 부여잡고 다급히 말을 꺼냈다.“합의할게. 한다고.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데리고 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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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신예준은 담담한 얼굴로 핸들을 잡았다가 다시 천천히 놓았다.“희서야, 너 자꾸 밖에 나돌아다니면 그 사람들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그래.”조희서의 울음소리가 멈추고 그녀는 순식간에 신예준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알고 보니 신예준은 그녀를 보호해주고 있다.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강민지에게 그런 짓까지 했는데 신예준은 그녀를 탓하려는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눈시울이 붉어지며 조희서는 천천히 신예준의 팔을 잡았다.“오빠, 이번에는 정말 너무 화가 나서 이런 방법을 택한 거야. 다음부터는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화내지 마, 알겠지?”“그만 내려. 난 다시 병원 가봐야 해.”여전히 강민지를 챙기는 신예준에 조희서는 뿌득뿌득 이를 갈았지만 뭐라 하기도 애매한 타이밍이었다.*신예준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강민지는 이미 의식을 회복하여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그는 가져온 죽을 옆에 내려놓고는 특별히 강민지를 위해 침대 머리맡의 각도를 조절해 주었다.그러나 강민지는 입을 꾹 다문 채 그의 눈을 피했고 안색은 조금 하얗게 질려있었다.곧이어 신예준은 가져온 도시락을 열어 그녀에게 죽을 먹여주었다.강민지도 순순히 죽을 받아먹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근 3일 동안 신예준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병상 앞에서 그녀를 보살폈고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 시간 외에는 거의 자리를 뜨지 않았다.간혹 한밤중에 깨어나면 회의를 하는 신예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혹여나 강민지가 잠에서 깰까 봐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회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의사가 다시 한번 검사를 하러 왔을 때, 그녀는 비로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집에 돌아가기 위해 신예준의 차 조수석에 올라타자 물씬 풍기는 조희서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조희서가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의 향은 확연했다.강민지는 순간 메스꺼움을 느꼈지만 눈살을 찌푸리고 애써 창밖을 내다보았다.곧이어 차는 강씨네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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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20화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신예준은 강민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천천히 몸을 기울이고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려 손을 들어 올렸다.“두 달 동안은 밖에 나오지 않을 거야.”마치 이것이 그의 처리 방법인 것처럼 신예준의 태도는 매우 당당했다.그러나 강민지는 그저 우스울 뿐이다. 이건 그냥 조희서를 보호해주려는 방법 아닌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혜인에게 시달렸으니 조희서가 계속 나대면 그쪽에서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조희서는 반드시 잘 숨어있어야 한다. 괜히 다음에 누구와 부딪혀서 또 다른 사람에게 뺨을 맞지 않도록 말이다.신예준의 뻔한 마음에 강민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기 귀찮아서 계속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서민규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새우 먹고 싶어요. 왕새우.]그녀의 메시지라면 서민규는 매번 칼답이었다.그리고 그런 서민규를 대하는 강민지에게 장난기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여 요즘 밤잠을 설친 날에도 계속하여 서민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려 애썼다.그러나 언제 문자를 보내도 서민규는 항상 칼답이었다.이에 강민지는 심지어 혹시 그녀의 소식만을 기다리며 눈 한 번 꿈쩍이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하지만 놀리는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바라던 바가 있을 뿐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금방 가서 사 올게요. 민지 씨 몸보신시켜주려고 닭 한 마리 더 삶았는데 그럼 언제 오실래요?][바로 출발할게요.]문자를 보낸 후, 강민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걸려있는 가방에 핸드폰을 넣고 외출준비를 하였다.그러자 신예준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며 물었다.