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반승제는 성혜인을 데리고 쇼핑을 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한편, 성혜인은 아직 일어나기도 전에 거실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밖에는 설우현이 서 있었다.설우현은 커다란 박스를 손에 들고 그녀를 향해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혜인아, 이건 아버지가 보내온 새해 선물.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나도 몰라. 같이 열어보자.”사실 지난번에 기자회견을 연 것도 설우현이 억지로 버티면서 진행했던 거라 당분간은 몸조리를 좀 하며 쉬어야 하지만 곧 새해라는 것을 생각하여 바로 사람을 불러 미리 준비한 선물을 가져오라고 한 것이다.그러자 성혜인도 서둘러 나가지 않고 옆에 앉아 가위로 선물을 잘라서 작은 구멍을 냈다.상자는 이미 뜯겨 있었고 그 안에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0.5m 높이의 작은 인형이 들어있었는데 다이아몬드 하나하나가 모두 비싼 값어치를 자랑하고 있었다.그러나 설우현은 슬쩍 한 번 보고는 곧 눈살을 찌푸렸다.“윽, 촌스러워. 이렇게 촌스러운 선물은 정말 본 적이 없어.”이 인형의 모습은 성혜인이 아니라 웬 새해 마스코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의 광택에 선물을 여는 순간 성혜인은 순간 눈이 부셨다.마스코트 인형 볼 양쪽 루비는 최근 경매에서 받은 신상품으로 주최 측에서 이 예쁜 보석이 새해 마스코트 인형에 쓰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정말 화를 냈을 것이다. 성혜인은 그 작은 인형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어버렸다.때로는 부자들의 안목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위층에서 내려온 반승제는 그 선물을 보고 곧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한소리 했다.“설 대표, 대체 뭘 준비한 겁니까? 심 비서, 당장 저 멀리 가져다 버려요. 우리 눈을 더럽히지 말고.”그러자 설우현은 갑자기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폭발했다.“오냐, 반 대표, 당신이 감히 이 선물을 욕해? 이건 우리 아버지가 직접 디자이너에게 주문을 맡겨 준비한 선물입니다. 모든 보석은 유일무이한 것으로 값어치가 상당한 보물이
생각해보니 성혜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여 반승제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볼에 뽀뽀한 뒤, 성혜인을 꼭 껴안고 싱글벙글 집으로 돌아갔다.밤에 자기 직전,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창가에 서서 전화를 하고 있는 성혜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보일러를 켜 방 안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성혜인은 옷을 매우 얇게 입고 있었다.임신 탓인지 그녀의 몸매는 훨씬 둥글둥글해졌다.그러한 그녀의 허리를 살짝 꼬집으며 반승제는 갑자기 마음이 산란해졌다.성혜인은 여전히 한서진과 최근 몇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반승제의 손길을 느끼자 곧바로 그를 매섭게 째려보았다.등 뒤에서 껴안은 거라 함부로 하지도 못하고 반승제는 그저 그렇게 머리를 숙여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성혜인이 전화를 끊고 그를 밀쳐내려는데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분명 바디워시 냄새는 똑같은데 왜 너만 이렇게 향이 좋은 거지?”“그만 해요. 의사가 잠자리를 가지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나도 알아.”“그럼 뭘 그러게 비비적거려요. 결국, 당신만 괴로울 텐데.”너무나도 가까운 두 사람의 거리에 성혜인은 반승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그때, 반승제는 불을 끄고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챈 성혜인의 미간이 계속하여 풀쩍거렸다.성혜인이 그를 세게 꼬집어 아픈 와중에도 반승제는 고통을 꾹 참고 동작을 이어갔다.정말 지독한 사람 같으니라고, 이 상황에도 계속할 수 있다니.너무나도 우스워 성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정말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그녀가 승낙했다고 생각한 반승제는 점점 더 욕심이 많아지고 있다.끝날 무렵, 반승제는 옆에 있는 휴지를 뽑아 직접 정성스레 성혜인의 손가락을 닦아 주었다.그리고 침대에 누웠지만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혜인아, 우리 아이 이름 뭐로 지을래?”임신하면 자연스레 잠이 많아지는 탓에 성혜인은 너무 졸려 생각하기 싫었다.“나중에 생각하죠.”“이 일은 일찍 생각해두는
