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신예준은 자신의 가슴팍을 강민지의 등에 찰싹 달라붙였다.강민지는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숨을 몰아쉬는 신예준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분노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숨결이었다.신예준은 당장이라도 강민지를 물어뜯어 죽이고 싶은 모양이다.그리고 신예준의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강민지는 그저 더욱 고통스러울 뿐이다. 스카이웨어에서 보았던 신예준은 얼마나 맑고 순진한 남자아이였단 말인가.주변에는 더러운 진흙탕이 널려 있는데도 신예준은 먼지 하나 물들지 않고 자랐다. 일부러 꾸민 상황이라지만 생각만 해도 여전히 설레기 마련이다.그러나 지금 그녀의 등에 기대고 있는 묵직한 남자는 그녀가 첫눈에 반했던 그 사람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과 같이 느껴졌다.강민지는 순간 속상한 마음에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눈물을 펑펑 흘렸지만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신예준은 욕망을 다 채운 듯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더러워진 강민지의 몸조차 치우지 않고 떠나버렸다.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에 이어 샤워를 마친 듯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샤워를 마치고 신예준의 발걸음은 드레스룸으로 향했고 그는 옷장을 열고 깨끗한 양복을 꺼냈다.그렇게 신예준은 순식간에 집을 나섰고 바깥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아마도 조희서를 만나러 갔을 것이다.강민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피곤함에 절인 상태였다.그녀는 느릿느릿 욕실로 가서 조금 전의 흔적을 지우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름 아닌 조희서가 보내온 메시지였다. 들은 바로는 신예준이 함께 별을 보러 가자며 조희서를 초대했다는 것이다.하지만 더 이상 그들을 상대하기 귀찮았던 강민지는 바로 눈을 감아버렸다.한밤중에 그녀의 휴대폰이 또다시 시끄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감옥 측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강상원이 갑자기 많이 아파 급하게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내용에 강민지는 곧바로 옷을 단정히
강씨 가문의 재산을 모조리 빼앗은 사람과 결혼한다는 건 강씨 가문의 조상들에게 죄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네가 뒤끝이 심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누가 널 기분 나쁘게 하면 너도 반드시 갚아주곤 했지. 하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고 아빠는 네가 괴로워하는 걸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그리고 그때 일이라면 다 아빠 잘못이다. 그 돈이 피해자의 손에 들어가는 걸 끝까지 지켜봤어야 하는 건데. 그랬다면 그 사람들도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것도 운명인 걸 어떡하겠냐. 그러니 우리도 이만 그만두자.”강상원은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내가 죽은 후 그는 혼자서 딸을 키우며 재혼은 꿈도 꾸지 않았고 부족할 것 없이 강민지를 키워주었다.아버지의 만류에도 강민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술을 오므릴 뿐이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신예준은 조희서와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주고받을 생각을 하니 강민지의 마음속에는 말로 이룰 수 없는 혐오와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민지야, 내 말 들었어?”“들었어요, 아빠.”강민지의 표정을 보니 그의 말을 들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말한 대로 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내가 나오는 그날까지 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꼭 그럴게요.”하지만 강상원의 몸이 정말 그가 출소하는 그 날까지 버틸 수 있을까?신예준이 위에서 모든 걸 조종하고 있는 탓에 지금은 치료도 신청할 수 없는 꼴이다.한쪽에 늘어뜨려 있던 강민지의 손에 천천히 힘이 들어갔다.같은 시각, JM그룹 꼭대기 층.대표 사무실의 불은 아직도 환히 켜져 있었다. 신예준은 혼자 안에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이미 다음 한 달의 서류까지 전부 처리했기에 가까운 시일 내에는 일찍 돌아갈 수 있다.그러나 신예준이 아무리 일찍 돌아가도 강민지는 집에 없었다.그 생각에 서류를 쥐고 있던 신예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때, 직원 한 명이 새로운 서류를 손에 들고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아마 그가 아직도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 직원
