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혁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사라에게 물었다.“해독제는 언제쯤 완성될까요?”“빠르면 석 달, 늦으면 반년 정도 걸릴 거예요.”사라는 앞에 놓인 데이터를 바라보며 이마를 찡그렸다.서주혁은 서둘러 물었다.“문제가 생긴 건가요?”“아니에요. 이것 좀 잡아주세요. 확인해 볼게요.”서주혁은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건넨 약병을 받았다. 병 안에는 초록색 액체가 담겨 있었다. 사라는 화면 앞에 다가가 무언가를 확인했다. 그런데 서주혁의 손에 들린 약병이 갑자기 터져 버렸다.손은 다치지 않았지만 코끝에 자극적인 냄새가 스쳤다. 서주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바닥에 남은 조각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사라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의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사라는 서주혁의 앞으로 다가와 그를 눕힌 뒤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려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사람에게 말했다.“됐어요.”옆에 있던 사람은 보호 장비를 벗었다. 그런데 그 얼굴은 다름 아닌 김상아였다.김상아는 주사기를 집어 들고 서주혁의 몸에 무언가를 주입한 뒤 사라와 함께 서주혁을 옆의 빈 침대로 옮겼다.서주혁의 신체 데이터가 중앙의 화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러 지표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숫자가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검사가 성공했고, 데이터가 일치한다는 메시지가 떴다.서주혁의 데이터는 이미 여러 해 전에 백겸에게 수집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이 몸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사라는 변하는 데이터를 바라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데이터를 분석해서 정리해요. 모든 게 정상이라면 내일 밤 실험을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알겠습니다.”김상아는 일하는 중에도 반승제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반승제를 좋아하고 있었다. 첫눈에 반한 이후로 그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어 그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가 평생 이렇게 침대에 누워 있다고 해도 그를 볼 수만 있다면
들어온 사람은 서주혁의 부하였다. 서주혁과 연락이 닿지 않아 성혜인을 찾아온 것이었다.“혜인 씨, 잘 모르시겠지만 보통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긴 사람들은 구금되는 장소가 다릅니다. 이번에 백겸의 경쟁자가 그를 끌어내리려 하다가, 김상아가 교체됐을 가능성을 알게 되면서 계속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해 왔습니다. 그런데 조사 끝에 승제 씨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발견했고, 이제 김상아의 유골까지 찾았다고 합니다.”유골을 찾았다고?백겸이 김상아를 이용해 반승제를 통제하려 했다면 김상아는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하는데, 지금 김상아의 유골이 발견되었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지?“김상아의 유골이 확실한가요?”“네, 맞습니다. 특별 수사팀이 이미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김상아가 남긴 유서에 승제 씨에 대한 언급도 있었어요. 승제 씨가 구금되면 백겸도 직위에서 해임될 것이기 때문에 이제 승제 씨를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이익이 얽혀 있을 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각자의 계산이 있기 마련이다.게다가 백겸이 상부에 자리한 지 여러 해가 되었고 지난번 반승제가 배현우를 데려갔던 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이번에 드디어 그를 해임할 기회가 생겼는데, 사람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성혜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서주혁에게 김상아의 일을 퍼뜨리게 한 것은 백겸의 행동을 감시하려는 의도였는데, 그 화살이 반승제에게 향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백겸이 이미 이 상황을 예측하고 반승제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울 계획을 세워 둔 것 같았다.지금 반승제는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인데, 이렇게 감옥에 보내지는 건가?“승제 씨 이송을 맡은 사람은 누구인가요?”“특별 수사팀의 오혜수입니다. 혜인 씨, 이 사람은 꽤 까다롭고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입니다.”성혜인은 급하게 오혜수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도록 지시했다.오혜수는 성혜인의 전화를 받고 반승제에 대한 질문을 듣자마자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반승제라면 BH 그룹 대표 반승제 씨를 말하