물론 서주혁도 그 게시물을 보고 간단하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축하해.”서주혁도 댓글을 달아줄 줄 반승제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젯밤에야 깨어났다고 들었는데 벌써 SNS를 하는 것을 보니 지금은 아무 일도 없는듯했다.곧이어 많은 사람의 축하 메시지가 연이어 쏟아져 내렸다.반승제는 일일이 답장하지 않고 방금 두 장의 사진을 성혜인에게 보내주었다.“혜인아, 너도 공개해.”“됐어요. 당신이 올렸으면 됐죠.”“안돼. 우리 친구들이 다 아는 사이는 아니잖아. 게다가 전에 인테리어 측 일을 하면서 그렇게 많은 고객을 만났는데 그 사람 중에 널 노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누가 알겠어.”반승제의 갑작스러운 투정에 성혜인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정말 쓸데없이 생각이 많다니까. 성혜인과 반승제의 스캔들이 실검에 몇 번이나 올랐는데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리겠는가?하지만 반승제가 옆에서 뚫어지라 지켜보고 있는지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사진 두 장을 SNS에 올렸다.반승제는 그제야 만족하고 성혜인의 뒤통수를 잡고 그녀의 입술에 한참 동안 키스를 퍼부은 뒤에야 비로소 운전대를 잡았다.성혜인의 친구 중에는 아직 S. M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 대단한 열정을 보이며 너도나도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쏟아지는 축하 메시지에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한서진에게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두둑이 챙겨주라고 지시를 내렸다.만약 그녀가 들어가면 모두가 불편해할 수 있기에 성혜인은 직원 단톡방에 가입하지 않았다.보너스 소식에 단톡방은 또다시 한번 들끓어 올랐다.성혜인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반승제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반승제 역시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지만 그와 달리 입꼬리는 절제된 듯 아주 살짝만 구부러져 있었다.성혜인도 덩달아 감명받아 눈꼬리가 휘어지도록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그때, 핸드폰 알림이 울리더니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름 아닌 강민지가 보낸 것이다.강민지는 먼저 펑펑 우는 이모티콘을 보내고는 한참 동안 메시지 폭탄을 날렸다.[감동이
신예준이 집에 돌아왔을 때 강민지는 이미 집에 없었다. 도우미가 문을 열어준 것이다.신예준은 고개를 돌려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강민지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그는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도우미에게 물었다.“강민지는요?”“아가씨는 볼일이 있어 잠깐 외출하셨습니다.”벽에 있는 알람시계를 보니 저녁 6시였다. 이 시간이라면 원래 저녁 식사 시간이고 게다가 오늘은 섣달 그믐날이다.도우미는 진흙투성이가 된 그의 바짓가랑이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선생님, 돌아오는 길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강씨 집안의 사람들도 모두 신예준 측의 사람들로 교체되었고 이전에 강씨 집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진즉 모두 해고당했다.그렇게 강 대표의 비서만 남게 되었고 현재는 신예준의 비서로 일하고 있다.“괜찮습니다.”오늘 밤이면 설날이지만 이 집에는 설날 분위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가족들의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도, 그렇다고 폭죽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갑기만 할 뿐이었다.위층에 가서 옷과 바지를 갈아입고 내려가자 식탁에는 어느새 푸짐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가장 가운데를 장식한 주요리는 커다란 랍스타이다. 그전에는 강민지가 워낙 좋아해 신예준이 자주 해주던 요리였다. 그러나 사이가 틀어지면서 두 사람이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은 적은 거의 없었다.신예준이 다시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지만 7시가 다 되도록 강민지는 집에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도우미가 문을 열어주자 신예준의 비서가 뚜벅뚜벅 걸어왔다.비서의 몸도 흠뻑 젖어있었는데 신예준을 보고 다급히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그러나 신예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여전히 말없이 한쪽 의자에 앉아있었다.도우미는 진흙투성이가 된 두 사람의 바지를 바라보며 군더더기 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으셨나요?”그러자 윤지헌이 신예준을 대신하여 해명했다.“급하게 돌아오는 길에 차가