“어디가?”“혜인이랑 놀려고.”그녀의 말에 신예준은 천천히 손을 떼고 속눈썹을 늘어뜨리며 말을 꺼냈다.“주방에 너 몸보신 좀 시키려고 음식을 시켜뒀어.”“괜찮아. 그쪽에서 먹고 올 거야.”그러나 신예준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뒤에서 느릿느릿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았다.순간 심장이 쿡쿡 쑤셔오는 감각에 강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너 화난 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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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21화 왠지 강민지가 뿌리던 향수 냄새와 비슷하다

    서민규 표 저녁 식사는 곧 준비되었고 자리에 앉아 수저를 들기도 전에 강민지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조희서가 보낸 문자와 함께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지난번에 찍은 신예준과 조희서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장면이었다.심지어 입술이 닿는 디테일까지 매우 또렷했다.순간 입맛이 뚝 떨어진 강민지는 묵묵히 대화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희서가 보내온 메시지는 전부 그녀의 구질구질한 혼잣말이었다.예를 들어, 오늘 신예준이 그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든지, 아니면 그녀와 함께 쇼핑하고 그녀와 키스하는 등등 이야깃거리였다.물론 강민지는 단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지만 단지 신예준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연락처를 삭제하지 않은 것이다.그때, 조희서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또 도착했다.[지난번에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빠는 여전히 날 선택했어.]갑자기 재미가 없어진 강민지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결국, 조희서가 보내온 메시지는 아무리 뒤적여도 전부 비슷한 내용이었다신예준이 얼마나 잘해주고 조희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내용에 불과했다.조희서는 눈앞에 있는 새우를 보며 아무렇게나 두 마리를 입에 집어넣고 닭고기 수프를 조금 들이켰다.아직 배가 차지도 않았는데 강민지는 입맛이 없어 수저를 내려놓고 갈 준비를 했다.그러자 서민규는 그녀를 배웅해주기 위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들이 막 떠난 지 10분이 지났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서민규가 돌아왔다고 생각한 서예나가 휠체어를 타고 문을 열러 갔는데 문밖에는 뜻밖에도 신예준이 서 있었다.“오빠 안 계셔?”그녀는 멍해 있다가 상대방이 묻는 말에 화들짝 놀라 답했다.“오빠는 잠깐 외출했어요. 아니면 먼저 들어와 앉아 있을래요?”신예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었다. 그의 손에는 선물이 쥐어져 있었는데 그들을 위해 준비한 이사선물이었다.지난 며칠 동안 강민지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이제야 시간을 낸 것이다.선물을 옆에 내려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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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822화 보러 온다고 했잖아요

    뭐, 정말 착각일지도 모르겠다.신예준은 그대로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왔는데 차에서 내릴 때 참지 못하고 또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봤다.새로운 소식은 없었다.페이지는 여전히 강민지에게 보냈던 마지막 메시지에 머물러 있었다.“다 먹었어?”  다시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니 대부분 신예준이 강민지에게 물음을 던지고 강민지는 거의 답해주지 않았다.찬바람 속에서 신예준은 참지 못하고 계속 위로 거슬러 올라가 예전의 채팅 기록을 뒤져냈다.지금 보니 구구절절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이 그의 마음을 후벼팠다.[예준 씨, 오늘 퇴근길에 이상한 구름 봤는데 뭔가 고래 같지 않아?][하하하, 이 고양이 좀 봐, 개처럼 생겼어. 왜 이렇게 뚱뚱하지?][길가에서 한 커플이 싸우고 있는데 싸움 구경 좀 해보겠다고 옆에 서 있으니 다리 아파죽을 것 같아. 근데 듣기로는 남자가 바람을 피운 거래.][오늘 옷가게 주인한테 4만 원 떼었어. 아 짜증 나.][예준 씨, 퇴근했어? 집에 언제 돌아와? 비 엄청 세게 오는데 우산이 없어.][오늘 어떤 손님이 가게 안에서 술주정을 부리는데 자꾸 의자를 들고 사람을 때리려는 거야. 어떡해? 나 또 월급 반납하게 생겼어.]그리고 신예준은 자학이라도 하는 듯 자꾸만 채팅 기록을 위로 올려다보았다.손가락의 담배가 거의 다 타버려 살갗이 타들어 가서야 그는 비로소 깜짝 놀라며 바로 담배를 버렸다.곧이어 신예준은 또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이며 새로운 메시지를 전송했다.[곧 12시야.]아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어버린 것 같아 미리 일깨워준 것이다.같은 시각, 강민지는 집에 와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메시지가 알림창에 떴지만 들어가 보지도 않았다.