성혜인은 다시 물을 반 컵 마시고 나서야 입안의 갈증이 조금은 해소된 듯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백겸이 노리는 게 서주혁이라면 반승제를 건드린 이유는 대체 뭐죠?”설기웅은 한 자료를 집어 들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지금 상황을 보면, 두 가지 목적이 있을 수 있어. 첫 번째는 반승제를 미끼로 서주혁을 덫에 빠뜨리려는 거지. 이 자료에 따르면, 서주혁이랑 반승제는 어렸을 때 백겸의 집에서 잠깐 같이 지낸 적이 있대. 그때 백겸의 아내도 아직 살아 있었고. 지금 서주혁이랑 반승제가 있는 곳이 그 집이니까, 서주혁이 경계심을 늦추고 결국 함정에 빠진 거야. 두 번째로는 가짜 반승제의 존재를 잊으면 안 돼. 지금 잡혀 있는 게 진짜 반승제인지 가짜 반승제인지 아무도 몰라. 이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연막일 수도 있어. 게다가 반승제를 호송하는 사람이 오혜수인데, 누군가가 죄수 호송차를 습격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되면 그녀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으려고 할 거야. 그때 누가 더 손해를 볼지는 장담할 수 없어..”설기웅은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내려놓았다.“오혜수에 대한 자료를 봤는데, 그녀는 여러 사건에서 공을 세워서 급속도로 승진했어. 예전에 백겸이 복지시설에서 데려온 이후로 계속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왔고 그 능력은 다른 남자들 못지않아. 오혜수는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인물이지. 반승제를 이송하는 차량 근처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할 거야.”“오빠, 그럼 8번 쪽에 연락해서 지금이라도 반승제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있어요?”설기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 그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백겸이 그곳을 선택한 이유를 알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상부의 보호를 받는 국가 인재들이나 중요한 지도자들의 가족들이야. 상부의 절반 이상이 수색 영장을 승인하지 않는 한 그곳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어. 8번 쪽에는 딱 두 명밖에 없는데, 만약 그들이 무리하게 움직이면 그 주변의 군 병력이 그들을 순식간에 제압할
성혜인은 두 오빠의 위로를 받고서야 중요한 부분을 깨달았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장, 그 해파리 도장!”그건 나하늘이 임지연일 때부터 숨겨둔 것이었고 그녀에게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줬던 물건이었다. 지금이 바로 그 위험한 순간이었다.“오빠, 예전에 원진 씨가 여석진 집을 폭파하러 갔을 때 도장 하나를 가져온 적 있지 않아요? 원진 씨에게 연락해서 그 도장을 보내달라고 해요.”설기웅은 곧바로 원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원진은 제원에 있었고 직접 도장을 가져왔다. 이 도장은 플로리아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칸다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당시 연구소가 혼란에 빠졌을 때 원진도 자신의 사람들을 보내 반승제를 찾으려 했지만 반승제는 찾지 못하고 이상한 모양의 도장만 발견하게 되었다.원진의 부하가 그 도장을 가져온 후 성혜인이 그것을 원하자마자 별다른 말 없이 곧바로 넘겨주었다.원진은 소파에 앉아 무겁게 말했다.“그러고 보니 그때 최용호 쪽 사람들도 같이 있었는데, 그중에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 두 개의 나무로 만든 작은 인형을 가지고 있었어요. 여석진 집 폭파 현장에서 주워온 건데, 누가 떨어뜨린 건지 알 수 없지만 꽤 신기해 보였어요.”나무로 만든 작은 인형?성혜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특이한 모양이라는 말을 듣자 눈가가 붉어졌다. 예전에 임지연도 그녀를 위해 이런 것들을 만들곤 했다. 그 당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장난감이 있었지만 그녀는 부러워하면서도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다. 엄마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지연은 그런 성혜인 몰래 나무로 장난감을 만들어주었고 그 장난감들은 매우 정교했다.그런 기억들 때문에 성혜인은 임지연을 꼭 만나고 싶었다. 자신에게 모든 따뜻함을 준 그 여인을.“그 나무 장난감들은 아직도 있어요?”“네, 있어요. 이번에 배신을 당했을 때 최용호한테 사람 몇 명 빌렸거든요. 