신예준은 조희서를 거칠게 밀어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뒤로 몇 걸음 비틀거리던 조희서는 눈가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신예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저녁 8시였다. 이제 4시간만 지나면 설날이었다.“희서야, 이제 그만 돌아가.”“싫어! 오빠, 왜 강민지랑 결혼하려는 거야?! 정말 이해할 수 없어.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 전에 분명히 말했잖아. 그 여자에겐 사랑이 아니라 증오밖에 없다고. 오로지 복수 때문이라고 했잖아? 이제 그 여자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잖아. 우리 그냥 강씨 집안의 회사를 손에 넣고 그 여자를 쫓아내면 끝나는 건데, 왜 결혼까지 하려는 거냐고!”조희서는 얼굴이 광기로 일그러지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신예준은 아무 말 없이 눈살을 찌푸리며 담배를 꺼냈다. 그 모습을 보자 조희서의 얼굴빛이 금세 밝아졌다.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오빠, 사실 오빠도 나를 잊지 못하는 거잖아. 우리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예전엔 오빠도 나한테 정말 잘해줬잖아. 지금은 그저 강민지에게 홀린 것뿐이야. 그 여자만 쫓아내면 우리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내가 아들도 낳아줄게.”그러나 신예준은 옆에 서 있던 도우미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희서 씨를 집에 데려다줘요.”“신예준!”조희서는 순간 당황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이후 무언가 변했다고 느꼈다. 그녀는 그대로 자리에 서서 신예준이 손에 쥔 담배를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안에 피 맛이 퍼졌다.그 시각 강민지는 물건을 가지러 잠시 집에 돌아온 참이었다. 손에 선물을 들고 문을 여니, 신예준이 서 있었다. 강민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신예준의 시선은 그녀가 들고 있는 선물 상자로 향했다. 상자 위에는 정성스럽게 묶인 리본이 달려 있었다. 설날
강민지는 신예준을 힘껏 깨물었다. 두 사람의 입안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하지만 신예준은 멈추지 않았다.몸은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는데 두 사람의 영혼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강민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다. 억지로 키스 당하며 숨이 가빠졌다. 한참 후 신예준은 턱을 놓아주고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그만해!”“그만하라고!”감정이 없는 상태에서의 이런 행동은 더욱 고통스럽기만 했다. 강민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하지만 신예준은 상관하지 않은 채 강민지의 허리를 움켜쥐고 마치 부서뜨리기라도 할 듯이 더욱 거칠게 몰아붙였다.모든 것이 끝난 후 강민지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해졌다. 강민지는 침대에 누웠다. 이제는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문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옆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예준이 손을 뻗어 휴지를 집어 강민지의 땀을 닦아주었다.“꺼져.”강민지는 잠긴 목소리로 단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너무 지쳐서 그를 쳐다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결국 그대로 잠이 들었다.신예준은 강민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꼭 눌러준 후 창가로 가서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밖은 여전히 춥고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며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담배 한 대로는 부족해 연달아 두 대를 피우며 신예준은 조용히 창밖의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12시까지 10분이 남았을 때 신예준은 몸을 돌려 강민지를 깨웠다. 세 시간 동안 시달린 탓에 강민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 다시 자려고 했다.“일어나서 불꽃놀이 보자.”신예준이 흔들어 깨우자 강민지는 짜증이 밀려와 이불로 머리를 덮어버렸다. 신예준이 이불을 벗겨내자 강민지는 그의 뺨을 후려쳤다.30분간의 휴식 덕분에 약간의 기운이 돌아왔지만 힘이 미약해 아무런 자국도 남기지 못했다. 얼굴이 어두워지며 신예준은 강민지를 힘껏 끌어올렸다.“안 본다고! 이거 놔!”강민지는 강제로 침대에서 끌려 나왔다. 신예준은