그렇게 한 시까지 놀았더니 너무 졸려 그대로 엎드려 잠이 들었다.한편, 신예준은 회사에서 2시까지 야근을 했지만 휴대폰은 항상 고요하기만 했다.심지어 마지막에 도착한 알림은 은행에서 보내준 축하 메시지였다.책상 위의 노트북을 덮고 일어나려는데 그때 새 우편물 하나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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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가 끊기고 인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탕비실로 쏠렸다.신예준도 덩달아 탕비실을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손에 든 데이터를 바라보았다.“당장 수정하세요. 더 듣고 싶지 않습니다.”“알겠습니다.”기세가 너무 강한지라 상대도 더 이상 반박할 수 없게 되었다.신예준은 손에 든 서류를 다시 건네주며 시간을 확인했다. 이 층에서 회의를 할 시간이다.그렇게 신예준은 회의실로 유유히 사라졌고 같은 시각, 탕비실 안, 서민규는 멍하니 바닥에 떨어진 커피잔을 바라보았다.우유가 섞인 커피가 여기저기 흘러내리고 강민지는 그의 옷깃을 끌어당겨 그대로 입술을 서민규의 뺨에 들이받았다.서민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완전히 고장 나버렸고 강민지는 뒤로 물러서 바닥에 쏟아진 커피를 바라보며 못내 아쉬워했다.“못 마시겠네요. 아쉽다.”“저, 제가 한 잔 더 타드릴게요. 금방, 금방이면 돼요.”서민규는 달달 떨리는 손가락으로 정신없이 옆에 있는 커피머신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강민지는 오늘 연한 색 립스틱을 바르고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등 무심하지만 여유로운 기색이 역력했다.반면, 서민규는 마침내 커피 한 잔을 더 챙겨 전전긍긍하며 그녀의 손에 가져다주었다.“먼저 마셔요. 오늘 우리 층에서 회의가 있어서 저도 참석해야 해요.”곧이어 서민규는 옆에 있는 걸레를 잡고 바닥에 있는 커피 얼룩을 깨끗이 정리했다.한편, 강민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그의 설명을 들어주었다.“여긴 원두가 별로인 데다 커피 머신도 반자동이라 커피 맛이 좋진 않을 거예요. 혹시 손으로 간 원두커피를 좋아한다면 집에 도구를 갖춰둘게요.”강민지는 확실히 이런 원두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슬쩍 물어보았다.“와인 만들 줄 알아요?”“네.”“그럼 다음에 와인 만들어요. 사과와 귤껍질을 넣어서요.”“그래요.”같은 시각, 서민규의 머릿속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렸는데 한쪽에는 꽃이 만발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그는 또 대걸레를 끌고 다른 한쪽으로 가서 옆에서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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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거 아니야.”“잘 생각해. 나머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으니 업무에는 지장 주지 마.”신예준도 그의 긴장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마음속 서민규는 줄곧 우울하고 의기소침하지만 성실한 사람이었기에 그런 서민규가 언제 갑자기 얼마나 엉뚱한 일을 저지를지는 항상 예상 밖이었다.서민규와 신예준 두 사람은 매우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애틋한 사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해 부모님께서 사고를 당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은 줄곧 고난 속에서 살아온 셈이다. 비록 현재 많은 사람이 서민규의 가문을 무시해도 서민규가 신예준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하지만 신예준은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상대에게 손안에 있는 아무 물건이나 쥐여줘도 서민규는 바로 벼락출세할 수 있을 것이다.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신예준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다.일부는 협력사에서 보낸 문자, 은행 문자, 그리고 조희서가 보낸 문자도 있었다.그는 진작에 강민지와의 채팅방을 맨 위에 고정해놓았는데 유독 고정된 곳만이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어젯밤 그가 보낸 문자 내용에 그대로 머물러 강민지는 여전히 답장하지 않았다. 마치 깊은 바다에 가라앉은 것처럼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현재 어떤 심정인지는 신예준조차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저 심장이 가느다란 철사로 꽉 조여져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기분이었다.그리고 이렇게 조이는 과정에서 또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잘 낫지도 않는 그런 고통.저녁 7시, 신예준은 정시에 퇴근해서 참지 못하고 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강민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말 신예준의 생일을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같은 시각, 강민지는 감옥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장하리도 수용되어있는 그 감옥.