생각을 마친 조희서는 신예준을 만나러 가기 위해 위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하지만 1층 로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카드가 필요했고 조희서는 어쩔 수 없이 신예준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오빠, 나 지금 오빠 회사 앞에 있는데 데리러 와 주면 안 돼?”조희서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신예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지금 새벽 두 시야. 여긴 왜 왔어?”“오빠 먹으라고 국 끓여왔어.”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과연 입구에 서 있는 조희서가 눈에 보였다.그녀는 흰색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건 신예준이 전에 그녀에게 사줬던 옷이다.당시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아 사준 건데 조희서도 처음으로 40만 원 이상의 옷을 입어보는지라 설레는 마음에 한참을 신예준의 팔을 끌어안고 방방 뛰었다.모든 것이 그토록 순수했고 이젠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다.조희서는 신예준을 따라 회사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며 입김을 불었다.“오늘 밤 기온이 더 내려갔나 봐. 좀 춥네.”조희서의 손가락은 꽁꽁 얼어서 빨갛게 되어버렸다.“내 사무실에 히터 있어. 가면 괜찮아질 거야.”“그래. 그럼 오빠 사무실로 가자. 오빠, 나도 이제 사람 만나러 밖에 다녀봐야 할 것 같아. 계속 집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 그러니 오빠가 회사에 내 일자리 하나 마련해 주면 안 돼?”말을 이어가며 조희서가 팔짱을 끼려고 하자 신예준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해버렸다.조희서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일부러 티는 내지 않았다.“내 병도 이제 극복해야지. 나와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나중에 회복될지도 모르잖아. 나 혼자 있다가 더 우울해지면 어떡해?”생각해보니 회사에 한 명 더 두는 것 뿐인데 안될 것도 없었다.“그럼 내일부터 나와.”“역시 오빠가 최고야.”조희서는 신예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리며 아양을 떨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사무실로 들어섰다.신예준의 말대로 그의 사무실은 매우 따뜻했다.“이건 내가 끓여온 수프야. 마셔봐. 하... 다크써클 좀 봐. 대
“우리 강민지 씨는 지금, 이 상황이 조금도 두렵지 않나 봐? 오늘 밤 무슨 일이 닥칠지 알고 있었나 보네.”강민지는 눈썹을 추켜올리고 오히려 한가로운 자태에 몸을 살짝 뒤로 기울이기까지 했다.“누가 시킨 겁니까?”“또 누가 있겠어요? 당연히 우리 신 대표님께서 지시하신 일이지. 이젠 당신을 갖고 놀기도 지겨우니 우리도 한번 놀아보라고 보내오셨네요.”“그래요?”강민지는 사색에 잠긴 듯 고개를 숙인 채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선두에 선 남자는 참다못해 그녀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강민지는 급히 옆으로 몸을 피하다가 책상 위에 머리를 부딪쳤는데 순간 눈앞이 하얘지고 머리가 어질거렸다.그러나 남자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다시 낚아채며 으름장을 놓았다.“네 이년, 어딜 도망가!”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페 문이 발길질에 거세게 열리더니 경호원 몇 명이 뛰어 들어왔다.강민지는 피가 흐르는 이마를 애써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경호원이 들이닥치고 그 남자 몇 명은 순식간에 경호원에 의해 전부 제압당하고 말았다. 이윽고 강민지는 옆에 있던 컵을 집어 바닥에 내팽개치더니 유리 조각 하나를 들고 자신의 손목을 세게 베었다.붉은 피가 고운 피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자 경호원은 화들짝 놀라 그녀를 말렸다.“아가씨?”그러나 강민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리를 절뚝이며 밖으로 나가더니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이 사람들 전부 데려가요. 그리고 제대로 교육해서 입막음해요. 신예준이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도록.”“알겠습니다.”사실 이곳에 오기 전, 강민지는 이미 반승제에게 소식을 전했다.강민지는 바보가 아니다. 신예준은 줄곧 단 한 번도 그녀에게 합의서 얘기를 먼저 꺼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강민지가 먼저 합의서 얘기를 꺼내면 불같이 화를 내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이리도 쉽게 합의서를 내놓는단 말인가?그러니 이 메시지는 큰 확률로 조희서가 보낸 것이다. 신예준이 그녀를 만나러 가면서 두 사람은 현재 함께 있을 테니까.하여 강민지는 미리 반
