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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여기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어

반승제는 병원으로 가는 길에 임경헌의 전화를 받았다. 임경헌은 자기 할 말만 한참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보탰다.

“그래도 형을 뮤즈로 여기는 사람이잖아요.”

저녁이 되자 길가의 가로등이 전부 켜지고 성혜원의 그림과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는 반승제가 보기에도 훌륭한 그림이었다.

반승제의 차는 결국 임경헌이 알려준 주소로 가서 멈춰 섰다. 그는 성혜인이 새로 이사한 동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반승제를 기다리게 할 수 없었던 성혜인은 10분 전부터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목욕을 너무 오래 해서인지 머리가 어지러워 반승제가 차를 세운 지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아차리고 휘청거리며 다가갔다.

“대표님, 데리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혜인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아파?”

반승제는 성혜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안색이 비정상적으로 발그레한 것이 누가 봐도 몸이 불편한 것 같았다.

성혜인은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으며 말했다. 몸이 후끈거리는 걸 봐서는 열이 나는 게 분명했다.

“그냥 조금 불편한 정도예요. 이번 사고는 제 불찰이에요. 경찰한테 사실대로 말했으니 곧 결과가 나올 거예요.”

성혜인은 원래 병원으로 가는 길에 과일이라도 사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반승제의 차를 얻어타게 되었으니, 그를 기다리게 하고 과일을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빈손으로 가고, 다음번에 다시 제대로 된 선물을 사기로 했다.

차 안은 아주 조용했다. 가끔가다 자동차 경적만 들릴 뿐이었다. 한창 퇴근 시간이라 안 막히는 길이 없었고, 반승제의 차도 제자리에 멈춰선 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성혜인은 눈을 꼭 감았다. 그 사이로 열이 더 올랐는지 온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곁에 앉아 있던 반승제도 열기를 느끼고 머리를 돌렸다. 성혜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페니?”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반희월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페니가 그와 함께 있는지 묻기 위해 건 전화였다.

“승제야, 경헌이한테서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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