왜 왔는지는 그녀도 의문이었다. 이전에는 성혜인과 마찬가지로 면회를 시도했지만 장하리는 단호하게 모든 사람을 거절했다.사실 강민지는 왠지 모르게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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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받은 공지민이 쇼핑몰에 있다는 말에 온시환은 곧장 그녀를 찾아갔다. 그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 명품 브랜드의 물건들을 사주었지만 공지민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온시환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공지민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애써 그녀에게 잘 보이려는 자신이 우스웠다.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과거에 겪은 괴롭힘과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떠올라 분노가 치밀었다.‘왜 지민이를 더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 아니, 왜 예전에 지민이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대했을까?’온시환은 자신을 자책했다.“이게 다 마음에 안 들면 해외 패션쇼에서 이번 시즌 신상을 직접 공수해 오라고 할게. 지민아, 너 이제 내 아내야. 그 정도는 좀 인식하고 살아줬으면 좋겠어.”하지만 공지민은 이미 차에 올라타 있었고 뒷좌석에 쌓인 값비싼 선물들을 힐끗 본 뒤 마지못해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난 사과를 좋아하는데 억지로 배를 쥐여주고 기뻐하라니, 그게 말이 돼요?”순간 자동차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온시환은 핸들을 꽉 쥐며 낮게 말했다.“내가 너한테 빚졌어?”공지민을 기쁘게 해주려 할수록 그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조금의 부드러운 말조차 하지 않았다.“내려.”공지민은 그 말에 굴하지 않고 문을 열어 대뜸 차에서 내렸다.온시환은 핸들을 세게 내려치며 잠시 고민했다. 그제야 자신이 방금 한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았다. 그녀를 찾겠다고 나왔으면서 정작 그녀를 내쫓아버렸으니.그는 바로 차를 몰고 그녀가 있는 쪽으로 갔다. 공지민은 여전히 길가에 서 있었다.차창을 열며 그는 말했다.“타. 방금 한 말은 화가 나서 그랬던 거야.”하지만 공지민은 마치 못 들은 것처럼 다른 골목으로 걸어갔다.“공지민!”온시환은 화가 나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차에서 내려 그녀를 뒤쫓았다. 하지만 그가 골목 안으로 들어섰을 때 공지민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초조해진 그는 곧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3화 연씨 가문 사생아

    연승혁의 눈에는 흥미로운 기색이 스치더니 그는 망설임 없이 공지민을 따라 자리에 앉았다.“좋아요, 한 번 먹어볼게요.”메뉴판이 금세 나왔고 가장 비싼 메뉴도 한 꼬치에 고작 2천 원이었다.공지민은 성의 있게 설명을 덧붙였다.“여기 오뎅은 전부 수제로 만들었어요. 재료도 신선하고 국물은 오래 끓인 뼈 육수라서 정말 맛있어요. 첨가물도 전혀 없고요. 승혁 씨 식사량이 많은 편이면 메뉴에 있는 걸 전부 시켜도 될 것 같아요. 우리 둘이 다 먹을 수 있을 거예요.”연승혁은 이런 음식은 처음이었지만 흥미를 느껴 메뉴에 있는 모든 것을 주문했다.곧이어 커다란 그릇 두 개가 나왔는데 하얀 국물 위에 빨간 고추가 살짝 떠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공지민은 먼저 한 입을 먹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가를 손바닥으로 부채질했다. 너무 뜨거워 입천장이 덴 모양이었다.그 모습을 본 연승혁은 피식 웃으며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집어 먹었다.첫입에 그는 살짝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연승혁은 공지민과 한마디 나누려 했지만 그녀는 오롯이 음식을 먹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은 조용히 그릇을 비웠고 공지민은 일어나 계산을 했다. 그는 사장 아주머니가 말한 금액을 들었다.“1만 8천 원이요.”고작 2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그 순간 연승혁은 어이가 없어졌다. 공지민이 자리로 돌아오자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한테 이런 걸 대접한 거예요?”공지민은 태연하게 말했다.“승혁 씨가 저한테 밥을 사라고 했잖아요. 제가 사는 건데, 뭘 먹을지는 제가 정하죠. 그리고 저 요즘 돈 없어요.”돈이 없다는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하는 그녀를 보며 연승혁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두 사람의 차는 모두 견인되어 수리를 맡겨야 했다. 결국 그들은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렸다.그때 공지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온시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나 친구랑 뭐 좀 먹고 있어요.”친구라는 사람은 바로 연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2화 나더러 이런 데서 먹으라고?