“성 대표님, 이 정도면 충분합니까?”연거푸 조희서에게 공격을 퍼부은 후, 유해은이 물었다.어느새 배가 더욱 불러온 성혜인은 자신의 배를 잡고 자리에 앉았다.그러자 옆에 있던 반승제가 다급하게 그녀의 팔을 부축해주며 말을 거들었다.“그러니까 이번 일에는 관여하지 말라고 했잖아.”“당신이 말할 자격이 있어요? 만약 민지가 승제 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민지가 이 여자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도 모른 채 태평하게 잘살고 있었겠죠.”신예준이 강민지를 괴롭히는 건 그나마 참아줄 수 있다. 그건 강민지가 자초한 일이니까.괴롭히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의 장단이 그렇게 잘 맞는데 제삼자인 그녀가 무어라 끼어들 수 없는 상황이다.그런데 조희서는?조희서가 뭐라고 감히 강민지의 머리 위로 기어 올라가려 한단 말인가.성혜인을 말리던 반승제는 순식간에 잠잠해졌고 그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애써 상황을 설명해주었다.“어젯밤 메시지가 도착했을 땐 시간이 너무 늦어서 말하지 않은 거야. 하지만 경호원을 보내 보호해줬잖아.”물론 반승제가 그녀를 생각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는 건 성혜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마음이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반승제는 조심스럽게 성혜인의 어깨를 쓰다듬어주며 그녀를 다독여주었다.“됐어, 됐어. 결국, 큰일은 없었잖아. 애 조심해야지. 자, 숨 들이마시고... 내쉬고...”여전히 화가 났지만 막상 그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반승제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그 정도는 아니에요.”그렇게 화냈으면서 그 정도는 아니라니.이따가 신예준이 오면 또 한바탕하겠네.성혜인의 시선이 다시 조희서에게로 향했다. 어젯밤 반승제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강민지가 무슨 일을 당했을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강민지가 정말 똑똑해서 이번 일은 순조롭게 넘어갔지만 다음에는?다다음은?두 눈이 퉁퉁 부은 조희서는 눈앞에서 오가는 대화에 눈치를 살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중 한 명은 그녀도
곧이어 성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냉정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신 대표님, 저희는 조희서의 합의서뿐만 아니라 당신의 합의서도 필요합니다.”“저는 결코 합의해줄 마음이 없습니다.”신예준이 무거운 눈빛으로 성혜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영원히.”합의를 해주면 강민지가 그의 곁에 남을 이유도 더 이상 없다.그러면 강민지는 망설임 없이 그를 버리고 강상원을 데리고 영원히 떠날 것이다.한쪽에 늘어뜨렸던 손에 천천히 힘이 들어갔다.이대로 끝내자고? 내가 왜?그 순간, 성혜인은 눈을 찌푸리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신 대표님께서 조희서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당신의 합의서 때문에 우리가 조희서 씨를 죽일까 두렵진 않으세요?”“성혜인 씨, 그렇게 되면 강민지는 죽을 때까지 합의서를 못 받게 될 거고 강씨 가문의 모든 걸 배상해야 할 겁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직 개명되지 않아 강상원 대표님도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일사불란한 말, 차분한 말투, 눈앞의 그는 정말 무섭도록 강한 사람이다.다시 조희서를 바라보자 신예준의 뒤에 숨어버린 조희서는 갑자기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흥미진진해진 성혜인은 눈썹을 치켜들고 유해은을 불렀다.“유해은 씨.”눈치가 빠른 유해은은 곧바로 그녀의 뜻을 깨닫고 조희서의 뺨을 몇 차례 더 내리쳤다.갑자기 또 뺨을 맞은 조희서는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 신예준이 이 자리에 있는데도 감히 그녀에게 손을 대다니.“오빠... 흑흑흑. 오빠, 이 사람들 좀 봐...”그러나 신예준은 조희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희서야, 합의해줘.”신예준의 말에 조희서는 그제야 깨달았다. 성혜인 그들에게 그녀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그들은 정말 조희서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땐 신예준도 그녀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분이 난 조희서는 입술을 짓이기며 소매를 부여잡고 다급히 말을 꺼냈다.“합의할게. 한다고.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데리고 가줘.
