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앞에 놓인 술잔을 들고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백겸은 묵묵히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주었다.그와 나경택은 몇 년 동안 이렇게 한 테이블에서 식사한 적이 없었다.콜록콜록.나경택은 언제라도 기절할 것처럼 계속하여 기침해댔다.백겸은 앞에 앉아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나경택도 이제 정말 늙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예전에 나설희가 그에게 시집가겠다고 아우성칠 때까지만 해도 나경택은 직접 채찍을 휘두를 정도로 기력이 넘쳤다. 다만 그때 채찍을 휘두른 것은 시늉일 뿐이었고 사실 나경택은 두 사람 모두 진심으로 아꼈었다.백겸이 이틀 동안 나씨 가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을 때도 나경택은 창가에서 그를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나설희에게 말했다.“봐라, 저 녀석도 기껏해야 두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말 것이야. 스님의 말씀은 틀리지 않았어. 그러니까 절대 잊지 마. 너와 백겸은 함께 할 인연이 아니야. 백겸은 널 해칠 뿐이야.”“아버지. 제발 그런 허튼소리 하지 마세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걸 믿으세요?”“그 스님의 점괘가 얼마나 정확한지 몰라서 그래? 그해 네 어머니가 아이를 임신하지 못했을 때도 스님은 나중에 딸을 낳을 거라고 하셨어.”나설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백겸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파 났다.그리고 나경택은 백겸이 절대 오래 버틸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하지만 백겸의 고집은 그의 생각보다도 훨씬 셌고 나설희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마침내 무너지기 직전이 되자 나설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풀썩 덩달아 무릎을 꿇었다.“아버지, 저와 겸이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저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결혼 허락해주세요. 꼭 포동포동한 사내아이를 낳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때 가서 손자 얼굴을 보고 그와 놀아주며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면 되잖아요. 안 그래요?”나경택은 진심으로 나설희를 아껴주었다. 그런데 그런 딸이 덩달아 자신에게 무릎
창밖의 경보음은 계속되었고 온 하늘을 뒤흔들도록 울려 퍼지고 있었다.말을 마친 백겸은 떨리던 가슴을 멈추고 입가를 꼭 오므렸다.나경택은 몸이 너무 안 좋아 기침을 몇 번 했더니 기운을 모두 쓴 모양이다.그는 손에 든 편지를 건네주다가 부주의로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이제 멈춰라. 그리고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그토록 원하던 진실이니.”진실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백겸이 그토록 오랫동안 쫓던 진실이 갑자기 나타나니 백겸은 감히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그러자 나경택은 부르르 떨면서 그의 손을 잡고 편지를 백겸에게 건네주었다.“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라. 주혁이와 승제 두 아이는 어릴 적부터 너도 함께 봐왔잖아. 설희가 그 두 아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넌 지금 뭘 하는 거냐? 주혁이를 죽이고 승제의 아내를 따라 죽게 하고 말이야. 게다가 승제의 아내는 지금 임신 상태잖아. 네가 저지른 죄는 이미 충분하다.”“그게 뭐 어때서요?”백겸의 대답은 매우 가벼웠다. 여전히 자신이 한 일에는 그 어떤 잘못도 없다는 모양이다.나경택은 창백한 안색으로 입가의 피를 손수건으로 닦았다.“보면 알 거다. 이제 난 주혁이와 혜인이를 데려갈 거다. 만약 날 막겠다면 나도 이 방에서 죽을 거다. 마침 설희와도 만날 수 있겠네.”나설희는 바로 이 작은 양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경택도 이미 완전히 지쳐버려 이제 그녀를 따라 떠나고 싶었다.백겸의 눈동자가 매섭게 움츠러들더니 그는 손에 든 편지를 꽉 움켜쥐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편지 봉투를 열어보지 않고 천천히 서주혁이 누워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는 나경택을 바라보았다.옆에 있던 반재인이 다급히 그를 말리려 발걸음을 옮겼지만 백겸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당장이라도 나경택을 쏴 죽이고 싶었던 반재인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러나 나경택은 겁도 없이 약물을 투여하던 사라의 손을 잡아버렸다.사라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백겸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백겸의 안색은 매우 어두웠고 그조차