그중 장난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몇 개의 작은 물건들이 곧바로 전달되었다. 성혜인은 8번의 뒷모습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8번이 나왔고 다른 한 사람은 그쪽을 감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지금 잡혀 있는 사람이 진짜 반승제인지, 가짜 반승제인지 말이다.두 사람이 너무 닮아서 성혜인 자신도 어두운 환경에서는 쉽게 혼동할 수 있었다. 8번이 반승제를 잘못 알아볼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지금 사라 박사가 그 작은 물건들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기다리면서도, 김상아 쪽으로 가서 반드시 그 차를 멈추고 내부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한편, 백겸은 서랍에서 물고기 먹이를 꺼내 큰 수족관의 물고기들에게 주기 시작했다.물고기들은 앞다투어 먹이를 차지하려고 다투었다. 백겸은 수면 위로 퍼져가는 물결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김상아가 사람을 데리고 갔나?”“네, 데려갔습니다.”“그렇다면 됐어. 그 아이가 일을 처리할 때 난 항상 믿음직하다고 생각해. 이제부터 그 상황을 조사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김상아에게 발목이 잡히게 될 거야.”김상아의 개인 능력이 뛰어나니, 양쪽 모두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다.백겸은 마지막 남은 먹이를 수족관에 던져넣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오늘 밤 드디어 행동에 나설 수 있겠군. 내일 실험을 함께 진행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더는 미룰 수 없어.”“알겠습니다.”그렇게 말했지만 그 행동이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다.저녁 7시, 성혜인은 강민지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성혜인은 이전에 강민지에게 만약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강민지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왔으니, 성혜인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강씨 저택으로 직접 가야만 했다.게다가 강민지가 보낸 메시지는 다름 아닌 여섯 글자였다.[혜인아, 잘 있어.]성혜인 눈에 비친 강민지는 언제나 자존심 강한 부잣집 아가씨였다. 이제 강씨 집안이 이토
설기웅은 원래 김상아 쪽으로 사람들을 보내 자동차를 멈추게 하고 반승제 본인이 감옥에 보내지는 것을 막으려던 중이었다.하지만 그는 지시를 내리던 중 갑자기 이마를 찌푸렸다.만약 그가 백겸이라면 진짜 반승제를 보낼까?답은 ‘그럴 것’이었다.그래야만 자신의 다음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지금 김상아가 호송 중인 사람이 진짜 반승제라면 설기웅이 그 차량을 공격하는 순간 H국의 상층부를 자극하게 될 것이다.이들은 가까스로 백겸을 퇴직시키고 반승제를 감옥에 넣은 상황에서 설기웅이 이 일에 개입하려는 것은 그들의 눈에 결코 좋은 의도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결국 설기웅은 그들로부터 추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이 점을 깨달은 설기웅은 김상아의 차량을 납치하는 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성혜인이 있는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성혜인이 현재 네이처 빌리지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설기웅은 순간적으로 초조해졌다. 그리고 곧바로 백겸이 노린 또 다른 ‘그릇’이 성혜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그는 긴 속눈썹을 내리깔며 H국 내에서 설씨 가문과 연결된 인맥들 특히 고위직에 있는 몇몇 인사들과 곧바로 연락을 취했다.설기웅은 설씨 가문의 후계자라는 명의로 자기 생각을 전달했다.지금 설씨 가문의 유일한 공주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그녀의 배 속에는 아이까지 있는 상황이다. 반승제가 잘못을 했든 아니든, 임신 중인 성혜인은 아무런 죄가 없다.만약 성혜인이 백겸에게, 아니면 백겸의 정적들에게 해를 입게 된다면 설씨 가문은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크게 부각할 것이다.현재 설씨 가문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막대하다. 매년 개발되는 IP들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며 많은 어린이의 마음속에 꿈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만약 설씨 가문이 국제 언론에 가문의 공주가 H국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발표한다면 이는 H국에게 큰 신뢰도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한 나라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면 다른 투자자들 역시 망설이게