    원아정은 그날 밤,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연승혁이 이미 화가 난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고 그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였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색한 분위기에 서둘러 이곳을 떠나고 싶어 했다. 이런 민감한 일이 퍼지면 자신들에게도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아정은 너무 빠르게 말을 쏟아내며 그들에게 떠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연승혁은 주위 사람들을 스치듯 둘러보며 미소인지 냉소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미안한데, 다 나가줄래?”이 방 안에서 중심에 있던 사람은 늘 연승혁이었다. 그의 개인적인 능력은 물론 연씨 가문의 막강한 배경 덕분에 그는 늘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한마디에 사람들은 일어나 방을 나갔다.방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이제 남은 사람은 원아정과 연승혁뿐이었다.연승혁은 천천히 술잔을 채우며 그녀의 두려움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태연하게 말했다.“계속 말해봐.”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원아정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조금 전 그녀가 했던 말들은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체면을 조금이나마 세우고 약혼 파기라는 수모를 만회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모든 시선이 연씨 가문의 사생아 문제에 쏠려버렸다.원아정은 입을 닫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느껴 머리를 홱 돌려 피했다. 그것은 술병이었다.“원아정, 내가 널 정말 과소평가했네.”연승혁의 말에 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고 서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요? 오빠, 우리 이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 나를 이렇게 쉽게 버리면 내가 얼마나 헛된 기대를 했던 건지, 오빠는 모를 거예요.”헛된 기대라니. 연승혁은 그 말이 우습게 느껴졌다. 원아정이 자신에게 얼마나 헌신적이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문자로 분명히 말했잖아. 끝났다고. 그런데도 내 앞에서 이런 꼼수를 부리면 내일 아침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1화 다시 한번 지껄여 봐

    모두의 시선이 연승혁에게 쏠렸다.연승혁은 그날 밤 연씨 가문 저택에 머물지 않았고 안정숙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묻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집안의 지시에 따라 원아정과 완전히 선을 그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머릿속에 공지민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웃기게도 그는 원래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지민이 출연했던 드라마만은 지루할 때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녀를 보고 나쁘지 않은 정도로 생각했었다.공지민은 처음에는 크게 눈에 띄는 미모는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연기를 할 때 드러나는 뼛속 깊은 강인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특히 자신처럼 망가진 사람들에게 이런 강인한 존재는 더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늘 단단한 무언가를 부수고 싶어 하는 충동을 느꼈고 그녀가 무너질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연승혁은 깨끗한 존재를 참을 수가 없었다. 특히 그들의 세계에서는 그런 존재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때 누군가가 말했다.“원아정이 왔어. 승혁이 찾으러 온 건가 본데?”그 말이 끝나자마자 원아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연승혁과 꽤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만큼,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금세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승혁 오빠...”연승혁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문자로 그렇게 분명히 말했는데도 왜 또 찾아온 걸까?그는 잔에 담긴 술을 한 모금 마시며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이야?”원아정은 입술을 꾹 깨물더니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며 가까이 다가왔다.“승혁 오빠, 나 정말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우리 다시 안 되는 거예요?”그 순간 방 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떠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은 연승혁에게 그녀를 용서하라고 부추기기도 했다.연승혁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0화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 거야?