이것이 바로 나설희의 글씨이다. 백겸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그녀의 글씨체... 예전에 두 사람은 몰래 편지를 주고받곤 했었다.순간적으로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지만 혹여나 종이가 흐트러질까 봐 천천히 힘을 풀었다.바깥의 경적 소리는 하늘 끝까지 울려 퍼질 기세로 요란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다른 사람들의 욕설도 은은히 들려왔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첫 글자부터 천천히 읽어보았다.[겸아, 미안해,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어...][어떡하지? 겸이는 부모님도 안 계시는데 지금은 나와 결혼하는 바람에 아이도 없네...][어머니께서 그 절이 매우 신통하다고 하셔서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빌었는데 왜 나에게 아이를 주지 않는 거지...][그래서 임신한 척했어. 난 겸이를 너무 사랑하니까. 난 겸이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냥 겸이에게 빚 하나만 진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울 거야.][아이는 매우 귀엽지만 결국 나와 겸이의 아이가 아니야. 그 아이를 바라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나는 모든 사람을 속였어. 그렇게 나는 내가 가장 싫어하던 여자가 되어버렸네. 의사가 기적은 없다고 했어. 난 절대 임신할 수 없대. 아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절에 갔어. 그리고 올해는 집에 가지 않았지. 스님은 내가 완전히 영혼을 빼앗겼대. 이제 다른 사람의 아이를 봐도 모두 집에 데려가고 싶어졌어. 겸이와 닮은 아이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으니까.][미안해. 정말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이건 다 내 잘못이야. 거짓말 한 번 하려면 수없이 많은 거짓말로 그걸 감싸야 해. 너무 고통스러워. 난 겸이를 사랑하지만 겸이를 가장 많이 속인 사람이 되어버렸어.][예전에는 나도 분명 착한 사람이었는데 왜 이런 일을 저질렀지? 이제 정말 완전히 미쳐버린 것 같아. 겸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이는 네 것이 아니야. 난 아이를 낳을 수 없어. 이 모든 건 전부 다 가짜였어.]편지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말이었다. 결국
“선생님?”반재인은 위태로워 보이는 그의 정신 상태를 걱정했지만 백겸은 계속하여 그 세 글자만 반복해서 중얼거릴 뿐이었다.“틀렸어, 다 틀렸어. 내가 틀렸어.”“선생님, 기운 좀 내세요.”반재인은 깜짝 놀라 사라를 데려와 백겸의 상태를 보여주려 했지만 백겸은 계속하여 그를 밀어냈다. “선생님, 박사님께 진찰을 받으세요.”“재인아, 너도 이만 가. 주혁이와 혜인이를 데리고 같이 나가. 그 후에 오혜수를 찾아가면 오혜수가 널 위해 앞으로의 미래를 책임져 줄 거야.”“선생님, 이제 성공과 머지않았어요. 선생님께서 늘 이루고 싶어 하셨던 꿈이라고요.”그러나 모든 의지를 상실해버린 백겸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버렸고 그의 얼굴은 이미 많이 망가져 있었다.“가. 그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가. 그리고 박사님 최면도 이제 풀어줘.”“선생님!”반재인은 줄곧 백겸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착한 아이 역할이었다. 게다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데 어떻게 이대로 포기한단 말인가.하지만 귀신에 씌기라도 한 듯 백겸은 굳건했다.“내 탓이야. 설희 잘못이 아니야. 다 내 잘못이었어.”그는 이미 자책의 늪에 빠진 것 같았다.반재인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이윽고 백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에게 다가와 반재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재인아, 네가 내 말을 듣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거다.”그러자 반재인은 입술을 오므리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곧바로 타임아웃을 외치고는 사라 더러 성혜인을 부축하도록 지시를 내리고 그는 서주혁을 부축했다.“선생님, 확실합니까?”그러나 백겸은 마치 삶의 모든 의욕을 잃은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돌아오는 말은 더 이상 없었다. 반재인은 여전히 말 잘 듣는 모범생이었다.그런데 김상아는 그들과 달리 이맘때쯤 미쳐버리기 시작했다.“그게 무슨 뜻입니까? 당신들 무슨 뜻이에요? 왜 멈춰요? 전 반승제와 함께 있고 싶다고요. 전 죽더라도 그와 함께 할 거라니까요? ! 선생님, 저를