그러자 신예준은 담담한 얼굴로 핸들을 잡았다가 다시 천천히 놓았다.“희서야, 너 자꾸 밖에 나돌아다니면 그 사람들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그래.”조희서의 울음소리가 멈추고 그녀는 순식간에 신예준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알고 보니 신예준은 그녀를 보호해주고 있다.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강민지에게 그런 짓까지 했는데 신예준은 그녀를 탓하려는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눈시울이 붉어지며 조희서는 천천히 신예준의 팔을 잡았다.“오빠, 이번에는 정말 너무 화가 나서 이런 방법을 택한 거야. 다음부터는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화내지 마, 알겠지?”“그만 내려. 난 다시 병원 가봐야 해.”여전히 강민지를 챙기는 신예준에 조희서는 뿌득뿌득 이를 갈았지만 뭐라 하기도 애매한 타이밍이었다.*신예준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강민지는 이미 의식을 회복하여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그는 가져온 죽을 옆에 내려놓고는 특별히 강민지를 위해 침대 머리맡의 각도를 조절해 주었다.그러나 강민지는 입을 꾹 다문 채 그의 눈을 피했고 안색은 조금 하얗게 질려있었다.곧이어 신예준은 가져온 도시락을 열어 그녀에게 죽을 먹여주었다.강민지도 순순히 죽을 받아먹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근 3일 동안 신예준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병상 앞에서 그녀를 보살폈고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 시간 외에는 거의 자리를 뜨지 않았다.간혹 한밤중에 깨어나면 회의를 하는 신예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혹여나 강민지가 잠에서 깰까 봐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회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의사가 다시 한번 검사를 하러 왔을 때, 그녀는 비로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집에 돌아가기 위해 신예준의 차 조수석에 올라타자 물씬 풍기는 조희서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조희서가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의 향은 확연했다.강민지는 순간 메스꺼움을 느꼈지만 눈살을 찌푸리고 애써 창밖을 내다보았다.곧이어 차는 강씨네 별장
신예준은 강민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천천히 몸을 기울이고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려 손을 들어 올렸다.“두 달 동안은 밖에 나오지 않을 거야.”마치 이것이 그의 처리 방법인 것처럼 신예준의 태도는 매우 당당했다.그러나 강민지는 그저 우스울 뿐이다. 이건 그냥 조희서를 보호해주려는 방법 아닌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혜인에게 시달렸으니 조희서가 계속 나대면 그쪽에서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조희서는 반드시 잘 숨어있어야 한다. 괜히 다음에 누구와 부딪혀서 또 다른 사람에게 뺨을 맞지 않도록 말이다.신예준의 뻔한 마음에 강민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기 귀찮아서 계속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서민규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새우 먹고 싶어요. 왕새우.]그녀의 메시지라면 서민규는 매번 칼답이었다.그리고 그런 서민규를 대하는 강민지에게 장난기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여 요즘 밤잠을 설친 날에도 계속하여 서민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려 애썼다.그러나 언제 문자를 보내도 서민규는 항상 칼답이었다.이에 강민지는 심지어 혹시 그녀의 소식만을 기다리며 눈 한 번 꿈쩍이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하지만 놀리는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바라던 바가 있을 뿐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금방 가서 사 올게요. 민지 씨 몸보신시켜주려고 닭 한 마리 더 삶았는데 그럼 언제 오실래요?][바로 출발할게요.]문자를 보낸 후, 강민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걸려있는 가방에 핸드폰을 넣고 외출준비를 하였다.그러자 신예준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며 물었다.“어디가?”“혜인이랑 놀려고.”그녀의 말에 신예준은 천천히 손을 떼고 속눈썹을 늘어뜨리며 말을 꺼냈다.“주방에 너 몸보신 좀 시키려고 음식을 시켜뒀어.”“괜찮아. 그쪽에서 먹고 올 거야.”그러나 신예준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뒤에서 느릿느릿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았다.순간 심장이 쿡쿡 쑤셔오는 감각에 강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너 화난 거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