    두 번째 친자확인 검사 결과는 아주 빨리 나왔고 첫 번째 결과와 동일했다.공지민이 바로 당시 연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그 아이임이 확정되었다.안정숙은 기쁨과 감격에 휘청거릴 정도였지만 공지민이 고등학교 시절 심각한 괴롭힘을 당했던 일과, 부모와 남동생마저 교통사고로 잃고 고생했던 세월을 떠올리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정호야, 네가 꼭 지민이를 데려와야 한다. 지금은 결혼했더라도, 지민이는 결국 우리 연씨 가문의 아이야. 어떻게 우리 손녀가 밖에서 고생하게 둘 수 있겠니? 게다가 온시환이라는 아이는 너무 바람기가 많아. 다들 그 자식이 여러 여자들에게 관심을 두는 걸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지민이를 그런 사람에게 맡기겠니.”연정호는 친자 확인 결과를 보며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어머니, 제가 직접 가서 지민이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서둘러야 해. 내 손녀가 밖에서 더 이상 고생하는 걸 원치 않아. 그동안 내가 원아정을 손녀처럼 아껴왔다는 게 너무 후회돼. 아정이가 지민이를 그렇게 괴롭혔다니, 지민이가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지?”“그럴 리 없어요. 연씨 가문이 지민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면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온씨 가문의 젊은이도 지민이를 설득하는 데 도움을 줄 거예요.”안정숙은 그제야 안심하며 말했다.“이 일은 승혁이에게는 당분간 알리지 말자. 사실 승혁이가 아정이를 좋아했던 것도 아니잖니. 단지 아정이가 승혁이를 구해준 적이 있고, 내가 아정이를 아꼈기 때문에 결혼을 받아들였던 거야. 이제 결혼식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승혁이와 아정이는 다시는 서로 얽히지 않도록 해야 해.”“알겠습니다. 제가 잘 이야기해 볼게요.”안정숙은 감정의 기복으로 얼굴이 창백해졌다.“어머니, 먼저 쉬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안정숙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그래. 이젠 네게 맡길게. 이걸로 내 평생소원이 다 이루어진 것 같구나.”연정호는 어머니를 공손히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29화 친자 확인을 다시 한번 해봐

    원아정이 갑작스럽게 무릎을 꿇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공지민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학교 다닐 때 내가 철이 없어서 계속 괴롭혔어. 이제야 내 잘못을 깨달았어. 제발 나를 용서해 줄래?”공지민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용서한다고도, 용서하지 않겠다고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원아정을 그대로 무릎 꿇린 채 두었다.원아정은 억울함과 분노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무도 그녀를 편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 더 큰 수치로 다가왔다.입술은 피가 맺힐 정도로 깨물었고 옆에 늘어뜨린 손은 분노를 억누르려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대체 뭘 더 하라는 거야?’속으로 치를 떨며 생각했다.‘공지민, 이 죽일 년!’하지만 방 안에 안정숙, 연승혁, 연정호가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흐르고 공지민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결국 원아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이미 사과했잖아. 이제 너도 뭐라도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공지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치 이 자리를 떠나겠다는 태도였다.온시환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지민아?”공지민은 잠시 멈춰 섰다가 굳게 다문 입술을 열었다.“제가 뭘 말해야 하죠? 용서한다고요? 저는 저를 괴롭혔던 사람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여러분은 쟤가 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네요.”그녀는 온시환의 손을 밀쳐내며 자리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안정숙은 당황한 듯 그녀를 붙잡으려 일어나며 말했다.“지민아, 오해하지 말렴. 오늘 너를 부른 건 원아정을 용서해달라는 게 아니야. 나는 아정이가 과거에 잘못했던 일들을 다 알고 있어. 넌 피해자야. 단지 너에게 사과를 시키고 싶었을 뿐이야.”안정숙의 말에 공지민은 잠시 망설였고 결국 천천히 돌아와 자리에 다시 앉았다.탁자 위에는 다양한 과일이 놓여 있었다. 온시환이 그중 하나를 집어 그녀의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28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한편, 공지민은 조용히 별장에 머물렀다. 염정아를 찾아가지도 않았고 그저 온시환과 함께 둘만의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온시환은 지금의 이 행복이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한낱 신기루처럼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휘감았다.공지민은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연씨 가문의 친자 확인 결과가 곧 나올 것임을 예상하였다. 오히려 지금 초조할 사람들은 연씨 가문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조만간 자신을 찾아오리라 믿었다.역시나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연씨 가문 측에서 직접 차를 몰고 와 그녀를 만나려 했다. 결혼식에서 일어난 일과 관련하여 원아정이 직접 사과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온시환은 공지민과 함께 가겠다고 나섰지만 그녀는 그를 말렸다.“집에서 기다려요. 금방 돌아올게요.”“안 돼. 네가 무슨 일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듯 온시환은 그녀의 손을 단단히 붙잡으며 말했다.“너 혼자 못 가. 반드시 나랑 같이 가야 해.”결국 공지민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고집을 받아들였다.두 사람이 연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을 때 원아정은 이미 와 있었지만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전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한 듯 초췌한 모습이었다.그녀는 단톡방의 메시지를 차마 확인하지 못했다. 모두가 그녀를 비웃고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예전에 그녀와 어울리던 가식적인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걱정하는 척하며 연락을 해왔다. 