깊은 잠에서 깨어난 성혜인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팠다.기억 속에서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은 눈앞의 작은 공간뿐이었지만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네이처 빌리지였다.눈앞의 천장은 그녀에게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었다.손을 들어 미간을 문지르는데 밖에서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서 오혜수는 결국 어떻게 된 겁니까? ”“해임되지는 않았습니다. 백겸이 한 모든 일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위에서 회의한 끝에 그녀를 스파이로 두기로 했습니다. 최근 원진 대표님과 대항하던 검은 세력이 엄청나게 날뛰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지금 오혜수를 그쪽으로 보냈습니다. 만약 그녀가 큰 공을 세우면 돌아온 뒤, 다시 승진할 수 있고요. 아마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정말 당시 백겸 씨의 첫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오혜수는 아직 너무 어리다. 이번 백겸의 계획이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백겸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그리고 스파이가 되는 것이 바로 그녀의 벌이다.반승제는 아직 성혜인이 잠에서 깬 줄 모른 채, 창가 쪽 서재에 앉아있었다.그는 앞에 있는 문서를 몇 번 내려다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반재인은 오혜수와 함께 갔나요?”“반재인은 다른 임무를 수행하도록 파견되었습니다. 어쨌든 백겸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란 아이이니 현재는 국경에서 다친 병사들에게 심리적 최면을 걸어주고 있습니다.”그 말에 반승제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반재인도 원하던가요?”“달가워하진 않더군요. 머리에 총을 겨눠서야 간 겁니다. 그리고 진세운과 진백운도 있습니다. 진세운도 그날 총에 맞았지만 진백운에게 끌려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김상아는 원래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람이라 다시 감옥에 갇혔고요.”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등을 뒤로 기댔다.그도 일어난 지 이제 겨우 반나절이 지났을 뿐,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사라 박사는요?”“박사님께서는 석 달 안에 해독제를 만들어 주신다고 폐관하셨습니다
저녁 무렵, 반승제는 성혜인을 데리고 쇼핑을 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한편, 성혜인은 아직 일어나기도 전에 거실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밖에는 설우현이 서 있었다.설우현은 커다란 박스를 손에 들고 그녀를 향해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혜인아, 이건 아버지가 보내온 새해 선물.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나도 몰라. 같이 열어보자.”사실 지난번에 기자회견을 연 것도 설우현이 억지로 버티면서 진행했던 거라 당분간은 몸조리를 좀 하며 쉬어야 하지만 곧 새해라는 것을 생각하여 바로 사람을 불러 미리 준비한 선물을 가져오라고 한 것이다.그러자 성혜인도 서둘러 나가지 않고 옆에 앉아 가위로 선물을 잘라서 작은 구멍을 냈다.상자는 이미 뜯겨 있었고 그 안에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0.5m 높이의 작은 인형이 들어있었는데 다이아몬드 하나하나가 모두 비싼 값어치를 자랑하고 있었다.그러나 설우현은 슬쩍 한 번 보고는 곧 눈살을 찌푸렸다.“윽, 촌스러워. 이렇게 촌스러운 선물은 정말 본 적이 없어.”이 인형의 모습은 성혜인이 아니라 웬 새해 마스코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의 광택에 선물을 여는 순간 성혜인은 순간 눈이 부셨다.마스코트 인형 볼 양쪽 루비는 최근 경매에서 받은 신상품으로 주최 측에서 이 예쁜 보석이 새해 마스코트 인형에 쓰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정말 화를 냈을 것이다. 성혜인은 그 작은 인형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어버렸다.때로는 부자들의 안목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위층에서 내려온 반승제는 그 선물을 보고 곧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한소리 했다.“설 대표, 대체 뭘 준비한 겁니까? 심 비서, 당장 저 멀리 가져다 버려요. 우리 눈을 더럽히지 말고.”그러자 설우현은 갑자기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폭발했다.“오냐, 반 대표, 당신이 감히 이 선물을 욕해? 이건 우리 아버지가 직접 디자이너에게 주문을 맡겨 준비한 선물입니다. 모든 보석은 유일무이한 것으로 값어치가 상당한 보물이