설의종은 설기웅의 연락을 받은 후 단 3시간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모든 언론 매체가 이 소식을 듣고 서둘러 움직였다. 누구나 이 중요한 소식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기자회견이 열리는 장소는 이미 기자들로 가득 찼고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설의종은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으며 또래보다 훨씬 젊어 보였지만 최근 회복 중인 탓에 살이 많이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욱 활기차 보였다.밑에서는 플래시가 끊임없이 터졌다. 그러나 설의종은 차분한 모습으로 중앙 자리에 앉았다.이번 기자회견에는 여러 국가의 언론이 참석해 설씨 가문의 사업 부문에서 큰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고 있었다.설의종은 기자들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기자회견의 목적을 밝혔다.“설씨 가문에 매우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 유일한 딸이 누군가에 의해 바꿔치기 되어, 20여 년간 밖에서 방황하다가 최근 반년 만에 겨우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누군가의 음모로 병상에 누워 지내며 딸과 제대로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설씨 가문 대표로서가 아닌 평범한 아버지로서입니다. 저는 막 혼수상태에서 깨어났고, 딸이 H국에서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H국 측과 연락을 취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전에 저는 모든 지분을 딸에게 넘겼습니다. 딸의 안전이 설씨 가문의 앞으로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H국 언론이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주기를 바라며 제 딸이 무사하기를 바랍니다.”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회사가 이렇게 대규모의 기자회견을 연 덕분에 각국에서 이 기자회견이 생중계되었다. 많은 이들이 H국 언론에 왜 설씨 가문의 딸을 구출하는 데 협조하지 않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일부 사람들은 음모론을 제기하며 H국 측에서 설씨 가문의 국내 경제 거래를 제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래서 설씨 가문의 공주가 납치되는 것을 방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이런 말들이 H국 상층부에 큰 압박을
나설희 같은 착한 아이가 왜 하필 세상을 떠나야 했을까. 그것도 부모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고 긴장감이 돌았다. 모두가 방금 말을 꺼낸 나경택을 바라보았다.나경택은 앞에 놓인 서류를 응시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조사해 보게. 만약 정말 백겸이 맞다면 나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걸세.”분명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나경택의 권력이 가장 컸다. 그가 이렇게 말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곧바로 상층부는 행동을 개시하여 포위 작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어느새 밤이 깊어졌다.성혜인이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있음을 알았다. 눈동자는 움직일 수 있었지만 몸의 다른 부분은 감각이 없었다. 눈앞의 공간은 온통 하얗고 자신이 마치 휴면 캡슐 같은 곳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눈을 깜빡였지만 아무것도 똑똑히 볼 수 없었다. 위쪽의 작은 유리창을 통해 겨우 바깥의 천장만이 보였다.휴면 캡슐 밖에서는 사라가 앞에 표시되는 일련의 데이터를 보며 차가운 눈빛을 드리운 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스크린을 몇 번 터치한 후 옆에 있는 서주혁을 바라보았다.서주혁의 실험이 가장 먼저 진행되었다. 이제 그의 신체 기능이 최상의 상태에 도달하기만 하면 두 번째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사라는 남은 데이터를 주시하며 실수 하나 없이 일을 진행하려고 했다. 동시에 그녀는 백겸에게 전화를 걸었다.“백겸 씨, 내일 저녁에 직접 와서 지켜보시겠어요? 서주혁의 실험은 아마 내일 저녁이면 완료될 겁니다. 그 이후 한 시간만 지나면 당신의 아들이 천천히 깨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바로 이어서 성혜인의 실험이 시작될 거고요. 모든 것이 끝나는 시간은 대략 밤 11시쯤 될 거예요. 그때 오시지 않겠어요?”수년간 준비해 온 일이니, 그가 이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 싶지 않을 리가 없었다.백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긴장한 것이 분명했다.“내일 오후 2시에 갈게요. 사라 박사님,