그렇게 시달리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강민지가 깨어났을 때 침대 옆에는 또 다른 가방이 놓여 있었다.매번 그와의 일이 끝나고 나면 침대 옆에는 값비싼 선물이 놓여 있었다. 강민지는 오직 한 개의 가방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중고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의외로 잘 팔렸다. 게다가 어떤 가방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예전에는 가난한 청년이었던 신예준이 이제는 이렇게 손이 큰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믿기 힘들었다.강민지는 잠시 침대에 앉아 있다가 가방을 찍어 중고 거래 단톡방에 올렸다.[8억.]거래자는 곧바로 가격을 제시했다.강민지의 통장은 이미 동결된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는 것은 강연지의 카드였다.카드에는 벌써 120억이나 쌓여 있었다. 전부 신예준이 준 크고 작은 선물 덕분이었다.강민지는 그가 자신을 달래려고 이런 짓을 하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애완동물처럼 길들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아마도 그는 마음속으로, 한때 모든 것을 가졌던 강씨 집안의 딸이 지금은 마치 매춘부처럼 그에게 복종하며 밤마다 품에 안겨 돈을 받아 가는 것을 생각하며 통쾌해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결국 강씨 집안에 대한 복수인 것이다.강민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금 그녀에겐 돈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서도, 또 강연지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녀는 이 유일한 사촌 동생을 도와야만 했다.강민지는 가방을 비닐봉지에 넣고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늘은 설날 아침이었다. 신예준은 회사에 가지 않고 아래층 소파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강민지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곧바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가정부가 입을 열었다.“아가씨, 아직 아침 식사를 안 하셨잖아요.”“먹지 않을 거예요.”강민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어젯밤 너무 심하게 시달려서 지금도 목이 쉰 상태였다.문을 열려고 할 때 신예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어디 가?”최근 반달 동안 그가 그녀에게 수없이 물어봤던 말이다.강
“알았어, 언니.”강연지의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묻어났다. 그 말을 들은 강민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어릴 때부터 이 사촌 동생과는 각별한 사이였다. 이번 강씨 집안의 몰락에 삼촌 강상태도 큰 원인을 제공했지만 그렇다고 강연지와 완전히 등을 돌릴 수는 없었다.강연지는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좋아했다. 번지 점프, 레이싱, 스케이트 등 무엇이든 잘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흥미롭게 여겨지는 수준이었다.“돈은 네 카드에 넣어뒀으니까, 알아서 써. 삼촌 일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신예준과 협력하다가 배신을 당해 강상태의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상태는 강연지를 자주 때리기도 했고 심지어는 강연지가 친딸이 아니라고 의심하기까지 했다.강상원에게는 오직 강민지라는 딸 하나뿐이었다. 강연지도 집안의 유일한 자식이었다. 그런데 이제 강상태는 외부에 사생아가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강상태는 강민지에게도 전화를 했지만 강민지는 그가 신예준과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연지야, 삼촌이 밖에 아들이 있다고 말하던데, 넌 혹시 알고 있었어?”강연지는 잠시 침묵했다. 그 순간 강민지는 뭔가 복잡한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연지야?”“언니, 이 일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앞으로는 우리 서로 연락 자제하자. 언니가 잘해준 거 기억하고 있어. 그런데 신예준이 나한테 경고 문자를 보냈어. 언니, 이만 끊을게.”강민지는 초조했지만 이미 전화가 끊겨 있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통화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음성이 들려왔다. 강연지가 차단한 걸까?강민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연지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 마음이 없다는 것은 확신했다.한숨을 내쉬며 강민지는 이제 자신도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까지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설날 아침, 강민지는 오후 4시까지 밖을 떠돌아다녔다. 하늘에서는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