생각해보니 성혜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여 반승제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볼에 뽀뽀한 뒤, 성혜인을 꼭 껴안고 싱글벙글 집으로 돌아갔다.밤에 자기 직전,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창가에 서서 전화를 하고 있는 성혜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보일러를 켜 방 안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성혜인은 옷을 매우 얇게 입고 있었다.임신 탓인지 그녀의 몸매는 훨씬 둥글둥글해졌다.그러한 그녀의 허리를 살짝 꼬집으며 반승제는 갑자기 마음이 산란해졌다.성혜인은 여전히 한서진과 최근 몇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반승제의 손길을 느끼자 곧바로 그를 매섭게 째려보았다.등 뒤에서 껴안은 거라 함부로 하지도 못하고 반승제는 그저 그렇게 머리를 숙여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성혜인이 전화를 끊고 그를 밀쳐내려는데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분명 바디워시 냄새는 똑같은데 왜 너만 이렇게 향이 좋은 거지?”“그만 해요. 의사가 잠자리를 가지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나도 알아.”“그럼 뭘 그러게 비비적거려요. 결국, 당신만 괴로울 텐데.”너무나도 가까운 두 사람의 거리에 성혜인은 반승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그때, 반승제는 불을 끄고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챈 성혜인의 미간이 계속하여 풀쩍거렸다.성혜인이 그를 세게 꼬집어 아픈 와중에도 반승제는 고통을 꾹 참고 동작을 이어갔다.정말 지독한 사람 같으니라고, 이 상황에도 계속할 수 있다니.너무나도 우스워 성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정말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그녀가 승낙했다고 생각한 반승제는 점점 더 욕심이 많아지고 있다.끝날 무렵, 반승제는 옆에 있는 휴지를 뽑아 직접 정성스레 성혜인의 손가락을 닦아 주었다.그리고 침대에 누웠지만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혜인아, 우리 아이 이름 뭐로 지을래?”임신하면 자연스레 잠이 많아지는 탓에 성혜인은 너무 졸려 생각하기 싫었다.“나중에 생각하죠.”“이 일은 일찍 생각해두는
물론 서주혁도 그 게시물을 보고 간단하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축하해.”서주혁도 댓글을 달아줄 줄 반승제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젯밤에야 깨어났다고 들었는데 벌써 SNS를 하는 것을 보니 지금은 아무 일도 없는듯했다.곧이어 많은 사람의 축하 메시지가 연이어 쏟아져 내렸다.반승제는 일일이 답장하지 않고 방금 두 장의 사진을 성혜인에게 보내주었다.“혜인아, 너도 공개해.”“됐어요. 당신이 올렸으면 됐죠.”“안돼. 우리 친구들이 다 아는 사이는 아니잖아. 게다가 전에 인테리어 측 일을 하면서 그렇게 많은 고객을 만났는데 그 사람 중에 널 노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누가 알겠어.”반승제의 갑작스러운 투정에 성혜인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정말 쓸데없이 생각이 많다니까. 성혜인과 반승제의 스캔들이 실검에 몇 번이나 올랐는데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리겠는가?하지만 반승제가 옆에서 뚫어지라 지켜보고 있는지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사진 두 장을 SNS에 올렸다.반승제는 그제야 만족하고 성혜인의 뒤통수를 잡고 그녀의 입술에 한참 동안 키스를 퍼부은 뒤에야 비로소 운전대를 잡았다.성혜인의 친구 중에는 아직 S. M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 대단한 열정을 보이며 너도나도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쏟아지는 축하 메시지에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한서진에게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두둑이 챙겨주라고 지시를 내렸다.만약 그녀가 들어가면 모두가 불편해할 수 있기에 성혜인은 직원 단톡방에 가입하지 않았다.보너스 소식에 단톡방은 또다시 한번 들끓어 올랐다.성혜인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반승제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반승제 역시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지만 그와 달리 입꼬리는 절제된 듯 아주 살짝만 구부러져 있었다.성혜인도 덩달아 감명받아 눈꼬리가 휘어지도록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그때, 핸드폰 알림이 울리더니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름 아닌 강민지가 보낸 것이다.강민지는 먼저 펑펑 우는 이모티콘을 보내고는 한참 동안 메시지 폭탄을 날렸다.[감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