사실은 결혼식에서 일어난 일을 캐내려는 심산이었다.결혼식에서의 소동은 이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하나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원아정은 이를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분했다. 어떻게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문으로 들어오는 공지민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공지민은 그녀를 보자마자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고, 온시환의 뒤로 몸을 숨겼다.그 모습을 본 온시환은 문득 원아정의 생일 파티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그날 공지민은 어딘가 이상했다. 하지만 당시 원아정이 두 사람이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27화 도망갈 가능성도 없었다

    원아정은 분노와 억울함으로 치를 떨었다. 예전엔 공지민을 가장 하찮게 여기며 무시했는데 그 하찮게 여겼던 사람이 결국 자신에게 이렇게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하다니.‘빌어먹을 공지민! 네가 나를 망치려 한다면 나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원아정의 눈은 분노로 붉게 물들었고 지금 당장이라도 공지민을 찾아가 싸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원진이 여전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겨우 분노를 억눌렀다.결국 원아정은 집으로 돌려보내졌다.한편, 공지민은 여전히 온시환의 품에 조용히 안겨 있었다.온시환은 그녀가 정말 놀라서 겁 먹은 줄 알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당분간 집에서 푹 쉬어. 원아정과 연승혁의 혼사는 이제 끝난 것 같아. 그런데 어르신이 갑자기 네 편을 드는 게 이상하네.”공지민은 눈을 감은 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마도 지금쯤 친자 확인을 서두르고 있겠지.’그녀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안정숙은 하객들을 뒤로한 채 연씨 가문의 장남이자 연승혁의 아버지인 연정호를 집으로 불러들였고 서둘러 친자 검사를 진행했다.연정호는 오랜 시간 외국에서 기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집에 거의 들를 기회가 없는 사람이었다.“어머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연정호의 목소리에는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그의 아내는 딸을 잃은 뒤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일로 마음의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그 사건 이후 안정숙은 특히나 연승혁에게 애정을 쏟았다.안정숙은 침착하게 말했다.“별일은 아니고. 집에 며칠만 머물러, 정호야. 아직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자세히 말할 수 없어.”연정호는 이마를 주무르며 한숨을 쉬었다.“지금도 일 때문에 바빠 죽겠어요, 어머니.”“그런 건 모르겠고, 이번엔 아무리 바빠도 무조건 시간 내!”평소 고집을 부리지 않던 어머니의 단호한 태도에 연정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사흘, 딱 사흘 동안 집에 있을게요. 하지만 나중에 꼭 제대로 설명해 주세요. 결혼식을 중단시켰다고 들었는데, 두 가문의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26화 그냥 내 말 들어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더 이상 진실을 모를 사람은 없었다. 더군다나 조사가 필요없을 정도로 분명했다.원아정과 오예슬은 평소에도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었다. 두 사람은 자주 서로의 사진을 SNS에 올리거나 함께 쇼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오예슬이 갑자기 원아정을 배신하며 폭로한 것은 분명 현장의 분위기에 겁을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말이 거짓일 리 없었다.더구나 안정숙이 진위를 구별하지 못할 리 없었다.만약 공지민이 진짜 잃어버린 손녀라면 그녀가 이런 끔찍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정숙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안정숙은 지팡이를 단단히 쥐고 멀리 있는 원아정을 바라보았다.“아정아, 더 할 말 있어?”원아정은 속으로 오예슬을 한 대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게다가 그때 저질렀던 괴롭힘은 숨기지도 못할 만큼 노골적이었다. 조금만 학교에 조사를 요청하면 금방 드러날 일이었다. 이 상황에서 부정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그녀는 공지민이 이런 순간에 왕따 사건을 폭로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안정숙이 마치 홀린 듯 공지민을 편드는 모습에 어리둥절했다.“할머니, 그땐 제가 너무 어렸어요. 제가 잘못한 줄도 모르고 한 행동들이었어요.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안정숙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지난번 사찰에서 공지민과 원아정이 다투는 모습을 봤을 때는 공지민이 성격이 지나치게 급하고 공격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 공지민은 갑작스럽게 괴롭힘 가해자를 마주했기에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 싶었다.원아정은 재빨리 다가가 안정숙의 손을 잡았다.“할머니, 용서해 주세요. 오늘은 제 결혼식이에요.”결혼식을 언급하며 그녀는 안정숙의 태도를 살폈다. 이 결혼식이 계속될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다.그러나 안정숙은 그녀의 손을 홱 뿌리치며 단호히 말했다.“이 일은 내가 철저히 조사할 거야. 아정아, 그때 네 나이가 어리지도 않았을 텐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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